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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저자 : 셀린 켈러 Celine Keller
독일 출신의 퀴어 아티스트이자 일러스트레이터, 그래픽노블 작가. 기후위기, 생태 전환, 사회 정의를 주제로 작업하며, 예술과 서사를 결합해 정치·사회적 의제를 전달한다. 그래픽노블 형식을 통해 탈성장과 기후정의, 생태위기 담론을 시각적으로 풀어내며, 학술적 논의를 더 넓은 독자층과 연결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가치에 맞는 곳에 재능을 쏟는다”는 원칙 아래,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붕괴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사회적·기후적·생태적 정의를 촉진하는 작업에 기술과 시간을 집중하고 있다.

역자 : 김현우
탈성장과 대안연구소 소장.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진보신당 정책연구원,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으로 활동하며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위한 연구와 실천을 이어왔다. 현재는 〈탈핵신문〉 이사장으로 신문 발간을 돕고, 기후위기 교육과 탈성장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쓴 책으로 『안토니오 그람시』, 『정의로운 전환』 등이 있으며, 함께 쓴 책으로 『인권으로 살펴본 기후 위기 이야기』, 『착한 에너지 나쁜 에너지 다른 에너지』, 『탈핵』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블루 뉴딜』, 『적을수록 풍요롭다』, 『녹색 노동조합은 가능하다』, 『GDP의 정치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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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무한 성장을 향한 전쟁과 붕괴하는 미래,
지금 ‘탈성장’을 말해야 하는 이유

기후위기 시대에 자주 들리는 말 가운데 하나는 “지속가능한 성장”이다. 정부도, 기업도, 국제기구도 성장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한다. 경제는 계속 커져야 하고, 소비는 유지돼야 하며, 기술 혁신이 결국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믿음도 여전히 강력하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폭염과 산불, 홍수와 가뭄은 해마다 기록을 새로 쓰고, 생태계 붕괴와 불평등 역시 가속화되고 있다. 2023년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를 웃도는 상태가 한 해의 3분의 1 이상 지속했고, 기후학자들은 이를 “말 그대로 충격적인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그런데도 우리는 왜 멈추지 못하는가. 이 책은 그 이유를 ‘성장 지상주의’와 그것을 유지하려는 거대한 정보 전쟁에서 찾는다. 화석연료 산업과 초국적 자본, 기술 엘리트들이 무한 성장의 신화를 유지하기 위해 대중의 공포를 조직하고, 탈성장을 왜곡하며, 다른 미래를 상상하지 못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누가 탈성장을 두려워하랴》는 오늘날 가장 논쟁적인 개념 가운데 하나인 ‘탈성장(Degrowth)’을 둘러싼 오해와 반론, 두려움과 가능성을 그래픽노블 형식으로 풀어낸다. 등장하거나 언급된 관련 인물만 180여 명에 이르며, 경제학·생태학·정치철학·사회운동의 논쟁을 유머와 풍자, 인터뷰와 인포그래픽을 통해 직관적으로 전달해 독자를 거대한 토론의 현장 속으로 끌어들인다.

이 책은 탈성장을 하나의 교리처럼 설명하지 않는다. 오히려 찬성과 반대, 조롱과 반박, 학자와 활동가, 정치인과 언론인의 실제 발언을 충돌시키며 논쟁 그 자체를 무대 위에 올린다. 독자는 마치 공개 토론회를 지켜보듯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경제성장이 인류를 구했다고 주장하는 논객 옆에는 성장의 혜택이 얼마나 불평등하게 분배되었는지 지적하는 연구자가 등장하고, 기술 혁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낙관론 옆에는 플라스틱 산업과 화석연료 자본의 현실을 추적하는 탐사보도가 이어진다. 이 책을 읽으며 독자는 “왜 우리는 GDP를 삶의 기준처럼 받아들이고 있을까?”, “기술 발전은 누구를 위해 작동해 왔는가?” 같은 질문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된다.

탈성장은 무엇을 비판하고 무엇을 바꾸려 하는가
성장의 광기를 넘어, 다른 경제를 상상하다

많은 사람은 탈성장을 “가난해지자는 주장” 혹은 “경제를 망치자는 이야기” 정도로 이해한다. 그러나 이 책이 반박하는 바에 따르면 탈성장은 경기침체가 아니며, 무조건적인 축소나 금욕주의도 아니다. 경기침체는 성장에 의존하는 경제가 실패했을 때 나타나는 파괴적 현상이지만, 탈성장은 생태적 한계 안에서 인간의 웰빙을 높이기 위해 불필요하고 파괴적인 생산을 민주적으로 줄여나가는 계획적 전환이다. 경제인류학자 제이슨 히켈은 “성장에 의존하는 경제가 성장을 멈추면 경기침체가 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전혀 다른 경제입니다. 끝없는 성장이 아니라, 인간의 웰빙을 중심에 두는 경제 말이에요”라고 말한다.

책은 성장 자체보다 “성장 없이는 유지될 수 없는 사회 구조”를 문제 삼는다. 끝없는 GDP 증가를 정상 상태로 간주하는 현재의 경제시스템은 자원 고갈과 기후 재난, 극단적 불평등을 끊임없이 재생산한다. 친환경 기술 몇 가지를 덧붙인다고 해서 이 구조가 바뀌지는 않는다. 경제학자 티모테 파리크는 경제를 인간의 신진대사에 비유한다. 성장기의 아이는 많이 먹어야 하지만, 성인이 된 뒤에도 계속 먹기만 한다면 그것은 건강이 아니라 질병이라는 것이다. 탈성장은 굶주리는 다이어트가 아니라, 성숙한 몸의 필요에 맞게 균형을 회복하는 일에 가깝다.

