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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 해설 · ‘다른’ 말을 통역하는 사람, 다니엘 슈타인
작가 연보
기획의 말
저자 소개
저자 :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Людмила Улицкая)
제2차 세계대전 중 러시아 바시키르 자치공화국에서 태어나 종전 후 모스크바에서 성장했다. 모스크바국립대학교에서 생물학을 공부하고 유전학연구소에서 일했으나, 지하출판물을 유포했다는 이유로 해고되었다. 이후 모스크바 유대인 극장에서 일하며 희곡, 시나리오, 연극평론 등을 썼다.
1992년 발표한 중편소설 『소네치카』로 메디치상과 주세페 아체르비상을 수상했으며, 개인의 삶과 거대한 역사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소비에트의 현실, 유대인 디아스포라, 신앙, 가족의 문제를 다층적으로 그려내며 세계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2차대전 중 유대인 학살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배경으로, 폭력적인 세계 속에서 이해와 화해를 위해 자신의 삶을 바친 한 인간의 궤적을 그린 『통역사 다니엘 슈타인』은 러시아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볼샤야 크니가상을 받았으며, 전 세계 20여 개국에서 출간되었다.
주요 작품으로 『메데야와 그녀의 아이들』 『쿠코츠키의 경우』 『녹색 텐트』 등이 있다. 러시아 부커상, 시몬 드 보부아르상, 박경리문학상, 오스트리아 유럽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프랑스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2007년 자신의 이름을 건 재단을 설립해 도서관에 책을 보내는 활동을 했으며, 사회적 현안에 꾸준히 목소리를 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며 독일로 이주했다.

역자 : 차지원
서울대학교 노어노문학과 및 동 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러시아 국립학술원 러시아문학연구소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HK연구교수로 재직했으며 현재 충북대학교 인문대학 러시아언어문화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러시아 상징주의와 러시아 현대여성문학에 관한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옮긴 책으로 『사물의 혁명』 『러시아 문화사 강의』 『신화시학 1, 2』(이상 공역), 『아방가르드 프런티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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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분쟁의 씨앗들, 그것은 신의 뜻인가, 인간의 뜻인가?
오해로 분열된 세계를 통역하려 했던 한 인간의 고독한 분투
“신이 정결히 한 것을 네가 불결하다고 하지 말라!”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계는 모든 차원에서 오해로 가득 차 있다.”『통역사 다니엘 슈타인』은 이러한 세계에서 인간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묻는 소설이다. 작품은 제2차 세계대전과 홀로코스트, 소련 체제, 이스라엘 건국과 중동 분쟁에 이르는 20세기의 격동을 배경으로, 서로 다른 운명을 살아온 사람들의 삶을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낸다. 그 중심에는 실존 인물 다니엘 오스발트 루페이젠을 모델로 한 다니엘 슈타인이 있다.

폴란드계 유대인 소년 다니엘은 뛰어난 언어 능력으로 정체를 숨긴 채 게슈타포의 통역사로 일하게 되며 살아남고, 그 지위를 이용해 게토에 갇힌 수백 명의 유대인을 탈출시켜 죽음에서 구한다. 전후 그는 가톨릭 사제가 되어 이스라엘에서 가톨릭 공동체를 이끈다.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박해받았던 그가 이스라엘에서는 가톨릭 신자라는 이유로 배척당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이스라엘로 모여든 모든 이들을 편견 없이 받아들이고, 각자의 길에 따라 신을 믿으라 설파하며 서로 다른 언어와 종교, 민족 사이를 끊임없이 ‘통역’한다. 그의 삶은 끝내 이해와 화해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은 한 인간의 치열한 기록이다.

