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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 우리가 알고 있던 결말에 대한 이야기
〈빨간 모자〉 늑대의 진심
〈잭과 콩나무〉 남겨진 기록
〈금도끼 은도끼〉 금도끼를 가질 수 있는 자격
〈헨젤과 그레텔〉 계모의 고백

2.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었던 이야기
〈장화홍련〉 홍련의 혼잣말
〈미운 오리 새끼〉 백조의 밤
〈라푼젤〉 머리카락의 비밀
〈잠자는 숲속의 공주〉 키스에 매겨진 가격표
〈백설공주〉 1 거울, 탐욕의 지옥
〈백설공주〉 2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

3. 그때는 말할 수 없었던 이야기
〈혹부리 영감〉 도깨비와의 인터뷰
〈걸리버 여행기〉 소인국에서의 기억
〈은혜 갚은 까치〉 까치는 감동을 남기고 죽지 않았다
〈왕자와 거지〉 잊히지 않는 맛

4. 누가 죄인이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
〈피리 부는 사나이〉 1 담당 형사 K의 수사 기록
〈피리 부는 사나이〉 2 그 남자의 진술서
〈콩쥐팥쥐〉 1 혼인빙자간음 소송의 전말
〈콩쥐팥쥐〉 2 콩쥐의 손바닥 위
〈흥부와 놀부〉 제비가 물어 온 건 복이었을까?
〈선녀와 나무꾼〉 전승된 혼인의 방법

5. 지켜야 했던 이야기
〈피터팬〉 네버랜드의 비밀
〈오즈의 마법사〉 허수아비의 뇌
〈오즈의 마법사〉 나는 거짓을 말한 적이 없어
〈장난감 병정〉 & 〈오즈의 마법사〉 그들의 상관관계
〈피노키오〉 제페토의 빈 의자

6. 착하다는 말이 사용되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
〈장화 신은 고양이〉 충직함의 이유
〈개미와 베짱이〉 너희가 모은 겨울
〈신데렐라〉 1 거짓과 피로 만든 이야기
〈신데렐라〉 2 해피엔드를 믿는 바보들을 위하여
〈미녀와 야수〉 누가 진짜 야수였는가
〈효녀 심청〉 야망과 욕심이 심청에게 미친 영향

7. 끝났다고 믿었던 이야기
〈엄지공주〉 존재의 이유
〈알라딘과 요술램프〉 기억 없는 속죄
〈벌거벗은 임금님〉 벌거벗은 왕국
〈인어공주〉 거품 그리고 전리품
〈성냥팔이 소녀〉 1 거짓된 보호자
〈성냥팔이 소녀〉 2 불씨를 짓누른 펜

8. 누군가는 읽어주길 바랐던 이야기
〈장난감 병정〉 남겨진 발레리나 인형의 편지
〈플랜더스의 개〉 네로에게 쓰는 편지
〈아기 돼지 3형제〉 엄마에게 쓰는 편지
〈청개구리 이야기〉 성선설에 대한 짧은 이야기

