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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밤
도망
어떤 친구
엄마들
처음으로
어느 날의 일
작은 빛
현실
사이렌
새벽에 꾸는 꿈
핑계
두 사람
되감기
내 마음에 바람 한 줄기
나를 위한 소원
둘만의 장소
답신
작은 묘소
유리 조각 시간
로터리에서
타워의 고리
너의 손
요청

작가의 말
추천의 말
저자 소개
저자 : 성수진
앤솔러지 『셋셋 2024』에 단편소설 「재채기」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24년 단편소설 「눈사람들, 눈사람들」로 제1회 림 문학상 대상을 받았고, 2026년 장편소설 『유리 조각 시간』으로 제22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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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심사위원 만장일치 선정!

불안했던 시기 서로에게 하나뿐인 존재였던 두 사람
잊었던 그 세계가 어느 날 신호를 보내온다!

상처는 지워지지 않는다. 그러나 충분히 쓸리고 마모되며 빛을 머금으면
쥐어도 손이 베이지 않는 유리구슬이 될 수 있다.
―박혜진(문학평론가)

국내 대표 장편공모상인 세계문학상 제22회 수상작 『유리 조각 시간』이 나무옆의자에서 출간되었다. 『유리 조각 시간』은 학창 시절 채팅 사이트에서 만나 우정을 나눈 두 여성이 성인이 되어 다시 마주하며 소설을 매개로 자신의 과거와 상처를 재독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작가 성수진은 두 인물의 관계를 통해 청소년기의 불안과 결핍, 연약한 연대를 섬세하게 포착하며 기억과 관계가 어떻게 삶을 다시 구성하는지를 차분하게 파고든다. 일곱 명의 심사위원단(은희경, 정홍수, 전성태, 하성란, 강영숙, 김유진, 박혜진)은 “평범한 장면을 매혹적으로 만들어내는 디테일의 힘과 소설 읽는 행위 자체를 서사의 중심 장치로 삼은 구조가 특히 인상적이다. 드물게 자기 목소리를 지닌 작품”이라고 평하며 올해 응모작 177편 가운데 만장일치로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낯선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간호사 유영은 출국을 앞두고 병원을 그만둔다. 그날 밤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친구 경진에게서 메일이 도착한다. 경진은 ‘유영’을 화자로 한 소설을 보내오고, 경진이 쓴 문장들은 유영을 어린 시절로 이끈다. 한편 경진의 소설에서 불길함을 읽은 유영은 그를 찾아가고 어찌할 수 없는 슬픔에 직면하는데……. 상처를 감당하며 서로의 관계를 새롭게 바라보는 인물들의 여정은 공감과 위로, 치유와 회복이라는 문학의 오래된 힘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2024년 단편소설 「눈사람들, 눈사람들」로 제1회 림 문학상 대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성수진 작가는 첫 장편소설 『유리 조각 시간』으로 세계문학상의 주인공으로 호명되었다.

‘친구’라는 단어로는 차마 설명할 수 없는 존재
오직 중요한 건 그 존재 자체였다

중학생 시절 유영은 채팅 사이트에서 만난 ‘델(경진)’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누군가를 얼굴이나 목소리가 아닌 문장으로 기억하고 실감할 수 있다는 것은 전에 없던 경험이었다. 유영에게는 자신이 태어나기 전 사고로 세상을 떠난 언니 유경이 있었다. 부모님은 오랫동안 그 사실을 말하지 않았고, 유영은 중학교 1학년이 되어서야 엄마의 고백으로 언니의 존재를 알게 된다. 무겁고 가라앉은 집안 분위기 속에서 언니의 기일마다 엄마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며 자란 유영은 가족 안에서 자신의 존재를 의심하며 홀로 쓸쓸한 마음을 견뎠는데, 채팅으로 만난 델은 그런 유영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준다.

두 사람은 채팅창을 켜둔 채 “반짝이는 것”을 보는 의식을 함께한다. 눈을 감고 손등을 포개어 올리면 어둠 속에서 작은 빛의 무리에 둘러싸이는 기이하고 충만한 경험. 말하지 않아도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는 존재가 있다는 것에 유영은 큰 위로를 받는다. 둘이 처음 만난 날 유영이 충동적으로 다리 난간에 섰을 때 델은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 유영을 구한다. 유영 또한 주머니에 유리 조각을 넣고 다니며 제 몸에 상처가 나길 기다리는 델을 구하고 싶어 한다. 이처럼 두 사람은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며 서로에게 유일한 존재가 되어간다. 경진의 소설을 통해 유영은 불안했던 시절의 아픔과 아름다운 울렁거림을 또렷이 되새긴다.

