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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5일 일 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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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7일 화 171
8월 8일 수 178
8월 9일 목 183
8월 10일 금 190
8월 11일 토 198

후기 206
저자 소개
저자 : 유귀자
통영에서 나고 자라고
1992년 《자유문학》 등단 이후
『시처럼 음악처럼』 외 7권의 시집
『자유의 자유로움』 외 3권의 산문집을 펴냈고
아흔 살이 넘은 산자락 옛집에서
자발적인 불편과 가난을 살면서
또한 시를 살면서
삶이 사랑이 불러 주는 이야기들을
‘쓰지 않을 수 없어서’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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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책 속에서

‘꽃자리’는 그의 통영 거처.
그 꽃자리를 옮겨 간 듯한 교토에서 그이는
삶을 온전히 글로 살아낸 듯...
마치 수행자와도 같은 그의 삶의 철학은
현대의 물질문명을 사는 우리에게
작은 울림으로 나비효과를 주는 것 같다.
삶에 감사하고 삶을 노래하는 천상 시인인 사람.
일기 속 교토에서 그 사이 생활인이 되어버린 그는
동네 아가씨가 되었다가 싸리비 보살이 되기도 하면서
주위의 모든 사물과 사람을 자신으로 투영한다.
마음 속 진실된 나의 존재를 찾아서 고뇌하며 얻어진 글은
그야말로 꾸미지 않은 삶의 정수이다.
삶이 그러하듯 글 역시 그 어떤 꾸밈도 없다.
― 정동준

한 시인의 일기를 훔쳐 보았다.
언제나 누구나가 글을 쓸 수 있고
시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그이.
수채화같이 투명하고 맑은 글들은
귓속말하듯 속삭이며 아주 소중히 아주 조용히
가슴에 귀하게 스며든다.
다 읽고 나니 한 편의 영화를 본 듯
잔잔하고 따스한 온기가 마음 가득 들어차 있다.
― 서미혜

나카교구 미부모리쵸 18번지.
5년 전 7월의 기억.
교토 속으로 친구를 만나는 밤이었다.
만나고 보니 그것은 새로움이 아닌
친구의 맨얼굴이었고 그의 일상의 연속이요
마음의 연장이었다.
음악은 그의 숨과 쉼이며
꽃 한 송이 풀 한 포기는 친구의 향기.
모든 것에 감사해서 고마워서
그리하여 그 모든 것에 늘
혼과 힘을 다 부어내며 사는 친구.
그만의 멋과 향기를 교토에도 남기운 친구.
친구와 함께 살아낸
아름다운 교토의 한 달이었다.
― 김석순

요즘 들어 불만이 많아지고
주위 사람들에게 지칠 때
삶의 위로가 되는 글이었습니다.
나를 비우는 글. 스스로 만족하는 법을
알게 하는 이 글을 접하게 되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꾸밈없이 더한 것 없이 쓰여진 글이라
자꾸 눈이 가고 공감이 되네요.
부족함이 없어도 언제나 불만이 많았던
내게 치유와 깨우침을 준 일기였습니다.
한결 편해진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는
오늘을 마주합니다.
― 박혜자

스물둘에 첫 해외 여행으로 갔던 한 달 살기와
작년 말 3개월 간의 도쿄 생활의 추억이
몽글몽글 떠올랐다.
타국에서 처음으로 내 손으로 공들여 밥을
지어 먹었을 때 같은 따뜻하고 뭉클했던 기억들…
왜 힘들게 번 돈을 써가며 여행을 했었는지,
정작 내게 남은 것 하나 없는 시간낭비였다고
찜찜한 결론을 내렸던 그때가, 이 일기를
읽어 내려가다 보니 한 번도 스스로에 대해 묻지 않았던
나의 마음의 양식이었음을 알았다.
문득 나는 왜 철저히 나를 위해 산다면서
이토록 외로워하는지에 대해서도… 그러면서 쓸쓸함과
외로움의 차이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같은 날 같은 곳에 있지 않았지만 마치 함께한 것만 같은 느낌.
나의 기록도 누군가에게 이렇게 따뜻한 편지처럼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도 생긴다. 글을 읽고 난 지금은
연락도 못하게 된 인연, 고맙게도 이어지고 있는 인연,
그리고 가족에게, 건강하고 행복하길!
진심으로 기도하며 감사하고 행복하다.
― 전선향

