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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부 | 산에 핀 꽃보다 더 많은 별

2부 | 일어나지 않아야 했던 비극

3부 | 눈 속에 묻힌 진실

4부 | 사라지지 않는 기억들

5부 | 별과 꽃이 다시 만나는 자리

6부 | 아바의 <치키티타>와 <페르난도>를 사랑하는 여인
저자 소개
저자 : 안원근
전라북도 전주에서 태어났다. 영생고등학교를 거쳐 원광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다. 순천매산고등학교에서 국어교사로 30여년을 봉직했다.
출간한 작품으로 시대의 아픔과 무기력한 시류에 편승하여 타인을 배제하고 자신만의 욕망을 실현시키려는 인간 군상을 그려낸 《욕망의 늪》과 구조적으로 모순된 기존 질서로 구축한 파렴치한 권력이 어떤 방식으로 대대로 이어지면서 국가 폭력이 자행되는가를 들여다보는《광주는 현재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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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분단의 상처 위에 피어난 사랑과 기다림의 서사”

안원근 작가의 신작 『기차는 지리산에 멈추고』는 한국전쟁이라는 거대한 역사적 비극 앞에 선 평범한 인간들의 이야기다. 《욕망의 늪》, 《광주는 현재다》로 한국 현대사의 구조적 모순과 권력의 폭력성을 날카롭게 파헤쳐 온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는 그 시선을 더욱 깊은 곳으로 내린다. 이념의 언어가 아닌, 한 인간의 마음속에서 피어난 사랑의 언어로.
소설은 지리산 자락의 산채 마을과 대동강변 세석의 포구 마을이라는 두 개의 공간을 무대로 삼는다. 이 두 공간은 단순한 지리적 배경이 아니다. 작가가 작가의 말에서 직접 밝히듯, 이곳은 "너와 나, 내 편과 네 편, 선과 악으로 나누어진 이분이라는 어리석음을 뛰어넘는 상징적 공간"이다. 그 상징의 중심에 세석과 산채가 있다.
인민군 소대장으로 지리산 마을에 주둔하게 된 세석은 전쟁의 논리에 충실한 군인이면서도, 민간인의 생명과 존엄만은 결코 해쳐서는 안 된다는 신념을 지닌 인물이다. 그러한 세석 앞에 별빛을 사랑하는 소녀 산채가 나타난다. 두 사람의 만남은 필연처럼 깊어지지만, 전쟁은 선한 의지만으로는 멈추지 않는다. 총성과 폭격 속에서 사랑은 눈 속에 묻히고, 진실은 오래도록 산에 남겨진다.

“별이 지고 꽃이 피는 사이, 그들은 끝내 서로를 잊지 않았다.”

작가는 6부에 걸친 서사를 통해 이 이야기를 섬세하게 직조해 낸다. 1부 「산에 핀 꽃보다 더 많은 별」에서 시작된 서정적 묘사는 전쟁의 비극과 인간의 욕망이 충돌하는 중반부를 거쳐, 「사라지지 않는 기억들」과 「별과 꽃이 다시 만나는 자리」에서 깊은 울림으로 귀결된다. 마지막 6부 「아바의 〈치키티타〉와 〈페르난도〉를 사랑하는 여인」은,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도 여전히 그 기다림과 기억 속에 살아가는 한 인간의 초상을 조용하고 아름답게 담아낸다.
이 소설이 특별한 이유는, 그것이 단순히 전쟁 서사나 멜로드라마에 머물지 않는다는 데 있다. 작가 안원근은 30여 년간 국어교사로 살아온 사람의 언어로, 분단이라는 현실을 만들어 낸 언어의 오염과 지도자들의 탐욕을 조용히 고발하면서도, 그 모든 상처 위에 인간적 유대와 사랑의 가능성을 놓는다. 묵직하되 아름답고, 슬프되 따뜻한 문장들은 독자를 지리산의 산봉우리 아래, 비 내리는 대동강 포구 앞으로 고요히 데려다 놓는다.
전쟁의 기차는 지리산에 멈추었지만, 사랑은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그 사랑은, 지금 이 시대에도 유효한 질문을 우리에게 건넨다. 너와 나를 가르는 선은 누가 그었는가. 그리고 우리는 언제쯤 그 선을 함께 지울 수 있을 것인가.

