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치매 3등급 엄마의 불로장생약은 ‘옛 노래 함께 부르기’
시인의 어머니는 작품 속에서 치매 3등급 판정을 받고 요양보호사의 돌봄을 받는 상태다. 딸의 얼굴과 목소리마저 흐릿해지는 순간이 수시로 찾아오지만, 신기하게도 옛 노래를 틀어놓는 순간만큼은 엄마의 기억이 또렷해진다.
백난아의 〈찔레꽃〉, 김태희의 〈소양강 처녀〉 전주가 끝나기 무섭게 박자 하나 놓치지 않고 또랑또랑하게 노래를 따라 부르는 엄마.
시인은 그 순간만큼은 ‘치매 걸린 엄마’가 아니라 “팔팔한 꾀꼬리”가 되어 엄나와 딸 모두 이팔청춘으로 되돌아간다고 말한다.
“육체의 노쇠함과 기억의 소멸 속에서도 ‘행복한 기억’만큼은 결코 늙지 않고 젊음을 유지한다”고 시인은 강조한다.
당신의 정수리를 치고 당신의 가슴을 치는,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이런 문장들이 책 속 곳곳에 숨어 있다. 죽비 같은 문장을 찾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여러 기쁨 중 하나일 테다.
“너희가 꽃이다” 자식의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하는 지극한 모성
책 속에서 시인의 늙은 엄마는 베란다 화초에 물을 주며 자식과 손주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한다. “나한테 제일 예쁜 꽃은 너흰데…”라며 사 남매와 손자녀들의 이름을 ‘선희꽃’, ‘은희꽃’ 등으로 부르는 늙은 엄마의 목소리는 독자인 당신의 콧등을 시큰하게 만들 테다.
한평생 자식들의 거친 풍파를 막아주던 널찍한 대피소였던 엄마였는데, 그런 엄마가 이제 자식들의 세심한 돌봄이 없으면 금세 엉망이 되고 마는 치매에 걸린 노인이 되었다. 그리고 머지 않아 죽음이라는 이별이 들이닥칠 테다.
하지만 시인은 결코 슬퍼하거나 두려워하거나 절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엄마 앞에서 재롱부리는 ‘예쁜 꽃’이 되어 엄마를 웃게 하겠다니 참 갸륵한 딸이다.
슬픔을 유머로, 무거움을 가벼움으로 승화시키는 시인의 문장
양선희 시인은 자칫 무겁고 통속적으로 흐르기 쉬운 간병과 치매와 노화의 이야기를 특유의 따뜻하고 위트 있는 시선으로 풀어낸다.
주방의 무거운 주물 냄비를 들지 못하는 엄마를 보며 살림살이를 가벼운 것으로 싹 교체해주고, 늙어감에 따라 가벼운 옷과 소품을 찾게 되는 스스로를 보며 “가벼운 것을 예찬하는 무거운 나이”가 되었음을 긍정한다.
과거 도시살이의 외로움을 달래려 골목길에서 버려진 물건을 주워와 정성스레 고쳐 쓰던 엄마의 모습을 회상하며, 자신 역시 길가에 버려진 화분을 주워와 새 생명을 심는 ‘재생의 철학’을 실천한다.
시인은 엄마의 기억이 조금씩 사라지는 과정을 지켜보며 슬픔과 웃음, 상실과 사랑을 동시에 경험한다. 그렇다고 치매와 노년의 아픔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가족의 사랑, 삶에 대한 애착, 인간다운 존엄, 그리고 끝까지 서로를 지켜내는 마음을 담담하고도 아름답게 그려낸다.
『행복한 기억은 늙지 않아』는 부모를 돌보는 세대에게 깊은 공감과 위로를 건네며, 지금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책이다.
달아실출판사 박제영 편집장은 “이번 산문집은 문학적 완성도와 대중적 공감대를 두루 갖춘 작품”이며, “기억의 소멸 앞에서도 결코 잃지 말아야 할 인간의 품위와 사랑의 얼굴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가슴 뭉클한 산문집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