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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을 해탈한 인생관 : 우리는 모두 영원의 아바타 - 박동환 철학선집 시리즈 9
사월의책 2026.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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Σ0. 뜻밖의 손님이 건네는 물음 - 사르트르와 카프카: 왜 피안(彼岸)의 언어를 찾는가?
Σ1. 한 사람의 일생은 어디에 뿌리를 두는가? - 영원의 한 매체로 태어남 1
Σ2. 망각의 기억 체계 - 치매 상태로 태어남 2
Σ3. 영원 회귀, 윤회, 생명의 계통발생 - 개체 영혼으로 태어남 3
Σ4. 태어난 다음의 학습 - 연결 고리 찾기 1
Σ5. 주변 존재로서 학습 - 연결 고리 찾기 2
Σ6. 유일 고유한 개체들의 사회학 - 불일치의 관계 탐구
Σ7. 운명의 주체가 아닌 자의 길 - 수평적 연결 고리가 부딪히는 한계

[왜 우리는 모두 영원의 소속매체인가?]

Σ8. 수평선 너머에서 들려오는 소리 - 연결 고리 찾기 3
Σ9. 영원의 매체로서 열어가는 피안의 여로 - 수평선 너머로 귀향하는
Σ10. 한 사람의 일생은 생로병사로 끝나는가? - 21세기 작가 필립 로스가 남긴 물음

[한정길/ㅂㄷ : 물음과 답변]

짜임 풀이
참고 자료
저자 소개
저자 : 박동환
철학자. 연세대학교 명예교수. 연세대학교 철학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하고, 1971년 미국 남일리노이 주립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학위논문 “Value Theory and the Policy Sciences”). 1981~82년 네덜란드 라이덴 국립대학과 암스테르담 자유대학에서 학제간(interdisciplinary) 프로젝트 연구교수로, 1993~94년 베이징대학에서 방문학자로 과제를 수행했고, 2001년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정년퇴임하였다. 자신이 놓여있는 세계에서 언제나 주변자의 관점으로 살면서 그것으로 존재의 보편적 실상을 잡는 일을 철학 탐구의 주제로 삼아왔고, 그로부터 ‘x의 존재론’이라는 하나의 철학적 경계에 이르렀다.

논문으로는 “East and West on Conflict Resolution”(1979), “논리의 질서와 신의 섭리”(1980), “Paradigms of Rationality”(1985), “A Logical Picture of Disorder Process”(1989), “‘x의 존재론’ - 특히 가에로 밀려난 이들의 한계해법에 대하여”(2012) 등 여러 편이 있다. 저서로는 『사회철학의 기초』(1976) 『서양의 논리 동양의 마음』(1987) 『동양의 논리는 어디에 있는가』(1993) 『안티호모에렉투스』(2001) 등이 있고, 2017년에 그간의 저작들과 새 저서『x의 존재론』을 묶어 「박동환 철학선집」(전4권)을 출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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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 영원으로부터 와서 영원으로 돌아가는
우리의 존재 방식에 대한 인간학적, 문명사적 탐구

이 책의 저자 박동환 교수(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는 1980년대와 90년대 학내외에서 전공을 불문하고 ‘꼭 들어야 할 강의’로 이름 높았던 철학자다. 당시 학생들은 망치로 맞은 듯 큰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경험을 지금도 회상한다. 그가 후일 펴낸 『x의 존재론』(2017)은 인간과 도시문명 중심의 패권적 관점에 갇힌 기존의 동서양 철학을 넘어서, 대문자 X로 표현할 수밖에 없는 미지의 우주적 차원을 철학의 주제와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책이었다. 이 존재론은 ‘빅뱅’이라는 영원의 사건에서 시작해 물질과 유전의 과정을 통해 아로새겨진 존재의 기억이 우리들 개체의 존재 근거를 이루고 있음을 미지의 기호 x로 표시하고, 또한 자기를 벗어나고 부정하는 상상의 힘 ¬x(not x)가 개체들에게 내장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필멸의 시간적 존재 x가 ‘기억’과 ‘상상’의 계기를 통해 X라는 영원의 차원과 관계하는 방식을 언어, 문명, 사회, 자연 등의 현상적 차원을 통해 탐구하는 것이 책의 전체 얼개였다.

