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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대장 7
작품 해설 - 『용병대장』, 페렉이라는 세계의 출발점, 클로드 뷔르줄랭 243
옮긴이의 말 285
저자 소개
저자 : 조르주 페렉
1936년 파리에서 태어났다. 페렉의 부모는 프랑스로 이주한 폴란드계 유대인이었다. 아버지는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1940년 전사했고, 어머니는 1943년 아우슈비츠에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어린 시절 겪은 부모와의 이별, 특히 무덤조차 없는 어머니의 죽음은 페렉의 삶과 글쓰기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
고등학생 때부터 작가가 되겠다고 결심한 페렉은 서평을 기고하며 습작 활동을 시작했다. 1957년부터 1960년까지 여러 제목과 형태를 거쳐 첫 장편소설 『용병대장』을 완성했지만, 이 작품은 출간을 거절당했다. 이후 페렉은 1965년 『사물들』로 르노도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문단에 데뷔한다.
1967년에는 레이몽 크노가 주도한 문학 실험 그룹 ‘울리포(Oulipo, 잠재적 문학 실험실)’에 가입하여 ‘형식적 제약을 따르는 글쓰기’라는 특유의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 작가 스스로 ‘자전적인 요소’와 ‘형식적 제약’이 자신의 거의 모든 작품의 토대를 이룬다고 밝힌 바 있다.
1978년 출간한 『인생 사용법』으로 메디치상을 수상하며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섰으나, 1982년 45세의 이른 나이에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짧은 생애 동안 십여 편의 작품을 남겼으며, 『잠자는 남자』처럼 자신의 작품을 직접 영화로 만들거나 시나리오 작업에도 참여하며 전방위적인 창작 활동을 펼쳤다.
작가 사후 흩어져 있던 원고들을 모아 여러 편의 유작이 출간되었고, 『나는 태어났다』 역시 그렇게 빛을 본 작품 중 하나이다. 한편 페렉이 사라졌다고 믿었던 『용병대장』의 타자 원고는 1990년대 초 발견되었고, 작가 사후 30주년을 기념하여 2012년 프랑스 쇠유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대표작으로는 『사물들』, 『W 혹은 유년의 기억』, 『인생 사용법』 등이 있다.

역자 : 윤석헌
대학에서 프랑스 문학을 공부했고, 프랑스 문학이 좋아 출판사까지 냈다. 다양한 프랑스 문학을 국내에 소개하려 노력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아니 에르노의 『사건』, 『젊은 남자』, 호르헤 셈프룬의 『잘 가거라, 찬란한 빛이여…』, 델핀 드 비강의 『충실한 마음』, 『고마운 마음』, 조르주 페렉의 『나는 태어났다』, 앙드레 지드의 『팔뤼드』, 파트릭 모디아노의 『기억으로 가는 길』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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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조르주 페렉 문학의 출발점이 된 미공개 데뷔작

『용병대장』은 조르주 페렉이 『사물들』로 문단에 이름을 알리기 전에 쓴 장편소설이다. 페렉은 이 작품을 자신이 처음으로 끝까지 써낸 소설이라고 여겼지만, 원고는 출판되지 못했고 오랫동안 사라진 것으로 여겨졌다. 그렇게 잊혀 있던 첫 장편은 훗날 다시 발견되어, 페렉 사후에야 빛을 보게 되었다. 하지만 『용병대장』을 단순히 한 작가의 미공개 데뷔작으로만 읽을 수는 없다. 이 소설에는 이후 페렉의 문학을 이루게 될 여러 질문이 이미 선명하게 들어 있다. 위조와 창조, 실패와 극복, 가짜와 진짜,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이르려는 불가능한 시도. 젊은 페렉은 이 첫 장편에서 훗날 자신의 작품 전체를 관통하게 될 문제들을 가장 직접적이고 위험한 방식으로 밀어붙인다.

