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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내 일을 좋아하면서 오래오래 하고 싶다

담장을 우아하게 뛰어넘는 법 * 박희선
갈지자로 정주행하는 법 * 박숙희
맨땅에 지도를 그리는 법 * 전은정
엄마 편집자가 자신의 세계를 만드는 법 * 최지영
웅덩이를 깊이 파서, 저자들을 개미지옥에 빠뜨리는 법 * 이현화

언니들의 차담회: 환대와 연대로, 계속하는 힘
저자 소개
저자 : 출판하는 언니들
가지의 박희선, 메멘토의 박숙희, 목수책방의 전은정, 에디토리얼의 최지영, 혜화1117의 이현화 다섯 1970년대생 다섯 여성 대표가 만든 우정과 환대의 모임.
1990년대 출판 일을 시작한 이들은 편집 경력이 각자 30여 년에 이르고, 2000년대 1인출판사를 창업한 업력이 각각 십수 년에 달한다. 다섯이 모여 나이가 280살, 책 만든 지 160년, 1인출판사 차린 지 61년이다. 먹고살기 만만찮은 책 세상에서 출판사를 꾸리며 힘겨운 순간도 많지만 좋아하는 책을 만들고 알리고 파는 일을 하면서 오래도록 잘 생존하여 희망의 증거가 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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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이 세상에 똑같은 책은 없다: 출판이라는 이상하고도 다정한 세계

내 물건을 팔기 위해 상대를 무너뜨려야 하는 룰이 당연해진 세상입니다. 하지만 이 거칠고 팍팍한 경쟁 사회에서 아주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 동네가 있습니다. 바로 출판계입니다.
출판계 사람들은 타사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어 불티나게 팔려도 배 아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함께 기뻐하고 축하를 건넵니다. ‘이 세상에 똑같은 책은 없다’는 책 고유의 독보성 덕분이기도 하지만, 좋은 책 한 권이 미지의 독자들을 서점으로 이끌면 우리 회사 책도 덩달아 함께 읽힐 것이라는 다정한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책을 만들고, 알리고, 파는 일은 이 일 자체를 지독하게 사랑하지 않으면 버텨 내기 힘든 영역이 되었습니다. 내가 만든 책이 누군가의 삶에 가 닿아 작은 지식과 감성의 씨앗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그러면서 내 생계 정도는 부끄럽지 않게 꾸릴 수 있기를 바라는 소박한 마음. 수많은 콘텐츠가 범람하는 스크롤의 시대에도 여전히 종이 위에 단단한 토대를 다지는 출판인들은 대개 이런 순수한 마음을 품고 살아갑니다.

고립의 한복판에서 손을 맞잡은 ‘출판하는 언니들’

하지만 현실의 무게는 결코 녹록하지 않습니다. 경기 불황의 그늘은 깊고, 독서율은 해마다 떨어지며, 사람들의 시선은 온통 스마트폰 화면에 빼앗긴 위기 상황. 홀로 책을 기획하고, 디자인을 맡기고, 유통과 수금까지 온전히 책임져야 하는 1인 출판사 대표들에게 매일 아침은 두려움의 연속입니다. 텅 빈 통장 잔고를 보며 마음을 졸이고, ‘언제까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홀로 고립감과 싸우며 팍팍하게 하루를 견뎌냅니다.
이 불안의 한복판에서 서로의 손을 맞잡은 다섯 명의 ‘언니들’이 있습니다.
가지의 박희선, 목수책방의 전은정, 메멘토의 박숙희, 에디토리얼의 최지영, 혜화1117의 이현화. 나이를 합치면 280세, 책을 만든 세월만 도합 160년, 각자 출판사를 작고 단단하게 꾸려 온 경력이 61년에 달하는 베테랑들입니다. 늦은 나이에 홀로 1인출판사를 일구던 50대 여성 대표 다섯이 모여 만든 연합체, '출판하는 언니들'의 등장은 그 자체로 출판계에 산뜻하고 기분 좋은 충격이었습니다.
다들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에 각자도생하며 회의감에 젖어 있을 때, 이들은 몸소 보여 주었습니다. 따로 일하되 더러는 같이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을, 서로가 서로에게 기꺼이 환대와 응원을 보낼 때 비로소 일의 지속 가능성이 열린다는 것을.

“평일 밝은 낮, 우리는 함께 걷기로 했다”

그렇게 함께 걸어온 지 어느덧 4년 차. 이들이 처음으로 따로 또 같이 살아온 이야기들을 세상에 털어놓습니다.
이 책은 거창한 성공 신화나 억대 매출을 올리는 사업가의 영웅담이 아닙니다. 매일 아침 서점의 주문장을 확인하며 희비가 엇갈리고, 혼자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일터에서 외로워하던 평범한 1인출판사 대표들의 날것 그대로의 기록입니다.
근데 ‘혼자’였다면 결코 하지 못했을 일들이 ‘우리’가 되자 가능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평일 가장 밝을 때 함께 모여 산책을 하고 수다를 떨며 숨통을 틔웠습니다. 그리고 혼자서는 도저히 엄두도 내지 못했을 ‘서울국제도서전 공동 부스 참가’를 시작으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멋지게 성공시켰습니다. 도서전 부스에서 희끗희끗한 머리를 휘날리며 눈을 반짝이며 책을 팔던 언니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고립된 삶을 살아가는 수많은 출판인에게 희망의 증거가 되었습니다.
이 책에는 언니들이 4년 동안 함께 걸으며 나눈 생생한 일하는 마음과, 존재만으로도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 준 다정한 연대의 순간들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자신의 자리에서 오래도록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은 사람, 세상의 속도에 지쳐 나만의 속도로 업(業)을 꾸려 가고 싶은 독자들에게 이 책은 가슴 뛰는 자극이자, 따스한 위로, 든든한 영감이 되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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