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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행사_아를레트 엘카임 사르트르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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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의 글 189
저자 소개
저자 : 장 폴 사르트르 (Jean Paul Sartre)
1905∼1980. 파리 출생으로 두 살 때 아버지를 잃고 외조부 슬하에서 자랐다. 메를로 퐁티, 무니에, 아롱 등과 함께 파리의 명문 에콜 노르말 슈페리어에 다녔으며, 특히 젊어서 극적인 생애를 마친 폴 니장과의 교우는 그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평생의 연인 시몬 드 보부아르와도 그 시절에 만났다. 전형적인 수재 코스를 밟아 졸업하고, 병역을 마친 그는 항구 도시 루아브르에서 고등학교 철학 교사로 일하다가 1933년 베를린으로 1년 간 유학, 후설과 하이데거를 연구하였다.
사르트르는 1938년에『구토』를 출간하여 세상의 주목을 끌며 신진 작가로서의 기반을 확보하였고, 수많은 독창적인 문예평론을 발표하였다.『존재와 무』『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변증법적 이성비판』등을 발표하고『레탕모데른』지를 발간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2차 대전 전후 시대의 사조를 대표하는 위대한 사상가로 평가받았다.
그는 많은 희곡을 발표하여 호평받기도 했는데, 『파리떼』『출구 없음』『더럽혀진 손』『악마와 신』『알토나의 유페자들』 등은 그 사상의 근원적인 문제성을 내포하는 동시에 그때마다 작가의 사상을 현상화한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1964년, 『말』로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으나 수상을 거부한 일화로 유명하다. 1980년 4월 15일 작고할때까지 끊임없이 작품들을 발표하였다.

역자 : 윤정임
1958년에 태어나 연세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프랑스 파리 10대학에서 사르트르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8년 현재 대학에서 간헐적으로 강의를 하며 글을 쓰고 옮기는 일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사르트르와 20세기』(공저), 『사르트르의 미학』(공저), 『다시 소설이론을 읽는다』(공저)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거창한 꿈』, 『겹겹의 의도』, 『아름다운 날들』, 『랑베르 씨』, 『랑베르 씨의 신분 상승』, 엠마뉘엘 카레르의 『적』, 장폴 사르트르의 『방법의 탐구』, 『시대의 초상』, 질 들뢰즈와 펠릭스 가타리의 『철학이란 무엇인가』(공역), 드니 랭동의 『소설로 읽는 그리스 로마 신화』, 마르탱 뱅클레르의 『아름다운 의사 삭스』, 『변증법적 이성비판』(공역), 『사르트르의 상상력』, 『시대의 초상』, 『자코메티의 아틀리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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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예리한 시선을 따라 선명하게 그려진 반유대주의자의 초상

2023년 11월, 철학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기고 유럽의 지성으로 인정받았던 위르겐 하버마스는 동료들과 함께 “연대의 원칙(Grundsatze der Solidaritat)”이라는 친이스라엘 성명문을 발표했다. 그 성명문의 골자는 하마스를 비판하고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학살을 옹호하는 것이었다. 홀로코스트라는 역사적 부채감에 사로잡혀 반유대주의와 반시온주의를 엄밀하게 구분하지 못한 하버마스의 행보는 세계 학계와 대중의 비판을 불러일으켰고, 이는 곧 유럽 지성의 윤리적 파산을 의미하는 듯했다. 하버마스가 봉착한 모순은 오늘날 이스라엘이 시온주의를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반유대주의자라는 낙인을 찍어 폭력을 정당화하는 기만적 논리와 궤를 같이한다.

사르트르가 『유대인 문제에 대한 성찰』에서 정밀하게 묘사한 반유대주의자의 초상 위로 오늘날 이스라엘의 모습이 고스란히 겹쳐진다. 사르트르에 따르면 반유대주의는 단순한 견해나 사상이나 역사에서 기인한 산물이 아니다. 반유대주의는 복잡한 세계와 마주하기를 두려워하는 이들이 스스로 선택한 비합리적인 열정이다. 반유대주의자는 세상의 모든 악을 유대인에게 투사함으로써 자신을 악에 맞서는 선으로 둔갑시킨다. 그들에게 타자는 실존하는 인간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론적 불안을 감추기 위해 발명된 악마적 형상일 뿐이다. 악을 소멸시킨다는 명분 아래 타자를 절멸시키려 드는 이 뒤틀린 심리는 반유대주의라는 비극적 유산을 학살의 방패로 삼는 이스라엘의 심리와 맞닿아 있다. 사르트르가 완성한 반유대주의자의 초상은 지금도 여전히 변주되는 차별과 혐오의 양상을 적나라하게 폭로한다.

민주주의자의 모순,
추상적인 인권 뒤에 은밀하게 가려진 또 다른 폭력

사르트르는 타자를 증오하는 반유대주의자뿐만 아니라, 유대인의 친구를 자처하는 민주주의자의 한계 또한 날카롭게 지적한다. 민주주의자는 보편적 인간의 권리를 옹호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목소리에 유대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은 유대인을 역사적 맥락과 종교, 구체적인 삶의 양식에서 분리해 보편적 시민이라는 추상적인 틀 안에 가두려 한다. 민주주의자들의 심리는 언뜻 유대인을 보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유대인이라는 개별적 실존과 정체성을 소멸시키는 또 다른 형태의 폭력이다. 사르트르는 모든 대상을 집단적 편견으로 포괄하는 반유대주의자의 종합 정신만큼이나, 모든 개별성을 원자로 분해해 고유한 색채를 지워 버리는 민주주의자의 분석 정신 역시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유대인의 권리를 보호한다는 명분이 타자의 생명을 짓밟는 무기로 변질될 때, 혹은 인도주의라는 추상적 가치가 구체적인 현장의 고통을 외면하는 방패가 될 때, 그것은 사르트르가 경계했던 ‘비진정한 실존’의 전형이 된다. 사르트르는 유대인이 자신의 유대인성을 부정하거나 추상적인 보편성 뒤로 숨는 대신, 자신이 처한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자유를 선택하는 ‘진정성’을 가질 것을 촉구한다.

『유대인 문제에 대한 성찰』은 단순히 과거의 반유대주의를 비판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사르트르는 오늘날에도 끊임없이 변모하며 출몰하는 혐오의 본질을 드러내 보이며, 구체적인 역사적 맥락과 타자의 고통을 소거한 채 추상적 원칙만을 내세워 폭력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지적 기만을 예리하게 간파한다. “유대인이 자신의 권리를 온전하게 누리지 못하는 한, 어느 프랑스인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프랑스에서 그리고 전 세계에서 자기 생명을 걱정하는 유대인이 한 명이라도 있는 한, 어느 프랑스인도 안전할 수 없을 것이다”라는 사르트르의 선언은 타자의 생명과 권리가 위협받는 현대 사회에서 그 누구도 결코 안전할 수 없다는 연대의 필연성을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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