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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부 너와 나는 세상으로 작은 열매를 날랐다

파수
자립
수박이 아닌 것들에게
너머의 여름
초록나무 당신
주황 소년
청귤
토마토 빙수
히치하이커
수박향, 은어
나의 소년들
랑헨에서
여름
파랑
여름으로부터

2부 우리를 예상치 못한 캐노피 아래로

바깥 산책
장미의 방식
익선동
밤 산책
유월 오후의 우유
유월
증발하는 세계
산책하는 사람
비의 공습
등
나의 차례
유기묘
아열대 사랑
작고 멀쩡한 여름

3부 그 말들은 깊은 여름에도 부식되지 않는다고

파우더
난간이 허리춤에 오는 나이
양산 굿즈
여름에 온 마트료시카
섬망
오로라를 보러 간 사람
빛 헤엄
얼굴
다른 방식
나는 오늘 혼자 바다에 갈 수 있어요
세계의 끝

기획의 말
일부를 품고도 전부를 덮어주는 여름 안에서

여름을 함께한 시인들
색인
저자 소개
엮음 : 아침달 편집부
일상을 아름답게 가꾸는 책을 만들고 있다.

저자 : 김소연
1993년 《현대시사상》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극에 달하다』 『빛들의 피곤이 밤을 끌어당긴다』 『눈물이라는 뼈』 『수학자의 아침』 『i에게』 『촉진하는 밤』이 있다.

저자 : 김언
1998년 《시와사상》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숨쉬는 무덤』 『거인』 『소설을 쓰자』 『모두가 움직인다』 『한 문장』 『너의 알다가도 모를 마음』 『백지에게』가 있다.

저자 : 김영미
2012년 《현대문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맑고 높은 나의 이마』 『투명이 우리를 가려준다는 믿음』이 있다.

저자 : 김은지
2016년 《실천문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책방에서 빗소리를 들었다』 『고구마와 고마워는 두 글자나 같네』 『여름 외투』 『아주 커다란 잔에 맥주 마시기』가 있다.

저자 : 민구
200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배가 산으로 간다』 『당신이 오려면 여름이 필요해』 『세모 네모 청설모』가 있다.

저자 : 숙희
2024년 시집 『오로라 콜』을 출간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저자 : 심보선
199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슬픔이 없는 십오 초』 『눈앞에 없는 사람』 『오늘은 잘 모르겠어』 『네가 봄에 써야지 속으로 생각했던』이 있다.

저자 : 연정모
2024년 《문학수첩》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조금 깨물고 몰래 버리기』가 있다.

저자 : 오은
2002년 《현대시》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호텔 타셀의 돼지들』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유에서 유』 『왼손은 마음이 아파』 『나는 이름이 있었다』 『없음의 대명사』, 청소년 시집 『마음의 일』이 있다.

저자 : 유계영
2010년 《현대문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온갖 것들의 낮』 『이제는 순수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얘기는 좀 어지러운가』 『지금부터는 나의 입장』이 있다.

저자 : 유희경
200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오늘 아침 단어』 『당신의 자리 - 나무로 자라는 방법』 『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 『이다음 봄에 우리는』 『겨울밤 토끼 걱정』이 있다.

저자 : 육호수
2016년 대산대학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나는 오늘 혼자 바다에 갈 수 있어요』 『영원 금지 소년 금지 천사 금지』가 있다.

저자 : 윤초롬
2025년 시집 『햇빛의 아가리』를 출간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저자 : 이새해
2020년 『아무 해도 끼치지 않는』, 2023년 『싫음』 등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나도 기다리고 있어』가 있다.

저자 : 이영주
2000년 《문학동네》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108번째 사내』 『언니에게』 『차가운 사탕들』 『어떤 사랑도 기록하지 말기를』 『그 여자 이름이 나하고 같아』 『좋은 말만 하기 운동 본부』가 있다.

저자 : 이은규
200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다정한 호칭』 『오래 속삭여도 좋을 이야기』 『무해한 복숭아』가 있다.

