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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_불안 사이에서 기쁨 발견하기

1부 나도 내 마음을 모르겠어
어중간한 사람
그렇지만 적막은 못 참겠는걸요?
하지만 혼자 있을 땐 적막이 최고입니다만
작가님, 저도 사실 내향인이에요!
나도 내 마음을 모르겠어
타인의 눈치를 조금 많이 살피는 편
가정이란 무엇일까?―내향도, 외향도 유전일까
우리 집 가훈을 찾아서
같은 집에서 자랐어도 이렇게 다르답니다
인생은 B와 D 사이의 C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여전히 치과는 무섭다
아는데 모르는 얼굴
친절에 관한 이야기

2부 보기와는 다르게 자신을 믿는 구석이 있어
그 학생은 누구였을까?
잘 우는 사람이 되고 싶어
여름방학에 무엇을 할까요?
운동을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테니스를 배우고 있습니다
스텝을 배우고 있습니다
생각을 멈추시오
올해의 첫 ○○○ 그리고 여름이었다
저만 그래요?
시인 같다는 것
삶이 힘들 땐 운세 앞으로 가게 된다
풀 죽은 인간
구석에 관하여

3부 그게 사랑이 아니라면 뭘까
만나서 즐거웠고, 이제 그만 나가주겠어?
생각이 많은 사람은 매번 자기 자신과 싸운다
사랑이 뭐라고 생각해?
어중간한 불효자식
결혼하기에 좋은 사람이 있나요?
내(외)향인의 사랑법
가방에 오예스를 넣고 다니는 사람
사랑을 생각하면 무슨 감정이 떠오를까?
시인은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
가을이 온다는 것
도시 한복판에서 나만의 장소 찾기
준비한 체력은 여기까지입니다
나를 불안하게 하는 것들
우리는 중간에서 만난다

4부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더 단단한 마음
최선을 다해 집에 있습니다
요즘엔 시가 안 써져 우울합니다만
아주 강렬한 기억
시골집에 관하여
은근히 신경 쓰이는 사람
크리스마스입니다 저는 당연히 집에 있고요
고독은 꽤 괜찮은 것
무언가 불안할지라도 단단한 사람
이불 그만 차고 제발 좀 자자
축복받은 집
내(외)향인의 새해 다짐(비록 작심삼일일지라도)
생일날엔 왠지 모르게 더 쉽게 우울해지고
계속해서 써야 한다
왜 나는 지옥에서 허덕이고 있는가

나가며_사랑한다고 말한 적이 있던가
저자 소개
저자 : 정재율
2019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몸과 마음을 산뜻하게』와 『온다는 믿음』이 있다. 제14회 〈김만중문학상 신인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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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너무 열심히 달려서 자꾸만 넘어졌다
넘어지면 일어나야 하는데
한동안 넘어진 상태로 계속 누워 있었다
이렇게 오래 누워 있을 때에만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정재율 시인은 여름이 좋은 까닭으로 방학이 있으니 자유롭게 “자전거를 탈 수 있다는 점”이라고 이야기한다. 시에서도, 에세이에서도 시인은 자주 자전거를 타거나 달린다. 시인에게 자전거를 처음 가르쳐준 존재는 아버지인데, 네발자전거에서 세발자전거로, 세발자전거에서 두발자전거로 균형을 잡으며 잘 나아가게 되기까지 옆에 서서 아버지는 매번 말해주었다.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면 된다. 손은 함부로 놓는 것이 아니다. 길이 위험해 보이면 바로 내려야 한다”고. 시인에게 이 “말들은 인생에도 적용되는 것처럼” 들렸다고 한다. 삶이 종종 우리를 아주 먼 곳으로 데려다 놓듯이, 자전거를 타거나 달리다 보면 더 먼 곳까지 가게도 되므로.

