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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저자 : 실비 제르맹
실비 제르맹은 1954년 프랑스 중서부의 도시 샤토루에서 태어났다. 부지사를 지내기도 한 공무원 아버지를 따라 프랑스의 여러 소도시를 옮겨 다니며 유년 시절을 보냈다. 1970년대 파리 낭테르 대학에서 철학자 에마뉘엘 레비나스를 만나 깊은 영향을 받았고, 그의 지도 아래 석사 및 박사 논문을 썼다. 논문의 주제는 기독교 신비주의에서의 고행, 그리고 인간의 얼굴 및 악과 고통에 대한 성찰이었다. 『페르소나주』를 비롯해 『밤의 책』 등의 대표작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지는 작가 특유의 번뜩이는 신비주의적 직관 및 영적 언어는 이런 연구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노시스풍의 어떤 무례한 형상들, 불꽃처럼 번쩍거리는 이미지들, 고통스러운 시각적 환영들을 소환하며 전체를 총괄하는, 저 깊은 진실 밑바닥에서 터져 나오는 읍소 같은 것들이 그녀의 문학 언어에는 충만하다. 1981년부터 몇몇 단편소설을 써오다가, 1985년 『밤의 책』을 발표하며 여섯 개의 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작가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이어 『호박색 밤』, 『분노의 날들』, 『마그누스』 등의 작품을 출간했으며, 2004년 『페르소나주』를 발표했다. 이 작품은 작가가 자신이 구현하는 등장인물과 맺는 기묘한 관계성을 환기하는 몽환적 픽션이다. 글을 쓰며 고통스러운, 그러나 글쓰기를 더없이 욕망하는 몸에 대한 고백서이자 성찰적 오토픽션이다. 아니다, 우리가 여기서 만나는 것은 글쓰기의 리얼리즘, 글쓰기의 강력한 주문(呪文)일 수 있다.

역자 : 류재화
고려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파리 소르본누벨대학에서 파스칼 키냐르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철학아카데미 등에서 프랑스 문학 및 역사와 문화, 번역학 등을 강의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파스칼 키냐르의 『심연들』 『세상의 모든 아침』,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의 『달의 이면』 『오늘날의 토테미즘』 『레비스트로스의 인류학 강의』 『보다 듣다 읽다』, 발자크의 『공무원 생리학』 『기자 생리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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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이 시대의 반 고흐>
“쓰기의 몸짓은 늘 해방의 몸짓이었다.”

자신만의 독특한 언어와 문체로 세계에 도시라고 있는 비참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 내면에 깃든 악과 고통의 형이상학적인 의미를 모색하는 작가, 이 시대의 반 고흐로 불리는 실비 제르맹의 에세이 『페르소나주』가 1984Books에서 출간되었다.

실비 제르맹은 1985년 『밤의 책』을 발표하며 여섯 개의 문학상을 수상하였고 이어 『호박색 밤』, 『분노의 날들』, 『마그누스』 등 서른 편이 넘는 소설과 에세이를 출간, 유수의 문학상을 수상하며 현재 프랑스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의 한 사람으로 불리운다. BBC는 그녀를 가리켜 동시대의 가장 위대한 작가라고 소개했으며, 그녀를 소설가의 길로 이끌었던 ‘로제 그르니에’는 그녀를 향해 ‘천재적인 작가’라고 표현한 바 있다.

“우리 의식으로부터 생겨난 각 등장인물은 이제 새롭게, 아니 전혀 다르게 태어나길 소망한다. 언어로 태어나기를, 언어로 펼쳐지기를, 언어로 호흡하기를 소망하는 것이다. 스스로 표현되기.
그렇다, 텍스트의 생을 원하는 것이다.”

2004년에 출간된 『페르소나주』 는 철학과 시적 언어의 경계에서 소설 속 등장인물들을 주제로 글쓰기에 대해 탐구한 작품이다. 소설을 구성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인 등장인물. 어디서 오는지, 왜 오는지, 어떻게 오는지 알 수 없는 이 유령 같은 존재들은 누구이며 우리를 어디로 이끌어가는가. 140페이지에 달하는 이 신비롭고 매혹적인 에세이에서 실비 제르맹은 작가의 내면으로 파고들어 자신을 낳으라고 명령하는 이 ‘말 없는 읍소자’들인 등장인물에 대해 철학적이고 감각적인 언어로 모색한다. 밀란 쿤데라, 파울 첼란, 미켈란젤로, 시몬 베유, 모리스 블랑쇼, 그리고 성서 사이를 자유롭게 걸어 다니며 직조한 25개의 타블로 그리고 책의 말미, ‘여백에 그리는 소묘’처럼 더해진 두 단편은 등장인물과 작가가 거래하는 어두운 지대를 환기시킨다.