특히 이 책은 무한 성장이라는 신화를 해부한다. 생태경제학자 요르고스 칼리스는 이를 “경제적 이성의 광기”라고 부른다. “연 3% 성장률만 유지해도 경제 규모는 24년마다 두 배가 됩니다. 유한한 행성에서 무한 성장은 광기입니다.” 성장주의자들은 기술 발전을 통해 환경 파괴 없이도 경제성장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탈동조화(decoupling)’다. 그러나 책은 이것이 물리 법칙과 생태적 현실을 무시한 환상이라고 지적한다. 경제성장과 인간의 삶의 질 사이에도 명확한 역설이 존재한다. 프레스턴 곡선이 보여주듯,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을 넘어선 뒤에는 GDP 증가가 기대수명이나 행복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책은 또한 오늘날의 혁신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는다. 더 빠른 주식 거래 알고리즘, 광고 클릭을 유도하는 기술, 더 깊은 지층의 석유를 시추하는 기술이 과연 인류를 위한 진보인가? 탈성장은 기술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혁신의 방향을 공동체와 돌봄, 공공성과 생태적 지속가능성으로 바꾸자고 제안한다. 지역 화폐, 노동 커먼즈, 수리 네트워크, 공유 시스템 같은 공동체 혁신이 그 사례로 제시된다. 이 과정에서 책은 플라스틱 산업을 화석연료 자본의 ‘플랜 B’로 분석한다. 탐사보도 기자 에이미 웨스터벨트는 이렇게 말한다. “플라스틱은 새로운 석탄입니다. 플라스틱 확대는 화석연료 산업의 플랜 B입니다.” 운송과 에너지 분야에서 화석연료 수요가 감소하자, 석유 기업들이 플라스틱 생산을 통해 새로운 수익 구조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의 피해는 저소득층과 유색인종 공동체에 집중된다. 기후위기와 환경오염은 결코 중립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탈성장은 어떤 미래를 꿈꾸는가
결핍이 아닌 돌봄과 공공의 풍요

《누가 탈성장을 두려워하랴》는 기후위기를 환경 문제에만 한정하지 않는다. 성장 중심 경제가 글로벌 불평등과 식민주의 구조를 유지해 온 방식도 중요한 축으로 제시된다. 글로벌 노스의 과잉 소비와 자원 독점이 글로벌 사우스의 착취 위에서 유지됐다는 지적, 그리고 탈성장이 단순한 절약이 아니라 정의와 탈식민화의 문제라는 논의는 기존 환경 담론과 구별되는 지점이다. 탈식민·탈성장 운동가 제이미 타이버그는 탈성장을 “탈식민화를 향한 지적·정치적 투쟁의 도구”라고 설명한다. 환경사상가 볼프강 작스는 “발전이라는 개념은 오늘날 지적 세계에 폐허처럼 남아 있다”라고 말하며, 성장과 발전을 동일시한 근대의 상식을 비판한다.

이 책에 따르면 탈성장은 과거로 돌아가자는 주장이 아니다. “무엇을 줄이고 무엇을 늘릴 것인가”에 관한 질문이다. SUV와 광고 산업, 계획적 진부화 같은 파괴적 방식은 축소해야 하지만, 돌봄·보건·교육·공공서비스 같은 영역은 오히려 확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쟁과 과잉 생산 대신 충분성과 공동체, 돌봄과 공공의 풍요를 중심에 두는 사회가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이 책 전체를 관통한다. 아울러 탈성장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권위주의적 주장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전 지구적 오염을 유발하면서도 사회에는 거의 기여하지 않는 글로벌 엘리트들의 과잉 소비와 생활양식을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소비 축소의 대상은 절대다수의 평범한 시민이 아니라, ‘오염 유발 엘리트’들이다.

또한, 이 책에서 유토피아는 완성된 설계도가 아니다. 그것은 현재의 모순을 끊임없이 교정하며 더 나은 방향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나침반’에 가깝다. 경제학자 티모테 파리크는 탈성장이 “(매트릭스의) 빨간 약처럼 현재 상태를 바꾸려는 유토피아적 상상력”이라고 설명한다. 왜 경제는 계속 성장해야만 하는가? 왜 더 많이 생산하고 소비하는 삶을 발전이라고 믿게 되었는가? 기술과 효율은 정말 모두를 위한 것이었는가? 기후위기의 시대에 인간다운 삶과 민주주의를 유지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사회를 상상해야 하는가? 《누가 탈성장을 두려워하랴》는 이처럼 우리가 너무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겨온 성장의 상식을 다시 묻는다. 이 독특한 그래픽 논픽션은 독자가 경제와 생태, 정치와 일상의 문제를 한꺼번에 사유하게 할 것이다.

저자의 말

한국의 독자들에게. 윤석열이 계엄령을 선포한 내란의 밤 직후 장희수(매사추세츠대학교 미디어 법·윤리학과 조교수)는 이렇게 썼습니다. “민주주의의 후퇴와 제도의 붕괴가 이어지는 시대에, 정의와 투명성을 지키려는 한국의 투쟁은 강인한 회복력의 증거다.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은 모두의 책임이며, 그 교훈은 국경을 넘어 이어진다.” 군인들에 맞서 맨손으로 민주주의를 지켜낸 사람들, 그리고 불평등한 세상에 맞서 변화를 요구한 여러분이 이 책을 읽게 되어 매우 영광입니다. 여러분은 제게 큰 영감을 줍니다. 감사합니다.
- 2026년 5월 9일, 셀린 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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