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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1부. 볕이 참 좋다. 내일 뭐 해?
고독한 여름 ― 竟|가을볕|시의 산책|그냥 그대로|슬픈 자화상|밀롱가|사르가소해|자두나무|양동리 화첩|겨울산|눈빛, 오후 6시의|푸른 꽃|만첩 적막|늦게 해지는 나무 아래서 듣는 ― 뿔|그대에게 가는 길

2부. 낯선 오랑에 앉아
저녁 소리|우물곁에서 목말라 죽는 ― 목숨|시간을 들이다 ― 돌의 내장|클래식 풍으로 연軟께|그대 앞에서 1|그대 앞에서 2|이만하면 됐습니다|연애소설을 읽다|명자꽃|그대, 봄|눈 감으면 더 잘 보여|생각만灣|드퀘르벵 증후군 ― 손목건초염|오, 그대여 ― 반가 사유하다

3부. 청학 떼를 보았습니다
모스 부호 ― 김수영을 읽다|무자경無字經 한 채|통증의 형식|별, 흐름에 관한 보고서|샤갈처럼|만행|낯선 곳에 앉아 울었네|자기소개|느닷없이|굴피 수첩|상원사 동종|넝쿨장미 ― 도둑|첫발 ― 내 이름은 파이pi/π, 나는 조난당했다|폐기물 스티커|저기, 서풍

4부. 열차는 언제 달말리역에 도착할까
시 쓰는 아침|풍경 Ⅳ|그랜드마더 로즈|숲, 스케치 1|숲, 스케치 2|웃다|기껏|행간이 난해하다|돌풍을 위한 서사|처방전|올해 마지막 밤|새들의 나이테|공중제비|박새|13월의 숲

해설_ 그대에게 가는 먼 길 ? 오민석
저자 소개
저자 : 유현숙
시인 유현숙은 경남 거창에서 태어났다. 시집으로 『내일 뭐 해』(2026, 달아실), 『몹시』(2021, 상상인), 『외치의 혀』(2016, 현대시학), 『서해와 동침하다』(2009, 문학의전당)가 있다. eBook으로 『우짜꼬!』(2022, 디지북스), 『고독한 여름』(2024, 디지북스), 『숲, 스케치』(2025, 디지북스) 등이 있으며 동인시집 『오거리』, 『관계에 대한 여덟 가지 오해』, 『미루』 1, 2, 3호를 출간하였고, 에세이(공저)로 『세상의 존귀하신 분들께』(2020, 건강신문사)가 있다. 2009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기금, 2026년 서울문화재단 원로예술지원사업 기금을 받았다. 2017년 제10회 미네르바작품상을 수상하였다. 『문예바다』 소설 신인상을 수상하여 지금은 시와 소설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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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고독과 적막의 지층에서 길어 올린, 내일의 쓸쓸함에게 보내는 긴 편지
― 유현숙 시집 『내일 뭐 해』

시와 소설을 병행하며 독자적인 서정의 지층을 다져온 유현숙 시인이 네 번째 시집 『내일 뭐 해』(달아실시선 112)를 펴냈다.

총 4부로 구성된 시집 속에서 유현숙 시인은 고독한 유배지와 같은 ‘오늘’ 속에서도 서두르거나 과장하지 않고, 고요하게 내면의 에너지를 받아 적는다.

삶의 고독과 상실, 사랑과 기억, 존재와 시간의 결을 섬세하고도 깊은 언어로 길어 올린다. 자연과 사물, 사람과 관계를 바라보는 시선은 따뜻하면서도 처연하며, 일상의 풍경 속에서 삶의 본질을 응시한다.

우리는 모두 너무 빠른 속도로 흐르는 세상 위에 위태롭게 서 있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디지털 신호와 무수한 메시지 속에서 손가락 하나로 타인과 연결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연결의 깊이는 모래알처럼 가볍다.

밥벌이라는 미혹을 두르고 인간의 산맥을 떠돌며, 멋모르고 맞장뜬 생계의 파도 속에서 우리는 저마다 ‘오늘’이라는 유배지에 갇힌 채 고립되어 간다. 서로의 안부를 묻는 일마저 서먹해진 시대, 마음의 행간은 점차 난해해지고 인간의 온기는 표백되어 갈 뿐이다.

이 서글프고 건조한 공백의 한가운데서 유현숙 시인은 낮은 목소리로 빗장을 두드린다.

“볕이 참 좋다. 내일 뭐 해?” 시인이 던지는 이 어눌한 질문은 단순히 시간을 묻는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누군지도 모르는 누군가에게 보내는 기한 없는 초대장”이며, “오늘의 쓸쓸함이 내일의 쓸쓸함에게 보내는 긴 편지”(「시인의 말」)이다.

시인은 우리가 잊고 지냈던 상실과 결핍의 자리를 가만히 응시하게 만든다.

시집의 책장을 넘기다 보면, 속도와 수사에 가려졌던 시인의 지극한 육성이 들려온다. 시인은 현란한 수사를 잃어버린 어눌한 혀로, “흐르다 멈추다/ 멀어져가는 것들과의 작별을 연습”(「늦게 해지는 나무 아래서 듣는 ― 뿔」)한다. 그리고 그 쓸쓸함의 끝에서 마침내 흙과 자연, 그리고 타인을 향해 노를 젓기 시작한다.

“분홍의 섬에서/ 능금처럼 익어가는 그대에게 닿기 위해/ 꽃빛 송판으로 배를 짓”고, “숲 한 채로 노를 젓는 일”(「그대에게 가는 길」)을 멈추지 않는다.

그것은 완벽한 고독 속에서 비로소 타인의 존재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공존을 꾀하는, 시인만의 숭고한 방식이다.

이 시집은 우리에게 타인의 슬픔을 향해 “손 먼저 내밀 수”(「시의 산책」) 있는 용기를 건넨다. 내 손목의 경고음과 삶의 오탈자를 참회하며 모서리만 골라 앉던 변방의 영혼들이, 비로소 “이만하면 됐습니다”라고 스스로를 보듬을 수 있도록 이끈다.

문학평론가 오민석 교수(단국대 명예교수)는 해설에서 “‘내일 뭐 해’라는 일상적인 질문은 유현숙에게 알리바이에 불과하다. 그는 어떤 ‘그대’에게 닿기 위해 말을 건다”고 분석하며, 시인이 안 보이는 그대에게 다가가기 위해 언어를 다루는 치열한 미학적 투쟁을 높이 평가했다.

독자들이여, 이 지독한 소외의 계절에 시인이 정성껏 지펴둔 화목난로 앞으로 걸어 들어오라. 그리하여 시인이 내려놓은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눈 감으면 더 잘 보이는”(「눈 감으면 더 잘 보여」) 내면의 풍경과 마주하기를 바란다. 이 시집은 당신이 홀로 견뎌온 쓸쓸한 밤을 가만히 감싸 안아줄 가장 아름다운 동행이 될 것이다.

시인의 말

무엇엔가,
어딘가에 닿기 위해
나는 얼마나 많은 마음을 걸어 여기까지 왔을까.

볕이 참 좋다, 내일 뭐 해?

이 한 마디는
누군지도 모르는 누군가에게 보내는 기한 없는 초대장이다.
오늘의 쓸쓸함이
내일의 쓸쓸함에게 보내는 긴 편지다.

햇살로, 노을로, 들풀로, 침묵으로
빗장을 두드리는 어눌한 말들을 알아챌까?

내 모든 시의 시적詩的 지층은
지금
여기
이 모든 것들에서 시작始作되고, 시작詩作되었다.

2026년 5월
유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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