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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꿉
소등
피식자의 만찬

작가의 말
저자 소개
저자 : 박규민
제15회 대산대학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가급적 매일 소설을 쓰고자 노력하고 그중 일부만 세상에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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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그늘 단편선 004 『밤에 찾아온 손님』

스릴러, 판타지, SF, 미스터리, 문학을 고루 다뤄 오던 소설 브랜드 ‘그늘’에서 국내 소설 단편선을 기획했다. 우리 문단에서 주목받는 작가들의 반짝이는 작품들을 모아 차례로 선보일 예정이다. 세상의 모습을 담은 ‘문학’이라는 거울은 우리를 비춘다. 거기에는 그 책을 읽는 우리의 삶도, 그리고 저마다 다른 에너지를 가진 젊은 작가들의 시간 역시도 담겨 있다.
장르에 상관없이 세상의 목소리를 내는 작품이라면 무엇이든 모았다. 한 손에 들어오는 이 책은 언제 어디에서든 펼칠 수 있다. 이야기가 일상에 스며드는 동안 작은 파동이 독자들에게 전해지기를 바라며 소설을 가로지르는 다정한 통찰을 책의 등에 담았다. 시리즈 도서를 책장에 모아 꽂으면 힘이 있는 각각의 서사들이 모여 하나의 세계를 짓게 된다. 기본에 충실한 흑백의 이미지는 독자들의 내면에서 조화를 이룬다.
그늘 단편선 시리즈는 총 세 편의 단편이 담긴 짧은 단행본이다.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읽을 수 있지만 마음에 오래 남는 이야기들이다. 우리 일상에 깃든, 우리를 닮은 세 편의 이야기를 통해 서사를 읽는 기쁨과 즐거움이 독자들의 마음에 가닿기를 바란다.

일상의 소등 뒤에 비로소 보이는 진실

우리가 온종일 타인에게 보여주었던 수많은 표정 아래에 과연 어떤 얼굴들이 숨어 있을까. 가장 익숙한 공간인 집으로 돌아와 조명을 끄는 그 잠깐의 정적에서 자신도 외면해왔던 스스로의 민낯과 마주하기도 한다. 이처럼 일상의 커튼이 내려간 뒤에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도 있다.
『밤에 찾아온 손님』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일상의 조명이 꺼진 뒤에야 드러날 비굴한 민낯을 저마다 숨기고 있다. 이들은 타인에게 보여주는 몇 개 되지 않는 표정만으로 분명한 인간관계를 지탱해 간다. 이러한 모습에서 우리는 괴리감보다 기이한 공감과 동질감을 느낀다.
단편집의 문을 여는 「소꿉」은 이모의 반려견 빠삐를 돌보는 대학원생 ‘세준’이 연인 ‘수잔’을 이모의 집으로 초대해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려낸다. 수잔이 2층에서 발견한 상자는 세준이 그간 공들여 쌓아 올린 거짓말을 단숨에 무너뜨렸다. 세준의 비밀이 담긴 그 상자는 둘 사이의 신뢰를 돌이킬 수 없는 파멸로 이끌고 만다. 세준은 연인 수잔에게 이모의 집이라 속이며 화려한 공간을 누리지만 실상 그곳은 그가 학위와 미래라는 인질이 잡힌 채 지도교수의 반려견을 돌보는 공간에 불과하다. 그가 빠삐를 돌보는 행위는 표면적으로는 성실함으로 보이지만 사회의 비대칭적 권력 구조에 순응하는 비굴함일 뿐이다.

수잔에게 필요한 것은 명쾌한 해명뿐이었다. 세준이 평범한 피해자이기만 하면 수잔은 모든 걸 이해해 줄 수 있었다.
_「소꿉」中

사회라는 커다란 권력과 압박 앞에서 우리는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가. 박규민은 현대인이 쓴 사회적 가면을 벗겨내며 그 안에 도사린 진정한 얼굴을 우리 앞에 펼친다. 사랑조차 권력 관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무엇보다 가장 친밀한 연인이 실상은 가장 낯선 타인일 수 있다. 『밤에 찾아온 손님』이 그려내는 미세한 균열을 보며, 어쩌면 우리가 외면해 오고 있던 진실을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밤이 되면 찾아오는 불편한 손님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이번 단편집은 일상의 조명이 꺼진 뒤 비로소 보이는 불편한 진실들을 폭로한다. 학위와 미래를 위해 살아온 한 남자의 비굴한 성실함부터, 불청객을 앞에 두고 도덕적 신념과 불신 사이에서 위태롭게 갈등하는 「소등」, 방관이라는 이름으로 외면했던 과거의 폭력이 현재의 식탁 위에서 어떤 그로테스크한 복수로 되돌아오는 「피식자의 만찬」까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과 소재를 통해 인간의 내면을 또렷하게 조망함으로써 독자를 흔들어놓는 매력적인 이야기이다.
『밤에 찾아온 손님』은 견고한 일상에 날카로운 균열을 심어 내는 데서 시작한다. 제목이 암시하듯 평온한 일상의 공간에 침입한 이질적인 손님을 통해 우리가 신뢰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덮어두었던 위선이 드러나는 순간을 포착한다.
손님은 불시에 찾아오는 타자다. 동시에 우리가 억눌러 온 죄책감과 욕망의 형상이다. 어쩌면 끝내 외면하고 싶던 비겁한 자아 그 자체일 수도 있다. 여기서 아이러니한 점은 이러한 ‘손님’을 마주하는 순간, 평온하게 보내온 나의 하루에 대해 스스로 의구심을 품게 된다는 사실이다. 믿음과 불신 사이에서 흔들리는 진정성을 마주하는 그 순간, 우리는 비로소 깨닫는다. 무사히 보낸 오늘 하루의 진짜 얼굴이 기만과 방관이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러면 조금 더 그 지점을 파고들 수 있게 된다. 나와 타인의 선량함은 비겁함의 다른 표현 방식이 아니었을까, 우리의 일상은 누군가의 고통을 외면한 대가가 아닐까……. 그런 생각들로 머릿속을 가득 채우다 보면 제 발로 찾아오는 이 손님들의 방문이 무척이나 중요하다. 그들에게 압도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어야 한다. 인간은 모순적이다. 이 소설은 그 민낯을 잘 드러내고 있다. 그러면서도 인간성을 유지하는 일, 또 그러한 과정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유지하고 회복해야 하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나와 타인의 선량함은 비겁함의 다른 이면이 아닌지, 우리의 일상은 누군가의 고통을 외면한 대가는 아닌지 말이다. 그렇기에 밤이 되면 제 발로 찾아오는 이 손님들에 압도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해야 하지 않을까? 인간의 민낯과 복잡한 모순을 가감 없이 묘사하며 인간성을 유지하는 일의 지난함을 드러내면서도 우리가 유지하고 회복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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