저자 : 장이지
2000년 《현대문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안국동울음상점』 『연꽃의 입술』 『라플란드 우체국』 『레몬옐로』 『해저의 교실에서 소년은 흰 달을 본다』 『편지의 시대』 『오리배가 지나간 호수의 파랑』이 있다.

저자 : 정다연
2015년 《현대문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내가 내 심장을 느끼게 될지도 모르니까』 『서로에게 기대서 끝까지』 『여름 대삼각형』, 청소년 시집 『햇볕에 말리면 가벼워진다』가 있다.

저자 : 조해주
2019년 시집 『우리 다른 이야기 하자』를 출간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 외 시집으로 『가벼운 선물』이 있다.

저자 : 한연희
2016년 《창작과비평》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폭설이었다 그다음은』 『희귀종 눈물귀신버섯』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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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이 여름이 좋다고 너는 말한다”
우리들의 찬란한 계절을 다시 한번 엮어
다채로운 온도로 건네는 아침달 여름의 시

뜨겁고도 투명한 계절을 함께 다시 한번 건너는 여름의 시 『포옹이 풀어지는 계절』이 아침달에서 출간되었다. 이번 책은 그동안 다채로운 개성과 시적 성취를 이룬 아침달 시집 1번에서 55번 중, 총 22권의 시집에서 여름의 정취가 풍부하고 선연하게 담긴 시들을 엄선해 새로운 배열로 재수록했다. 책 속에는 스무 명의 시인(김소연, 김언, 김영미, 김은지, 민구, 숙희, 심보선, 연정모, 오은, 유계영, 유희경, 육호수, 윤초롬, 이새해, 이영주, 이은규, 장이지, 정다연, 조해주, 한연희)이 여름 풍경을 여러 갈래의 길로 펼쳤다. 여름을 주제로 새로운 시를 수록하는 기존의 앤솔러지 형태와 다르게, 이 책은 아침달 편집부가 그동안 독자와 함께 호흡하며 쌓아온 시적 세계를 여름이라는 하나의 계절 속으로 다시 불러 모았다는 점에서 특별하고 기념비적인 ‘계절 선집’이다.

특히 이번 책은 독자가 계절이 흐르는 감각을 오롯이 시 자체로만 느끼고 자신이 품었던 여름의 한 장면을 겹쳐 읽을 수 있도록 본문에 시 전문만 수록했다. 시집에서 먼저 만났던 시들이 여름 햇빛 아래에서 다른 시들과 우연히 만나 이전의 맥락은 덜어내고 오직 여름으로만 모여 총천연색으로 빛날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다. 책을 모두 읽고 나면 ‘여름을 함께한 시인들’과 ‘색인’ 페이지를 통해 시의 출처를 확인할 수 있다. 오랜만에 만나거나 새로 마주하는 시인들의 이름을 나직이 불러보면서 자신의 취향에 맞는 시의 영역을 넓혀가는 재미를 선사한다.

책의 제목인 ‘포옹이 풀어지는 계절’은 김영미 시인의 시 「장미의 방식」 첫 구절에서 가져왔다. 만물이 생동하는 여름의 시들이 주로 넘치도록 들끓는 사랑을 다룬다는 점을 상기해보면 다소 거리감이 드는 제목일 수 있다. 문학에서 ‘포옹’은 줄곧 사랑을 증명하는 행위이자 곧 타자와의 완벽한 합일을 의미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책이 여름을 ‘포옹이 풀어지는 계절’이라 명명하는 순간, 우리는 사랑의 양면성을 동시에 확인하게 된다. 사랑을 말할 수밖에 없는 계절 속에서 우리는 언제나 사랑하는 대상과 하나가 되기를 갈망하지만, 그 뜨거운 갈망은 역설적으로 우리가 명백히 다른 존재임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서로의 취약한 윤곽을 드러내면서 한 존재의 품을 기꺼이 다른 존재에게 내어주는 일. 그것은 문학이 궁극적으로 추구해온 사랑의 모양일 것이다.

