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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서문
들어가며
1장: 로맨틱 고스팅
2장: 가족 및 우정 고스팅
3장: 사회적 고스팅
(미)결론: 마무리 대신
코다: 기계의 고스팅
옮긴이의 말
저자 소개
저자 : 도미닉 페트먼
뉴욕 뉴스쿨의 미디어 및 신인문학 분야 석좌교수이자 자유학예학부 학과장. 멜버른대학교, 제네바대학교, 암스테르담대학교 등에서 교수직을 역임했다. 문화연구, 비평이론, 포스트휴머니즘, 디지털미디어, 동물학, 환경인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강의와 연구, 저술을 하고 있다. 《슬픈 행성들Sad Planets》, 《절정의 리비도Peak Libido》, 《무한 주의 분산Infinite Distraction》 등을 썼다.

역자 : 최리외
번역가, 에세이스트. 《밤이 아닌데도 밤이 되는》을 썼다. 《아무도 우리를 구해주지 않는다》, 《Y/N》, 《팔레스타인 시선집》(공역) 등을 우리말로 옮기고 강혜빈 시인의 《콜드 리딩》을 영어로 옮겼다. 문학과 관계하는 행위로서 낭독에 관심을 두고 다양한 낭독 퍼포먼스에 참여하며, 20세기 영국 여성 작가들의 소설에 재현된 소리의 효과에 관한 박사 학위논문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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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사랑과 우정 속에 내재하는 유령적 본질과
디지털 기술로 인한 “기계 속 유령”의 등장

페트먼은 자신의 삼촌이 가족을 떠나 연락을 끊은 일을 회상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삼촌은 갑작스럽게 이름을 바꾸고 해외로 떠나 사라졌고, 가족들은 오늘날까지 그가 살아 있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과거에는 이렇게 물리적으로 사라지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디지털 기기로 밀접히 연결된 오늘날에는 버튼을 한 번 누르는 행위만으로도 아주 간단히 상대방의 삶에서 사라져버릴 수 있다. 이런 ‘고스팅’이 너무 만연한 나머지, 데이팅 앱에서는 예고 없이 상대방을 차단하거나 데이트 약속에 나타나지 않은 경우 페널티를 받기도 한다.

새로운 기술 환경에서 탄생한 용어이지만, 페트먼은 ‘고스팅’이 먼 옛날부터 유구하고 보편화된 현상이라는 점을 짚는다. 예고나 경고 없이 증발하듯 사라져버리는 고스팅은 죽음을 수반하지 않은 “상징적 자살”과도 같다. 더 이상 연락할 수도, 존재를 확인할 수도 없는 상태의 상대는 죽은 것과 다름없다. 남겨진 사람은 “그 사람은 왜 말도 없이 사라져버렸을까?”라는 질문에 사로잡히고, 스스로를 탓하며 상실감에 빠진다. 애도의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은 고통스러운 시간을 겪기도 한다.

이 책은 2022년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만들어진 우정의 단절에 관한 영화 〈이니셰린의 밴시〉를 비롯해 다양한 문학 작품과 미디어, 철학적 개념과 사회이론을 인용하며 인간이 타인의 부재와 단절에 얼마나 깊은 영향을 받는지를 이야기한다. 찰스 디킨스의 소설 『위대한 유산』 속 결혼식 제단 앞에서 버림받은 미스 해비샴부터 영화 〈그녀(Her)〉에서 AI 사만다와 이별하는 주인공까지, 고스팅의 갑작스러운 충격과 버려진 슬픔은 시대와 상황을 가리지 않는다. 수많은 작품 속 고스팅의 예시를 따라가며 독자는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공감과 위안을 얻을 수 있다.

이토록 많은 단절의 변주를 통해 페트먼은 친밀한 관계 속 타인의 ‘유령성’에 대해 철학적으로 고찰한다. 우리는 절대로 타인을 완전히 알 수 없으며, 상실의 가능성을 품고 있는 타자는 처음부터 어느 정도는 ‘유령’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에 이르러 우리를 갑작스럽게 떠나는 ‘유령’들의 양상에는 변화가 생겨났다. 페트먼은 고스팅은 미디어 커뮤니케이이션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단어이며, 이제 새로운 방식의 “기계 속 유령”이 탄생했음을 이야기한다. 과거에는 물리적 이별이 쉽지 않았지만, 이제는 더욱 쉽고 빠르게 온라인 연결을 끊어버리는 식으로 단절이 일어나며, “21세기 유령들은 빛을 흡수해버리는 불투명함으로 자신을 감춘다”는 것이다.

