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1.6km 하늘공원을 따라 흐르는 두 가지 이야기
하이라인 공원에는 두 가지 이야기가 흐른다. 개척 시대 산업 도시 뉴욕의 면모부터 문화 예술의 수도가 된 지금까지의 모든 역사가 켜켜이 쌓여 있다.
고가 선로를 공원화한 하이라인 공원은 원래 100여 년 전 산업시대의 유물이었다. 1847년 뉴욕 시는 늘어나는 화물 운송을 위해 안 그래도 차와 사람들이 뒤엉켜서 복잡한 차도에 철도 선로를 개설했다. 자동차와 열차, 사람이 함께 다니는 길은 당연히 온갖 사고가 빈번이 일어났고 그 일대는 ‘죽음의 거리’로 불렸다. 사고를 줄이기 위해 고심하던 철도 회사는 웨스트사이드 카우보이라는 인력을 고용했다. 뉴욕 한복판에서 카우보이 복장을 한 이들은 열차 앞에서 말을 타고 달리면서 붉은 깃발을 흔들어 미리 경고 신호를 보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1934년 뉴욕 시는 위험천만한 교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가 선로를 개통한다. 화물열차이기 때문에 짐을 싣고 내리기 편하도록 철도를 도로 위가 아닌 블록 안 쪽, 심지어 건물 안쪽을 관통하도록 설계했다. 그러나 1950년대에 이르러 미국 전역을 연결하는 화물트럭 운송업이 성장하면서 60년대에 일부 구간을 철거했고, 1980년을 끝으로 운행이 전면 중단된다. 그 후 이 고가 선로는 각종 야생식물과 관목 등이 멋대로 자라는 도심 흉물로 버려졌다.
1980년대 중반부터 고가철도 주변의 땅을 소유한 지주들이 뉴욕 시에 철도노선을 철거해 달라는 로비를 시작했다. 이때 동네 주민이면서 기차광인 피터 오블레츠는 철거진행에 맞서 하이라인 위에 살면서 법적 투쟁을 했다. 이런 대립 속에 세월은 흘렀지만 부동산 개발업자들은 포기하지 않고 뉴욕 시에 끊임없이 고가 철거를 요구했다. 결국 1999년 당시 뉴욕 시장인 루디 줄리아니는 철거 요구를 받아들이고, 주민 공청회를 열기에 이른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만난 동네 주민 두 명이 시간을 간직한 하이라인을 지켜내기로 결심한다. 바로 이 순간부터 하이라인 공원에 흐르고 있는 또 다른 이야기, 기적과도 같은 ‘하이라인 스토리’가 시작된다.
뉴욕에서는 꿈이 이루어진다
책을 쓴 조슈아 데이비드와 로버트 해먼드는 1999년, 하이라인의 운명을 결정하기 위해 열린 한 지역 공청회에서 만났다. 데이비드와 로버트는 이 폐허를 사랑했고, 하이라인에서 뉴욕을 새롭게 경험할 기회를 엿보았다. 그래서 이 둘은 1999년 비영리 시민단체인 ‘하이라인 친구들’을 공동 창립해 하이라인을 공원화하는 하이라인 프로젝트에 맨몸으로 돌입한다.
《하이라인 스토리》는 이 둘이 지난 10년간의 길고 길었던 공원화 과정을 인터뷰 형식을 통해 회고하는 책이다. 하이라인에 관련한 수많은 보도와 자료가 있지만 이 책은 두 명의 동네 주민의 수다에서 뉴욕의 랜드마크가 된 공원을 개장하기까지의 우여곡절과 천신만고의 순간들을 본인들의 입으로 최초이자 유일하게 밝힌 기록이다.
데이비드와 해먼드는 이 책을 통해 허무맹랑하고 불가능하다는 시선에 맞서 철거를 막아내고, 뉴욕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공원이 들어서기까지의 역사적 순간들을 담담하게 둘러본다. 결정적인 법원 판결, 모금을 위한 몸부림과 동네 주민부터 유명인들까지 수많은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 영감을 불어넣어준 설계 공모전, 블룸버그 전 뉴욕 시장의 열정, 9?11 테러 이후 등장한 도시계획 문제, 한국인 건축가 황나현이 총괄한 설계 디자인 과정 등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하이라인 공원이 만들어지기까지 지난 10년간의 발자취는 시민들이 공동의 선을 위해 힘을 모으면 얼마나 놀라운 일을 이뤄낼 수 있는지 보여준다. 뉴욕의 시민들은 낡은 것을 무조건 밀어버리는 대신 옛것을 새롭게 재창조해 지역사회의 부흥은 물론 뉴욕의 대표적인 관광자원으로 만들어냈다. 이 과정에서 저자들은 효과적인 시민운동의 방법론을 제시한다. 공원화 계획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해 지역가치 상승과 세수 증가를 공원화에 소요되는 예산과 대비시켜 경제적 가치를 증명해서 뉴욕 시를 파트너로 끌어들였고, 공익사업의 가장 큰 걸림돌인 이해 당사자들의 관계 조정을 원활하게 하는 개발권이양제도를 보완해서 부동산 지주들과 보존론자 양측 모두에게서 지지를 얻었던 사례들을 통해 건설적인 시민운동의 중요한 지점을 보여준다. 하이라인의 기적은 철거냐 보존이냐의 논쟁이 늘 경제적 수치와 무형의 가치 사이에서 대립하는 구도를 깨부수면서 일어난 것이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만든 공원 하이라인에는 모두가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도시적 삶에 대한 해결 방안이 담겨 있다. 또한 시민운동이 놀라운 결실로 맺어지도록 밀어붙인 열정과 전략 또한 엿볼 수 있다. 이 책은 뉴욕과 건축을 좋아하는 사람, 시민운동가, 도시 계획가, 건축가, 그리고 지속가능한 도시적 삶을 생각하는 모든 사람들이 읽어야 할 책이다. 뉴욕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고 있는 하이라인 공원은 올해 3번째 구간이 완공될 예정이다.
듣는 감동과 보는 감동의《하이라인 스토리》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져 있다. 책의 절반은 하이라인 친구들을 설립한 두 저자가 바로 옆에서 들려주는 듯한 인터뷰 형식으로 구성한 반면, 나머지 절반은 눈으로 하이라인을 감상하고 느낄 수 있도록 화보로 구성했다. 뉴욕의 대표적인 사진작가 조엘 스턴펠드, 세계적인 건축전문 사진가 이완 반 등이 찍은 수준 높은 사진을 통해 하이라인의 아름다운 감동을 눈으로 전달한다. 솔직하고 재미있는 이야기 외에도 책 후반부에 수록된 사진만으로도 소장할 가치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