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출판사 서평
생명체에 대한 인문적 성찰을 통한 자연과의 화해
모든 생명은 나름대로 가치와 의미가 있다. 우리는 동화를 읽으면서 토끼와 양을 잡아먹는 늑대를 증오하지만 그건 자연의 삶의 방식일 뿐 아니라 결코 필요 이상 잡아먹지 않는, 즉 불필요한 낭비는 없는 자연의 질서를 실천하는 것이다.
최근 환경(environments)이라는 말보다 생태(ecology)라는 용어가 등장하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환경은 여전히 인간을 중심에 두지만 생태는 공존의 개념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동물의 관점에서 볼 때 어떤 동물일까? 인간처...
생명체에 대한 인문적 성찰을 통한 자연과의 화해
모든 생명은 나름대로 가치와 의미가 있다. 우리는 동화를 읽으면서 토끼와 양을 잡아먹는 늑대를 증오하지만 그건 자연의 삶의 방식일 뿐 아니라 결코 필요 이상 잡아먹지 않는, 즉 불필요한 낭비는 없는 자연의 질서를 실천하는 것이다.
최근 환경(environments)이라는 말보다 생태(ecology)라는 용어가 등장하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환경은 여전히 인간을 중심에 두지만 생태는 공존의 개념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동물의 관점에서 볼 때 어떤 동물일까? 인간처럼 잔인하고 철없는 동물도 없을 것이다. 이 책은 ‘생태’의 관점에서 여러 동물들을 살펴보면서, 때로는 동물들과 결코 친하지 못한 인간에게 성찰의 메시지를 던진다. 그리고 묻는다. 자연이라는, 지구라는 거대한 공존의 공간에서 인간이라는 동물은 혹 스스로가 얕잡아보는 해충들보다도 못한 존재가 아닌가?
우리는 동물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맹꽁이를 예로 들어 보자. 우리는 맹꽁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학자들조차도 맹꽁이가 장마철에 운다는 것, 어떻게 생겼고 어디에 알을 낳아 얼마 만에 성체로 변태해 사라진다는 정도만 알 뿐, 장마철 전후엔 어디에 머물며 무엇을 먹고 얼마나 동면하는지는 거의 모른다. 막 변태한 어린 맹꽁이는 어린이 새끼손톱만한데, 다음 장마철에 나타나는 성체는 45밀리미터나 된다. 그 사이의 행적은 아직까지 미스터리다.
이 책 《동물 인문학》은 인문학자 김경집의 표현대로,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거나 유심히 바라보지 못한, 그러나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문제를 다양한 생명체들의 관점에서 파헤치고 있다. 갯벌의 연체동물에 이르기까지 생태계의 모든 동물들을 만나면서 우리는 과연 우주가, 자연이, 그리고 궁극적으로 생명이 무엇인가에 대한 근원적 물음에 직면한다.”
동물과 사람이 공존하는 세계의 복원만이 모든 생물과 평화롭게 사는 방법!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제대로 순환해야 건강하다. 순환이 원활치 못하면 병에 걸리고, 멈추면 죽는다. 38억 년 동안 살아온 생태계도 마찬가지다. 개체의 삶은 짧아도 개체들이 모인 종의 수명은 길듯, 종들이 어우러진 생태계의 수명은 더욱 긴데, 순환되는 생태계는 38억 년 동안 지구를 건강하게 이끌었다. 영국의 제임스 러브록은 지구를 하나의 생명체라고 주장한다. 진화와 멸종을 반복하며 표면의 수많은 생명체들이 숨 쉬고 먹고 배설한 이래, 지구는 자신의 체온을 유지하면서 대기를 구성하는 원소의 균형을 변함없이 유지해 왔다며 그는 지구를 ‘대지의 여신’, 즉 ‘가이아Gaia’라고 찬미했다.
그런데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은 생태계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책은 그런 사례들을 12개 항목으로 나누어 해안, 갯벌, 논, 과수원, 골프장, 4대강, 도시 주거지 등 모든 지역에 걸쳐 많은 동물들이 우리 조상과 어떤 평화 관계를 맺고 살아 왔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들이 이 대지에 언제쯤 왔는지에서 시작해 각 동물의 생활 특성, 또 사람에 의해 어떻게 참담하게 이 땅에서 쫓겨나고 있는지 등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40종 이상의 동물의 생활상과 과거 개발 전의 우리 부모 세대들과 공생했던 동물들의 모습을 이야기로 전하며, 이런 동물과 사람이 공존하는 세계의 복원만이 우리가 이 땅의 모든 생물과 평화롭게 사는 방법이라고 역설한다.
