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엮은이의 말

제1부
「농무」에서 「낙타」까지
광복과 동족상잔의 격동 속에서
4·19혁명 전후의 우리 시
군사독재와 유신체제 아래서의 시
광주항쟁에서 6월항쟁까지
우리에게 오늘이 있기까지
한국시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나는 왜 시를 쓰는가?

제2부
나의 성장시
사람이 강을 닮고, 강은 사람을 닮고
시, 시인, 독자
나의 인도 기행
내 시로부터의 도망
시는 왜 존재하는가
영어몰입과 시
오늘의 시에 대한 몇가지 생각
내일의 우리 시

제3부
새해엔 우리 땅이 좀더 따뜻했으면
산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길
영어만이 경쟁력인가
‘잃어버린 십년’은 없다
문화예술 지원에 네 편 내 편이 있어서는 안 된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알고 가는 아름다움
친일 규명은 미래지향적이 되어야
좀더 약자에 대한 배려를
곡예사와 한센병
“딸그락 딸그락 달 뜨걸랑 나는 가련다”에 숨은 뜻
문화 있는 나라요, 예의염치가 있는 사람들이라면
베이징의 승전보와 건국절
죄가 의심스러울 때는 벌은 가볍게
우리 밥상, 이대로 좋은가
임화 문학의 부활과 한국문학의 확대
오바마의 승리와 우리의 인종 편견
지난 십년 쌓은 탑이 하루아침에 허물어져서야
노인도 뿔난다
출산율 세계 최저가 의미하는 것
임꺽정과 미네르바
옷과 밥과 자유 또는 집
북한산과 한강, 그리고 4대강 정비
오체투지와 소통의 문제
딸을 예사로 팔아먹던 옛일이 생각나는 까닭
‘가난은 우리의 무기’를 다시 생각할 때
죽산 조봉암 사건을 다시 떠올리는 이유
저자 소개
저자 : 신경림
신경림(申庚林) 시인은 1935년 충북 충주에서 태어나 충주고와 동국대에서 공부했다. 1956년 『문학예술』에 「갈대」 등이 추천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농무』 『새재』 『달 넘세』 『남한강』 『가난한 사랑노래』 『길』 『쓰러진 자의 꿈』 『어머니와 할머니의 실루엣』 『뿔』 『낙타』 『사진관집 이층』 『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 등과 동시집 『엄마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산문집 『민요기행』 『시인을 찾아서』(전2권) 등이 있다. 만해문학상, 한국문학작가상, 단재문학상, 대산문학상, 시카 다상, 만해대상, 호암상 등을 수상했으며,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과 동국대 석좌교수를 역임했다. 2024년 타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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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현대사를 관통하는 균형 잡힌 시론과
시와 삶의 일치를 향한 끝없는 영혼의 여행

제1부에서는 광복과 6·25전쟁, 4·19혁명, 군사독재, 그리고 6월항쟁에 이르는 현대사의 굴곡 속에서 한국시가 당대의 현실을 어떻게 수용해왔는지를 날카롭고도 균형 잡힌 시선으로 고찰한다. 신동엽 김수영 김지하 조태일로 이어지는 저항시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면서도, 김춘수와 김종삼 등의 서정시와 모더니즘 시 역시 우리 문학사에서 결코 제외될 수 없는 성취로 바라본다. 무엇보다 민중·민족 담론에 방점을 둔 시의 역사적 의미를 인정하면서도 “자기성찰이 없는 시가 아무리 옳은 소리만 골라 한다 해도 독자에게 감동을 주지 못한다”라고 단언하는 대목은, 역사의 아픔을 품되 문학적 완성도를 잃지 않으려 했던 신경림 문학의 단단한 뼈대를 보여준다.
제2부에서는 등단작 「갈대」를 발표한 이후 10년의 방황을 거쳐 『농무』에 이르기까지, 시인이 어떻게 자신의 시를 끝없이 갱신해왔는지가 생생하게 펼쳐진다. 순수서정에서 리얼리즘으로 나아가고, 다시 민중적 가락을 천착했던 시간마저 어느 순간 자신의 시를 가두는 “낡은 옷”이 되었음을 직시하며 긴 쇄신의 시간을 감당해낸다. “나의 시는 늘 새로운 것을 찾아 떠나는 영혼의 여행일 수밖에 없다”라는 시인의 고백은 시와 삶의 일치를 향한 한 거장의 아름다운 여정을 묵직하게 증명한다.
제3부는 자연과 일상, 그리고 다채로운 사회 현안 속에서 길어 올린 깊고 따뜻한 통찰을 담고 있다. 이 밑바탕에는 자연에서 체득한 삶의 태도가 놓여 있다. 시인은 남한강을 곁에 두고 걸으며 강이 마을과 마을을 가르는 것이 아니라 이어준다고 말한다. 헤어지는 곳이 아니라 만나는 곳이며, 사람을 막는 것이 아니라 넉넉히 안아주는 강물의 이치는 곧 그가 평생 지향해온 소통의 윤리이기도 하다. 이러한 시선은 교육, 환경, 통일 등 사회를 향한 발언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진다. 시인은 거리로 내쫓기는 자와 내쫓는 자, 남과 북 사이에 가로놓인 단절을 짚으며 “가장 낮은 자세가 되어 상대를 높이면서, 상대를 존중하면서” 문제를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또한 과거 조봉암 사건의 사법 살인을 돌아보며 “법도 역시 사람을 위해서 기능하는 것이어야 하며 (…) 법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인간을 사랑하고 귀하게 여기는 인간적인 사람”이어야 한다고 일갈한다. 진영 논리, 혐오, 불신이 만연한 지금, 이 문장들은 더욱 날카롭고 절실한 현재적 울림으로 다가온다.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맑고 단단한 삶의 이정표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 하고』는 거센 풍랑 속에서도 인간이 지켜야 할 가치와 품위를 끝내 놓지 않으려 했던 한 시인의 치열한 자기고백이다. 자신이 발 딛고 선 현실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거대담론의 구호에 함몰되지 않으려 했던 문학적 긴장, 사람을 향한 깊은 연민, 그리고 자기 안을 깊이 들여다보려는 진실한 태도가 이 책의 의미를 유독 각별하게 만든다. 성공과 이익을 좇아 모두가 화려한 밖을 향해 내달리는 세상이다. 시인은 이 어지러운 궤도에서 잠시 비켜서서 고요히 ‘안으로 난 길’을 응시하라고 당부한다. 자신의 부끄러움과 모자람까지 숨김없이 드러내면서도 끝내 타인과 세계를 향한 다정한 믿음을 잃지 않았던 넉넉한 어른의 품과, 한평생 정직한 언어로 우리 곁을 지켰던 시인의 이 마지막 육성은 상실과 불안의 시대를 묵묵히 견뎌내고 있는 오늘의 우리에게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을 먹먹한 위로와 경이로운 떨림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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