『포옹이 풀어지는 계절』은 우리가 여름 속에서 견디고 지켜낸 사랑들을 거듭해 살아보는 책이다. ‘여름의 시’라는 이름은 이 책이 단순한 시 모음집으로 읽히기보다, 시인들이 통과해온 각각의 시가 모두 같은 시절의 여름으로 읽히기를, 각자의 품속에서 잃어버렸던 소중한 풍경을 또 한 번 불러올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그리하여 “이 여름이 좋다고 너는 말”할 수 있기를, 이 책은 바라고 또 바란다.

고조되는 시간에 따라
어긋나는 방식으로 채워지는 여름 풍경들

이 책은 3부로 구성되어 계절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순환될 수 있도록 시를 배치했다. 각기 다른 여름의 순간을 살았던 시들은 저마다의 자리에 놓여 모두 하나의 여름 속을 흐르는 방향이 되어준다.

첫 시 「파수」에서 “운동화를 적시며 여름이 오고 있었다”고 나직이 읊조리며 다가오는 올여름에도 우리가 지킬 것과 어길 것이 많아지리라는 예감을 던진다. 지키는 것과 잃는 것은 여름을 지내는 사람들의 다양한 얼굴을 통해 드러난다. “여름이 오기 전에” “이사할 것이”라는 그를 보며 지금부터 혼자를 견뎌야 할 사람(「자립」), “봄부터 차오른 푸를청 푸를청 청귤”마저 사라져 소실될 기억과 사랑을 알면서도 마음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청귤」), “물놀이를 하러” 해변에 와 “벗고 뛰노는 몸들”(「랑헨에서」) 등, “내가 잠시 다른 것이었던/ 여름”(「파랑」) 속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통해 여름이 곧 하나의 삶의 양식임을 몸소 배운다.

여름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계절의 끝을 감지하는 시인들의 기질은 책 속에서 선행적으로 흐르는 여름을 읽을수록 강렬한 색채적 이미지와 활달한 움직임으로 전개된다. “당신이 잠든 사이 몰래 밖으로 나가/ 공원 벤치에 한참을 앉았다 돌아”(「밤 산책」)오듯, 여름밤을 떠도는 발걸음들은 우리가 계절 속에 놓이면서 빠져드는 상념들을 불러 세운다. 여름이 지닌 풍성한 색감은 고유의 계절감이나 물성으로 충분히 감각된다. 장미, 능소화, 코스모스, 체리, 수박, 보리수 열매 등 여름을 상징하는 식물과 과일 들이 모여 끝말잇기를 하듯 초여름부터 한여름, 그리고 늦여름까지 한 계절이 지나가는 흐름을 이어간다. “햇빛의 아가리가 풀밭을 집어삼”(「바깥 산책」)키듯 눈부신 날씨가 이어지다가도, 장마 구간을 지나면서 “비의 공습”(「비의 공습」)을 겪기도 한다. 그리고 마침내 “모든 슬픔에서 반드시 기어 나왔다는 사실”(「얼굴」)에 도달하는 이 모든 여름의 순간은 우리가 펼친 사랑이 홀로서기에 이르는 여정을 향해 성실히 나아간다. 풍부한 표정들로 가득했던 여름은 이제 “사랑의 끝”이자 “세계의 끝”(「세계의 끝」)에 놓여 “어제보다 헐거워지는 포옹”(「장미의 방식」)을 맞이한다. 빛이 가득한 사랑과 빛이 희미한 사랑 사이에서,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얻으며 “가지 않은 길을 가볼 수 있”을 것이다.

여름에 짓는 손깍지는 함께한 것일 수도, 홀로 한 것일 수도 있다. 분명한 사실은 손가락이 서로 어긋나야만 비어 있던 간격을 채워주며 손깍지라는 모양을 완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오직 여름만을 말하는 시, 여름이 주인공인 시, 여름 속에서만 만나고 헤어지는 시들로 가득한 이번 책 『포옹이 풀어지는 계절』은 한 계절에 대한 무한한 찬사이자 어긋남으로써 사랑이 온전히 붉어지는 모양을 적극적으로 발견하는 또 다른 색깔의 고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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