출판사 서평
책 속에서
TV가 등장해 영화관이 텅 비게 되기 전에는 사람들이 매주 영화관에 가서 멋지게 걷는 법, 담배 피우는 법, 키스하는 법, 싸우는 법, 슬퍼하는 법을 배웠다(또는 배우려고 했다). 영화는 매력적으로 보이는 방법에 대한 힌트도 주었다. 이를테면 비가 오지 않을 때도 레인코트를 입으면 멋져 보인다든가. 물론 영화를 보고 받아들인 것이 무엇이든, 그것은 더 큰 경험의 일부일 뿐이었다. 자신의 것이 아닌 얼굴과 삶에 빠져 자신을 잃는 경험. 무엇보다 강렬한 경험은 스크린에 펼쳐지는 것에 완전히 푹 빠지는 것, 다른 세계로 빨려 들어가는 경험이었다.
관객은 영화가 자신을 납치해주길 바랐다.
―16쪽, 「영화의 한 세기」
저는 지금도 거의 날마다 영화를 보러 가고,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러면서 일도 많이 합니다. 제 나이쯤 되는 사람이 일주일에 다섯 번 영화를 보러 간다고 하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합니다. 그건 젊고 혈기 넘칠 때 하는 일 아니냐고요. 하지만 어떤 열정은 영원히 계속됩니다. 저는 영화에서 엄청난 즐거움을 얻습니다. 특히 여러 영화를 반복하여 보는 데서 기쁨을 느낍니다.
―427쪽, 「재팬 소사이어티 영화 시리즈 개막 연설」
고다르는 ‘직설적’일 때 더 성공적인 듯하다. 그의 영화엔 사랑을 나누는 장면도 거의 등장하지 않는데, 있다고 하더라도 고다르가 관심을 두는 것은 감각적 교감이 아니라 섹스가 ‘사람들 사이의 간격’에 대해 무엇을 드러내느냐 하는 것이다. 황홀경의 순간은 젊은이들이 함께 춤을 추거나 노래하거나 달리는 장면이다. 고다르의 영화에서는 사람들이 달릴 때가 사랑을 나눌 때보다 더 아름답다.
―291쪽, 「고다르」
〈동경 이야기〉에는 볼 때마다 가슴이 칼에 찔린 듯한 느낌이 드는 놀라운 순간이 있습니다. 아마 평생 서른 번은 봤을 텐데 매번 그랬습니다. 하라 세츠코는 이 가족의 며느리인데 남편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했죠. 가족의 삶이 펼쳐지다가 어느 시점에서, 대부분 사람이 실망스럽게 구는 와중에, 이 집안의 막내딸이 세츠코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그렇다면 삶은 실망스러운 거란 말이네요.” 이 말에 하라 세츠코가 천사 같은 웃음을 지으며 대답하죠. “네, 그래요.” 저는 이 결정적 순간을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시작 부분에서 유인원이 던진 뼈가 우주선으로 변하는 장면과 나란히 놓고 싶습니다.
―430쪽, 「재팬 소사이어티 영화 시리즈 개막 연설」
저는 〈델마와 루이스〉를 뉴욕의 평범한 극장에서 봤는데, 영화에서 수전 서랜든 캐릭터가 괴롭힘을 당하는 지나 데이 캐릭터를 도우려고 바에서 나와 “그만해!”라고 말해요. 그러자 남자가 “그냥 재미로 그러는 거야”라고 대답하죠. 그러자 서랜든이 말해요. “여자가 이런 소리를 내고 있으면 재밌어서 그러는 게 아냐.” 그때 극장에서 관객들이 환호했어요. 감정이 예민한 여성이라면 이 문장이 그저 말로 표현된 것만으로 엄청난 안도감을 느꼈을 거예요. (...) 여자와 남자 사이 관계의 진짜 진실은, 여자는 남자를 두려워한다는 겁니다. 남자의 폭력을 두려워하고, 여러 방식으로 대처하며 살죠. 그래서 그것이 재치 있게 표현된 게 정말 대단한 해방감을 줬어요. 아, 드디어 누군가가 말해줬구나, 싶었죠. 정말 멋있었어요.
―406쪽, 「인터뷰: 짐 매클로플린과의 미공개 대화」
모든 것을 사진으로 기록하려는 욕구가 발생하는 최종적 이유는 바로 소비의 논리 자체에 있다. 우리는 이미지를 만들고 소비하면서 점점 더 많은 이미지를 요구한다. 그리고 모든 그럴듯한 욕망과 마찬가지로 이것은 충족될 수 없다. 첫째로 사진의 가능성이 무한하기 때문이며, 둘째로는 이 작업이 결국 자신을 잠식하기 때문이다. 고갈된 현실 감각을 되살리려고 사진을 찍으면 찍을수록 현실은 더욱 고갈된다. 모든 것이 덧없다는 감각은 카메라가 찰나의 순간을 ‘고정’하는 수단을 제공한 이래로 우리를 심하게 압박해왔다. 우리는 점점 더 빠른 속도로 이미지를 소비한다. 카메라가 신체의 겉껍질을 소모시킨다는 발자크의 생각대로 이미지는 현실을 소모한다. 카메라는 해독제이자 질병이다. 현실을 소유하는 수단인 동시에 현실을 낡은 것으로 만드는 방법이다.
―114쪽 「『사진에 관하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