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본문의 흐름
문무왕, 만파식적, 수로부인, 처용랑, 경순왕까지
이 책의 앞부분은 문무왕에서 신문왕에 이르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이 구간에서는 나당전쟁, 사천왕사와 문두루비법, 문무왕의 동해 용 전승, 감은사와 이견대, 만파식적 설화가 서로 이어지며 통일 이후 신라가 맞이한 국가적 위기와 그 위기를 기억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중간부에는 성덕왕에서 경덕왕에 이르는 시기의 이야기들이 놓인다. 성덕왕 대의 구휼과 봉덕사, 수로부인 설화, 효성왕대의 관문 축조와 대외 관계, 경덕왕과 충담 스님·표훈 대덕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이 대목에서는 정치와 불교, 향가와 차 문화, 산신신앙과 왕실 의례가 함께 어우러진 신라 문화의 여러 결을 살필 수 있다.
후반부는 혜공왕에서 경순왕까지 이어지는 신라 하대의 흐름을 다룬다. 혜공왕대의 기이한 징조와 귀족 반란, 원성왕의 즉위와 꿈의 해석, 흥덕왕과 앵무새, 신무왕과 염장, 경문왕의 비밀, 처용랑과 망해사, 진성여대왕과 거타지, 경명왕과 경애왕, 김부대왕 곧 경순왕의 이야기를 통해 신라 말기의 정치적 동요와 왕조의 마지막 장면이 차례로 드러난다.
책의 말미에는 남부여·전 백제·북부여, 무왕, 후백제와 견훤, 가락국기 등 백제·후백제·가야 관련 항목이 배치되어 있다. 이는 〈기이 2〉편이 통일 이후 신라의 역사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삼국유사』가 품고 있는 고대 국가들의 다양한 전승과 기억을 함께 보여주는 편목임을 말해준다.
오늘의 독자를 위한 『삼국유사』 읽기
고전 원문과 역사 현장을 함께 읽는 번역·해설서
『삼국유사 기이 2편』은 『삼국유사』를 처음 읽는 일반 독자에게는 고전 읽기의 길잡이가 되고, 한국 고대사·불교문화·고전문학·불교미술을 공부하는 학생과 연구자에게는 항목별 내용을 검토할 수 있는 참고서가 된다. 대학 강의와 교양 수업에서 『삼국유사』를 다룰 때에도 번역과 해설, 도판 자료를 함께 활용할 수 있다.
이 책은 『삼국유사』를 원문에 가깝게 읽으면서도, 오늘의 독자가 그 맥락을 놓치지 않도록 돕는다. 신화와 역사, 불교와 정치, 왕실의 기억과 민간의 전승이 겹쳐 있는 〈기이 2〉편을 통해 독자는 통일 이후 신라의 깊고 복합적인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이 책의 특징
원문에 충실한 번역, 서사 흐름을 따라가는 해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원문과 번역, 해설을 한 자리에 놓았다는 데 있다. 원문은 가능한 한 충실하게 옮겼고, 번역문은 현대 독자가 읽을 수 있도록 문맥과 흐름을 살려 정리하였다. 해설은 원문의 서사 순서를 따라가되, 독자가 이야기의 배경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인명, 지명, 사찰, 불교 용어, 역사적 배경을 함께 설명한다.
또한 이 책은 유적과 유물 이미지를 풍부하게 배치하였다. 문무왕릉비 비편, 감은사지, 사천왕사지, 망덕사지, 성덕대왕신종, 수로부인 관련 유적 등 본문과 관련된 자료를 함께 실어, 독자가 문헌 속 이야기를 실제 역사 공간과 문화유산의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하였다. 『삼국유사』의 전승이 종이 위의 이야기로만 남아 있지 않고 오늘의 유적과 유물 속에서도 계속 읽힐 수 있음을 보여주는 구성이다.
