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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의 말
미국(1946년 3월∼5월)
남아메리카(1949년 6월∼8월)
해설
카뮈와 여행 / 김화영
카뮈 연보 / 로제 키요
저자 소개
▶ 지은이 알베르 카뮈(1913~1960)는 1942년 소설《이방인》의 발표와 함께 문단은 물론 광범위한 지식인 사회의 주목을 받으며 유례없는 문학적 성공을 약속받았다. 그는《안과 겉》,《결혼 · 여름》같은 시적 산문?집으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기도 하고,《페스트》나《전락》 같은 심각한 소설로 20세기 문학의 정점에 오른 작가로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시지프 신화》,《반항하는 인간》같은 철학적 에세이로 실존주의 문학의 대표적 작가로 지칭되기도 하며, , , 같은 희곡으로 앙가주망 예술가로서 주목받는다. 1957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고 그가 계획한 대작《최초의 인간》을 집필하면서 한창 기대를 모으던 어느 날 자동차 사고로, 아쉬움을 남기며 삶을 마감했다.

▶ 옮긴이 김화영은 프랑스 프로방스 대학에서 카뮈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프랑스 카뮈 학회 이사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카뮈 연구가이자 문학평론가로, 원전에 충실한 번역과 깊이 있는 해설로 카뮈 번역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책세상의 알베르 카뮈 전집(전23권, 17권 출간)을 단독 번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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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카뮈, 여행에서 배우다
20세기 최고의 지성 알베르 카뮈의 여행 기록을 모은《여행일기》(책세상 카뮈 전집 17)가 책세상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은 1946년 3월에서 5월까지의 미국 여행과 1949년 6월?에서 8월까지의 남아메리카 여행에 관한 일기 형식의 노트 두 편을 1978년에 프랑스 갈리마르 출판사의 카뮈 전집 책임 편집자인 로제 키요가 하나의 책으로 엮은 것이다. 미국 여행은 아직은 명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작가이자 기자 자격으로 떠난 여행이었고, 남아메리카 여행은 지성계의 스타로서 갖는 최초의 공식...
1. 카뮈, 여행에서 배우다
20세기 최고의 지성 알베르 카뮈의 여행 기록을 모은《여행일기》(책세상 카뮈 전집 17)가 책세상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은 1946년 3월에서 5월까지의 미국 여행과 1949년 6월에서 8월까지의 남아메리카 여행에 관한 일기 형식의 노트 두 편을 1978년에 프랑스 갈리마르 출판사의 카뮈 전집 책임 편집자인 로제 키요가 하나의 책으로 엮은 것이다. 미국 여행은 아직은 명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작가이자 기자 자격으로 떠난 여행이었고, 남아메리카 여행은 지성계의 스타로서 갖는 최초의 공식적인 여행이었다.
이 책은 완성된 문학 작품과 달리 나날의 단편적인 메모들이 담겨 있으며 보다 사적인 영역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 낯선 세계에 대한 단상은 작가의 지적 탐구를 드러내며, 사적인 교유와 대화 등에서는 생활인으로서의 카뮈의 모습이 암시되고, 즉흥적으로 기록한 메모에서는 작품의 밑그림이 발견된다. 여행이라는 비일상의 경험에서 유발되는 낯설음과 불안, 강렬한 인상에 대한 기록을 다루고 있다는 점도 흥미를 끄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 여행에 주목해야 하는 진짜 이유는 카뮈라는 한 위대한 작가가 탄생하기 위한 산고의 순간이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여행일기》는 카뮈의 대표작《페스트La Peste》가 어떤 상황에서 구상되었는지를 보여주며, 부조리의 각성이라는 주제가 인간적 유대의 회복으로 한층 심화된 계기에 대한 단서도 제공한다. 따라서 이 책은 단순한 여행의 기록이 아니라 한 사람의 작가가 거장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암시하는 자료로서 더욱 값진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2. 1946년 미국, 절도 있는 삶과의 만남이 부재한 곳
1946년 3월에서 5월까지 약 3개월에 걸친 카뮈의 미국 여행은 전쟁 전의 프랑스 본토, 체코, 이탈리아 여행에 이은 네 번째의 긴 여행이었다. 이 여행은 타자와의 만남, 즉 강연, 회견, 토론 등 문화적 사명의 실천과 관련이 있다. 1946년은 카뮈가 작가로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때이기도 했지만 레지스탕스 신문《콩바Combat》의 편집자로 더 잘 알려진 때였다. 프랑스를 떠난 지 보름 뒤인 3월 25일 카뮈는 뉴욕 항에 도착한다. 그는 미국 경찰의 삼엄한 경계 속에 입국했는데 입국 당시 ‘공산당원인가 혹은 공산당원인 친구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하기를 거부해, 결국 프랑스 대사관 직원들이 와서 그를 구출해낸다. 하버드 대학 등에서 대중을 대상으로 ‘문명의 위기’나 ‘연극’에 대해서 여러 차례 강연과 토론을 가졌다. 그러나 카뮈의 일기에는 이에 대한 인상이 전혀 기록되어 있지 않다. 다만 여행자로서 받은 인상과 다음해에 발표된 소설《페스트》의 구상 정도가 담겨 있을 뿐이다. 전쟁의 폐허에서 온 카뮈는 물론 미국의 발전된 모습에 놀라기도 하지만 작가는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들이 우글거리고 절도 있는 진짜 삶과 마주칠 수 있는 장소의 부재로 마음이 불편해진다.
카뮈의 뉴욕 도착 소식은 3월 24일자《뉴욕 헤럴드 트리뷴 위클리 북 리뷰》의 한 면 전체에 걸쳐서 발표되었다. “프랑스에서 가장 탁월한 두세 명의 작가 중 하나인 카뮈. 사르트르가 그에게 길을 열어주었다. 베르코르가 뉴욕, 시카고, 샌프란시스코에서 그를 찬양했다. 우리의 문예지들도 일종의 존경심을 가지고 그의 이름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카뮈의 뉴욕 체류 기간 동안 그에 대해 쓴 가장 성의 있고 정확한 소개 글 중 하나다.