“문제는 교리가 아니라, 오직 삶의 방식이지 않은가”
누군가에겐 성자, 누군가에겐 이단
진정한 믿음, 신의 뜻을 묻는다

이 작품이 던지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은 “무엇을 믿을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이다. 울리츠카야는 종교와 이념이 인간을 위해 존재해야 함에도, 교리와 제도가 인간을 앞서는 순간 믿음은 폭력과 배제로 변질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유대인으로 태어나 가톨릭 사제가 된 다니엘 슈타인은 종교를 신념의 체계가 아니라 인간을 구원하고 서로를 이해하게 하는 삶의 방식으로 받아들인다. 그는 누구에게도 자신의 신앙이나 방식을 강요하지 않고, 서로 다른 믿음이 공존할 가능성을 끝까지 모색한다.

그러나 그를 가장 깊이 고립시키는 것은 다른 종교가 아니라 각 종교 내부의 배타성과 제도이다. 누군가에게는 성자였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이단이었던 그의 삶은 종교가 사람을 심판하기보다 살리기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사실을 역설한다. 연민과 유머, 그리고 기존 질서에 순응하지 않는 태도로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그의 모습은 진정한 믿음과 신의 뜻이 무엇인지를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으로 되새기게 한다.

편지와 증언, 기록과 기억으로 이루어진 압도적 다성多聲의 서사
역사를 살아낸 평범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복원하다

1992년 8월, 류드밀라 울리츠카야는 러시아 자택에서 오스발트 루페이젠(1922~1998)을 만난다. “지붕이 날아가거나 천장 아래 불덩이가 있는 것 같”은 그의 내면을 느낀 작가는 이후 그의 삶을 기록한 자료들을 찾아 보지만, “그에 관해 쓰인 모든 것이 그가 받아 마땅한 이야기보다 훨씬 적어 보”였다고 회고한다. 직접 그의 이야기를 쓰기 위해 이스라엘을 찾았지만, 루페이젠은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다. 결국 작가는 여러 자료를 바탕으로 그의 삶을 문학적으로 되살려냈다.

『통역사 다니엘 슈타인』은 편지와 일기, 인터뷰, 녹취록, 공식 문서와 심문 기록, 진정서, 신문 기사 등 다양한 기록을 엮어낸 독창적인 폴리포니(다성) 소설이다. 하나의 전지적 화자가 역사를 설명하는 대신, 서로 다른 기억과 증언이 충돌하고 보완되며 한 인간의 삶과 시대의 진실을 입체적으로 드러낸다. 다니엘 슈타인은 이 수많은 목소리를 하나로 꿰는 실이며, 이 구조 덕분에 독자는 영웅 한 사람의 전기가 아니라 홀로코스트 생존자, 이민자, 수녀, 군인, 평범한 시민 등 보통 사람들의 삶을 생생하게 만나게 된다. 울리츠카야는 역사에 기록된 굵직한 사건들 사이로 빽빽이 들어찬 보통 사람들의 작은 목소리 속에 역사의 진실이 깃들어 있다고 믿었다.

각 부 말미에 실린, 작가가 움베르토 에코의 러시아어 번역자 엘레나 코스튜코비치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서 이 작품의 창작 과정도 엿볼 수 있다. 집필 과정에서의 고민을 숨기지 않고 작품 속에 담아냄으로써, 독자는 한 편의 소설이 탄생하는 과정을 이례적으로 가까이에서 지켜보게 된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섞이는 시대를 향한 용기 있는 질문
지금도 끝나지 않은 역사 앞에서

『통역사 다니엘 슈타인』은 홀로코스트의 참상을 그리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울리츠카야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까지 시선을 확장하며, 과거의 피해자가 현재의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불편하지만 외면할 수 없는 진실을 이야기한다. 또한 기독교가 오랫동안 유대교와의 관계를 단절하며 스스로의 뿌리에서 멀어졌음을 성찰하고, 제2차 바티칸 공의회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참회가 보여주듯 역사적 잘못을 인정하고 화해하려는 노력의 의미 역시 함께 조명한다. 특정한 종교나 민족을 비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떤 이념도 인간보다 앞설 수 없다는 사실을 말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통역사 다니엘 슈타인』은 과거를 다룬 역사소설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계속되는 전쟁과 분열, 혐오의 시대를 향해 가장 절실한 질문을 던지는 현재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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