「박동환 철학선집」 제9권으로 펴내는 이 책 『철학을 해탈한 인생관』은 기존의 철학으로는 낯설기 그지없는 x의 존재론을 특히 우리들 인간의 존재방식과 인류 문명이라는 구체적 현실에 적용하여 다시 해설한 책이라 할 수 있다. 영원과 미지의 존재 X의 수동적 ‘아바타’로 태어난 개체 존재 x가, 어떻게 자기 관계의 과정을 거쳐 ¬x라는 자기 부정 및 자기 초월의 사태를 경험하고 다시 X로 돌아가는지를 우리 인생 과정에 빗대어 설명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x의 존재론』을 위한 입문서이자 주석이라 할 수 있다. 책 말미에 실린 한정길 교수와의 대화에서는 ‘x의 존재론’에서 인간 자율성이라는 윤리학의 기초와 (기후 위기에 직면한) 자연과의 재관계화 가능성을 찾으려는 두 철학자의 집요한 시도를 볼 수 있다. ‘x의 존재론’에 접근하는 통로와 현실 문제에 대한 해법을 동시에 제공하는 책이다.

· 영원의 기억을 지닌 개체들의 자기 초월과 귀향의 시나리오

‘ㅂㄷ철학’이라는 이름으로 저자 주체마저 지워버린 박동환 철학은 전작 『x의 존재론』에서도 그렇고 이 책 『철학을 해탈한 인생관』에서도 그렇듯이 기존의 철학적 어휘로는 잡을 수 없는 언어들로 짜여 있다. 영원으로부터의 ‘기억’과 자기초월적인 ‘상상’이라는 시적 언어가 대표적이고, ‘상대 경합, 상대 환원’이나 ‘주체 사양, 절대 환원’이라는 개념도 마찬가지다. 이 세계의 실상에 대한 관념론 또는 유물론의 이해, 주관성이나 객관성 같은 기존 철학의 환원주의적 어휘로는 영원, 무한, 미지의 차원에 놓여 있는 존재의 구조에 다가갈 수 없기 때문이다. ㅂㄷ철학은 우주의 존재론적 구조를 절대적 미지의 차원(대문자 X)과 상대적 개체성의 차원(소문자 x) 사이의 관계로 이해한다. 상대 경합을 통해 자기 동일성을 끝없이 추구하는 개체 존재들은 자신들에게 닥쳐오는 부정의 힘 때문에 동일성에 도달할 수 없고 결국 ‘주체’를 탈각하는 절대 환원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우선 인간을 비롯한 모든 개체들의 일생을 자기 관계 곧 자기 동일성을 확보하려는 ‘연결고리 찾기’로 정의한다. 자아의 동일성이란 철학의 오래된 숙제였다. 그러나 ㅂㄷ철학은 이 물음 자체가 주어-술어 구조로 짜인 인도-유럽어의 언어적 허상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한다. 모든 인간 언어와 의식의 작용을 껍데기로 본 사르트르와, ‘나’라고 부를 수 있는 그 어떤 공통분모도 우리에게는 없다고 말하는 카프카처럼, 우리가 ‘주체’로 믿는 개체 존재들은 결국 의식이 생겨나기 이전에 태초로부터 주어진 물질과 유전의 기억으로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삶은 자아 개념조차 없는 치매 상태에서 태어나 ‘가짜 나’를 찾아 끝없이 헤매는 과정일 수밖에 없는데, 그 과정은 모든 개체성이 상대적인 것으로 부정되고 영원으로 회귀하는 데서 끝난다.

· 자아 중심의 연결고리 찾기와 그 불가능성으로 짜인 개체들의 삶

저자는 이러한 서론격의 설명(Σ0, Σ1)에 이어 치매 상태의 가짜 ‘나’로 태어난 개체들(Σ2, Σ3)이 자기 동일성을 위한 연결고리 찾기에 나서는 과정(Σ4, Σ5, Σ6)을 생물학적 발생론과 문명사적인 측면에서 조명한다. 먼저, 모든 개체들의 발생은 대대로 이어진 계통발생 과정을 이어받음으로써 가능한데, 개체들은 처음에는 그 과정을 자기중심의 연결고리 짓기, 자기중심의 세계관 구축으로 시작한다.(Σ4) 그러나 문명과 역사의 피할 수 없는 격변이 말해주듯 이러한 자기중심의 세계 구축은 이 세계와 개체들에 처음부터 배태되어 있는 부정의 힘으로 인해 언제나 파멸될 가능성을 안고 있다. 이런 사태들 앞에서 개체들은 ‘나’ 중심의 연결고리가 불가능함을 깨닫고 주변 환경에 대한 적응으로 연결고리를 짓는 방법을 다시 탐색한다.(Σ5)

