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케이팝의 인기는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도 주목받는 현상이다. 방탄소년단은 전 세계 Z세대가 열광하는 대표적인 스타가 되었고, 이처럼 비서구 출신 가수가 비영어권 언어로 부르는 음악이 세계적인 사랑을 받는 일은 이례적이다.
해외 팬들이 케이팝을 사랑하는 이유는 케이팝의 한국적인 특성 때문이다. 한국인으로 구성된 그룹이 뛰어난 실력으로 한국어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고, 팬과 가깝게 소통하며 친근한 관계를 맺는다. 글로벌 팝 스타에게는 찾아볼 수 없는 이런 특성을 갖추고, 음악적으로는 해외 팬들에게 익숙한 음악 장르들을 혼합한 케이팝은 기존 영미 대중음악의 대안을 찾던 해외 팬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였다.
케이팝의 세계적인 인기는 지구 전역이 촘촘히 연결되고 다양성이 폭넓게 받아들여지면서 비주류 문화도 보편적인 사랑을 받을 수 있게 된 시대를 대변한다. 비주류 정체성, 소수 문화, 독특함이 보편적인 공감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문화를 주도하는 국가와 같은 세계 문화의 ‘중심’은 사라지고 있다.
하지만 케이팝이 세계 시장에서 인기를 얻을수록, 한국적인 특성과 글로벌 보편성 사이에는 균열과 갈등이 생긴다. 다국적 멤버로 구성된 케이팝 그룹은 본국인 한국을 비롯해 각 국가 팬들의 민족주의적인 요구 사이에서 어느 쪽도 실망시키지 않도록 줄타기를 해야 한다. 비한국인으로만 구성된 케이팝 그룹도 등장했지만 이들의 국적과 인종이 무엇인지, 한국어로 노래하는지 영어로 노래하는지 등에 따라 국내 팬과 해외 팬의 반응이 엇갈린다. 같은 국내 팬과 해외 팬이 서로 다른 요구를 하기도 한다.
이러한 갈등은 문화 소비 방식의 변화가 빠르게 일어난 음악 시장과 다른 영역 사이의 시차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음악이라는 문화 소비는 국경과 상관없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국가 간 장벽과 문화 차이가 남아 있는 사회 영역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즉 케이팝 속 K와 팝의 갈등은 케이팝이 변화의 최전선에 있다는 증거다. 근본적인 변화에 갈등은 필연적이다.
케이팝이 겪는 부침은 로컬 비즈니스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면서 발생하는 문제이자, 특수성을 무기로 세계 시장을 공략하는 모든 산업이 직면할 수 있는 갈등이다. 케이팝의 사례를 통해 문화 소비 방식과 비즈니스의 변화를 내다볼 수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