『교토일기』는 작가가 거듭 낯 뜨겁다 말한 이유를 알게 될 만치 너무나 진솔하다. 먹고 마신 것과 챙겨간 짐을 훑다 보면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서는 사람의 모습이 생생히 떠오른다. 골목의 풍경을 담담히 그릴 땐 작가의 시선이 느껴져 미소가 지어진다. 그렇게 오로지 한 사람의 일기장을 몰래 들여다보는 기분이 든다. 쓰신 분의 심경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읽는 사람으로서는 그만큼 재미있을 수밖에.

운 좋게 경주의 여행길에서 『교토일기』를 읽었다. 경주는 천년의 고도라는 점에서 종종 교토와 함께 언급된다. 경주에서 교토일기를 열게 되다니! 감성 충만. 이야기가 겹겹이 쌓인 도시에서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느끼고 생각해보려 했건만 ‘경주 점심 맛집’ 같은 것을 검색하기에 급급하다. 영락없는 도시인의 바쁜 여행이었다. 급기야 어제 먹은 점심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석쇠불고기였나…?

여행 막바지에 가서야 그의 글을 읽었다. 처음엔 작가가 바라보는 일본 사람과 그들의 문화가 눈에 꽂혔다. 맞아 맞아 일본은 이런 점이 좋지. 고개를 끄덕이며 페이지를 넘겼다. 하지만 계속 눈에 들어오는 건 결국 교토를 여행하는 한 사람의 철저한 기록이었다. 어디서 무얼 먹고 무엇을 샀는지, 무슨 노래를 듣고 무슨 영화를 봤는지. 그런 내밀한 기록들이 어찌나 재밌는지, 줄을 치고 테이프를 붙이고 싶었다.

요즘 서점엔 ‘~일기’라는 책이 수북하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제목일 뿐 내용은 굳이 그런 제목 붙이지 않아도 될 책들이 많다. 유귀자 선생님의 교토일기는 일기라는 형식을 온전히 담아낸 책이다. 한참을 읽다 보니 나 역시 이렇게 솔직한 기록을 남기고 싶어진다. 우선 먹은 음식부터 정리하고.
― 이현우
--- 본문 중에서

녹차 아이스크림 하나 사 먹고 예쁜 선물 가게에서 교토 풍경이 담긴 엽서를 두 장 샀다. 시장. 시장이라기엔 너무 크고 화려하고 다양하기 그지없다. 줄 서서 기다리는 돈까스 가게에서 나도 기다렸다가 990엔. 그중 싼, 그러나 인기 있을 듯한 메뉴를 콕. 밥은 두 숟가락인데 양배추 샐러드가 수북… 소스를 너무 많이 쳐서 질리게 되었다. 이이들은 고객을 왕으로 여기고 손님이 자기들을 먹여 살린다고 생각한다더니 과연. 주문받을 때도 계산할 때도 무릎을 꿇은 광경을 자주 보게 된다. 모자 가게에서도 내 실수로 모자걸이를 떨어뜨렸는데 서양인 커플에게 계산 중이던 종업원이 얼른 ‘스미마셍’ 하고 달려와 자기 실수인 양 미안해한다. 너무 친절해서 상대를 오히려 미안하게 하고 당황스럽게 하는 것. ‘스미마셍’과 ‘아리가또’가 이들의 삶이자 문화다. 이제 끼니도 해결했으니 오후 시간은 버스 답사로 길 익히기. 노선 익히기. 버스에 오르면 우선은 시원해 좋다. 차내 전광판으로 정류장들을 눈여겨본다. 영어. 일어 방송에 한글 자막도. 4조 대궁이 한자로 쓰였다면 발음은 시조오미야로 하고 한글 자막에 ‘시조오미야’라 표기된다.
--- p.18~19

