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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Part 1 임종 - 몸이 시작하는 이별

단 하나도 같지 않은 죽음의 형태
위로는 안으로, 하소연은 바깥으로
죽음이 완성되어 가는 시간
마지막 숨이 멎는 찰나

Part 2 죽음 직후 - 몸과 제도의 시간

당신의 몸이 작별을 고하는 법
이별을 준비하는 시간
슬픔이 제도를 마주하는 순간

Part 3 단장 - 남겨진 몸을 마주하는 일

죽음으로 출근하는 사람
마지막으로 누울 자리를 마련할 때
존재가 사라지는 마지막 번호

Part 4 장례 - 마침내 문이 닫힐 때

한 줌의 재가 되기까지
당신이 없는 세계
유품을 정리할 때 만나게 되는 것들
죽음이 비로소 완성되는 날

에필로그 당신의 죽음을 기록하기까지
저자 소개
저자 : 롤란트 슐츠 (Roland Schulz)
1976년 뮌헨 출생. 저널리스트. 뮌헨 독일 저널리스트 스쿨을 졸업하고 《GEO》, 《Die Zeit》를 거쳐 《Suddeutsche Zeitung》 매거진에 글을 기고하고 있다. 뛰어난 저널리즘적 공로를 인정받아 독일의 퓰리처상이라 불리는 ‘테오도르 울프상’과 ‘독일 리포터상’을 수상하며 언론계 최고의 리포터로 자리매김했다.
의사, 간호사, 장례지도사, 법의학자, 공무원, 화장장 직원들을 수년간 직접 취재해 이 책을 집필했다. 치밀하고도 아름다운 이 탐사 기록은 2019년 국내 출간 이후 많은 독자에게 “인생의 마지막 문턱에서 만난 가장 존엄한 등불”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냉철한 이성과 따뜻한 시선이 공존하는 그의 문장은, 소중한 이를 잃고 슬픔을 통과하는 이들에게 지치지 않는 온기와 위로가 되어준다.

역자 : 노선정
숙명여자대학교를 졸업하고 독일 구텐베르크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했다.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고전 그리스어와 철학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2010년 대산문화재단 외국 문학 번역가로 선정되었다. 현재는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기획과 독일어 전문 번역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심플스토리』, 『강철 폭풍 속에서』, 『아담과 에블린』, 『대리석 절벽 위에서』, 『제로 배럴』, 『유럽, 소설에 빠지다 1』, 『1조 달러』, 『핸드폰』, 『섬광처럼 내리꽂히는 통찰력』, 『여성철학자』, 『헤겔』, 『연기와 지식의 감추어진 역사』, 『내 인생의 내비게이션』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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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죽음에 관한 가장 솔직하고 정밀한 안내서

“삶의 시작에 관한 책은 이미 수없이 많은데, 삶의 끝에 관한 개론서는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 순간 저의 호기심이 자극되었습니다.” 롤란트 슐츠는 에필로그에서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아버지가 된 뒤 삶의 시작에 관한 글을 많이 읽으면서, 그 반대편인 삶의 끝에 관해서는 아무런 책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그 호기심이 수년에 걸친 취재로 이어졌고, 이 책이 됐다.

죽어가는 과정을 이토록 구체적으로, 그러면서도 존엄하게 다룬 책은 드물다. 임종 직전 신체가 겪는 미세한 변화부터 슬픔 속에서 주고받는 ‘자비로운 거짓말’, 그리고 남겨진 이들이 감당해야 할 현실적인 절차까지. 이 책은 그 현실을 뭉뚱그리거나 아름답게 포장하지 않는다. 대신 그 자리에 정확한 언어를 놓는다.

저자가 취재한 것은 독일의 사례지만, 죽음이 어떻게 다가오는지, 사람이 죽으면 그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남겨진 사람들이 무엇을 감당하게 되는지, 이 질문들은 국경과 무관하다. 죽음을 앞둔 환자, 곁을 지키는 가족, 혹은 머지않아 누군가의 마지막을 마주해야 할 모든 사람에게, 이 책은 미리 읽어두어야 할 가장 실질적인 안내서가 될 것이다.

저널리스트가 죽음의 현장에서 배운 것

이 책의 특이한 점은 저자가 의사도, 철학자도 아닌 저널리스트라는 사실이다. 롤란트 슐츠는 죽음을 증명하거나 해석하려 하지 않았다. 다만 알고 싶었다. 그래서 현장으로 갔다. 완화의학 전문의와 호스피스 간호사를 만나고, 장례식장에서 함께 일하고, 화장장을 직접 따라다녔다. 처음에 이 취재를 허락한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죽어가는 것은 삶의 일부이고, 죽음 이후는 사생활의 영역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현장에 들어설 수 있었던 것은 단 하나의 약속 덕분이었다. 특정 고인을 식별할 수 있는 어떠한 정보도 남기지 않겠다는 것. 그 약속 위에서 이 책의 모든 장면이 만들어졌다.

