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나의 다정한 우월감이타인에게는 부담이었음을
“나는 너에게 다정했는데, 그 다정함을 받지 못한 건, 나에게 돌려주지 않은 건 너야!”
인간관계의 비극은 흔히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나는 나름대로 상대가 필요로 하고 원하는 것들을 모두 챙겨주었다. 그럼에도 상대는 내가 건넨 것들에 대한 고마움도, 그에 상응하는 보상도 주지 않는다. 관계는 점점 금이 가기 시작하고, 결국 ‘내가 해준 게 얼마인데’라는 마음으로 치닫게 된다.
시시비비를 가린다면, ‘주는 쪽’이 가련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정말 상대가 원하는 것을 건넸는지, 내가 준 다정함이 순수한 마음에서 나온 것이었는지 아니면 보상을 기대하고 있었는지 돌아봐야 한다.
인간인지라 기브 앤 테이크를 바라지 않을 수는 없다. 어쩌면 인간관계의 기본 전제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기브’가 순전히 ‘나의 욕구’로 채워진 경우라면 타인에게는 부담으로 느껴질 수 있다. 가령 운동을 좋아하는 A가, 운동을 싫어하는 B에게 운동 기구를 선물하는 것처럼 말이다. A는 B가 건강해지길 바라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원치 않는 선물처럼 부담되는 것은 없다.
그러니 우리는 상대에게 다정함을 건넬 때에는 ‘나의 욕구’가 아닌 ‘상대의 상황’과 ‘상대의 욕구’를 점검해 보아야 한다. 상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보고, 살펴보는 과정이야 말로 진정으로 상대를 향한 다정함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자신의 것을 내어주는 일에는 ‘절제’가 필요하다.
이혜진 작가의 <다정함을 다정하게>는 다정함이라는 키워드를 다른 측면에서 바라본다. 단순히 따뜻하고, 친절하다고만 생각했던 다정함은 결국 ‘의도적으로 멈추고’ ‘생각하고’ ‘상대방을 분석’하고 ‘실행 조율’해 나가는 사고의 흐름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내가 상대에게 전하는 다정함이 나만의 우월감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상대를 향해 한번 멈추고, 생각하고, 분석하는 과정을 실천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다정함을 다정하게>는 ‘다정한 사고의 흐름’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도록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책 속에서
다정함은 이미 우리 안에 내장되어 있는 성질임을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우리는 이미 다정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다만 어떤 상황과 어떤 사람에게만 다정해지기가 민망하고 멋쩍을 뿐, 그것이 결코 당신이 다정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증거는 아니다. 엘리베이터 버튼이 눌리지 않은 걸 알려준 이웃, 다시 만나 반갑게 인사해 주었던 카페 직원이 나에게 다정한 사람으로 남아 있는 것처럼 당신도 누군가의 마음속에는 이미 다정한 사람으로 존재하고 있다.(23쪽)
누군가에게는 매정할 때도 있고, 다정할 때도 있는 나의 모든 모습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 모든 모습이 나’라는 사람이라는 감각을 쌓아 가는 것이 바로 심리학에서 말하는 ‘통합(integration)’이다. 비록 이상적인 나의 모습이 ‘다정한 나’일지라도, 현실의 내가 그 모습에서 잠시 이탈해 있더라도 상관없다. 그 모든 순간이 나라는 존재를 구성한다.(29쪽)
맺힌 감정을 한꺼번에 쏟아 내는 일은 소중한 관계일수록 서로에게 큰 상처가 된다. 평소 아무리 다정함을 나눴더라도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는 일이다. 지금 우리가 주고받는 다정함은 과거부터 쌓여 온 감정의 합으로 완성된다. 평소에 해결되지 않고 묵혀 둔 감정의 찌꺼기는 오늘의 다정함 속에 불순물처럼 섞여, 잘 지내고자 하는 순수한 의도마저 해친다는 것을 기억하자. 감정은 쌓이기 전에 미리 표현하는 것이다.(12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