새벽 1시경. 빗소리로 깼다. 그냥 예사 비가 아니고 이건 태풍이다. 두 번이나 일어나 문단속하느라고 아래위로 다니고 다시 누웠으나 깊은 잠은 들어주지 않았다. 태풍. 8월에나 오겠지 했던 그 비바람을 7월이 다 가기 전에 경험하고 있다. 일본 열도는 태평양과 일본해로 나뉘어 있고 일본해 쪽은 여름이 무덥고 습하면서 8월이면 태풍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했던가? 오늘은 일요일이라 이른 아침부터 오하라 지역을 탐방하려고 했었는데 다음 일요일로 미루어야겠다. 경험해야 할 것은 반드시 경험하게 되어 있는 것인 데다 마침 집에 머물고 있으니 이 또한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 어디 다른 곳, 다른 사람이라도 피해 없기를 바란다. 향을 피우며. 모두가 탈 없이 잘 지내기를. 모든 이가 행복하기를… 6시 지나면서 비는 멈추었다. 바람이 아직 불긴 해도 맞은편 집의 지붕 저 너머로 푸른 하늘이 낯을 드러내고 있다. 아침에 마실 물을 끓이는 동안 마당을 쓸었다.

바람에 나뭇잎이 많이 떨어지고 붉은 비닐 조각도 날아와 젖어 있다. 옆집 앞에 떨어진 잎들도 지푸라기도 다 주워 담는다. 싸리비 보살. 나도 나에게 누구인가? 여기 왜 이러고 있나 물어본다. 집 앞이 훤해졌다. 냄비의 물이 반이나 줄어 있다. 미안. 바람 좀 분다고 길 나서지 못하랴마는 행여라도 집 걱정 돼서 누님께서 오실지도 모른다. 창문으로 비 들이치지 않게 새벽에 두 번이나 아래위로 문 단속, 창 단속 여기저기 꼼꼼히 한다고 했어도, 나이 들면 걱정이 많아지는 법. 버스로 네 정류장 남짓에 사신다 했는데 쇠약한 그이가 나 땜에 신경 쓰이시겠다. 귀국 전에 꽃이라도 한 다발 안겨드릴 수 있으면 좋으련만… 자. 오늘은 뭘 하며 놀까? 실거리꽃. 보기에는 노랗고 예쁜 꽃이다. 제주도에 자생하는 꽃인가? 이 꽃에 얽힌 제주 설화가 있다 한다.
--- p.96~97

열린 창으로 드는 새벽 기운이 너무 서늘하기도, 또 여러 꿈도 꾸어져 잠이 깼다. 4시가 채 안 되었을 텐데, 남편이나 아이들한테 무슨 일 있나? 꿈에서도 전화를 걸었고 남편이 나더러 어서 오란다. 나를 아는 한 사람이 우리 부부 취재를 온다고… 굳이 내가 없어도 되는 일이라 했더니, 남편이 꿈속에서도 서운해하는 기색이 역력하였고 또 예슬이를 곁에 있는 듯이 바꿔준다 하고 아이가 밝고 활달한 목소리로 ‘엄마’ 불렀다. 너무도 또렷했던 딸의 목소리. 내가 없는 동안 아빠한테 전화 좀 자주 드리라고, 아빠를 부탁한다고 그러고 와서인가?

몇 번의 기도를 바치고 일어나 향을 피운다. 날 새려면 아직인데, 오늘은 정말 전화 한번 걸어 봐야 할까 보다. 새벽을 걸었다. 자전거 장바구니에 신문을 담고 배달하는 젊은 여성. ‘오하이요’ 하고 내가 먼저 인사를 건넸다. 병원 맞은편 빨래방에 어제는 한 청년이 헤드폰을 끼고 빨래가 나오길 기다리고 앉았더니 오늘은 불만 환하고 아무도 없다. 어제는 5조 사거리를 지나 계속 길 따라 내려갔는데 오늘은 왼쪽으로 꺾어 내쳐 큰길로 가 본다. 스타벅스도 두 군데나 있고 밤새 영업하는 듯한 편의점도 두 군데. 아침 붉새가 고웁다. 지지 않은 달. 야구모자를 쓰고 배가 나온 아저씨 한 분도 신문을 돌리고 있다. 기와를 인 옛집 앞에 즐비한 화초들 중에 무궁화나무 한 그루. 보라색 꽃이 어젠 다섯 송이 피었더니 오늘 아침에는 세 송이만 피어 있다. 무궁화꽃도 자귀꽃처럼 밤엔 잠을 자는가? 꽃가슴 다물고…
--- p.178~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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