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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1980년대 이후 프루스트 연구 경향과 문학 장르의 문제
제1부 발생론적 접근: 자전적 자아와 반(反)전기주의 전략
제1장 소설 서술과 1인칭의 사용
제2장 자서전적 성격의 문제
제2부 서술학적 접근: 서술 행위의 불안정성과 장르의 애매성
제1장 서술자의 신뢰성과 거짓말쟁이의 역설
제2장 ‘우리가 읽는 텍스트’와 ‘써야 할 책’: 자서전, 소설, 오토픽션
제3부 문학사적 접근: 소설적인 것의 재규정, 일종의 소설, 일종의 반소설
제1장 오리안느 드 게르망트, 소설적인 것의 몽상
제2장 『사라진 알베르틴』, 소설적인 것의 사멸
제4부 문체론적 접근: ‘에세이적인 것’과 소설 서술
제1장 진리 지향적 글쓰기
제2장 공쿠르의 『일기』: 문체로서의 문학
제3장 ‘에세이적인 것’과 픽션 플롯
결론
장르 개념의 소멸과 무시간적 문학사
저자 소개
저자 이충민
서강대학교에서 불문학으로 학사·석사를 받았고
프랑스 파리8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으며(D.E.A.),
서강대학교에서 프루스트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강대학교와 고려대학교에 출강하고 있다.
주요 논문|「프루스트 작품의 판본 정립과 한국어 번역의 상관관계」(《프랑스학연구》, vol.67, 2014)
「프루스트의 소설은 여담적인가」(《불어불문학연구》, vol.104, 2015)
「『생트뵈브에 반대하여』: 끝의 시작, 시작의 끝」(《불어불문학연구》, vol.108, 2016)
번역서 |질 들뢰즈, 『프루스트와 기호들』(공역), 민음사, 1997
란다 사브리, 『담화의 놀이들』, 새물결, 2003
미셸 드 세르토, 『루뎅의 마귀들림』, 문학동네,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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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프랑스 문학 연구자의 프루스트 등반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잃어버린 고리를 찾아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방대한 분량의 총체적ㆍ백과사전적 소설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소설 장르를 근본적으로 쇄신한 혁신적 작품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작품에 대한 평가와 해석이 시대별로 달랐던 것은 물론이고 다양한 비평적 조류가 만나는 교차점이 되어왔으며, 오랫동안 여러 대담한 ‘이론’이 적용되는 실험실로 유명했다. 이처럼 픽션과 비평, 소설과 자서전, 계시 진리와 인식론적 회의주의, 유기체적 통일성의 미학과 현대적 파편성의...
젊은 프랑스 문학 연구자의 프루스트 등반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잃어버린 고리를 찾아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방대한 분량의 총체적ㆍ백과사전적 소설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소설 장르를 근본적으로 쇄신한 혁신적 작품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작품에 대한 평가와 해석이 시대별로 달랐던 것은 물론이고 다양한 비평적 조류가 만나는 교차점이 되어왔으며, 오랫동안 여러 대담한 ‘이론’이 적용되는 실험실로 유명했다. 이처럼 픽션과 비평, 소설과 자서전, 계시 진리와 인식론적 회의주의, 유기체적 통일성의 미학과 현대적 파편성의 미학 등 여러 상반된 요소가 공존하고 있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제대로 읽기 위해 ‘문학 장르’라는 틀을 중심으로 원고 연구, 전기(傳記) 연구, 서사학, 해석학, 분석철학, 소설사, 문체론 등 다양한 접근법을 동원해 종합적인 조망을 제시한다.
왜 ‘문학 장르’라는 틀인가?
‘문학 장르’라는 다소 고전적인 범주를 키워드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는 것은, 이 개념이 다양한 영역에서 산발적으로 제기되며 결코 완전히 봉합되지 않는 모순과 분쟁의 양상을 종합적으로 보여주기에 적절한 ‘교차로와 같은 범주’이기 때문이다. 프루스트에게서 소설성의 부정, 장르 혼합, 스토리텔링의 해체, 시적 소설의 지향, 철학적 성찰의 삽입 등 다양한 문학적 고민이 장르라는 범주를 중심으로 전개되며, 이를 통해 근대 소설에서 현대 소설로의 이행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프루스트는 소설가를 ‘시인’이라 부르고 완성 직전의 『스완네 집 쪽으로』를 ‘에세이 모음집’이라 부르는 등 기성의 장르 분할에 얽매이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점에서 프루스트에게 장르라는 문제는 지극히 중요한 동시에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고까지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장르 구별의 무효화는 공식 문학사와의 무관성이라는 측면에서도 바라볼 필요가 있다. 프루스트는 전대 소설의 최고 거장인 에밀 졸라의 작품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낭만주의와 고전주의의 구별을 인정치 않는다. 그에게 문학사는 장르와 유파와 무관하게 두 작가의 대화를 주선해주는 장(場)일 뿐 기본적으로 시대 구별이나 발전 도식과는 무관한 것이었다. 따라서 문학사의 토대를 이루는 정전(正典), 선후관계, 영향, 연대기 같은 관념은 프루스트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요컨대 그의 독특한 시간관은 문학사라는 시간에 대해서도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문학사적 흐름 안에 위치시키는 것은 어려울뿐더러, 심지어 미셸 슈나이데르가 말하는 것처럼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선배 거장들로부터 나온 것이 아니라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통해 우리가 전대 문학의 상당 부분을 발견하게 된다고 해야 할 것이다.
통일성과 파편성
프루스트의 미학에는 모순이 적지 않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형이상학의 개념과 논의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최초의 소설 중 하나라고는 하지만 프루스트는 미학이나 철학의 전문가가 아니었다. 프루스트는 후기 낭만주의 미학을 소르본의 강의나 해설서를 통해 단편적ㆍ간접적으로만 접했으며, 이는 쇼펜하우어나 니체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딜레탕트적 아마추어리즘은 공식적 미학과 실제 작품 사이에, 스스로 제시한 논변들 사이에 괴리와 불일치를 낳았으며, 그 결과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문장이나 서술 차원에서 프루스트가 꿈꾸었던 ‘자동 보도’, ‘거장의 니스칠’, ‘행갈이 없는 책’ 등과 같은 연속성의 이념과 실제 구현된 작품에 드러나는 수많은 파편성ㆍ이질성 사이의 충돌과 모순점을 무수히 담고 있다.
『잃어버린 시간을』에 공존하는 상반된 통일성과 파편성이라는 두 가지 미학에 대한 해석은 시대별로 작품의 수용 양상을 드러내는 시금석과 같은 것이었다. 근 백여 년간의 프루스트 비평사를 파편성에 대한 비난(초기 비평), 통일성과 구성의 발견(장 루세와 장-이브 타디에), 파편성의 긍정(질 들뢰즈, 롤랑 바르트), 통일성의 재복권(안 앙리) 등 두 극단 사이의 왕복으로 정리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두 미학 중 어느 쪽이 우세한지에 관한 끝없는 논의를 되풀이하는 것보다는 하나의 원리로 설명할 수 없는 현재의 복잡한 체제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양자의 긴장과 충돌이 어떤 식으로 작용했는지를 보려 하는 편이 생산적이지 않겠는가? 프루스트는 이론적 모순을 해결하지 못했지만 그 모순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담긴 상반된 요소들을 심층에서 설명해준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우리로 하여금 현재의 부족하고 협소한 미학적ㆍ장르적ㆍ비평적 ‘안경’을 완전히 벗어버리고 보다 종합적이고 독자적인 시각으로 작품과 연구의 지평을 넓혀갈 것을 재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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