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외로움과 그리움으로 쓴 영혼의 자서전
고비사막에 두 번째 다녀온 후 김태형 시인은 한 달 동안 미친 듯이 50여 편의 시를 썼다. 그 시들은 마치 아름다운 영혼의 순례자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와도 같았다. 작가는 그것을 더 아름다운 문장으로 승화 시키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산문으로 풀어내 만든 책이 바로 〈이름이 없는 너를 부를 수 없는 나는〉이다.
〈느림보 마음〉의 저자인 문태준 시인과 함께 북콘서트를 열며 책 출간 전부터 독자들에게 회자되며 화제가 되고 있는 고비사막의 ‘바람의 영혼’ 이야기는 그가 얼마나 절실한 고독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했는지 온몸으로 보여 준다. 작가는 사막을 걷다가 문득 유난히 고운 모래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보았다. 그 모래들을 두 손으로 떠내어 들고 바라보다가 문득 한 줌 배낭에 담아 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한다. 작가가 이름 지은 바로 ‘바람의 영혼’이다.
북 콘서트 때 작가는 그 모래를 아주 작은 유리병에 담아 독자들에게 나누어 주며 자신이 만난 모래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한참을 걷고 또 걷다가 지쳐 쓰러지려고 할 때쯤 볼록 솟은 사막 언덕 아래 아주 고운 모래들이 앉아 별처럼 반짝이며 쉬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중국과 넓은 몽골 대륙을 날아다니다가 고비 사막 둔덕 아래 안착한 모래들을 보는 순간, 저것은 분명 ‘바람의 영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눈물이 났습니다. 저것을 조금 퍼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돌아가면 또 생각이 안 날 것 같아서였습니다.”
-김태형 시인의 말 중에서
이 책은 시인 김태형이 몸으로 만나고 담아온 바람의 영혼이다. 고독해서 더 빛을 발하는 사막에 사는 별들이 들려주는 말이다. 방랑하며 소멸하는 구름의 삶이다. 긴 속눈썹을 껌벅이며 사막에서 기다림의 성자가 된 낙타처럼 오랜 시간 지평선을 바라보며 그리움으로 쓴 영혼의 자서전이다.
때로 고단하고 힘겨운 우리 생 앞에 나타난
고비사막의 무지개 같은 선물!
몽골의 아름답다는 고비사막을 다녀와 쓴 몇 여행기에는 그곳에서 가장 아름다운 별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 “별이 없는 고비사막은 고비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김태형 시인의 이번 책 〈이름이 없는 너를 부를 수 없는 나는〉은 그야말로 별의 책이다. 북두칠성, 견우성 알타이르, 5등급의 녹색별 이자르, 이 별에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라는 뜻을 가진 별 풀체리마, 어제보다 밝지 않아 구박받는 별, 밤하늘이 검은색이 아니라 은빛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작가가 찍은 은하수 등 90여 장의 사진들이 펼쳐진다.
작가는 여행에 익숙해지고 편안해지면서 갈증과 멀미, 불편함과 불면과 멀어졌다고 기록한다. 그 온전히 혼자인 시간동안 ‘당신’으로 불릴 모든 이들과의 관계를 끊고 자연의 일부가 되었다. 시력이 4.0이나 되는 맑고 밝은 눈을 가진 사막의 사람들, 바람이 쌓아 올린 모래산, 모래쥐, 도마뱀, 그늘 한 점 없는 황무지의 바람, 기다림의 동물 낙타 등의 이야기가 한 편의 시처럼 펼쳐진다.
시인은 매일 짐을 풀고, 싸기를 반복하면서 사막을 횡단했다. 그리고 정제되지 않았던 존재에 대한 물음들을 수첩에 적어 내려갔고 그 물음에 답이 되는 순간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것은 구도와 깨달음을 얻기 위해 떠난 성자의 모습이 아닌, 소년의 맑은 시선이었다. 시인이 내면에서 묻고 대답한 것들이 때로 동화처럼 따뜻하면서도 맑게 그려지고 있다.
왜 떨어지는 별을 향해 소원을 비는지 안다. 그보다 더 간절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별은 이렇게 떨어진다. 그리웠기 때문이다. 아직도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별이 되지 못한 나와 당신과 바람과 황무지와 끝도 없이 펼쳐진 어둠마저 한순간 별이 되어 떨어진다. 모두가 저 별의 파편을 품고서 살아가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슴에 무엇인가 떨어진 것이 있다면, 다 타고도 남은 그 무엇이 있다면 당신도 그리워하고 있는 것이다.
- 본문 중에서
고비사막은 자연의 거처다. 바람, 뜨거운 태양, 햇빛, 낮게 뜬 구름 아래로 빗방울이 떨어지는 풍경, 그러다가 광활한 들판과 사방 하늘에 뜨는 무지개들을 그린 이 책은 도시의 삶에 지쳐 때로 너무 고단하고 힘든 당신의 생 앞에 나타난 일곱 빛깔 무지개와도 같은 선물이 될 것이다.
매혹, 그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기록!
모든 것을 잃은 자는 그 자리에서 신을 만나게 된다고 했다. 오랜 경전의 시편들은 그렇게 노래하고 있다. 그러나 사르트르는 상실감 뒤에 오로지 마주할 수 있는 것은 자기 자신뿐이라고 생각했다. 신과 나, 그리고 그 무엇인가를 마주할 수 있는 곳, 그곳이 바로 사막이었다.
-본문 중에서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어는 ‘외로움과 아름다움’이다. 인간 존재와 모든 외로움에 대해 고민하는 시인은 문학, 신화, 사회, 과학 분야에 대한 지식을 펼치면서 독자들을 동화적 상상력의 세계로 이끈다.
사막으로 가기 전 작가가 일상의 모든 것과 관계를 가진 유기체였다면, 사막에서는 모든 것과 조금 떨어져서 큰 그림을 보고 관계의 맥락을 살피는 기록자였다. 시인은 고비사막 생활 안에서 혼자 있으나 결국 함께 있는 삶에 대해 깨닫는다. 혼자가 가 닿는 ‘당신’이 무엇인지를 살펴보게 된다. 가령 사막을 따라가다 보면 오아시스가 나오는 것, 각자 혼자 떠 있으나 함께 움직이는 성운을 보는 것, 호른 소리를 내며 밀려들어 오는 바람이 결국 새로운 모래산을 만드는 풍경이 그러하다. 그래서 자신의 외로움과 고독함 끝에도 끝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우연적이면서도 필연적인 무언가가 여행 끝에 있을 것이라고 적는다. 내가 가는 길 끝에 있을 어떤 아름다움에 대한 기록은 이 세상 누구의 마음에나 있을, 그리움의 대상인 당신과도 같다.
이제 다 되었다. 가슴속에 남겨 둔, 차마 하지 못했던 한마디 말이 뜨겁게 두 눈에 맺히고 있었다. 그래, 이제 다 된 것이다. 이 별 아래에서 나는 내 한마디 말을 삼키고 있었다.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잊지 않기 위해, 사막의 황량한 아름다움에 미쳐 온 세상을 떠도는 방랑자가 되지 않기 위해 나는 내 가슴속에 남은 한마디 말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황량한 아름다움을 보았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