호기심의 각성, 자신만의 상상과 언어로 씨름하려는 욕망의 부활, 온갖 언어로 가득한 광대한 지형 속을 떠나고 싶다는, 아니 다시 떠나겠다는 전망 속에 이는 환희, 사랑에 빠진 이와 비슷한 동요와 희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지만 미친 듯이 질주하고 싶다는 열망. 이 이 유혹의 놀이에서 등장인물들은 말한다. “자, 먹어라! 나의 이미지를 먹어라. 내가 주는 문학의 언약을 씹어 삼켜라. 내 맛이 배어들어 있는 절묘한 단어를 맛보아라. 내가 실려 있는 의미를 음미하라.”

망각에 가까운 저 깊은 기억의 주름 속에서 꿈과 사상의 자양분을 먹고 조용히 잠들어 있던 그들은 몽상의 난입으로 돌연 깨어난다. 단어들은 살이 되고 동사들은 피가 된다. 새로운 육신을 부여받은 종이색 피부의 등장인물들은 이제 잉크에 젖는 생을 살아간다. 바로 텍스트의 생을.

‘이 작품은 작가가 자신이 구현하는 등장인물과 맺는 기묘한 관계성을 환기하는 몽환적 픽션이다. 글을 쓰며 고통스러운, 그러나 글쓰기를 더없이 욕망하는 몸에 대한 고백서이자 성찰적 오토픽션이다. 아니다, 우리가 여기서 만나는 것은 글쓰기의 리얼리즘, 글쓰기의 강력한 주문(呪文)일 수 있다.’(옮긴이)


<책 속의 문장>

어느 날, 그들이 거기 와 있다. 어느 날, 몇 시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들이 어디에서 오는지, 왜 오는지, 어떻게 오는지 우리는 모른다. 다만 늘 그렇게 느닷없이, 난입하듯 온다. 그렇다고 소란스러운 것도 아니다. 기물을 파손하는 것도 아니다. 그들은 기막힐 정도로 신중하게 벽을 통과해 온다.
그들이라니? 그들은 ‘페르소나주’들이다. 그렇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다. ? 9

우리 의식으로부터 생겨난 각 등장인물은 이제 새롭게, 아니 전혀 다르게 태어나길 소망한다. 언어로 태어나기를, 언어로 펼쳐지기를, 언어로 호흡하기를 소망하는 것이다. 스스로 표현되기.
그렇다, 텍스트의 생을 원하는 것이다. - 16

그들은 아무것도 강요하지 않는다(그 통렬한 존재감 말고는). 말도 하지 않고, 표명도 하지 않고, 선고도 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저 생이, 의미가 가능함을 암시할 뿐이다. 예상 밖의 질문을 던지는가 하면, 경악하게 한다. 너무나 밀도 있고 너무나 복잡한 우리의 실재 세계를 늘 새롭게 탐험하려면 궤도를 이탈해야 한다고, 그런 노선이 있다고 우리에게 살짝 암시할 뿐이다. - 21

단어들에도 혈색을 줘야 한다. 부피를, 색깔을, 맛을, 섬유 조직 또는 성역 같은 조직을 마련해야 한다. 소리와 빛에 반사 작용을 할 수 있는 힘이 갖춰져야 한다. 등장인물들의 부름에 응답하는 소설가에게 주어지는 책임이다. - 31

거꾸로, 읽기란 이미 쓰기이다. 왜냐하면 해석이란 어수선하게 분산되어 있거나 복잡하게 얽혀 있는 함의들을 해명하고 설명함으로써 주해를 다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밝혀진 의미의 위치를 옮기고, 변화시키고,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낸다. 바로 창작하는 것이다. - 40

항상 인간의 살가죽 위에 쓴다. 다른 물리적 실현 매체가 없기 때문이다. 항상 인간의 살가죽에 대해 쓴다. 소설에서 다른 주제란 없기 때문이다. 실존의 불확실성. 아무리 말해도 다 말해지지 않는 인간의 난해함. 지극히 어려운 사랑. 그럼에도 도무지 가라앉지 않는 사랑의 열정. 불가피한 고독. 그토록 다함 없는 사랑 끝에 생기는 냉소. 죽음 같은 허무. 이런 것들을 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85

글을 쓴다는 것은 참으로 우스운 일이다. 침묵의 망망대해 앞에서 종이 제방을 쌓는 행위다.
침묵, 오로지 침묵만이 결정권을 얻는다. 다량의 단어들에 분산되어 있는 의미를 굳건히 견지하는 것이 곧 침묵이기 때문이다. 결국 글을 쓸 때, 우리는 침묵을 향해 가는 것이다. 열정적으로, 은밀하게, 침묵을 열망하는 것이다. ≪침묵을 지키는 것, 바로 그것이 글을 쓰는 우리 모두가 무의식적으로 원하는 것≫이라고 모리스 블랑쇼는 말했다. -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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