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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프롤로그

겉과 속이 다른 생선
콩, 콩, 콩, 콩밥
떨떠름한 자몽
회복 탄력 족발
새빨간 라면
뜻밖의 조우
대하하하
누리의 비밀
돈, 돈, 돈!
충격량의 법칙
짜게 식은 동태눈
목격자
내일의 동지
떡하니 떡
잣 같은 만남
수제 BYE
떠난 것과 남은 것
에필로그

작가의 말
저자 소개
저자 : 조혜린
실낱같은 희망을 이야기로 엮는다. 영화 마케터로 일하며 시나리오와 소설 등 다양한 글을 써 왔고 컴투스 글로벌 콘텐츠 문학상, 대한민국 과학 소재 단편 소설 공모전 등에서 수상했다. 튀르키예에 출간된 단행본 『악몽 면역자』를 비롯해 『메타버스 장르문학상 수상작품집 1: 러브 플레이어스』 『이달의 장르소설 6』 『부천 괴담집』 등의 앤솔러지에 참여했다.
여전히 조금씩 자라난다고 믿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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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최경식 할아버지가 죽어버렸다.
나는 그저 밥만 같이 먹었을 뿐인데……!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33권으로 조혜린의 신작 장편소설이자 첫 청소년 소설인 『남다른 식구』가 출간되었다. 고등학생 주인공이 노인 사망 사건의 주요 참고인으로 경찰서에 불려가는 충격적인 시작부터 할아버지의 편지로 마무리되는 무뚝뚝하지만 상냥하고 포근한 마지막까지, 미스터리한데 이상하게 군침이 도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고등학교 1학년 주인공 황채윤. 팔순이 지난 할머니와 시고르자브종 견공 어르신 누리의 보다 편안한 나날을 위해 직접 생계 전선에 뛰어들어 자전거로 동네 맛집 배달을 도맡고 있다.
채윤과 같은 동네에 사는 최경식 씨. 다 먹지도 못할 거면서 야식을 매번 무려 2인분 이상 시키는, 동네에서 제일 비싼 집에 살지만 노망이 났다는 소문이 파다한 부자 할아버지. 통칭 ‘2인분 노노(노망난 노친네)’.
어느 날, 채윤은 장해요릿집 주인의 부탁으로 경식의 집에 야식 배달을 간다. 그리고 자신의 ‘기미 상궁’이 되라는 진상을 부리는 경식에게 끝까지 차분하고 덤덤한 태도를 보여 경식의 눈에 들어버린 탓에 1주일에 한 번, 경식과 함께 반강제로 식사를 하게 되고 만다.

“먹어.”
“진심이세요?”
휘둥그레진 눈으로 묻자 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너 어차피 돈 받아 가야 할 것 아니냐.”
“하지만…….”
“네가 기미 상궁처럼 이걸 먹어도 문제가 될지 아닐지 판단하란 거다.”
배달 일을 시작한 지도 벌써 석 달째.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나는 후들거리는 손으로 나무젓가락을 가른 다음 조심스럽게 회를 집었다.
_본문 중

다시는 그곳에 배달 가지 않고, 그깟 진상도 무시하면 그만이지 않냐고? 문제는 ‘2인분 노노’가 미성년자인 채윤에게 꾸준히 일을 주는 장해요릿집 큰손이라는 것. 경식과 밥을 먹지 않으면 졸지에 소중한 거래처 하나가 날아가버리는 것이다!

“전에 그 집으로 가면 되는 거죠?”
“맞아, 하여간에 매주 수요일 밤마다 힘들어 죽겠다, 그 양반 때문에.”
지난번에 나를 애먹인 그 할아버지가 또 음식을 주문한 상황이었다. 이번에는 필수 조건까지 내걸었다고.
“꼭 네가 배달해야 한다고, 다른 놈들은 안 된다고 바락바락 악을 쓰시지 뭐냐. 좀 아픈 분이다, 생각하고 봐드려.”
_본문 중

먹을 식(食), 입 구(口):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
때로는 무엇을 먹는지보다
누구와 먹는지가 더 중요한 법이다!

채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매주 수요일 밤마다 야식을 배달하는 겸 경식의 집에 발을 들인다. 경식은 송어회, 족발, 대하 등 제철 음식이나 몸에도 좋고 맛도 좋은 야식들을 잔뜩 시켰기에, 성장기라 돌도 씹어 먹을 수 있는 식욕을 가진 채윤은 이왕 이렇게 된 거, 할머니와 살면서 생겨난 능력(?)인 눈치와 유들유들함을 한껏 발휘해 경식과 온갖 수다를 떨며 야무지게 야식을 먹는다.
그리고 경식을 겪으면서 채윤은 차츰 깨달아간다. 이 할아버지가 영 무뚝뚝하고 고집쟁이이긴 하지만, 고독한 탓에 자신에게 심적으로 의지하고 싶어 자신을 부른다는 걸. 그리고 피는 하나도 섞이지 않았지만, 자신도 그런 경식의 고독한 마음을 이해할 수 있기에 경식과 함께하는 시간이 점점 기다려진다는 걸.
채윤이 불편한 기색 없이 경식의 집에 드나드는 것을 본 같은 건물 다른 층에 사는 경식의 손녀 최소라가 채윤에게 반찬 배달을 부탁하면서, 소라를 통해 경식과 경식 자식들 사이의 일, 경식의 과거도 조금씩 풀려나간다.

“너 이전에도 여기 발을 들이다 만 녀석들이 있었다. 하나같이 답답한 놈들이었지.”
할아버지가 새우를 하나 까서 내게 건넸다. 쏘아붙이는 말투에 걸맞지 않은 다정한 권유였다.
알맞게 익은 대하를 입에 집어넣었다. 뽀득한 속살을 씹을수록 바다의 소금기와 함께 적당한 단맛과 고소함이 번져 나왔다.
“근데 넌 좀 뭐랄까, 애늙은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통과야.”
_본문 중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한번 생각해보자. 요즘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하는 일은 뭘까?
아주 작은 것이라도 괜찮다. 종종 우리에게는 거창하고 커다란 행복이 아닌, 소소한 행복이 더 필요할 때가 있다. 마음에 쏙 드는 옷가게, 길을 걸을 때마다 흘러오는 꽃향기, 잘 몰랐던 타인과 같이 밥을 먹으면서 조금씩 서로를 알아가고, 가까워지고, 꼭 닫아두었던 마음의 문을 살짝 여는 일 같은 것. 물론 어느 좋은 날, 이 책을 마주쳐 펼쳐 든 것일 수도 있겠다.
우리는 모두 은연중에 조금씩 어디론가 나아간다. 채윤처럼 자기 자신이 생각하는 작지만 단단한 행복을 찾아서, 경식 할아버지처럼 외로운 마음을 의지할 곳을 찾아서. 그 과정에서 어떤 때에는 불안이 우리를 잠식하고, 세상에 대한 기대치가 깎이고 마는 날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목표로 하는 그곳이 어디든, 누군가의 온정과 함께라면 발걸음이 불안정할지는 몰라도 마음만은 환하고 따사로울 테다. 그리고 그런 안온함을 이 책, 『남다른 식구』는 기꺼이 나눠줄 것이다.

우리 모두 채윤이처럼,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는 내일 더 사려 깊은 사람이 되어 또 만나요!
_작가의 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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