그러나 『잘 우는 사람이 되고 싶어』는 그렇게 달려간 끝에 마주한 아름다운 풍경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그 과정 동안 때때로 길이 험해지거나, 너무 숨이 찬 까닭에 힘이 빠져 자전거 손잡이를 놓게 된, 다리가 풀린 탓에 넘어지게 된 순간에 대한 이야기이다. 넘어진 채로 일어나기를 미루면서 시인은 가만히 누워 ‘생각’을 이어간다. 향해 가고 있던 “오지 않은 미래”와 후회로 점철된 “지나쳐버린 과거”, 만나면 또 혼자 있고 싶어지지만 그럼에도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해. 시인에게 “생각”이란 “정확히 사유하는 것”이며, 나아가 사랑이란 대상을 두루 살펴보는 일이기에 어쩌면 이처럼 멈춰 서서 무언가를 오래도록 생각하는 일은 더 정확히 사랑하기 위한 노력일지 모른다. 그리고 에세이에서 시 세계의 큰 축이 사랑이라고 말하듯이, 이처럼 “사랑을 생각하다가 사람을 생각하”는 일은 시인을 더 멀리까지 이끄는 힘이 된다. 설령 지금은 누워 있더라도 언젠가 다시 털고 일어나 힘을 내어 “끝까지 밀고 나”갈 힘 말이다.

다만, 에세이에서 강조하듯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멀리 가고자 한다면 “내보”낼 줄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 “어떻게든 울음을 참”는 사람이었던 시인은 이제는 “잘 우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고백한다. 더불어 “잘 우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한 건 잘 웃는 되고 싶다는 말이기도 했다”고도 털어놓는다. “잘 울어야 기쁨도 잘 누릴 수 있”으며, 자신의 감정을 받아들여줄 수 있어야 타인도 “토닥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울어야 하는 일이 자꾸 생기는 건 괴로운 일이지만, “이왕이면 울 일”이 없길 바라지만 슬픔이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이 책의 페이지를 넘”기며 “정재율 시인에게 등을 기대”어보면 어떨까. “우는 사람을 따라 잘 울게” 될 수 있을지 모른다. 우리가 “닮은 사람을 잘 사랑하게 되”(쩡찌)듯이.

저자의 말

삼촌은 내게 내보낸 다음 가다가 지치면 멈추는 거라고, 그러나 그래도 가야 한다면 어떻게든 끝까지 밀고 나가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 무언가는 나온다고. 나는 그 말을 자주 곱씹었다. 정말로 무언가는 나왔으면 좋겠기에 그 말을 자주 곱씹으며 버텼다.
한동안 조금씩 또 아주 천천히 내보내는 연습을 했다. 무엇을 내뱉고 무엇을 다시 채울 수 있을지 생각하며, 무엇으로부터 보호받고, 무엇으로부터 버틸 수 있을지 곰곰이 생각하며. 이 글을 읽는 사람은 잘 울 수 있기를, 한바탕 쏟아낸 다음 씩씩하게 걸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
_「들어가며 : 불안 사이에서 기쁨 발견하기」 중에서

책 속에서

“모르겠다.” 중얼거리면서도 어디론가는 가고 있다.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어딘가에는 꼭 도착할 것이다. 나도 내 마음을 모르겠어, 그래도 어쩌겠어, 삶은 계속 이어지고 있고, 길은 걸어가면 나오는데, 더 좋은 쪽으로 가고 있다고 믿어야지.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지만 나의 모름도 믿고 가봐야지.
_「나도 내 마음을 모르겠어」, 37쪽

나는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의 생각을 궁금해한다. 꼭 대단하고 특별한 생각이 아닐지라도 함께 본 영화의 어떤 장면이 가장 좋았는지, 좋아하는 음악은 어떤 이유로 좋아하게 되었는지, 무슨 음식을 가장 좋아하고 어떤 음식은 왜 싫어하게 되었는지. 여름밤 창문 틈 사이로 들어오는 소리를 같이 듣고 싶은 사람, 드림캐처 밑에서 좋은 꿈을 꾸었으면 하는 사람 말이다. 어쩌면 내게 생각은 정확히 사유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대상을 두루 생각하는 일과 관찰하는 일을 나는 멈출 수가 없다.
_「생각을 멈추시오」, 117쪽