해설에서는 판본상의 문제와 기존 해석의 쟁점도 필요한 범위에서 다룬다. 예컨대 〈문호[무]왕 법민〉에서는 본문과 주석의 경계, 나당전쟁과 사천왕사 창건, 문무대왕릉과 동해구의 의미 등을 살피며, 문헌 비평과 역사문화 해설이 함께 이루어지도록 하였다. 이런 방식은 『삼국유사』를 단순한 설화집이 아니라 역사와 전승, 불교 신앙과 지역 기억, 문헌과 현장이 함께 얽힌 고전으로 읽도록 이끈다.
문무왕과 동해구
고유섭과 황수영의 학문적 자취
이번 책의 첫머리인 〈문무왕 법민〉 해설에서는 문무왕의 동해 용 전승, 감은사, 이견대, 문무대왕릉을 둘러싼 역사적·문화적 의미를 살핀다. 이 과정에서 20세기 한국 불교미술 연구를 개척하고 발전시킨 고유섭과 황수영 두 사제의 연구 성과도 함께 소개하였다. 문무왕릉과 동해구, 감은사와 이견대는 『삼국유사』의 전승이 단지 문헌 속 이야기에 머물지 않고 근현대 한국 미술사 연구와도 깊이 이어져 있음을 보여주는 장소들이다.
저자의 말
저자는 책머리에서 이 책이 『삼국유사』 번역·해설 작업의 세 번째 권임을 밝힌다. 앞서 〈흥법·탑상〉편과 〈기이 1〉편을 펴냈고, 이번 책에서는 〈기이 2〉편을 다룬다. 『삼국유사』 전체는 아홉 가지 편목 아래 144개의 항목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왕력〉편이 삼국 왕들의 연표를 간략히 정리한 부분이라면 본격적인 서사는 〈기이〉편에서부터 전개된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일연이 〈기이〉편을 다시 둘로 나누어 구성한 점에 주목한다. 〈기이 1〉편에는 고조선 단군왕검부터 신라 태종무열왕까지의 이야기가 실려 있고, 〈기이 2〉편에는 문무왕 시기부터 신라의 마지막 왕 경순왕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이처럼 고조선에서 삼국시대, 그리고 삼국 통일 이후로 이어지는 구성은 『삼국유사』 전체의 흐름을 이해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기이 2〉편은 문무왕 이야기로 시작된다. 문무왕 대의 신라는 당과의 긴장 속에서 여러 차례 국가적 위기를 겪었고, 의상이 당에서 돌아와 침공 소식을 알렸다는 일화와 명랑 법사가 문두루비법을 행해 위기를 넘겼다는 이야기는 바로 그러한 시대 분위기를 전한다. 저자는 이 편이 왕실과 국가의 중대한 사건뿐 아니라 정치적 변동 속에서 활동한 다양한 계층 인물들의 행적까지 함께 담고 있다고 본다.
저자는 이 책에서도 원문을 가능한 한 충실히 옮기고, 그 전개와 맥락이 드러나도록 해설을 함께 제시하고자 하였다. 번역과 해설은 성격이 서로 다르지만, 『삼국유사』를 정확하게 읽기 위해서는 한 자리에 함께 놓여야 한다는 것이 이 시리즈의 기본 방향이다. 또한 도서출판 혜안이 본문에 어울리는 유적과 유물 이미지를 풍부히 마련하여 독자의 이해를 돕도록 한 점도 강조한다.
특히 이번 책의 첫머리 〈문무왕 법민〉에서는 20세기 한국 불교미술 연구를 개척하고 발전시킨 고유섭과 황수영 두 사제의 연구 성과를 함께 소개하였다. 문무왕릉과 동해구, 감은사와 이견대에 관한 전승과 연구의 흔적을 따라가며, 『삼국유사』의 이야기가 근현대 한국 미술사 연구와도 깊이 이어져 있음을 보여준다. 저자는 다음 권에서 〈의해〉·〈신주〉·〈감통〉·〈피은〉·〈효선〉을 번역·해설하여 전편의 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