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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나의 꽃이 지고 하나의 꽃이 핀다

보고 싶으면 사랑하고 혹은 울고
여기는 루강의 옛 거리
들다, 섬
의심하지 않기로 한다
표를 예약했다
각래관세간 유여몽중사却來觀世間 猶如夢中事
행운이 점쳐지지 않나
청록빛 노을이 진다
나무는 자라고 나는 작아진다
그런 가만한 응시의 눈빛이란
애절양哀絶陽 남포에서
하나의 꽃이 지고 하나의 꽃이 핀다
그래도 나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서서
하얀 밤을 건넜었던가
無住, 어디에도 머물지 말라
의심 없는 아름다움이란
우울의 연대
지나가는, 모든
나는 견딜 만해, 아프지 마 너는
하나 둘, 다시 하나
꽃이 피면 꽃이 피었다고
새뜰마을
가을이 갈 때까지
보성여관 가는 길
레미니슨스
어디 가지 마, 어디 가지 말고 거기에
돌연한 향기
도도한 사랑이 발자국을 지우며 간다

2 다시 향이 채워지고 나는 아직 살아있다

때가 되면 날아와 유영하는 바람은 영원하리니
멀리서 아름다운
그래도 아득한 바다에서
다시 물이 밀려온다
그네를 탔다
밀려나는 먼바다뿐이잖아
풀을 환대하라
그러니까 빈집 빈집 빈집, 하고 노래를 하면
기다리는 꽃섬 花島가 있다
사랑해바다, 라고
그해 무섬
가지런한, 마음
눈물이 콧물이
바라보다, 창
La Foret, 숲에서
숲이 운다
비 내리는 사려니숲
다시 향이 채워지고 나는 아직 살아있다
삿포로의 밤
다시 붉은 가을을 걷고 싶어
오늘 우리는, 섬으로 간다
바다 위의 기도
그림들, 순간들
달 산책
서쪽, 매일 밀려오는 하루의 노을만큼만 무심히
부서지다, 모든
겨울 배웅
덕유의 雪

3 그것이 신이든, 사랑이든, 삶이든

잠이 먼저 올까 눈이 먼저 올까
꽃, 지다
그냥
흠이 난 자리, 상흔
혁명광장, 블라디보스토크
에어로로 탐미할 것
순긋해변에서
그런 멘트는 절대 하지 말고
의심 없이 온당하다
파랑과 초록 사이 나무 아래
강물, 흐르다
오늘은 가만히 뜬 온달
외씨버선길, 13.9km
참 와닿지 않느냐고
돌아가고 싶을 때가 있다
고향 바다였을까
그것이 신이든, 사랑이든, 삶이든,
말리는 일이란
파랑을 보았다
덕천 마을, 마을터 돌
하서리 바다에서
공소시효가 지난 어느 봄날을 고백하며
무지몽매 중생의 기록
참 쓸쓸한 일이 아닌가
차 안, 긴 정적은 흐르고
묻지 않기로 한다
두근거렸다
가을 연가 - 세 모녀의 강진 7일 여행기
저자 소개
저자 : 최영실
에세이스트이자 칼럼니스트. 문화 예술을 다루는 ‘최영실의 소소살롱’과 여행 에세이 ‘훌훌훨훨’을 매체에 연재하고 있다. 초대 사진전 《호모 비아토르》를 시작으로 다수의 사진전을 개최하였다. 저서로는 여행 산문집 『지금 바다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을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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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SNS가 사랑하는 에세이스트 최영실의 신작 사진산문집
소소한 길 위에서 발견한 철학적 단상과 찰나의 이미지
인공지능 시대, 광속의 세상에 던지는 ‘우아한 저항’

SNS를 통해 시적인 산문과 따뜻한 문체로 많은 사랑을 받아온 에세이스트 최영실 작가가 두 번째 신작 『산책』을 발간한다. 이번 신간은 목적지를 두지 않는 길 위의 시간, 혹은 소소한 일상의 머무름 속에서 느끼는 사유와 시선을 글과 이미지로 풀어낸 사진 산문집이다.

마음이 고요해야 주변의 모든 자연과 생명이 깨어있음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존재를 긍정하며 걸은 소요의 시간을 통해 작가는 삶을, 사랑을 사색한다. 그에게 여행이란 인간에 대한 연민과 자연에 대한 경의를 잃지 않고 스며드는 산책과 같다. 뷰파인더를 통해 포착된 찰나의 순간은 그 모든 감정이 담겨 깊은 울림을 준다.

작가는 책을 통해 “인공지능이 0과 1 사이를 광속으로 가로지를 때, 인간은 여전히 한 걸음과 다음 걸음 사이에 머무르는 온기를 감각할 수 있는 존재로서의 품격을 가진다”고 전하며, 각자의 속도를 잃지 말아야 한다는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평소 유려한 문체와 깊이 있는 시선을 보여준 최영실 작가의 문장은 점점 빨라지는 세상을 향해 던지는 우아한 저항으로 읽힌다.

한편, 최영실 작가는 일간지 문화예술에 관련된 기고 칼럼과 여행 에세이 연재 활동 등 활발한 집필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또한 사진 초대전 『호모 비아토르』 외 다수의 사진 단체전과 기획에 참여하며 글과 사진을 아우르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저서로는 여행 산문집 『지금 바다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을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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