3. 여행, 자기 완성의 한 형식
카뮈에게 여행은 “어려움에 대한 관심과 미지의 세계에 대한 사랑”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즉 여행은 그에게 일종의 고행이었고 자기 완성의 한 형식 혹은 ‘낯설게 하기’를 통해서 삶의 참다운 얼굴을 발견하는 수단이었다. 카뮈에게 전쟁 전까지의 여행이 고행과 자기 완성의 한 과정이었다면, 엄청난 전쟁의 경험을 치른 뒤의 여행에서 카뮈는 타자에 대한 이해와 발견을 통한 연대 의식의 실현이라는 목적을 추가한다.
미국에서 돌아온 지 2년 뒤인 1948년에 카뮈는 이집트 여행을 계획한다. 그곳에서 근무하는 옛 은사요 친구인 장 그르니에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 계획은 성사되지 못했다. 또한 그는 막대한 사례금을 제안한 일본의 초청도 사양한다. 당시 그의 건강은 장시간에 걸친 여행을 허락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밀실공포증이 있어 비행기 여행을 극도로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와 같은 그의 건강 상태는《여행일기》에 그대로 반영된다.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목적지에 도착하는 비행기 여행에 비하여 선상 여행은 장시간에 걸친 여유, 단조로움, 갇혀 지내는 생활, 한가함과 고독이라는 특수 환경으로 인해 반성과 명상과 글쓰기의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 여행 중 일기에 썼듯이 배 위에서는 “모든 인간 관계가 빠른 속도로 형성”되어 그 자체가 관찰 대상인 된다.
로제 키요가 ‘편집자의 말’에서 밝히고 있듯 이 글들은《작가수첩Carnets》의 노트 중에서 별도로 발표하도록 돼 있는 여행기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미지의 세계에 대한 새로운 ‘발견’의 기록이라기보다는 역시 작품을 쓰는 ‘작가’의 시각에서 그때그때 기록한 수첩의 성격이 강하다. 그는 늘 언젠가 쓰게 될 작품을 위한 취재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남아메리카 여행 중에 카뮈는 노트를 기록하는 요령에 대해 이렇게 적고 있다. “내면적인 것은 아무것도 쓰지 말고, 그날 있었던 사건들만 어느 것 하나 잊지 말고 다 적어볼 생각이다.”

4. 광대한 공간과 대자연의 남아메리카로 가다
남아메리카 여행은 카뮈가 문화 사절로서 경험한 두 번째이자 마지막 해외 여행이었다. 그의 공식 목적은 라틴아메리카 제국과 프랑스의 문화적 연대, 교류, 결속에 있었다. 1949년 초, 프랑스 외무성 문화교류국의 로제 세이두가 그에게 남아메리카행을 제안하면서 다섯 번의 강연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당시 카뮈는 반항에 관한 에세이(훗날의《반항하는 인간》 )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별 진척이 없는데다가 파리 문단과 지성계는 소련 지지와 반대로 양분되어 있었다. 소련은 평화론을 주장하는 지식인 집단을 등에 업고 ‘평화의 운동’으로 대중 동원을 시도했는데 카뮈는 소련과 미국에 대하여 다 같이 비판적이었다. 이런 여러 상황 때문에 파리를 떠나고 싶었던 그는 결국 남아메리카 여행을 택한다.
하지만 이 여행에서 카뮈는 각계각층 인사들과의 만남, 강연과 토론, 축제 관람에서 교도소 방문 등 폭주하는 프로그램에 혹사당한다. 이 여행 후 12년 동안 외국에서의 강연을 수락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힘든 여정에도 불구하고 오랜 역사의 무게에 짓눌려 있던 유럽인 카뮈는 남아메리카의 광대한 공간과 풍경, 그리고 그 원시적 자연의 힘에서 특유의 긍정적 암시를 받는다. 그리고 이때의 여행은 카뮈에게 작품의 소재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인간과 세계의 본 모습에 대한 통찰을 가져왔다.

5. 위기의 미국, 가능성을 발견한 남아메리카
마천루가 즐비한 도시, 소음, 거리를 점령한 대형 광고. 카뮈의 눈에 비친 미국 사회의 모습은 전후의 혼란이 복구되지 않은 유럽과는 확연히 달랐다. 그러나 카뮈는 눈부신 경제적 성공을 이룩한 이 도시의 위용에 압도당하기보다 미국식 동화의 가공된 환상과 포장된 허위를 본다. 이는 “안개에도 불구하고, 아니면 안개 때문에 기막히게 멋진 광경. 질서, 힘, 경제력이 저기에 있다. 저렇게도 기막힌 비인간성 앞에서 심장이 떨린다”라는 표현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한편 남아메리카 여행에서 그는 이 대륙이 가진 거친 생명력에 주목한다.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남아메리카의 경관은 그 자체로 경탄의 대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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