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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농 레스코』를 찾아서
『마농 레스코』 바칼로레아
저자 소개
저자 : 아베 프레보 Abbe Prevost (1697~1763)
사랑의 열정을 노래한 최고의 소설 중 하나로 꼽히는 『마농 레스코』의 저자. 본명은 앙투안 프랑수아 프레보 데그질(Antoine Francois Prevost dExiles)로 프랑스 북부 에댕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에댕의 대법원 재판소 왕실 법률 대리인 겸 고문이었다. 예수회 학교에서 공부한 뒤, 1713년 파리의 예수회 수사(修士)가 되었으며 콜레주 루아얄 앙리르그랑에서 철학을 공부했다. 1716년 군인이 되었으나 군 생활에 싫증을 느껴 곧 제대한 뒤 베네딕트회 수도사가 되었다. 그 후 한곳에 머물지 않고 네덜란드, 영국 등으로 돌아다녔다. 1921년 첫 작품 『로마 기사 폼포니우스의 모험』을 써서 1724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출간했다. 이어서 1728년부터 1731년까지 『어느 고귀한 사람의 모험과 회고』라는 제목으로 20권짜리 소설을 썼다. 그리고 34세 때인 1731년, 그중 일곱 번째 소설로 그에게 명성을 가져다준 유일한 작품이라 할 수 있는 『마농 레스코』를 파리에서 출간했다. 『마농 레스코』를 발표하자 아베 프레보는 숙명적인 사랑, 숙명적인 정열을 웅변적이지 않은 소박한 문체로 보여준 최초의 작가로 인정받았다.
1734년 프랑스로 귀국한 아베 프레보는 다시 베네딕트회로 돌아가 일하며, 계속해서 여러 편의 소설을 발표했다. 노년에는 대부분 프랑스 북부 도시 샹티이에서 보냈는데, 1763년 겨울 어느 날 숲 속을 산책하다가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았다.

역자 : 진형준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문학 석사ㆍ박사학위를 받았다. 홍익대학교 문과대학장, 세계상상력센터 한국 지회장, 한국상상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문학평론가이자 불문학자로, 그리고 한국문학번역원 원장으로서 한국이 주빈국이던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을 성공적으로 주관하며 한국문학과 한국문화의 세계화에 기여했다. 지은 책으로 『상상력이란 무엇인가』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상상계의 인류학적 구조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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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사랑을 향한 끝없는 열정, 최고의 연애소설 『마농 레스코』
『마농 레스코』의 주인공인 데 그리외와 마농은 십대 후반이다. 그들은 어리다. 그리고 정말로 위험하기 짝이 없는 사랑에 빠져 있다. 둘은 완전히 사랑에 눈멀어 있고, 사랑에 미쳐 있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정말로 철없는 어린애들이다.

하지만 두 주인공은 당당하다. 그들이 벌인 모든 일은 상대방을 사랑하기 때문에 한 짓이기 때문이다. 데 그리외는 도박, 사기, 탈옥을 저지르며 심지어 살인까지 한다. 아버지의 기대를 배반하고 불효를 일삼으며 친구의 기대도 저버린다. 그는 결국 자신이 지니고 있던 모든 것을 다 버린다. 마농은 돈을 받고 자신을 팔면서도 “우리의 행복을 되찾기 위해 한 일이니 당신도 이해해주리라 생각한 거야. 나도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한 짓이라고”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둘은 결국 죽음마저 불사하기에 이른다. 물론 데 그리외는 살아남지만…….

주인공의 아버지가 보기에 아들은 이성이고 명예고 다 잃어버린 한심한 꼬락서니를 보여줄 뿐이다. 아버지의 눈에 그건 사랑이 아니다. 그냥 불장난일 뿐이다. 위험한 불장난을 사랑이라고 착각하는 아들은 아직 어린애일 뿐이다. “진짜로 사랑에 빠지기에는” 아직 너무 어린 것이다. 아버지, 그러니까 어른들이 생각하는 진짜 사랑은 어떤 것일까? 분별력을 갖춘 사랑이다. 성숙한 사랑, 현실감을 가진 사랑이다. 두 눈 먼 사랑이 아니라 두 눈 똑바로 뜬 사랑이다. 하지만 사랑은, 특히 젊은 시절의 사랑은 그런 게 아니다. 사랑은 성숙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단어다. 사랑은 분별력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단어다. 사랑은 그냥 그렇게 와서 그냥 그렇게 나를 사로잡는 것이다.

사랑은 달콤하면서 위험하다. 행복을 느끼게 해주면서 동시에 고통을 준다. 사랑 때문에 많은 것을 잃기도 한다. 하지만 그 사랑은 우리를 감동시킨다. 왜일까? 누구나 사랑을 갈망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랑은 그 자체로 고결한 것이기 때문이다. 18세기 프랑스 철학자 몽테스키외는 『마농 레스코』를 읽은 후 이 소설을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 소설의 남자 주인공 데 그리외는 패륜아에 사기꾼이며, 여자 주인공 마농은 행실 나쁜 여자로 감화원을 들락거리는 신세지만, 그들이 그렇게 된 것은 사랑이라는 고결한 동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들의 행동이 비열하다고 해서 결코 그 고결함이 손상되지 않는다고 몽테스키외는 말했다.