에필로그
저자 소개
저자 : 해온 유수영
버스가 하루 한두 번 들어오는 민통선 바로 아래에 있는 작은 시골 마을에서 태어났다. 주민이 100명도 채 되지 않는 마을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친구 대신 들꽃과 청설모를 벗 삼아 자랐고, 상상을 즐기며 시간을 보냈다. 그때 만든 나만의 세계가 결국 글과 그림으로 이어졌다.
문예창작과 그림을 두고 고민하다 산업디자인과로 진학했고, 20년 넘게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2025년부터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에서 에세이와 소설을, 인터넷 신문사 오마이뉴스에서 시민기자로 기사를 쓰고 있다. 꾸준히 글을 쓰고 발표했으며,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다.
누구보다 뜨거운 모닥불을 가슴에 품고 살지만, 그 열기를 쉽게 드러내는 사람은 아니다. 이번 책은 오랫동안 감춰두었던 불이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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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이 주식, 비트코인, 금 등에 투자해서 갑자기 큰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심심찮게 듣는다. 로또 1등이 아니고선 현실을 벗어날 수 없다며, 1등에 당첨되면 어떻게 할지 매주 행복회로를 돌리는 직장인들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SNS에 올라오는 남들의 부와 성공을 보면 나를 뺀 사람은 모두 행복한 것 같은 착각이 들 때가 있다. 이런 현실 덕에 ‘상대적 박탈감’이 올해의 키워드처럼 떠오르고 있다.
저자는 자신의 인생이 한 편의 잔혹동화 같다고 말한다. 누군가는 태어날 때부터 쥐고 시작하는데 자신에게는 그중 하나도 해당되지 않는 게 의문스러웠다. 그렇다고 해서 주저앉아 원망하기보다는 별것 없는 삶이나마 붙들고 살아가려 애쓴 결과 나온 것이 이 책이다. 저자는 돈과 명성을 위해 이 책을 쓴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에서 느낀 의문과 불공평함을 동화 속 인물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풀어낸다.
저자가 이 책에 담은 이야기 하나하나는 몇 번이고 길을 잃고 제자리를 맴돌면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조금씩 나아가려 애쓴 결과다. 해피엔드를 기대하기보단,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퇴고를 반복하며 ‘자신의 인생’이라는 이야기를 스스로 쌓고 만들어간다. 그 결과는 손에 잡히지 않는 화려한 삶보다 가치 있고 의미 있을 것이다.


책 속으로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음 직한 동화 속 이야기,
하지만 그 속엔 아무도 모르는 속마음이 있습니다.
〈빨간 모자〉 속의 늑대,
〈헨젤과 그레텔〉 속의 계모와 〈백설공주〉 속 마녀에게도
말하지 못한 진심이 있었습니다.
이 책은 그 들의 마음과 숨겨진 진실을 대신 전하려 합니다.
익숙한 동화의 뒤편에 숨겨진, 미처 몰랐던 이야기들은
어쩌면 당신의 이야기와 닮았을지도 모릅니다.
--- 속표지

그 뒤로 올라온 건 잭 혼자가 아니었다. 잭이 많은 식량을 가지고 돌아갔다는 건 풍부한 자원이 있다는 뜻이었고, 그곳으로 향한 길이 있다는 건 누구나 올라올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들은 필요한 만큼이 아니라 가능한 만큼 가져갔다. 남겨두는 건 그들의 방식이 아니었다.
나는 그들을 쫓아냈다. 그 순간만 잘라내어 이야기에 넣으면, 나는 분명 괴물이다. 그래서 이야기 속에서 나는 그렇게 기록되었다.
누군가를 위협하는 장면은 전설이 되기 쉽고, 누군가의 삶이 무너지는 과정은 항상 생략된다. 괴물이라 치부되는 자의 뒷이야기쯤이야 사람들에게는 무의미했으니까.
커다란 존재는 위험하고, 작은 존재는 용감하다. 조용히 살던 쪽은 배경이 되고, 침입한 쪽은 주인공이 된다. 나는 그 틀 안에서 쓰러지기 딱 좋은 존재였다.
왜 그곳에 혼자 있었는지, 왜 사람들 곁을 떠났는지, 정말로 누군가를 해친 적이 있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이야기가 깔끔하게 끝나는 것이었다.
---pp.30~31

그래, 나는 이상했어. 너희와 다르게 생겼고, 너희보다 느렸고, 너희처럼 헤엄치지 못했어. 근데 그게 나를 쪼아도 되는 이유였어? 몰아붙여도 되는 근거였어? 웃어도 되는 명분이었어?
나는 아직도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지 못했어. 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찾지 못할 거야. 나는 너희와 다른 거지, 틀린 게 아니니까.
너희는 멈춘 적이 없어. 내가 울 때도, 내가 도망칠 때도, 내가 가만히 있을 때도. 멈춘 건 단 한 번, 내가 떠나고 나서였지. (중략)
아니, 나는 떠나서 괜찮아진 게 아니야. 떠나지 않으면 더 망가질 것 같아서 도망친 것뿐이야. 그 차이를 너희는 모를 거야.
---pp.53~54

