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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제14회 대산대학문학상에서 소설 「스물세 번의 로베르또 미란다」로 등단 후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 차세대 예술가 선정,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선정 등 꾸준한 문학적 수혜를 보여온 작가 박소희의 첫 장편소설 《신체 탈락 현상: 떨어지는 사람들》이 출간되었다. 앤솔러지 소설집 《서로의 나라에서》(은행나무, 2018)에 수록된 단편 「기록_떨어지는 사람들」을 장편화한 작품으로 사람들의 신체 일부가 떨어져 나가는 재난이 닥친 세계를 그린다.
‘신체 탈락 현상’의 국내 첫 발병자가 밝혀지면서 사회는 더 큰 불안에 휩싸인다. 감염 경로도, 발병 원인도 구체적으로 밝혀진 사실이 없는데도 사람들은 두려움과 혼란 속에서 확진자를 향한 불편한 시선을 거두지 못한다. 코로나19 당시의 현상을 연상시키는 이 이야기는, 신체 탈락 현상이라는 기이한 설정이 더해지며 내 몸의 일부가, 혹은 눈앞의 신체가 한순간에 떨어져 나갈지도 모른다는 시각적 공포를 생생하게 불러일으킨다. 《신체 탈락 현상: 떨어지는 사람들》은 재난으로 인해 한 사람의 삶이 전혀 다른 국면으로 접어드는 과정을 흡인력 있게 그려내며, 상실된 자리에 조용히 자라나는 마음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다.
목차 더보기
목차
Ⅰ 7
Ⅱ 65
Ⅲ 85
Ⅳ 145
작가의 말 202
추천의 말 204
저자 소개
저자 : 박소희
제14회 대산대학문학상에 단편소설 「스물세 번의 로베르또 미란다」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사창작과 전문사 과정을 졸업했다.
저자 소개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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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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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상실과 타협하는 세계를 그리는 목소리
박소희 첫 장편소설
소설가 윤성희·김지연 추천!

《신체 탈락 현상: 떨어지는 사람들》은 신체 일부가 먼저 죽는 현상을 통해 물리적 쓸모를 잃은 신체 부위를 저마다의 방식으로 메우거나 상실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소설은 저녁 식사를 준비하던 '김미손'의 종아리가 비명과 함께 뚝 떨어져 나가는 장면을 목격하는 딸 '박성은'의 시선으로 시작된다. 김미손이 응급실로 실려가던 그날, 뉴스는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로 벌어지는 ‘신체 탈락 현상'을 보도한다. 혼란도 잠시, 김미손은 국내 첫 발병자라는 낙인이 찍힌다. 이후 김미손을 이송했던 구급대원에게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자 사람들은 바이러스 감염을 의심하며 정부가 공개한 확진자의 동선을 보며 분개한다. 박소희 작가는 코로나19라는 재난을 통과했던 우리에게 불편하지만 실재했던 기억을 건드리며, 앞으로 김미손과 그 가족들이 겪게 될 고통을 미리 예감하게 하면서도 완벽히 들어맞게 하지는 않는다.
소설은 신체 일부가 탈락되면서 일상에 큰 타격을 입은 당사자와 그 주변 사람들이 감내해야 하는 아픔을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김미손의 딸 박성은은 눈앞에서 엄마의 신체 탈락을 목격한 트라우마를 안은 채 계속 무너지는 엄마를 지켜보며 그 고통을 함께 감내하는 인물이다. 그리고 그런 박성은을 지켜보는 '이정우'가 있다. 이정우는 음주운전 사고로 복역 중인 어머니를 둔 사실을 숨긴 채 평범한 학교 생활을 이어간다. ‘다른 사람의 불행을 훔쳐보는 게 언제부턴가 나의 습관이 되어버렸다’(p.37)고 독백하는 이정우는, 가족이 첫 발병자라는 사실이 학교에 퍼진 후 혼자가 된 박성은을 자신과 동일시하는 마음으로 지켜본다. 타인의 아픔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자신의 불행을 견디는 것이다. 그리고 박성은이 학교에서 벌어진 큰 사건의 핵심 인물임을 이정우가 목격하면서 이야기는 전혀 다른 국면으로 접어든다.