부끄러움에도 여러 종류가 있겠지만 생각해보면 살면서 진짜로 부끄러운 일은 따로 있는 것 같다. 길 가다가 넘어졌다고, 수학 문제를 풀지 못했다고 부끄러운 건 부끄러운 것도 아니다. 그보다 정말로 부끄러운 건 ‘척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타적인 척, 생각하는 척, 모르는 걸 아는 척, 남을 위하는 척, 자기 자신도 속이며 그것이 진짜라고 믿는 것이다. 생각이 많은 사람은 매번 자기 자신과 싸우게 되지만, 무언가 ‘척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싸우게 된다.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을 좋아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부끄러운 걸 아는 사람이야말로 진실로 섬세한 사람이 아닐까 싶다.
_「생각이 많은 사람은 매번 자기 자신과 싸운다」, 157쪽

나는 ‘어중간한’ 불효자식이다. 그저 적정 거리를 유지하며 부모와 자식 간의 도리에 있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맛있는 것을 먹으면 여전히 같이 먹고 싶고, 좋은 곳에 가면 여전히 함께 가고 싶다. 다만 나는 부모님을 완전히 돌볼 수 있는 능력도 없고 그럴 힘도 없을뿐더러 용기도 없다. 하지만 부모님을 사랑한다. 그래서 괴롭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와 잘 맞지 않아서 괴로운 것이다. 아마도 영원히 이 적정 거리를 유지하며 살아가도록 노력하겠지. 언젠간 후회할 날도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모님께 상처받지 않고 사랑만 받았으면 달랐을까. 효자가 되기란 참 쉽지가 않다.
_「어중간한 불효자식」, 166-167쪽

사랑이라는 단어 앞에 멈춰서 사랑을 생각하다가 사람을 생각하다가 결국 울게 된다. 사랑을 무조건적으로 예찬하는 것도 아니고, 사랑이 모든 것을 구원해준다고 믿지도 않는다. 사랑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어떤 순간에는 사랑을 믿고 싶어진다. 사랑이 가진 힘을 한없이 믿고 싶어진다.
_「사랑을 생각하면 무슨 감정이 떠오를까?」, 185쪽

누워 있을 수 있는데 왜 앉아 있어야 하죠?
누군가 제기한 의문인데, 그렇다, 바로 이거다! 집에 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도 여러 유형으로 나뉠 수 있다. 집 근처까지는 잠깐 나가는 사람, 집 안(거실 포함)에만 있으면 되는 사람, 방 안에만 있는 사람, 침대에만 있는 사람. 굳이 따지자면 나는 침대에 있는 사람이다. 나는 누울 수 있는 곳이라면 최선을 다해 눕고 싶다고 생각한다. 누워 있을 수만 있다면 한없이 누워 있을 수 있는 것이다.
_「최선을 다해 집에 있습니다」, 221쪽

한번은 외할머니의 묘 근처에서 뱀의 허물을 본 적이 있었다. 사람들은 죽은 이가 영물의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종종 이야기한다. 나비나 고양이, 새, 뱀 등등. 글쎄, 정확히는 몰라도 그게 무엇이든 할머니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심지어 그렇게 무서운 뱀이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뱀을 만났던 그날의 기억은 내게 아주 무서운 기억이기도 하지만 꽤나 신비롭고 이상한 기억, 그리고 무엇보다 잊고 싶지 않은 외할머니에 관한 소중한 기억이기도 하다.
_「아주 강렬한 기억」, 234쪽

몸은 죽었으나 마음은 살아 있는, 몸은 살아 있으나 마음은 죽은 것 중에 어떤 것이 더 ‘망각’에 가까울까. 당연히 마음이 죽은 쪽이라고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종말이 와서 혼자만 살아남는다면 어떻게 할 거야? 그런 질문을 받았을 때 바로 죽어야지, 라고 대답했던 게 떠오른다. 그렇게 살아서 뭐 할 거야. 물론 살아 있다면 열심히 살아보겠지, 최선을 다해 살아보겠지. 그러다가 안 되면 살고 싶지 않겠지.
그러나 종말은 아직이고, 나는 또 일기장을 덮고, 침대에 누워 살아 있음에 대해 생각한다.
_「왜 나는 지옥에서 허덕이고 있는가」, 2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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