그 충만한 느낌은 이유도 없이 나를 서글프게 했다. 그동안 알던 슬픔과는 다른 감정이었다. 찬란한 아픔. 아름다운 구역감. 뭔가 잘못되었다는 느낌. 말로 하면 빛바래고 어딘지 유치해지는 그 느낌을 나는 델하고만 공유했다. (85쪽)

어른의 세계에 속하고 난 뒤에도 둘은 문자와 메일을 주고받으며 관계를 지속하지만 어느 순간 경진은 유영의 부름에 답하지 않는다. 그리고 5년 만에 유영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보내온 것이다. 유영은 경진의 소설을 읽어갈수록 불길한 느낌에 사로잡힌다. 경진은 병원에 있었다. 둘은 다시 만나지만 함께할 시간이 많지 않다. 이미 건강이 나빠진 경진에게 유영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의 평화를 빌어주는 일뿐이다. 어릴 적 다리 난간에 선 자신을 삶으로 이끌었던 경진과 달리, 자신은 가진 전부를 걸어도 경진의 숨과 맞바꿀 수 없다는 걸 사무치게 인정한다. 유영의 손에서는 지난날 자신이 바닷가에서 주워 경진에게 준, 모서리가 마모된 작고 매끄러운 초록색 유리 조각이 작은 묘소처럼 반짝이고 있다.

선이 끊긴 뒤에야 남은 사람이 후회하는 엔딩,
그러한 결말은 원하지 않는다

유영과 경진이 함께한 시간과 더불어, 출국을 앞둔 유영이 본가에서 지내며 가족과 마주하는 시간 또한 소설의 중요한 축을 이룬다. 경진에게 엄마는 단 둘이 있기에 불편한 존재다. 유경의 그림자로 인해 엄마의 사랑은 과도한 걱정과 통제의 모양새를 띠었기에 유영은 엄마에게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쪽을 택해왔다. 반면에 할머니는 숨통을 틔워주는 존재다. 할머니와는 진지한 이야기와 농담을 무람없이 주고받으며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을 나눈다. 엄마는 유영이 중학생일 때 할머니와 연을 끊었다. 유경의 일로 딸이 슬퍼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할머니가 “이제 나아질 때도 안 되었냐”, “산 사람은 살아야 하지 않느냐”는 말을 무심히 내뱉자,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조차 아픔을 이해받지 못한다고 생각한 엄마는 할머니와 절연했다.

유영은 자신을 이곳에 붙잡아두려는 엄마와 부딪히면서도, 엄마와 할머니의 끊어진 관계를 잇기 위해 애쓴다. 그러나 낙상으로 거동이 어려워진 할머니를 자신이 돌보는 것을 당연시하는 엄마에게 유영은 또다시 상처받는다. 유영과 엄마, 엄마와 할머니 두 모녀의 관계는 유영이 경진을 떠나보내는 시간 속에서 변화한다. 자신이 경진에게 그랬듯 엄마와 할머니가 후회하지 않기를 바라는 아픈 각성이 서로를 움직인 것이다. 동시에 유영은 자기 안에 머무르던 유경의 존재도 새롭게 인식하며 자신이 간호사가 된 이유를 비로소 깨닫는다.

내가 떠나고 나서도 내내 두 사람은 평행선을 그릴 거였다. 한 사람의 선이 더는 이어지지 않고 끊긴 뒤에야 남은 사람이 후회하는 엔딩. 나는 그러한 결말을 원하지 않았다. (161쪽)

부서졌기에 볼 수 있는 삶의 찬란한 순간들
이제 그 치유의 시간을 ‘유리 조각 시간’이라 부르자

경진은 오래전 유영에게 자신이 고유한 존재라는 것을 잊지 않기 위해 소설을 쓴다고 말했다. 그리고 마지막 메일에서는 “내가 너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썼다며 “내 독자가 되어”달라고 말한다. 경진의 말을 곱씹던 유영은 “어쩌면 나의 고유함은 나 자신이 아닌 주변 존재들에 깃들어 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유리 조각 시간』에서 경진이 쓰고 유영이 읽는 행위는 문학이 우리에게 무엇이 될 수 있는지를 가슴 뭉클하게 보여준다. 현실에서는 다리 난간에 섰던 사람이 유영이었으나 소설에서 델이 되었듯, 소설을 거치면서 일어나지 않은 일이 기적처럼 일어난다. 경진이 소설을 통해 유영이 되고 유영을 살았듯, 유영 또한 이 소설을 함께 살고 함께 썼다. ‘유리 조각 시간’은 그 치유의 시간에 다름 아니다.

성수진 작가의 침착하고 섬세한 문장에는 존재와 삶의 불완전함을 긍정하는 따뜻한 시선이 담겨 있다. 과거와 현재, 기억과 소설, 만남과 이별이 교차하는 이야기 속에서 독자는 부서졌기에 빛나는 삶의 순간을 아름답게 목격할 것이다. 성수진은 지금 가장 주목해야 할 한국문학의 새로운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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