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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아버지를 닮은 손가락
어느 「고쿠라 일기」전
국화 베개
빨간 제비
불의 기억
청색 단층
깨진 비석
약점
돌 뼈
하코네 동반 자살
피리 단지
상실
편집부 후기
저자 소개
마쓰모토 세이초(1909~1992)는
사회파 미스터리의 거장
트릭이나 범죄 자체에 매달리기보다는 범죄의 사회적 동기를 드러내서 인간성의 문제를 파고드는 ‘사회파 추리소설’의 붐을 일으킨 마쓰모토 세이초는, 오늘날 일본 미스터리 소설 작가들의 문학적 뿌리이자 영원한 스승으로 존경받고 있다. 41세 늦은 나이로 데뷔해서 숨을 거둔 82세까지 그는 “내용은 시대를 반영하고, 사상의 빛을 받아 변모해간다”는 신념을 지니고 전력투구의 필치로 천여 편의 작품을 남겼다.
궁핍과 학력차별을 뛰어넘어, 41세에 작가가 된 늦깎이
1909년 기타큐슈의 작은 도시 고쿠라에서 태어난 세이초는, 40세가 될 때까지 작가가 될 어떠한 희망도 보이지 않을 만큼 궁핍한 환경에서 열악한 세월을 보냈다. 작가 마쓰모토 세이초의 역사는 1950년부터 마침내 극적으로 펼쳐졌다. 〈주간 아사히〉 공모전에 그의 데뷔작 「사이고사쓰」가 당선되었고, 이후 비록 재능은 있지만 고단한 인생을 보낼 수밖에 없는 비극적인 주인공을 그린 「어느 〈고쿠라 일기〉 전」으로, 대중적 인기를 반영하는 나오키 상에 후보로 올랐다가 도리어 아쿠타가와 상에 당선되는 행운을 거머쥔다. 대중문학과 순문학의 경계가 무너지는 실로 파천황 같은 대반전이었다.
일분일초도 허비하지 않고 작품을 쓴 전력투구의 자세
이후 전업작가로 나선 세이초는 창작력에 불이 붙으면서 “공부하면서 쓰고, 쓰면서 공부한다”는 각오를 실천하기 시작했다. 1955년에 발표한 「잠복」부터 장편소설 『점과 선』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고, 연이어 『제로의 초점』, 『눈동자의 벽』, 『모래그릇』 등을 내면서 세이초는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부동의 지위를 쌓는다. 그는 마치 중년에 데뷔한 한을 풀기 위해 일분일초도 헛되이 낭비하지 않으려는 사람처럼, 그의 모든 생애를 창작활동에 쏟아 부었다. 작가 생활 40년 동안에 쓴 장편이 약 100편이고, 중단편 등을 포함한 편수로는 거의 1,000편, 단행본으로는 700여 권에 이른다. 많이 썼다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엄청난 양이다.
추리소설에서 논픽션까지, 시대와 정면으로 대치하다
소설가로 자리를 잡자마자, 세이초가 다음으로 파고든 것은 논픽션이었다. 1961년 51세에 문제작 『일본의 검은 안개』를 발표해서 일본 사회를 뒤흔들었다. 이때부터 일본에서는 사회나 조직의 불투명한 비리를 표현할 때 ‘검은 안개’라는 말이 대유행처럼 쓰였다. 이어서 1964년부터 7년간에 걸쳐 집필한 『쇼와사 발굴』은 그의 작품 가운데 혼신의 대작이라고 할 만한 것이다. 끊임없는 자기공부와 불굴의 정신력으로 자신을 채찍질했던 세이초였기 때문에 픽션, 논픽션, 평전, 고대사, 현대사 등으로 창작 세계를 무한히 확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세이초는 평생 온갖 규범을 넘어선 작가였고, 전쟁과 조직과 권력에 반대한 사람이었다. 그로 인해 문단과 학계에서는 한 번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1976년부터 실시한 전국 독서 여론조사(마이니치 신문 주최)에서 10년 동안 ‘좋아하는 작가’ 1위에 선정되면서 명실상부하게 국민작가의 지위를 얻었지만, 관에서 받은 훈장은 평생 동안 단 하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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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제28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이자,
마쓰모토 세이초라는 거장의 출발점이 된 걸작 단편 소설
“『뱀에게도 피어싱』도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도 현대를 살아가는 젊은이의 ‘기댈 곳 없음’을, 그리고 그런 현실과 싸우면서도 타협해 나가는 일상을 그렸다고 봅니다. 이는 곧 「어느 〈고쿠라 일기〉 전」의 주인공 다가미 고사쿠와 상통합니다. 고사쿠도 당시 세상에 기댈 곳이 없었습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존재 근거로서 소중히 여기며 결코 놓치지 않으려고 매달렸던 삶의 목적이 ‘고쿠라 시절의 모리 오가이의 발자취를 조사한다’는 것이었습니...