이런 학습 과정을 통해 개체들은 자신이 자기 운명의 주체가 아님을 깨달을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불일치 속의 동거 관계, 모순 속의 협력 관계를 감내하는 고통스런 과정은 결국 주체임을 사양하고 절대적 영원성의 한 조각 매체로 자신을 이해함으로써 해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Σ7)

· 주체를 사양하고 영원으로 절대 환원하는 인생의 시나리오

「왜 우리는 모두 영원의 소속 매체인가?」라는 중간 제목이 붙은 이 책의 후반부는 개체들이 수평적이고 상대적인 자기 환원을 넘어 ‘영원의 한 조각 매체’로서 살아가고, 이 영원의 차원으로 복귀하는 ‘주체 사양, 절대 환원’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데 할애되어 있다. 영원의 기억을 내재한 채 자기를 구축하려는 개체화 전략과 그 실패로 인해 개체 존재들은 주변 존재로서의 자신을 불가피하게 인정할 수밖에 없는데, 그렇다면 개체들이 자신들의 존재 근거를 찾을 수 있는 곳은 영원과의 수직적 관계밖에 없다. 즉 우리는 “‘나’를 비롯한 모든 개체 생명의 핵심에서 움직이는 것은 그 끝을 확인할 수 없는 ‘영원의 이력’ x와 그로부터 분출하는 ‘상상의 활동’ ¬x라는 결론”(80쪽)을 피할 수 없으며, 따라서 x와 ¬x의 공존에 대한 모순 해법으로서 “수평적 연결망으로 가둘 수 없는 영원의 ‘수직적 관여’ 없이 현재의 개체 존재는 없다”(81쪽)는 자각으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개체 존재의 원리 x가 미지의 참 주체 X의 단순한 ‘아바타’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하나의 개체 존재로서 ‘나’는 자신의 고유한 ‘유전 그리고 유산’이 거쳐온 영원의 이력을 몸에 지니고 태어난다. 그래서 하나하나 개체 존재는 서로 아무런 통분 가능성(in-commensurability)이 없을 만큼 유일 특이하다.”(113쪽) 그렇다고 해서 우리는 각자의 ‘나’를 “생로병사라는 한 단막극에 갇혀 있는 우주의 고아”로 볼 필요가 없으며, “우주에서 펼쳐지는 영원의 시나리오에 참여해서 동행하는 ‘사이 매체’로서, 피안의 세계를 향한 긴 여정에 들어서 있는 존재”(115쪽)임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 주체 아닌 인간에게서 어떻게 윤리적 행위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는가?

마지막으로 이 책의 말미에 수록된 대화록 「한정길/ㅂㄷ : 물음과 답변」은 책 본문에서 다루지 못한 x의 존재론의 윤리학적 가능성에 대한 심도 깊은 대화를 담고 있다. x가 다만 X의 시킴을 받는 ‘아바타’이자 수동적 존재라면, ¬x라는 상상의 활동에도 불구하고 x는 어떻게 도덕적 실천의 주체로서 행위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동양철학자 한정길 교수는 왕양명 등의 양지(良知), 양심(良心) 개념에 입각하여, 당면한 기후 위기, 사회 정의의 문제 앞에서 인간이 취해야 할 윤리적 태도가 수동적 주체에게서 어떻게 나올 수 있는지 끈질기게 캐묻는다. 저자는 이에 대해 우리들 인간이 행위 주체가 아니더라도 참 주체인 X의 ‘사이 매체’로서, 자신을 버리고[忘我] 구세(救世)의 한 역할을 맡을 수 있다고 답한다. 그것은 이성이 아닌 영성, 즉 오히려 주체를 버리고 절대로 귀향하는 데서 얻는 환희의 느낌을 통해 가능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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