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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프랑스식 냄비 요리 _7
사랑 접인 병원 _45
지상의 밤 _87
만두 가게 앞에는 싱크홀이 있다 _123
동네 친구 _137
한겨울 따뜻한 실내에서 _167
유령 개 산책하기 _223

해설 | 최다영(문학평론가)
사람을 돌보는 유령 _267
작가의 말 _293
저자 소개
저자 : 임선우
내 마음과 타인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본느’처럼 살고 싶은 소설가. 더는 쓸모없지만 환경의 일부가 된 초예술 ‘토머슨’을 찾아다녔던 토머스니언(설마 내가 토머슨일까?). 빵을 먹으면서 슬픔을 달래다가 생긴 근심 지방인 ‘쿠머스펙’의 힘으로 살았던 날들도 있다. 오랫동안 좋아했고 앞으로도 좋아할 ‘인간만두’ 상태를 영원히 꿈꾸며, 미래의 반려견에게 낮이 가장 길고 밤이 가장 짧은 ‘하지’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싶다. 낮과 밤이 공존하는 것이 삶이라면 최대한 밝게 살아가기를!
소설집 《초록은 어디에나》, 단편소설 《000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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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반려 슬픔과 함께하는 7가지 산책법

그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야, 하고 노아는 말했다. 진심으로 사랑했다면 이별 후에 무엇이든 남아 있기 마련이니까. _「프랑스식 냄비 요리」, 40쪽

『지상의 밤』은 먼저 신비한 환상 속으로 우리를 데려다놓는다. 소설집을 여는 「프랑스식 냄비 요리」에는 권태기를 겪는 커플 ‘나’와 ‘단’이 등장한다.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함께 수영장에 다니던 어느 날 ‘단’은 물이 되고 만다. ‘나’는 텀블러에 담긴 단을 두고 현실을 부정하거나 방법을 모색하지만 결국엔 그를 재료로 하여 슈톨렌을 만들어 먹는다. 그 트라우마가 남은 ‘나’에게 새로운 연인 ‘노아’는 진심으로 사랑한 자리에는 무엇이든 남기 마련이라며 불편하게 남아 있던 ‘나’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기억을 떠나보낼 수 있게끔 돕는다.

「사랑 접인 병원」은 신체 일부를 교환해 연인의 성격, 기억 등을 공유하는 이들과 그 수술을 돕는 병원의 직원 ‘나’와 ‘은금’의 이야기이다. 이들은 ‘완벽한 소울메이트’를 찾는 사람들을 설득해 수술을 받게 하지만, 수술 후 이별을 맞은 경우나 수술을 한 후에야 상대가 잘못된 사람임을 알게 된 경우 등 무수한 사례를 접하며 사랑과 결합의 의미를 곱씹는다.

「지상의 밤」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히키코모리가 되고, 의지했던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난 ‘수’가 살기 위해 해파리가 되기로 결심하면서 벌어지는 여정을 보여준다. 변종 해파리에 쏘여 스스로 해파리가 되어 바다로 도망치겠다는 그의 결심은 이를 돕는 ‘강’과 ‘희조’의 사업장으로 수를 이끌고, 세 사람은 아주 짧은 시간 동고동락하며 변신 전까지의 날들을 함께한다. 수는 두 사람을 도와 집안일 등의 단순노동을 하는 시간을 보내며 조금씩 숨쉴 틈과 삶의 감각을 되찾는다.

아파트 단지 앞에 싱크홀이 생기며 소설이 시작되는 「만두 가게 앞에는 싱크홀이 있다」는 삶에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나’와 싱크홀 앞 만두 가게 사장의 이야기다. 싱크홀의 어둠을 매일 들여다보며 환희와 해방감을 느끼는 ‘나’는 자신을 방해하는 사장과 갈등을 빚는다. 그러다 이 싱크홀이 만두 가게를 향해 달려가는 두더지들로 인해 생겼다는 사실을 알고는 싱크홀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렇지만 하지가 내 곁을 떠난다고 생각하면 밖에 나가기가 두려워. 내가 대답했다. 준은 내가 하지를 사랑하게 되어서 그런 거라고 말해주었다. 왜 사랑하면 억지를 부리고 싶어질까? 그렇지만 나도 머리로는 알고 있었다. 사랑은 무엇보다 자연스러워야 한다는 것. _「유령 개 산책하기」, 258쪽

「동네 친구」를 시작으로 소설집은 점차 따스하고 경쾌한 분위기로 옮겨간다. ‘나’는 짝사랑하던 동네 친구 ‘언주’가 사내 공모전에서 상금을 받고 자신의 집을 하나둘 바꾸기 시작한 후로 그에게 점차 거리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언주를 마음속에서 완전히 떠나보내기 힘든 ‘나’는 문득 그의 물건을 훔치기로 마음먹는다.