책 속에서

봉우리는 사람과 사람과의 싸움을 제일 싫어했다. 봉우리는 태곳적부터 천지를 우러르며 자리를 지켜왔던지라 사방의 시각으로 삼라만상을 살피며 위의 있는 자세를 잃지 않고 세상의 수범이 되어 왔다. 자연으로서 봉우리는 그러했지만, 인도적인 사고를 가지고 자리를 지켜 가는 봉우리는 사람 사는 세계는 번잡한 것이어서 사소한 실수나 시비로 소리를 높이고 삿대질하는 것이야 예사로 보았다.
-19쪽, 〈1부 산에 핀 꽃보다 더 많은 별〉 중에서

그러나 봉우리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싸움은 집단과 집단, 그리고 국가와 국가 간의 싸움이었다. 그것은 싸움이 아니고 살육이고 도살이고 학살이었다. 인간이라고 부르는 언어라는 지칭이 혐오스럽고, 부끄럽고 더러웠다.
-19쪽, 〈1부 산에 핀 꽃보다 더 많은 별〉 중에서

산채는 그럴 때마다 여기저기 살피며 안절부절 어쩔 줄을 모르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다 좀 엉뚱하다 싶게 별 하늘의 별을 따서 갖고 싶을 때가 있었다.
“저 별을 주워 담으려면 몇 밤을 자야 하지? 저 별을 주워 담으면 어떤 그릇에 담아놓지? 저 별을 모두 주워서 담았다고 해도, 그럼 어디에 두어야 하지?”
산채는 하나의 질문은 생략해 버렸다.
“별을 누구랑 따지?”
-27쪽, 〈1부 산에 핀 꽃보다 더 많은 별〉 중에서

기차는 장터 마을까지 들어오지 않았다.
세석과 인민군 부대를 태운 기차는 지리산 장터 마을과 연접한 읍내 정거장에서 멈췄다. 인민군 부대가 읍내 정거장에 도착한 그날도 여느 밤과 다름이 없었다. 봉우리를 감싸 안고 노닐던 서늘한 산바람이 정거장으로 내려왔고, 별빛은 어제처럼 맑고 깨끗하게 햇볕에 그을리고 때에 찌든 거무튀튀한 정거장을 씻어 주었고, 정거장을 밝히는 촉수 낮은 플랫폼 등불은 힘이 모자라서인지 가물가물 조는 듯했다.
-62쪽, 〈2부 일어나지 않아야 했던 비극〉 중에서

세석은 먼저 다짐을 밝혔다. 이유 불문하고 마을 사람들에게 해가 되는 언행은 절대 하지 않겠다고. 그런 다음 세 가지 규범을 선언했다.
“첫째, 우리 인민군 부대는 장터 마을 어른들께 예의를 갖추어 공경함으로써 인민군의 품위를 지키겠습니다. 둘째, 마을 구성원 여러분의 일상이 우리가 주둔하기 이전과 똑같이 이루어지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셋째, 혹시 우리 부대원이 불미스러운 언행을 했을 경우, 저에게 직접 말씀해 주십시오.”
-68쪽, 〈2부 일어나지 않아야 했던 비극〉 중에서

살다 보면 안다.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아니고, 일어나기를 바란다고 일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기어이 일어나고 마는 일들이 있다는 것을.
-73쪽, 〈2부 일어나지 않아야 했던 비극〉 중에서

“우선…… 장터 마을에 주둔한 인민군 부대를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인민을 위해 복무해야 할 군인이 인륜을 저버리는 일을 저질렀다는 사실에… 뼈가 깎이는 듯한 고통을 느낍니다. 저희는 전쟁을 수행하는 군인입니다. 지휘부의 전략과 전술에 따라 움직이도록 훈련받았습니다. 그러나 작전의 대상은 어디까지나 군인과 군사 시설이어야 합니다. 민간인은 결코 그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89~90쪽, 〈2부 일어나지 않아야 했던 비극〉 중에서

어머니는 인간에 대한 신뢰의 싹을 틔웠고, 누나는 그 꽃을 피웠으며, 산채는 인간을 무한히 믿어도 좋다는 것을 보여 준 아름다운 열매라고. 세석이 두 번째 병문안을 마치고 무언가를 예감한 듯 병실 문을 열고 나서며 산채에게 나지막이 건넨 말이었다.
-128쪽, 〈3부 눈 속에 묻힌 진실〉 중에서

“마고 할머님! 저의 애타는 소원이 무엇이냐구요? 지금 겨울 산은 하얀 눈으로 덮여 있잖아요. 산속에서 먹고 입고 잠자기가 얼마나 힘드실까요. 마고 할머님은 저보다 산의 형편을 훨씬 잘 아시겠지만, 그래도 한 가지만 부탁드려요. 저의 선생님께 먹을 것, 입을 것, 잠잘 곳을 마련해 주세요. 이름을 함부로 불러 죄송하지만, 세석이에요. 작은 보석이라고도 해요.
-139~140쪽, 〈4부 사라지지 않는 기억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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