결혼식은 서둘러 치러졌다. 그는 영웅이 되었고, 나는 구원받은 공주가 되었다.
세상은 그걸 전설이라 불렀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가 사랑으로 깨어났다고.
하지만 진실은 간단하다. 그는 호구였고, 나는 미끼였다.
우리의 결혼은 사랑이 아니라 거래였고, 거래의 대가는 빚이었다.
지금도 사람들은 숲속의 공주 이야기를 믿는다. 아이들은 동화책을 읽으며 사랑의 키스를 꿈꾼다.
그러나 나는 비웃는다. 나는 한 번도 잠든 적이 없으니까.
나는 눈을 감고, 나라가 호구를 낚기를 기다렸을 뿐이었다.
사랑의 키스라는 거짓을 동화라 부르며 감탄하는 세상에서 결국 이 거짓을 믿는 건 바보뿐이다.
---p.66

은혜를 갚은 까치, 목숨으로 보답한 새, 짐승도 아는 도리. 그런 말이 우리의 죽음을 덮었어.
그는 과거에 급제했대. 그리고 잘 살았대.
숲은 곧 다른 구렁이가 자리를 차지했지만, 인간은 다시 나타나지 않았어.
우리의 계산에는 그 항목이 빠져 있었던 거야. 인간이 우리의 숲을 계속 지켜줄 거라는 가정, 혹은 적어도 우리의 죽음을 헛되이 여기지 않을 거라는 기대.
인간은 우리를 추모했지만, 책임을 지지는 않았어.
나는 고마워서 죽은 게 아니야. 나는 숲을 위해, 우리를 위해, 더 나은 가능성을 위해 인간을 선택했을 뿐이야. 그리고 그 선택이 틀린 거지. 그게 전부야.
우리의 죽음은 숭고하지 않았고, 아름답지도 않았어. 그저 계산이 빗나간 결과였어.
---p.90

너희는 끊임없이 살아남는 법을 말하지만,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아. 여름에도, 겨울에도 너희는 항상 같은 일을 할 뿐이잖아.
하지만 나는 달라. 여름엔 노래하고, 겨울엔 연주해. 계절마다 쓸모를 바꾼다고.
너희는 계절을 견디고, 나는 계절을 이용하지. 그 차이야.
너희는 내 이야기를 교훈으로 만들고 싶어 하겠지.
“놀면 망한다.”
“게으르면 굶는다.”
그래야 너희 삶이 조금 덜 억울해질 테니까.
근데 현실은 좀 다르지. 놀아도, 연주해도, 누울 자리만 잘 고르면 겨울은 지나가거든.
굶는 건 선택을 잘못한 쪽이지.
너희가 정말 부지런해서 여기까지 온 게 아니야. 그냥 여기 말고 갈 곳이 없었을 뿐이야.
---p.183

왕자가 바꿔준 어느 착한 여자의 일생이 아니라,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조각한, 철.저.히. 계획적이었던 삶이라는 거지. 어때? 넌 아직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니? 아니면 스스로 칼을 쥘 준비, 됐니?
---p.190

아! 사람들은 내가 왕을 속였다고 말하더군. 틀렸어. 나는 거짓말을 강요한 적이 없어. 나는 단지 말 한마디 했을 뿐이야. 그 말에 동의한 건 그들이었잖아.
나는 옷을 건네지 않았어. 그들이 스스로 허공을 입었지.
더 웃긴 건 그다음이야. 다음 날 궁은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움직였고, 대신들은 여전히 고개를 숙였어. 백성들은 시장에 나갔고, 아이는 아마 부모에게 혼났겠지. “괜히 튀지 말라”는 말을 들었을지도 몰라. 권력이란 건 그렇게 움직여. 잠깐의 웃음은 허용하지만, 그렇다고 결정의 방향은 바뀌지 않아.
---p.226

진실? 그딴 건 중요하지 않아. 듣는 사람 입맛에 맞게 미화되고, 보기 좋게 각색돼서 결국 누군가가 원하던 버전으로 남는 거야.
결국 내가 쓴 것도, 네가 읽고 싶은 것도, 데스크가 원하는 문장과 다를 게 없겠지.
자, 이제 네 차례야. 넌 이 구역의 또 다른 작가로 남을래, 아니면 결국 미화된 이야기의 재료가 돼볼래?
---p.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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