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전설은 기술보다 태도에서 태어난다
“진짜 위대한 등반가들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벽 앞에 선 사람들이었다 .”
클라이머즈 는 한 시대를 함께 살아낸 등반가들의 얼굴을 통해, 등반이라는 행위 너머의 삶을 비추는 책이다. 짐 헤링턴은 사진가였지만, 동시에 등반가였다. 그래서 그는 찍는 사람인 동시에, 같은 경험을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그는 4 캠프의 먼지 나는 주방에 앉아 알프스의 오래된 샬레에서 차를 마시며, 어떤 날은 화장실이 없는 텐트 안에서 대화를 나눴다. 그렇게 마주앉은 사람들은 1920~1970 년대의 산을 자기 발로 올라 자기 손으로 루트를 열었던 전통 등반의 마지막 세대였다. 이 책은 영웅들의 찬란한 업적을 전시하지 않는다. 대신 "한 사람의 늙은 등반가가 그때는 말이야 하고..." 꺼내는 말을 따라 독자는 마치 손전등 불빛을 따라가는 것처럼 조용히 그 시절을 지나가게 된다. 겉으로는 조용하지만 그 말과 얼굴, 손끝에는 등반이라는 행위를 지탱하던 삶 전체가 서려 있다. 짐 헤링턴은 인물 중심의 등산사를 써 내려간다.
각 인물에 대한 설명은 짧고 간결하지만 사진을 보는 순간 말보다 깊은 울림이 있다. 허리를 굽힌 채 벽난로 앞에 앉은 노인의 손가락, 흙먼지가 남은 바지, 벽에 걸린 낡은 하네스 하나가 수많은 드라마와 고독과 실패와 성취를 담고 있다. 그는 이 모든 걸 섬세하게 그러나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담아낸다. 그래서 이 책은 어떤 의미에서 등반가의 얼굴을 한 권에 담은 인물 연감이자, 또 어떤 의미에서는 등반을 삶으로 살아낸 사람들의 초상집 이다. 그 시절의 등반가는 바위를 오르는 사람이기 이전에 고집과 감각, 인간적인 결핍과 깊이를 가진 이들이었고, 짐 헤링턴은 그걸 알아보는 눈을 가지고 있었다. 책을 다 덮고 나면, 뭔가를 이룬 사람의 얼굴이 아니라 어떤 삶을 산 사람의 얼굴이 오래 남는다. 우리가 위대한 루트보다 위대한 사람을 기억하는 이유다. 하루재클럽은 이 책을 단지 사진집으로 소개하지 않는다. 클라이머즈는 산을 오르던 한세대가 세상에 남긴 마지막 손편지 같은 책이다. 이들의 얼굴이 더 늦기 전에 우리 곁에 남겨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추천사
짐 헤링턴이 20 년간 찍은 이 소중한 사진들은 아름다움과 기개가 담긴 선물이다.― 『월스트리트저널 The Wall Street Journal』
짐 헤링턴의 작품이 아름다운 이유는 전설적인 산악인들을 다시 인간의 자리로 불러내 우리에게 인간다움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이 사진집에서 그는 초인적인 업적 뒤편의 남성과 여성의 얼굴을 담아낸다. 그는 등반가로서 경험을 지녔기에 그들의 세계로 들어갔고, 사진작가로서 재능이 있었기에 다시 우리 곁으로 데려올 수 있었다. 그들의 초상화 속에서 우리는 위대한 등반가들도 결국 우리처럼 웃고, 고민하고, 인간적인 동기를 가진 사람임을 깨닫는다.― 영화 「프리 솔로」 의 주인공 알렉스 호놀드 Alex Honnold
놀라운 초상화 컬렉션이다.― 『알피니스트 Alpinist』
짐 헤링턴이 포착한 등반가들의 눈에는 무언가가 있다. 강렬함, 차분함, 놀라운 감수성 이는 그들의 인간성과 불굴의 정신을 보여준다.― 『애스펀타임스 The Aspen Times』
책 속에서
6p 그가 하프돔을 오른 지 반세기가 지난 후 내가 요세미티에서 등반을 시작했을 때, 나는 그 벽을 올려다보며 감탄했다. 도대체 당시의 장비로 어떻게 저곳을 올랐을까?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알게 된 뒤 나는 그저 바라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나도 그 길에 이름을 새기고 싶었다. 아니면 적어도, 미지의 세계에 발을 내디뎌 그와 비슷한 모험을 경험해보고 싶었다.
12p 이런 경험은 결코 늙지 않는다. 물론 그들의 현실을 처음 마주하면 때로는 서글퍼지기도 한다. 반세기를 감옥 같은 단칸방에서 지내는 노인이라니. 그런데 막상 그가 입을 여니 호기심이 많고 정신이 충만한 영혼으로부터 믿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 거침없이 나왔다.
21p 살려달라는 비명에 테레이가 밖으로 뛰쳐나갔다. 라슈날은 피켈과 크램폰 한 짝, 모자와 장갑을 잃은 채 5캠프 아래로 150 미터나 굴러 떨어져 있었다. 그는 발이 얼어 절단해야 할지 모른다며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으며, 원정대 의사가 있는 아래쪽으로 내려가게 해달라고 졸랐지만, 날이 이미 어두워진 데다 눈보라로 앞이 보이지 않았다. 테레이는 그를 텐트로 끌어올렸다. 그곳에서 얼어붙은 그의 등산화를 칼로 잘라냈다. 아침이 되면 동상으로 발이 퉁퉁부어 등산화를 벗길 수 없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테레이는 투철한 희생정신으로 자신의 더 큰 부츠를 라슈날에게 신겼다. 그리고 동상을 감수하면서 라슈날의 찢어진 등산화에 자기발을 억지로 밀어 넣었다.
44p "등반의 재미 중 하나는 어떤 루트나 산이 상징이 되고 , 상상 속에서 부풀려지며 신비로운 아우라에 휩싸인다는 점이다. 보이슨은 1976년 마운틴 잡지에 트랑고타워도 마찬가지였다 라는 내용의 글을 썼다. 글의 제목 마지막 트랑고 Last Trango 는 말론 브란도의 영화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Ultimo tango a Parigi」 를 살짝 패러디한 말장난이었다.
62-63p 그 먼 길을 와서 결국 빈손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고통의 예술을 시험받는 순간이었다. 함께 빙하를 거닐던 어느 날, 그는 내 낙심을 눈치채고 부드럽고 조용한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 그래 , 우린 이 패배를 승리로 바꾸는 법을 배워야 해." 그의 그 말은 역설이자 등반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이었다. 언젠가 나는 다른 이들에게서도 같은 이야기를 듣게 될 것이다. 때로는 승리를 위해 패배를 감수해야 하지 않을까? 자아를 찾으려면 자신을 망칠 위험을 감수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