책 속에서

정말로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이성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던 나, 여자에게 눈길 한 번 준 적이 없던 내가 단번에 열정에 휩싸였다. 도대체 무슨 신비스러운 힘이 작용했던 것일까? 그렇게 수줍음을 잘 타던 내가, 한눈에 반한 그녀 앞으로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다가간 것이다.
그녀는 나보다 나이가 어려 보였다. 하지만 그녀는 수줍은 기색도 없이 내 인사를 받았다. 나는 그녀가 무슨 일로 아미앵에 온 것인지 용감하게 물어보았다. 그녀는 부모님의 명령으로 수녀가 되려고 이곳에 왔다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나는 처음 보는 여자 앞에서 그녀의 부모가 내린 결정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열렬하게 비판했다. 처음 본 그녀에게, 그녀가 수녀가 되면 한없이 불행해질 것이라고 열심히 떠들어댔으니 모두 그녀를 향한 내 맹목적 열정이 가져다준 힘 덕분이었다. 나는 그녀를 설득하기 위해 온갖 논리와 웅변술을 총동원했다. 그녀는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 같기도 했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 같기도 했다. 단지 자신도 자기 앞날이 불행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달리 피할 도리가 없으니 운명으로 알고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고 마치 남의 일 이야기하듯 대답했을 뿐이었다.
지금에 와서야 알 수 있는 사실이지만 그녀의 부모가 그녀를 수녀로 만들기로 결심한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녀에게는 향락에 빠지기 쉬운 기질이 이미 엿보였기에 그런 결정을 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그 향락 기질이 나와 그녀가 앞으로 빠지게 될 불행의 씨앗이었다.
하지만 그날 어렴풋이 드러난 그녀의 그 기질은 오히려 나를 매혹시켰다. 그녀의 부드러운 눈길, 불만을 토로하면서 드러내는 우수에 젖은 요염한 모습, 이따금 내뱉는 한숨, 이 모든 것이 나를 파멸로 이끌 운명의 힘이 되어 나를 밀어붙였다.
나는 앞뒤 재지 않고 그녀에게 단언했다. 내 가슴속에 불붙은 사랑을 믿는다면 내 말을 따라달라, 내 목숨을 걸고 그녀를 부모님의 강압에서 벗어나게 해주겠다, 그녀를 행복하게 해줄 자신이 있다고 말해버린 것이다. _24~25쪽

나는 그만 넋을 잃고 말았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몸을 떨며 눈을 내리깔고 있었다. 그녀도 말이 없었다. 그러나 내 침묵이 길어지자 그녀가 눈물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부정을 저지른 나를 미워하는 건 당연해. 내가 나빴어. 하지만 나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당신도 너무했어. 어떻게 두 해 동안이나 내 소식을 알아보지도 않을 수 있는 거지? 너무 야속한 거 아냐? 게다가 나를 이렇게 눈앞에 두고도 어떻게 아무 말이 없을 수 있는 거야?”
말을 마친 후 그녀는 자리에 앉았다. 나는 몸을 모로 돌린 채 여전히 서 있었다. 감히 그녀의 얼굴을 바라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입을 열려 해도 입술이 떨어지지 않았다.
마침내 내가 용기를 내어 외쳤다.
“아, 마농! 부정한 마농!”
나의 말을 듣고 그녀는 눈물을 흘렸다. 그녀가 울먹이며 말했다.
“그래, 내가 잘못했어. 변명하고 싶은 생각은 조금도 없어.”
“그럼 도대체 여긴 왜 온 거야?”
내가 목소리를 높여 물었다.
“난, 난 죽어버릴 거야. 만약 당신의 사랑을 다시 받을 수 없다면……. 아, 당신의 사랑 없이는 살 수가 없단 말이야!”
그녀의 그 말에 나는 그만 폭발해버렸다. 분노가 폭발한 것이 아니라, 내가 이제 사라졌다고 착각했던 그녀를 향한 사랑이 폭발한 것이다.
“아, 마농! 그런 끔찍한 말을 하다니! 당신이 죽느니 차라리 내 목숨을 가져가! 당신에게 줄 건 내게 남은 이 목숨 단 한 가지밖에 없으니까! 단 하루라도 내 마음이 당신을 향하지 않은 적은 없었어!”
그랬다! 일순간에 나의 공부도, 나의 신앙도 물거품이 되었다. 그녀의 모습을 보는 순간 그동안 내가 얼마나 큰 착각 속에 살고 있었는지 단번에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그녀를 단 하루도 잊은 적이 없었던 것이다! _87~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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