취재를 거듭할수록 저자는 죽음을 완벽히 이해하려는 시도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죽음은 정해진 시간표를 따르지 않으며, 그 과정은 사람마다 너무나 달랐다. 그러나 슐츠는 그 불확실성을 피하지 않았다. 죽음을 완벽히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이 책이 존재해야 할 이유가 되었다.


책 속으로

죽기 며칠 전, 아직 아무도 그 사실을 모를 때부터 당신의 심장은 손가락 끝으로 피를 보내는 일을 그만둡니다. 몸은 뇌와 심장, 폐 같은 중요한 장기들로 남은 힘을 짜내기 시작합니다. (···) 몸이 스스로 이별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p.9

아이들에게는 차마 말할 수 없어…… / 엄마한테 이런 이야기를 꺼내면 안 되잖아…… / 마지막까지 폐가 되고 싶지 않아…… (···)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서로를 보호하려는 이런 현상은 임종의 순간이 다가올 때 특히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 의학계에서는 이런 현상에 ‘자비로운 거짓말’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p.13

죽음은 당신을 자비도 없이 날것 그대로 벗겨냅니다. 평생을 짊어온 역할과 가면 너머, 당신이라는 인간의 본질만 남깁니다. 이 순간 날것의 진실을 마주하는 게 두려워 떠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평생의 무게를 내려놓으며 ‘왜 이제야 진정한 나를 마주하게 되었는가.’ 라며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이도 있습니다. -p.51

이제 당신은 온전히 혼자입니다. 외롭다는 뜻이 아닙니다. 친구와 가족, 온 세상이 침대 곁을 지키고 있어도 어쩔 수 없습니다. 당신은 홀로 숨을 쉬고 홀로 꿈을 꾸듯, 결국 혼자서 죽음을 맞이해야 합니다. -p.83

눈에 보이는 평온함은 착각일 뿐입니다. 아직 손끝에 온기가 남은 몸속에선,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엄청난 폭풍이 불고 있습니다. 주인이 떠나버린 몸 안에서 평소의 흐름은 순식간에 깨집니다. -p.100

죽음이 찾아온 순간, 모든 전문가가 남겨진 가족들에게 반드시 권하는 일이 있습니다. 바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정말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저 멈춰 선 숨을 가다듬으세요. 깊이 숨을 내쉬며, 조용히 자리에 앉아 있으세요. 울어도 좋습니다. 그렇게 가만히, 떠나간 이의 손을 잡아주세요. 그 외에 아무것도 서두를 필요가 없습니다. 이미 일어난 일은 되돌릴 수 없고, 어차피 장례식은 열릴 것입니다. - p.102

사망진단서는 죽은 자들의 세계에서 통용되는 가장 강력한 문서입니다. 살아있는 이들의 세계로 치면 신분증보다 훨씬 더 절대적인 권위를 가집니다. 이 문서가 없다면 어떤 시신도 관에 들어갈 수 없고, 집 밖으로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며, 영구차에 실리지도 못합니다. -p.122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품위 있게 보존하여 유족에게 건네면, 유족들은 고인의 삶에서 생명의 빛이 완전히 꺼졌음을 비로소 눈으로 확인합니다. 자신들이 맞잡은 손에 더 이상 온기가 없으며, 이제 눈앞에 남은 것은 오직 빈 껍데기뿐이라는 사실을 직시하는 과정입니다. 이렇게 잔인하도록 정직한 실체를 마주하고 나면, 대부분 고인을 기꺼이 놓아줄 용기를 얻습니다. -p.208

이보다 더 단출한 문서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장식 없는 서류 한 장에 당신의 전 생애가 응축되어 있습니다. 삶의 가장 슬픈 마침표이자 마지막 증명서인 사망증명서입니다. 인간이 만든 모든 서류 중에서 이 가냘픈 종이는 가장 막강한 힘을 가집니다. 이 종이 한 장이 세상에 남은 당신의 모든 흔적을 말소합니다. -p.229

당신을 기억하던 지상의 마지막 사람이 마침내 세상을 떠난 것입니다. 그 사람의 죽음과 함께, 당신의 죽음 또한 비로소 완연하게 완성됩니다. -p.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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