질병이 돌면 양계장의 닭들은 살처분을 면하지 못하지만 자유로운 삶과 휴식이 보장된 마당의 닭들은 큰 피해를 입지 않는다. 약에 의존한 인간의 평균수명이 는 대신 건강수명은 오히려 후퇴했다. 사람만이 아니다. 사람 주변을 떠나지 못하는 애완동물도 그렇다. 에드워드 윌슨은 “인간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면 세상은 그대로 돌아가겠지만, 곤충이 사라지면 인간은 몇달 못가 멸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책의 동물 이야기는 바로 사람 이야기다. 어쩌면 우리 후손의 이야기다.”
책속으로 추가
많은 생태학자들은 지금을 ‘제6의 멸종’에 접어든 시대라고 경각심을 전한다. 지금부터 2억 5000만 년 전 분포하던 생물의 거의 90퍼센트를 사라지게 한 대멸종을 비롯해 가장 최근인 6500만 년 전의 대멸종까지, 4억 4000만 년 전부터 5차례 지구의 생태계를 강타한 대멸종은 화산이나 운석과 같이 급격한 환경변화가 원인이었다고 연구자들은 분석한다. 한데 현재 진행 중인 ‘제6의 멸종’은 순전히 사람 때문이라는 게 관련 연구자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자연의 흐름을 뒤죽박죽으로 만드는 탐욕스런 개발행위로 생태계가 무너질 위기에 있다는 경고다. - 본문 220쪽
생물이 지구에 등장한 지 38억 년 이래, 얼마나 많은 생물종이 명멸했을까? 학자들은 3000만 종의 100배, 대략 30억 종에 달할 것으로 막연히 추산한다. 대략 100년에 100종이 새롭게 진화했다면 같은 기간에 99종이 멸종한 셈인데, 최근 멸종 속도가 5만 배 이상 높아졌다고 전문가는 추산한다. 게다가 순전히 사람 때문이라고 덧붙인다. 이런 추세로 멸종이 진행된다면 지구에는 오로지 사람만 남을까? 아닐 것이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 아닌가. 생태계의 도움 없이 생존하지 못한다는 걸 깨닫겠지. - 본문 284쪽
우리 인간은 방사될 호랑이를 어떻게 맞아야 하나? 불행하게도, 수천 개의 덫으로 지리산 반달가슴곰을 맞이하던 사람들은 백두대간을 거닐 때 호주머니에 곶감을 넣어야 했을까? 세계 최고의 밀도를 자랑하는 고속도로와 국도, 심산계곡까지 훼손한 스키장과 골프장은 ‘자연의 이웃’이 진저리치는 아스팔트를 거미줄처럼 펼쳐놓았다. 조각보가 된 금수강산은 호랑이 한 쌍이 필요로 하는 400제곱킬로미터의 생태계를 온전하게 보전하지 못한다. 좁은 산하에서 가족을 건사할 수 없는 호랑이는 안전한 증식장에서 사람들이 던져주는 먹이를 축내며 일생을 보낼 수밖에 없을 텐데, 어떤 생명공학자가 백두산호랑이를 복제하겠다고 자청한 적 있다. 거참! 고양이의 난자에 호랑이의 체세포 핵을 넣고 사자가 임신하는 방식이었는데, 다행인가? 실패했다. 아니 시도하지도 않았을지 모른다. - 본문 302쪽
여우는 교활한가? 대개 깔끔한 오소리 굴을 차지하는 여우는 오소리가 나간 사이 일부러 자신의 배설물을 흩어놓는다는 걸 관련학자는 실증적 예로 든다. 지독한 냄새에 진저리를 치며 오소리가 떠나는 걸 알기 때문이라는데, 그렇다면 여우는 교활하기보다 영리한 걸 테지. 둔갑술이 묘하다던데, 야음을 틈타 인가 근처 들판에서 현란하게 움직이며 들쥐나 토끼들을 잡아먹는 모습을 멀찍이 본 사람의 착각이 아닐지. 아무튼 인간이 붙인 부정적 상징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 땅의 전설을 풍요롭게 만든 여우는 어느새 자취를 감췄다. 칠흑 같은 밤, 굽이굽이 고개를 넘으면 보였던 불빛 희미한 오두막이 사라졌기 때문일까. - 본문 305쪽
10년이면 바뀌던 강산이 요즘은 3년이면 뚝딱인데, 요즘 도시 매미의 한살이는 고달프기 짝이 없다. 아스팔트와 시멘트로 표토층이 뒤덮이지 않아야 하는 건 물론이고, 개발을 위해 뽑히는 나무를 용케 피해야 삼복의 햇볕을 만끽할 수 있다. 산성화가 심화된 대지를 뚫고 나무줄기로 오른 수컷에게 주어진 시간은 달포. 일가를 이루려면 시간 내에 짝을 기필코 찾아야 하는데 어찌 사생결단하지 않을 수 있으리. 어쩌면 도시라서 매미는 더 시끄럽게 우는 걸지 모른다. 자동차 소음으로 뒤덮인 작은 녹지에서 경쟁마저 치열하므로. - 본문 37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