소설은 가스파르 윙클레가 의뢰인 아나톨 마드라를 살해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윙클레는 안토넬로 다메시나의 유명한 그림 〈용병대장〉을 위조하라는 의뢰를 받고, 여느 작업처럼 쉽게 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 작업만큼은 끝내 완성하지 못한다. 아무리 반복하고 덧칠하고 고쳐도, 그는 자신이 원하는 그림에 도달하지 못한다.

『용병대장』은 살인의 진실을 추적하는 소설이 아니다. 이 작품의 중심에는 범죄의 이유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이 놓여 있다. 모방으로 창조에 이를 수 있는가. 가짜를 통해 진짜에 도달할 수 있는가. 타인의 작품을 완벽하게 재현하려는 시도는 어디에서 멈추고, 어디에서 자기 자신의 일이 되는가. 페렉은 한 위조꾼의 실패를 통해 예술가가 자기만의 작품에 이르기 위해 겪어야 하는 분열과 고통을 그려낸다.

이 소설의 주인공 가스파르 윙클레라는 이름은 『W 또는 유년의 기억』과 『인생 사용법』에서도 다시 나타난다. 퍼즐, 위장, 반복, 결핍, 정체성, 세계를 장악하려는 욕망과 그 불가능성. 『용병대장』에는 아직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형태로, 그러나 놀라울 만큼 강렬하게 페렉 문학의 핵심들이 놓여 있다.

젊은 페렉의 야심은 거칠고 대담하다. 한 위조꾼의 살인으로 시작해 창조의 불가능성과 자기 극복의 문제로 나아가는 『용병대장』은 연구자들의 호기심에 그치는 작품이 아니다. 이 소설은 페렉이 어디에서 출발했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그의 모든 작품을 다시 읽게 만드는 첫 장편이다.

책 속에서

첫 문장 - 마드라는 무거웠다.

누구나 늘 착각한다. 일들이 해결될 거라고, 정상적인 흐름을 따를 거라고 믿는다. 하지만 예측할 수는 없다. 환상을 품기란 참 쉽다. 대체 무엇을 원하시죠? 그림인가요? 르네상스 시대의 멋진 그림 한 점을 원하시나요? 그건 어떻게든 해볼 수 있어요. 어쨌든… 용병대장이 안 될 이유가 뭐겠어요.
--- p.15

어떤 환상이 그를 달래고 있었던 것일까? 의심여지 없는 경력의 끝에 이른 어느 날, 그전까지 어떤 위조꾼도 감히 시도조차 해보지 못했던 것을 해낼 수 있으리라는 환상. 과거의 걸작을 진정으로 창 조하는 것, 12년간의 맹렬한 작업 끝에, 기술적 비밀들을 넘어, 제작 요령들을 넘어, 하드 젯소와 단색화에 대한 지극히 평범한 지식을 넘어서서, 르상스였던 그 승리의 폭발, 그 끊임없는 재정복, 그 전진하는 지배력을 즉각적이고 감각적으로 재견하는 것. 왜 바로 그것이 그가 추구했던 것이었을까? 왜 그는 실패했을까?
--- p.46

자유 아니면 죽음. 한 계단 한 계단. 한 발짝 한 발짝. 나는 단두대 처형수보다는 사형집행인이 되는 편이 더 좋다. 한발짝 한 발짝. 한 계단 가고 마. 한 계단 가고 드. 한 계단 가고 라. 한 계단 가고 너 한 계단 가고 는 한 계단 가고 죽 한 계단 가고 일 한 계단 가고 거 한 계단 가고 다 한 계단 가고 마 한 계단 가고 드 한 계단 가고 라. 너 는 죽 일 거 다 마 드 라. 너는 마드라를 죽일 거다. 마 드 라. 마치 그의 머릿속 여기저기서 조명 간판들이 켜지고 폭발하고 사라지는 것처럼 (…)
--- p.49