상실을 버티는 삶에 대한 이야기
《신체 탈락 현상: 떨어지는 사람들》은 일상의 장면으로 재난을 포착하는 소설이다. 재난을 떠올리면 자연재해, 전쟁, 폭격처럼 거대한 세계가 한번에 무너지는 장면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박소희 작가는 이 소설에서 새로운 방식의 디스토피아를 구축한다.
신체 일부가 저절로 떨어져 나가는 기이한 현상 속에서 개개인의 삶은 크게 뒤흔들리지만, 사람들은 점차 현상에 적응하며 각자의 일상을 찾아간다. 떨어진 신체를 수거하기 위한 전용 키트를 챙기는 사람들, 폭발적으로 성장한 보장구 기업, 배송용 드론이 오가는 풍경까지, 소설은 재난이 변화시킨 일상을 담담하게 늘어놓는다. 재난이 일부가 된 세상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평범한 모습은 직접적인 공포 묘사보다 더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렇듯 박소희 작가는 신체라는 물리적 상실에는 무던해지면서, 자괴감만은 버리지 못하는 인물의 모순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통증이 사라지자 곧 일전의 표정으로 돌아"(p.84)오듯, 소설 속 인물들은 제각각 재난에 적응하며 살아가지만 가족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 사람으로부터 받은 마음의 상처와 의심은 끝내 아물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어쩌면 당연하게 여겨온 나의 일부가 삶의 전반을 떠받치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 순간부터 진짜 재난이 시작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스스로 탈락을 택하는 몸
남겨진 자리를 메우는 사람들

박소희 작가는 이 소설에서 신체의 일부가 악취를 풍기며 고통과 함께 떨어지는 현상을 '탈락'이라고 정의하며 타의도 자의도 아닌, 몸 스스로의 선택이라는 설정을 통해 '내가 무엇을 잘못했나' 자문하게 만든다. 그러나 어떤 재난은 이유도, 통보도 없이 발생한다.
《신체 탈락 현상: 떨어지는 사람들》은 휠체어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도시를 보여주며 진작 있어야 했을 세계를 상상하게 하는 한편, 재난이 일어나기 전부터 신체 일부를 잃은 경험이 있는 사람들의 담담한 모습을 비춘다. 오히려 재난 앞에서 무던하고 강인한 그들의 모습은 신체 탈락 현상을 멸망의 징조로 여기며 두려워하는 사람들과 대비를 이룬다. 소설은 신체 상실보다, 이성적으로 살아갈 방법을 잃어버린 사람들과 그럼에도 세상과 계속 타협하려는 사람들을 담아낸다. '비장애', '보통 가족'만이 온전한 삶이라는 편견, 그리고 개인을 향한 과도한 낙인과 의심으로 이어진 추궁은 신체 일부가 떨어져 나가는 현상보다 사회를 더 깊숙이 오염시키는 재난임을 보여준다.
저마다 껴안은 죄책감과 불안, 거듭되는 수난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지워내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모습을 동시에 그리는 이 소설은, 상실이 주는 모순을 통해 기억하는 한 영원한 마음과 묻어둘수록 더 선명해지는 과거의 치부를 함께 건드린다.
박소희 작가는 모든 존재가 존엄을 지닌다고 친절히 알려주지 않는다. 그저 혼란과 의심, 불신과 차별이 들끓는 세계를 냉소적으로 그려낸다. 《신체 탈락 현상: 떨어지는 사람들》은 설명할 수 없는 비극 앞에 절망하거나 저항하는 대신, 상실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에 대해 여전한 모습으로 오늘을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서늘한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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