제28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이자,
마쓰모토 세이초라는 거장의 출발점이 된 걸작 단편 소설
“『뱀에게도 피어싱』도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도 현대를 살아가는 젊은이의 ‘기댈 곳 없음’을, 그리고 그런 현실과 싸우면서도 타협해 나가는 일상을 그렸다고 봅니다. 이는 곧 「어느 〈고쿠라 일기〉 전」의 주인공 다가미 고사쿠와 상통합니다. 고사쿠도 당시 세상에 기댈 곳이 없었습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존재 근거로서 소중히 여기며 결코 놓치지 않으려고 매달렸던 삶의 목적이 ‘고쿠라 시절의 모리 오가이의 발자취를 조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 아무리 발버둥 쳐도 살기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 ‘어쨌든 지금 살고 있고 앞으로도 살아갈’ 인간을 현재 진행형으로 자세히 그리는 것이 아쿠타가와 상이 지향하는 순문학이라면 「어느 〈고쿠라 일기〉전」은 분명 순문학입니다.”
(미야베 미유키, 소설가.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 상, 재인용)
“세이초의 문장은 실로 살인범을 추적할 수 있을 만큼 자유자재의 힘을 지니고 있다.”
(사카구치 안고, 소설가 _ ‘아쿠타가와상 심사평에서’)
『어느 「고쿠라 일기」전』은 모비딕이 기획한 〈마쓰모토 세이초 단편 걸작선〉 중에서 『잠복』과 『역로』에 이어 세 번째 단편 작품집이다. 여기에는 세이초가 문단에 데뷔한 뒤에 쓴 12편의 초기 단편들이 실려 있다.
특히 표제작 「어느 〈고쿠라 일기〉전」은 1952년 『미타三田 문학』 9월호에 발표된 뒤,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일본에서 대중적 인기를 반영하는 나오키상 후보에 올랐으나 그만 낙선하고 만다. 그런데 이로부터 놀라운 반전의 드라마가 펼쳐졌다. 나오키상의 심사위원이었던 나가이 다쓰오가 “이 작품은 나오키상이 아니라 오히려 아쿠타가와상에 더 적합하다.”라고 주장해 졸지에 아쿠타가와상 본선에 올랐고, 심사위원이었던 사카구치 안고坂口安吾로부터 격찬을 받으며 당선의 영광을 안았다. 이것이 바로 마쓰모토 세이초라는 한 늦깎이 소설가가 일본 순문학을 대표하는 신인상인 아쿠타가와상(제28회)을 수상한 사연이다.
훗날 미스터리 소설의 거장이 된 세이초의 그때 나이, 신인이라고 하기에는 늦어도 한참 늦은 만 44세였다.
불구(불완전)의 삶이 던지는 헌신과 몰입,
비운의 주인공들에게서 발견하는 우리들의 분신
여기에 수록된 12편의 소설 가운데 4편은 일종의 실명實名 소설 혹은 전기傳記 소설이다. 세이초는 실제로 존재했던 이 인물들로부터 자신의 분신을 발견하고, 그들의 생애에 자신의 비극적 드라마를 투영해 처절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어느 〈고쿠라 일기〉전」의 주인공 다가미 고사쿠田上耕作(1900~1945)는 같은 이름의 청년 향토사가가 모델이었고, 「국화 베개」의 누이ぬい는 여류 하이쿠 작가 스기타 히사杉田久(1890~1946)의 인생을 그린 것이다. 「깨진 비석」의 기무라 다쿠지는 고고학자 모리모토 로쿠지森本六爾(1903~ 1936)의 불우한 삶을, 「돌 뼈」의 구로즈는 와세다 대학의 교수 나오라 노부오直良信夫(1902~1985)의 집념어린 학문적 고난을 모델로 삼아 썼다고 한다.
이 주인공들은 스스로의 재능을 믿고 앞으로 나아가지만, 대부분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한 채 문을 닫아버린 견고한 세상 앞에서 비참하게 생을 마감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소외와 고립에 떨어져도 끝내 자기 길을 걸어간다. 그들의 보답받지 못한 인생은 너무나 가련하다. 그러나 타협할 줄 모른 채 끝내 컴플렉스와 아집으로 스스로 문을 닫고야 마는 그들의 인생은 한편으로 너무나 끔찍하고 답답하다.
아버지의 부재, 위안부 문제, 예술과 희생, 공직 비리, 사랑과 현실 등
일상과 역사적 현장의 화두 속에서 삶의 깊은 성찰을 이끌어내는 솜씨
이 밖에도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품들이 많아, 세이초의 단편소설 세계가 더 깊고 넓게 전해진다. 그의 단편 세계는 일상과 역사적 현장에서 문제적 화두를 끄집어내어 간결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주는 휴먼 드라마를 이끌어낸다. 주변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소재부터 ‘일본인 위안부 문제’처럼 특수한 역사적 현장에 이르기까지 촌철의 필치로 써나가는 그의 솜씨는 현란하고 섬뜩하다.
아버지의 존재와 부재를 통해 정체성 문제를 다룬 「아버지를 닮은 손가락」과 「불의 기억」, 일본의 패전과 위안부 문제 속에서 욕망의 비루함을 다룬 「빨간 제비」, 예술과 인간 희생을 그린 「청색 단층」, 공직 비리의 덫을 포착한 「약점」, 사랑과 현실의 문제를 담고 있는 「하코네 동반 자살」과 「상실」 등, 세이초 단편소설의 짧고도 깊은 맛이 유려하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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