용병대장의 시선을 그리려면, 단 1초라도, 그와 같은 방향을 바라보아야만 했다. 그를 매혹했던 것이 승리의 즉각적인 이미지, 바로 그 자신과 정확히 반대되는 것이었다는 사실은 너무나도 명백했다! 그의 그토록 엄청난 노력조차, 일어나야 할 일이 일어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용병대장의 그늘 속에서, 그는 오직 자기 실패의 이미지에만 가닿을 수 있을 뿐이었다.
--- p.51

위조꾼에게 산다는 건 아무 의미가 없어. 그건 죽은 자들과 함께 산다는 의미야, 죽은 자가 된다는 의미고, 죽은 자들을 안다는 의미고, 아무나 된다는 의미야 (…)
--- p.160

맞아, 내가 원했지, 온 힘을 다해 원했어… 나는 나를 지워버리고 싶었어, 나를 사라지게 하고 싶었어… 나는 결국 아무도 아니게 되기 위해 모두가 되고 싶었어, 이 수많은 가면 뒤에 숨어 나를 보호하고 싶었어, 그리고 아무도 닿을 수 없는 사람이 되고, 아무도 무너뜨릴 수 없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 그래서? 나는 너무 멀리 가버렸어… 성공까지 했다면 너무 좋았겠지, 어딘가는 제대로 되지 않는 영역이 남아 있어야 했어…
--- p.164

나를 살게 하는 것과 나를 죽게 하는 것이 같은 것이라는 것도 모른채… 그게 내가 찾았던 것이었어… 그래서? 나는 즉각적인 삶, 순간적인 승리를 찾았어… 살아야 했고, 싸워야 했어… 나는 싸우고 싶지 않았어… 나는 얼굴을 가린 채 싸웠어, 무적의 갑옷을 입고 싸웠어, 그림자들과 싸웠어. (167-168쪽)

나는 이미 존재하는 무엇을 설명해 내야 했고, 다른 언어를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나는 자유롭지 않았다. 문법과 통사는 이미 정해져 있었지만, 단어들은 아무 의미도 없었다. 나는 더 이상 그 단어들을 사용할 권리가 없었다. 내가 고안해야 했던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새로운 어휘, 새로운
기호 체계…
--- p.171

하지만 이제 내가 세상에 내놓을 수 있는 유일한 작품은 내 작품뿐이었어. 나는 퍼즐을 포기했고, 얼굴을 드러낸채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 나는 애썼어, 그래, 안토넬로에게 가닿으려고 애썼어. 세심함과 인내로 그의 정확성과 천재성에 도달하려 한 것이 아니라, 그의 그림들 말고는 다른 길잡이 없이, 그 그림들을 등대처럼, 도달해야 할 목표처럼 길잡이로 삼아, 혼자 떠나 그에게로 날아가고, 그의 노력과 승리를 경험하려 한 거야. 안토넬로 다메시나, 아무나가 아니라.
--- p.186

그 길 끝에서 나는 나 자신의 얼굴을, 나의 가장 진실한 야심을 찾았을 테니까… 내게는 내 얼굴, 내 힘, 내 빛이 필요했으니까… 그 뒤로 내가 더 이상 위조꾼이 아니게 될 유일한 방법이 그것이었으니까. 바로 이 증명, 이 시련을 통해. 내가 성공했다면, 내 지식 너머에서, 내 기술 너머에서, 나 자신의 감수성, 나 자신의 명철함, 나 자신의 수수께끼와 나 자신의 답을 동시에 발견했을 테니까…
--- p.187

나는 가면을 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 가면은 또 다른 얼굴이었어. 다른 얼굴보다 더 진짜 같고, 더 가련한 얼굴. 나는 안전하다고 믿었는데, 모든 것이 나를 덮쳤어. 그리고 더는 붙잡을 것이 아무것도 없었어. 한밤중, 내 감옥 한가운데에서,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내 얼굴을 마주한 채 나는 혼자였어.
--- 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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