파편화·기계화된 사회에서 각자 유령이 되는 시민들,
타인과 사회에게서 ‘고스팅’당하는 이 시대에 대한 통찰

책의 1장에서는 낭만적 관계에서의 고스팅, 2장에서는 가족과 친구 관계에서의 고스팅을 다룬다. 페트먼은 고스팅을 개인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의 구조적인 고립과도 연결짓는다. 고스팅은 자본주의 사회의 구조 변화로 발생한 현상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20세기를 거치며 신자유주의 구조가 확산됨에 따라 우리에게는 점점 더 작은 단위의 관계(특히 이성애 커플 형태)에 다양하고 중대한 사회적 역할과 책임이 지워졌다. 과거에는 마을 단위로 이루어졌던 물질적·감정적 돌봄과 지원이 이제는 파트너나 배우자 한 사람의 역할이 된 것이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과도한 역할에 부담감을 느끼고, 자신과 잘 맞지 않는다고 느끼는 관계를 계산적으로 빠르게 끊어내기도 한다. 이렇게 위축된 관계망에서 일어나는 고스팅은 더더욱 끔찍한 사건이 되고는 한다. 파편화되고 개인화된 사회에서 친밀한 연인 혹은 가족과의 단절은 치명적인 사회적 고립을 만들어낸다.

이렇게 고스팅이 오늘날의 “시대정신”이 된 현상에 현대화와 신자유주의라는 배경이 있음을 짚으며, 3장에서는 직업 환경이나 사회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단절과 소외를 다룸으로써 고스팅이라는 개념의 스펙트럼을 넓힌다. 오늘날 개인은 더 이상 사회적 안전망 속에 있지 않으며, 점점 더 스스로를 알아서 돌봐야 하는 각자도생의 환경으로 밀려나고 있다. 이런 세상에서 고스팅은 단순한 ‘잠수 이별’이 아니라, 정치적이고 제도적인 폭력의 은유로 확장될 수 있다. 페트먼에 의하면, 프리랜서·비정규직·소수자 등이 겪는 무응답이나 고립 또한 우리가 사회 시스템으로부터 당하는 ‘사회적 고스팅’이라고 말해볼 수 있다.

시선을 넓혀 보면 다양한 조직, 기관, 플랫폼, 정부는 개개인에게 일일이 응답하지 않음으로써 시민들의 존재를 고스팅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이용자를 소외시키는 디지털 플랫폼, 자동화된 응답, 사라지는 대인 고객 서비스, 개개인으로 고립되는 노동자 등의 양상은 시민들이 점점 더 “사회로부터 고스팅당하고 있다”고도 서술해볼 수 있다. 더불어 수많은 빅테크 기업은 SNS 등을 통해 ‘연결된다는 착각’을 만들어내지만, 실제로는 각자를 고립시키고 디지털 기기에 의존하게 만든다. 페트먼은 결과적으로 우리는 현대 사회 속 “유령화된 시민”이라고 역설한다. 이 책은 이렇게 고스팅의 맥락과 영향의 의미를 넓힘으로써 지금 여기, 우리 사회의 연결 방식과 관계의 문제점을 짚는다.

‘손절’과 ‘회피’가 만연한 세상에서 관계 맺기,
유령화 시대의 사랑에 관하여

‘고스팅’은 디지털 문화로 인해 생겨난 단순한 신조어라기보다는, 관계에 대한 우리 시대의 가치관이 드러나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언제든 단절될 수 있고 또 단절시킬 수 있는 사회에서, 우리가 맺는 친밀한 관계 및 사회적 관계를 다양한 관점으로 비평하고 또 돌아볼 수 있게 만든다. 나아가 ‘손절’과 ‘회피’의 시대에 관계 맺음과 타인에 대한 사회적 책임에 대한 논의를 이끈다. 페트먼은 “서로 대화하는 방법을 기억하기 위해”, 다시금 “떠난 이들과 대화하는 방법을 알아내야 한다”는 말로 책을 마친다. 서정적이고 유려한 페트먼의 문체 속에서 우리는 개인적인 단절과 이별의 경험을 떠올리며 위로를 얻는 동시에, 이 ‘유령화 시대’ 속에서 어떻게 타인과 다시 관계 맺는 방식과 사랑을 이어가는 방식을 회복할 수 있을지 고민해볼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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