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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스캐닝
2. 토막 난 딸기 사체
3. 벽장 안의 아버지
4. 하터 캠프
5. 골초의 가래침
6. 전치 6주 떡볶이
7. 뱀파이어의 로맨스
8. 태풍에 날아간 손모가지

작가의 말
저자 소개
저자 : 이지은
2021년 강원일보와 부산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당선되었다. 청소년 소설 『그 레벨에 잠이 오니?』 『죽어도 아이돌』, 동화 『빛날 수 있을까』 『또 다른 나를 만나는 곳, 주피터』, 작품집 『고조를 찾아서』(공저) 등을 펴냈고, 이외 여러 작품과 SF앤솔러지에 참여하였다. KB창작동화제 최우수상을 수상하였고, 한국과학문학상과 한낙원과학소설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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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당신의 하트는 몇 그램입니까?
- 이 질문이 불쾌하게 느껴진다면, 당신은 이 소설을 읽어야 한다

사랑을 측정할 수 있다면 세상은 더 나아질까. 이 소설은 그 질문에 단호하게 ‘아니오’라고 답한다. 그리고 덧붙인다. 측정되지 않는 것들이야말로 가장 진짜라고.

주인공 이여섬은 전교 1등이지만 0.2그램 하터이다. 소수점 이하 하터에 선생은 경악하고, 아버지는 체면을 구기고, 학교는 여섬을 달달 볶는다. 여섬은 차갑고 직설적이며 사과를 모른다. 공감보다 논리, 위로보다 증명을 선택한다. 스스로도 안다. 자신이 쉽게 사랑받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러나 작가는 여섬을 악인으로 그리지 않는다. 여섬은 틀린 게 아니라, 아직 채워지지 않은 사람이다. 미움받든 말든 신경 쓰지 않는 척하지만, 속으로는 “아직 채워지지 않은 사람인데, 사람들은 여섬을 다 안다는 듯 말했다”고 생각하는 아이다. 그 간극이 이 소설의 핵심이다.

여섬의 곁에는 두 사람이 있다. 하나는 떠난 이복 언니 리진이다. 반스캐닝 운동을 이끌고, 권력을 가진 아버지에게 정면으로 맞서며, 자신이 읽던 추리 소설 귀퉁이에 가사를 써 내려간 리진. 여섬은 리진이 떠난 뒤에야 비로소 그가 보여 준 것들이 무엇이었는지 깨닫기 시작한다. 다른 하나는 책방 ‘소름’의 주인 김 화다. 험악한 인상에 날카로운 눈매, 온갖 무시무시한 소문이 따라다니는 열아홉 살 청년. 그러나 여섬이 강물에 던진 키 링을 건지기 위해 계산 없이 물에 뛰어드는 사람이고, ‘토막 난 딸기 사체’나 ‘뱀파이어의 로맨스’ 같은 요상한 이름의 음식을 만들어 먹이는 사람이며, 가족을 잃은 끔찍한 과거를 안고도 “나는 아주 보통의 사람”이라고 믿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 믿음이 여섬에게 닿는다.

하찮고 말고를 누가 판단해. 넘치면 어떻고 모자라면 어때

이 소설이 놀라운 것은 무거움과 가벼움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는 점이다. ‘태풍에 날아간 손모가지’라는 챕터 제목 아래 가장 아프고 진지한 장면이 펼쳐지고, ‘골초의 가래침’ 뒤에 가장 따뜻한 위로가 온다. 독자는 웃다가 멈추고, 멈추다가 또 웃는다. 그 리듬이 정확하게 청소년의 감각을 닮아 있다. 결말에서 김 화는 여섬에게 말한다. 꿀벌 한 마리가 평생 모은 꿀의 양이 7그램이라고. 고작이냐고 물으면 할 말 없지만, 꿀벌에게는 자기 인생을 다 걸고 열심히 산 증명이라고. 그러니 넘치면 어떻고 모자라면 어떠냐고. 이 대사는 소설 전체가 하고 싶었던 말이다.

『하터』는 가장 외롭고 뾰족한 아이가 가장 진심 어린 사람들을 만나, 자기 자신이 좋아지는 법을 배우는 이야기다. 바람에 몸을 맡기고 한 번씩 환생해 버리자고, 김 화가 이름 붙인 ‘풍욕’처럼. 태풍이 와도 손을 잡고 있으면 날아갈 수 있다고, 그게 살아가는 일이라고. 이 소설을 읽고 나면 묻게 된다. 나는 나를 얼마나 알고 있는가. 그리고 조금 더 너그러워지게 된다. 나 자신에게.


책 속으로

여섬에게는 어두운 면도 있고 그렇지 않은 면도 있었다. 여섬은 조금씩 멋있게 자라고 싶었는데, 아무도 기다려 주지 않는 것 같았다. 아직 채워지지 않은 사람인데, 사람들은 여섬을 다 안다는 듯 말했다.
--- p.119

달리며 생각해 보니 여섬은 고독하지 않았다. 반걸음 앞서가는 김 화의 비스듬한 옆모습을 보자, 왠지 눈물이 났다. 둘 다 땀범벅이 되어 몸이 미꾸라지로 변한 것 같았다. 그래도 김 화는 손을 놓지 않았다. 여섬을 계속 끌어당기며 응원하듯 달리기만 했다. 그 고요한 지지가 그리웠다는 걸 여섬은 지금에서야 깨달았다.
--- p.120

김 화가 숨을 고르는 소리가 들렸다. 둘은 나란히 한참을 걸어 책방으로 돌아왔다. 여섬은 고립된 날들에 대해 찬찬히 들려주었다. 김 화는 모든 말을 집중해서 들었다. 세상의 모든 귀가 닫히고 비난하는 입만 있는 것 같은 순간에, 김 화가 가진 커다란 귀는 참 위로가 되었다.
여섬은 심장이 마구 뛰는 게 부정맥인지 설렘인지 알 수 없었다.
--- p.123

“7그램이라……. 어디서 들었는데, 꿀벌 한 마리가 평생 모은 꿀의 양을 다 합치면 7그램 정도가 된대. 누가 보면 고작 7그램이지만, 꿀벌한테는 자기 인생을 다 걸고 열심히 산 증명인 셈이지. 하찮고 말고를 누가 판단해. 넘치면 어떻고 모자라면 어때.”
--- p.138

“난 그냥 내가 좋아지는 거, 그게 제일 중요한 거 같더라.”
“내가, 좋아지는 거?”
“응. 그게 우선인 거 같아. 이렇게 되기까지, 내가 살아도 괜찮다고 믿어질 때까지 나도 오래 걸렸거든.”
이번에는 여섬이 손을 내밀어 김 화의 손을 꽉 잡아 주었다.
그래, 뭐가 꼭 되려고 하거나 뭐를 꼭 달성하지 않으면 어때. 사는 건 이대로도 괜찮지.
괜찮다, 다 괜찮다.
여섬은 오래전부터 이 말을 기다렸던 것 같았다.
---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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