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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화 꽃상여에 태워 보낸 벗들
2화 오늘 죽을 자들의 명단
3화 붉은 화마의 바다
4화 최악의 운명 분투기
5화 죽일 수 없는 원수의 아들
6화 천기누설, 도가니 도사
7화 산 자의 초상
8화 삶과 죽음의 교차로
9화 모서리가 닳아 버린 목함
10화 퇴기의 실꾸리
11화 혼례식의 불청객
12화 목숨과 바꿔서도 지킬 사람
13화 유한한 생의 끝까지
14화 흑패선
15화 용포를 걸친 광인
16화 조각나 부서진 달빛
17화 돛 없이 나아가는 배
18화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에서
19화 사천검의 주인
20화 혼인지의 샘물
21화 살부의 운명
22화 딸을 버린 업보
저자 소개
저자 : 천지혜
웹소설 작가이자 드라마 작가. 〈금혼령, 조선 혼인 금지령〉의 원작 소설과 드라마 대본을 집필했다. 소설 『블러셔와 컨실러』, 『밀당의 요정』, 『거울 살인』, 『좀비 코인』 등을 썼다. 소설, 드라마를 넘나드는 전방위 크리에이터로서 미디어와 장르의 구분 없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꿈이다.
인스타그램: @zihyestory

저자 : 사니
일러스트와 그래픽&북디자인 등 다양한 일들을 한다. 교토에서 지냈던 이야기를 인스타툰으로 그리기도 했다. 이야기를 그리고 쓰고 만들어 들려주는 삶이 좋아 소설에 첫발을 내디뎠다.
인스타그램: @vintageis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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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운명을 아는 자들의 선택
사율계를 둘러싼, 서로 다른 형태의 운명들

『윤회비록』 1권은 조선이라는 익숙한 시공간 위에 ‘운명을 기록하는 책’ 사율계라는 낯선 설정을 더하며,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이승에 떨어진 저승의 명부라는 설정은 단순한 판타지적 장치에 머물지 않고, 인간이 스스로의 삶을 어디까지 선택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로 확장된다. 특히 작품은 태선을 중심으로 얽힌 관계들을 통해 운명을 받아들이는 태도와 거스르려는 욕망, 그리고 그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내면을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사랑과 대립이라는 서로 다른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운명의 얼굴은, 결국 우리 각자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묻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사랑, 운명을 알면서도 선택하는 마음
태선과 유비의 관계는 『윤회비록』이 말하고자 하는 운명의 본질을 가장 섬세하게 드러내는 축이다. 태선은 반복되는 죽음과 상실을 통해 이미 운명이란 피할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체득한 인물이다. 그는 더 이상 무엇을 바꾸려 하기보다, 남겨진 것을 지키고 더 이상의 비극을 막으려는 선택을 한다. 이러한 태도는 체념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고통을 겪어본 자만이 내릴 수 있는 절제된 결단이다. 그에게 유비의 존재는 단순한 사랑을 넘어, 다시 삶을 바라보게 만드는 계기이자, 운명 앞에서도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감정의 가능성을 상기시키는 존재다.
유비와의 관계 속에서 태선은 비로소 ‘운명을 안다’는 것과 ‘그럼에도 살아간다’는 것이 어떻게 다른지를 체감한다. 사랑은 운명을 바꾸지 못한다. 그러나 그 안에서 어떤 태도로 살아갈 것인지는 바꿀 수 있다. 이 지점에서 작품은 사랑을 운명에 맞서는 힘으로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사랑은 운명을 받아들이는 방식, 혹은 그것을 견디게 만드는 이유로 작용한다. 태선에게 유비는 피해야 할 존재가 아니라, 알고도 선택해야 하는 존재이며, 그 선택 자체가 또 다른 운명의 시작이 된다.
이 관계는 독자에게 조용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이미 끝을 알게 된다면, 그 관계를 시작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한 사랑은 과연 비극일까, 아니면 삶을 완성하는 또 다른 의미일까. 『윤회비록』은 이 질문에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다만 태선의 선택을 통해, 운명을 아는 인간이 어떤 방식으로 사랑을 지속할 수 있는지를 깊이 있게 보여준다.

대립, 운명을 거스르려는 의지의 끝
태선과 서후의 관계는 운명을 대하는 인간의 또 다른 얼굴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태선이 운명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최소한의 희생을 줄이려는 인물이라면, 서후는 그 질서 자체를 흔들고 바꾸려는 인물이다. 사율계의 존재는 서후에게 두려움이 아닌 가능성으로 다가온다. 죽음을 기록하고, 나아가 그것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은 그에게 인간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기회로 인식된다. 이 지점에서 서후는 단순한 야망가가 아니라, 세계의 부조리에 저항하는 의지를 지닌 존재로 읽힌다.
그러나 문제는 그 선택의 방식이다. 운명을 바꾸려는 의지는 점차 더 큰 개입을 요구하고, 그 과정에서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경계는 흐려지기 시작한다. 서후는 점점 더 과감한 선택을 하게 되고, 그 선택들은 결국 타인의 삶과 죽음을 건드리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이는 단순한 권력의 문제가 아니라,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가’라는 윤리의 문제로 확장된다. 작품은 서후를 통해 묻는다. 운명을 바꿀 수 있다면, 우리는 과연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는가. 그리고 그 끝에서 우리는 여전히 인간으로 남아 있을 수 있는가.
태선과 서후의 대립은 단순한 선악 구도가 아니다. 그것은 운명을 받아들이는 태도와 거스르려는 태도가 충돌하는 지점이며, 인간이 가진 두 가지 본능―수용과 개입―이 맞부딪히는 장면이다. 이 대립은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의 입장을 고민하게 만든다. 우리는 주어진 삶을 받아들이는 쪽에 설 것인가, 아니면 그것을 바꾸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쪽에 설 것인가. 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는 과연 누구의 몫이 되는가.

『윤회비록』 1권은 사율계를 둘러싼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되지만, 그 핵심에는 결국 ‘운명을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라는 질문이 놓여 있다. 태선과 유비의 사랑은 운명을 알면서도 선택하는 인간의 용기를, 태선과 서후의 대립은 그것을 거스르려는 의지의 위험과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준다. 작품은 어느 하나의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서로 다른 선택들이 만들어내는 결과를 차분히 드러내며, 독자가 스스로 자신의 삶을 되묻게 한다. 결국 이 이야기는 운명을 바꾸는 이야기라기보다, 운명을 아는 인간이 어떤 태도로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깊은 성찰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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