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자주 쓰면서도 잘 모르는 우리말,
그 속에 담긴 50가지 생물이야기
우리는 무엇이든 깜빡깜빡 잘 잊는 사람에게 “까마귀 고기를 삶아 먹었냐”라고 말한다. 또 엉뚱한 말이나 행동을 하는 사람을 일컬어 “뚱딴지같다”라고 한다. 이 밖에도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 “밴댕이 소갈머리 같다”, “시치미 떼다” 등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말에는 아주 오래 전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속담이나 고사성어, 관용구가 무수히 많다.
그런데 무심코 사용하는 표현의 의미를 되물으면 선뜻 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가령, “시치미 떼다”라는 말에 ‘시치미’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상황이 변해도 여전히 값어치 있는 것을 두고 왜 “썩어도 준치”라고 하는지, 염치없는 사람을 비꼬아 “빈대도 낯짝이 있다”라고 표현하는지 제대로 설명할 수 있을까?
말은 살아 있는 생명체와 같다. 특히 선현들의 지혜와 해학이 배어 있는 우리말에는 유독 동식물을 빗대 표현하는 속담이나 고사성어가 많은데, 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생물의 특징이 고스란히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때문에 속담이나 고사성어에 깃든 생물의 생태나 습성을 알면 우리말을 이해하고 기억하는 것이 보다 쉬워진다.
『달팽이 더듬이 위에서 티격태격, 와우각상쟁』은 20년 넘게 쉽게 읽을 수 있는 생물 에세이를 써온 저자가 지금껏 우리말에 서려 있는 생물이야기를 다룬 적이 없음을 발견하고는 독자들이 우리말에 담긴 뜻을 바로 알고 사용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기획된 교양과학서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다.
책에는 총 50가지의 우리말(속담, 고사성어, 관용구)이 실려 있는데, 등장하는 생물과 관련된 보다 다양한 말의 활용에 대해서 자세히 소개한다. 내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재치 가득한 삽화와 입담 좋은 저자의 구수한 옛이야기가 버무려진 글을 읽다 보면 어느새 50가지 생물의 특성은 물론 어떻게 해서 생겨난 말인지 저절로 깨치게 될 것이다.
생물의 특성을 알면 우리말이 보인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특히나 동식물이 자주 등장하는 우리말의 경우 생물의 생태나 습성에 대해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가물치 콧구멍이다”라는 말을 어떤 상황에 사용하는지는 알아도 가물치의 생김이나 생태를 모르면 좀처럼 말뜻을 이해하기는 어렵다.
가물치의 경우, 가물치의 옛말은 ‘가모티’로, 몸이 검기 때문에 ‘흑어黑魚’라고도 하는데, 여기서 보듯이 ‘검다’의 작은말 ‘감을’에 비늘 없는 물고기를 나타내는 접미사 ‘-치’가 붙어서 이루어진 말이라 한다. 쉽게 비유하면 천자문을 배울 때 “하늘 천, 따 지, 가물 현, 누를 황” 하는데 지금은 ‘검을 현’이라고 하니 ‘가물’은 오늘날의 ‘검음’에 해당한다. 가물치[Channa argus]는 가물칫과에 속하는 민물고기로 두 콧구멍이 눈과 주둥이 사이에 작게 열려 있는데, 몸빛이 검다 보니 실제로 콧구멍이 뚜렷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코빼기도 안 보인다.”는 말이 연락이 드물거나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다는 의미로 쓰이듯, 있는 둥 마는 둥한 가물치 콧구멍을 빗대어 응답이 없거나 대답이 없는 경우를 이르니 “그 사람은 철석같이 약속하고는 여태 가물치 콧구멍일세.”와 같이 쓴다.
이처럼 책에 등장하는 우리말에 깃든 생물들의 생태와 습성을 아는 것만으로도 어떻게 그러한 말이 생겨난 것인지를 자세히 알 수 있다. 마치 수필을 읽는 듯 술술 읽히는 글을 읽다 보면 어느새 우리말이 생겨난 과정을 아는 것은 물론 다양한 생물들의 생태와 습성까지도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