「한겨울 따뜻한 실내에서」는 ‘희재’ ‘해영’ ‘유자’ 세 사람의 따스한 관계 맺기를 보여준다. 반려견 ‘묵’을 떠나보낸 후로 깊은 상실에 빠져 있던 희재는 가사도우미 해영을 만나며 조금씩 낯설고 새로운 세계로 진입한다. 희재의 오랜 친구 유자가 둘의 관계에 엮이며 이들은 세 사람만의 느슨하고도 돈독한 관계를 형성해간다. 이 소설에서 보여주는 중·노년 여성들의 연대, 새로운 관계 맺기라는 희망 또한 주목할 만하다.

책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유령 개 산책하기」는 죽은 지 한 달 만에 유령으로 돌아온 반려견 ‘하지’와 ‘나’의 이야기를 다룬다. 언니가 ‘나’에게 파양하다시피 한 하지를 생전 맘껏 사랑해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안고 있던 ‘나’는 갑자기 유령의 모습으로 찾아온 하지를 마주하며 당혹스러워한다. 유령 개와 산책하고,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하지와의 일상을 되찾으며 ‘나’는 삶을 천천히 회복한다. 그러다 하지가 조금씩 투명해지기를 반복하는 모습에 두려움을 느끼며 다시금 하지를 잃게 될까 겁을 먹는다. 하지를 사랑해서 하지를 소유하는 것, 하지를 사랑하기에 하지의 행복을 빌어주는 것 사이에서 갈등하던 ‘나’는 끝내 하지의 영원한 산책을 빌어주자고 다짐한다.

“고통의 모서리를 둥글게 깎아내어 손바닥 위에 올려놓게끔 하는 다정한 용기” _최다영(문학평론가)

마음을 쏟아부은 자리에는 반드시 구체적인 형상이 남는다는 이곳의 문법을 따른다면, 상대가 사물이 되는 것은 마음이 소진된 이후에도 남을 수밖에 없는, 두 사람이 함께 쌓아온 애정과 시간의 잔여다. 이별은 결코 무(無)로 돌아가는 소멸이 아니라 작고 귀여운 무언가를 남기는 과정인 것이다.
_최다영, ‘해설’에서

“타인의 다정한 시선이 무너진 마음을 일으켜세우는 양상”(‘해설’에서)은 『지상의 밤』 속 여러 편의 소설에서 뚜렷이 드러난다. 연인을 잃고 우울에 빠진 ‘나’를 일으켜준 노아와 나나가 그렇고(「프랑스식 냄비 요리」), 묵을 떠나보낸 후 죽음과 나이듦에 관해 골몰하는 희재에게 다가가는 해영과 유자(「한겨울 따뜻한 실내에서」), 하지와의 시간에 빛과 다정을 더해주는 ‘쿠키’와 쿠키의 보호자 그리고 ‘준’(「유령 개 산책하기」) 등 임선우가 그려내는 위로의 모습은 마치 다정한 빛 한줄기와 같다. 소설 속 인물들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 구체적 혹은 추상적 상실을 통과하는 존재라는 것일 테다. 그리고 그 상실이 남긴 무언가를 쥐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회복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

임선우가 『지상의 밤』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결국 ‘마음이 끝남’에서 ‘마음을 끝냄’으로 나아가는 일이라 할 수 있겠다. 이별한 이들의 마음은 한 차례 끝난 상태로 텅 비어 있다. 슬픔에 깊이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거나 헤어나옴 자체를 포기한 상태다. 임선우는 이러한 인물들에게 재촉하거나 화내지 않는다. 그렇다고 가만히 지켜보지만도 않는다. 다만 그들의 곁에 그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무언가를 하나둘 툭툭 놓아둘 뿐이다. 상실이 남기고 간 것을 들여다보는 인물들은 억지로 극복하려 애쓰거나 슬픔을 다른 감정으로 가장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이 버텨낸 시간을 묵묵히 마주하고 곁에 남은 것들을 손에 쥐며 위로받고 용기를 얻는다. 이들 옆에 묵묵히 남은 슬픔의 실체는 어느덧 따스하고 너른 품이 된다. 임선우가 곳곳에 남겨둔 그 온기의 곁에 가만히 앉아보기, 그렇게 우리는 『지상의 밤』의 다정함에 폭 안겨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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