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선명하게 긋고 정교하게 매듭짓는 언어생활,
기울어진 곳에서 서로의 사다리가 되는 관계들
1부 ‘언어’에서는 사회생활의 기본이 되는 말과 글 사용법을 다룬다. 저자는 “낮은 목소리로 천천히 말하면서 상대에게 내 이야기를 들리게 하는 경험 자체가 여성의 성장기에 존재하지 않는” 탓에 “사석에서 말하는 습관을 공석으로 그대로 끌고 들어와버리는”(48쪽) 상황을 지적한다. 공적인 말하기에 익숙하지 않은 사회 초년생, 또는 “상대 기분 상하지 않게 에둘러 말하기”(20쪽)를 암묵적으로 강요당하는 여성들에게 유용한 말하기와 글쓰기 방법을 소개한다. 직장인들의 영원한 관심사이자 ‘골칫거리’인 쿠션어와 스몰토크, 호칭에 관한 가이드도 구체적으로 실었다. 주니어일 때는 무관했을지 모르나 시니어급이 되었다면 새롭게 고려해볼 만한 조언도 추가되었다. “스물네 살 때는 마흔네 살 먹은 선배한테 오히려 함부로” 할 수도 있었지만 “나이를 먹은 내가 요점만 분명히 하는 군더더기 없는 의사소통을 고수하면 강압적으로 느껴질 수”(22쪽) 있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2부 ‘네트워크’의 주제는 업무를 잘하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일터의 인간관계다. 사람 문제는 회사생활의 가장 큰 변수이고, 좋은 관계를 모색하고 유지하는 것은 여성이 커리어를 장기적으로 바라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저자는 문화적으로 견고한 남성 네트워크를 지적하는 동시에 여성들이 사교 대상을 좁게 선택하는 ‘경향’이 있음도 발견한다. 이는 “남성 연대에 대한 나름의 저항”(93쪽)이기도 하지만 “여성들끼리만 주고받을 수 있는 정보”(84쪽)가 있다는 사실도 잊지 말라고 말한다. 당장의 필요만 의식하기보다는 다른 업계 사람들과도 두루 어울려보기를 권한다. 술자리 문제, ‘소문’을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것, 흔히 언급되는 ‘여성적 리더십’에 대한 반론, 선후배 관계에서 조심할 내용 등도 들어 있다.
“뛰어난 극소수 여성만이 성공하기보다 보통의 퍼포먼스를 내는 여성 다수가 지금보다 더 오래 일하며 더 높이까지 오르는 모습을 봤으면 한다. 실무에 능한 여성이 팀장이 되고 관리직이 되면서 한창 실무를 하던 때의 총기를 잃는다는 말을 종종 듣는데, 그것은 여성의 문제만은 아니다.” _115쪽
번아웃을 예방하는 마음의 근육,
판을 짜고 보상을 쟁취하는 일잘러 가이드
3부 ‘마인드셋’에서는 감정과 마음의 문제를 이야기한다. 아무리 일을 잘하고 네트워크가 단단하다 해도 ‘마음 관리’ 없이는 오래 일하기 어렵다. 새로 추가된 첫 글에서 저자는 초판 출간 후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인 ‘번아웃’에 대해 답한다. 고생한 자신의 경험이 바탕이 되었다. 속도를 내고 앞서가는 데 열중하는 시기에는 ‘쉬엄쉬엄하라’는 주변의 충고가 들리지 않기에, 우리가 오래 일하기 위해 어떤 것을 조심하고 어떤 태도를 지향해야 할지 정리했다. ‘자신감’에 관한 글은 ‘지나치게’ 현실적이어서 위축되기 쉬운 여성들에게 용기를 준다. 때로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필요하며 “갖춘 것보다 못 갖춘 게 많은 시절에는 특히 그렇다.” “될지 안 될지 모르고 덤비는 호기로움은 현실주의자들이 평생 갖지 못할 기회”(151쪽)를 만들어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작정한’ 악의에 대처하기, 나의 행불행뿐 아니라 타인의 행불행에 흔들리지 않기, 차별을 인지하되 ‘그다음’으로 넘어가기, 남의 프레임에 말리지 않고 자신의 다양한 감정들을 섬세하게 구별하기 등도 일에 필요한 마음의 중심을 잡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4부 ‘커리어’의 첫 글은 이 책의 초판과 개정증보판 사이의 업무 환경을 가장 크게 변화시킨 인공지능(LLM)에 대한 이야기다. 기자로서 LLM 사용 전에 비해 현재 업무 강도에서 비교할 수 없는 혜택이 있음을 말하면서도, 어떤 부분에서만큼은 절대 LLM을 쓰지 않는지, 예측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미래를 위해 무엇을 대비할 수 있을지 말한다. 이어서, 어깨너머로 알음알음 얻을 뿐 누가 속 시원히 말해주지 않는 ‘일잘러’ 팁이 차례로 소개된다. 현실적으로 ‘불평등’한 임금 문제, 수입을 ‘알리지 않고’ 똑똑하게 관리하는 법, 취직과 이직 시 고려하고 주의할 점, 레퍼런스 체크와 휴가 사용법까지 알아두고 새길수록 ‘조용한 무기’가 되어줄 내용들이다. 그 모든 것 이전에 제일 좋은 커리어 관리는 “또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217쪽)이 되는 것이며, 책의 마지막 글의 마지막 문장도 깊이 새길 만하다. “내가 하는 일이 나라고 생각하고 충실하게 시간을 보내는 경험은 성취감과 즐거움을 주지만, 일이 나라는 인간의 전부는 아니다.”
“프로가 된다는 것은 꾸준히 단련하고 (최악의 상황에서조차) 일정한 아웃풋을 만들 수 있으며 자신과 타인의 실력과 능력치를 가늠해 협업에 용이한 사람이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일을 좋아하는 것 이상으로 좋아한다고 느낄 때는,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나와 일해서 좋다고 표현할 때다.” _22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