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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1부 기록이 없다고 존재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1 맨 처음 여성 독자를 찾아서
2 인류 최초의 저자는 나, 엔헤두안나
3 역사가 덧칠해버려도 지워지지 않은 시인
4 오비디우스가 주목한 새로운 독자들
5 독서광 수녀들
6 세헤라자데와 여성 스토리텔러
7 모노가타리에 빠진 열세 살 소녀
8 시간 기도서와 혼자 읽기
9 읽기 위해 남자로 살다
10 텍스트로 쌓은 여성들의 유토피아
저자 소개
저자 : 최현미
지방의 소도시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언론사에 입사해 오랫동안 기자로
일하며 글을 쓰고 있다. 문화부 취재를 하며 수없이 많은 책을 읽었고, 자연스럽게 취미이자 직업인 '독서'에 관한 책을 써보고 싶었다. 하지만 글을 쓰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나'의 이야기가 흘러 나왔다. 어느 정도 인생의 길이 정해진 지금, 거창한 목표나 변화보다는 작은 것에서 기쁨을 발견하는 재미를 알아가는 중이다. 그녀는 대한민국 또래 평균치보다 책을 많이 본다. 책을 보고 책에 대해 글을 쓰는 게 직업이다. 세상에는 재미있는 일이 많다는 걸 알 나이도 됐지만 어릴 때나 어른이 된 지금이나 책 읽는 재미가 최고라고 여긴다. 어린 딸에게 한두 권 읽어주다 그림책을 사랑하게 됐고, 소녀가 된 딸에게 읽어주고 권해주다 다시 동화책의 세계에 발을 디뎠다. 어느덧 어린 딸은 소녀가, 소녀는 이제 어른이 되어 바쁜 자기 삶을 사느라 얼굴 볼 틈도 없지만 그녀는 여전히 그림책과 동화책을 곁에 두고 산다. 동화책을 펼치면 그 속엔 오래전 그녀를 위로해준 소녀들과 이들과 함께 웃고 울던 ‘어린 나’가 있다. 다시 만난 사랑한 ‘그녀들’은 반갑고 또 새롭다. 이 책에서 글을 주로 맡았다.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20여 년 동안 일간지 기자로 일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꼬마 궁금이』, 『한 가지 이야기 백 가지 상식』, 『그림책, 한국의 작가들』(공저), 『이토록 어여쁜 그림책』(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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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 구병모 소설가, 이다혜 작가 추천!
여성들은 어떤 시간을 거쳐
책이라는 멋지고 아름다운 세계의 주인공이 되었을까
바빌로니아 신전의 여성 서기관부터 21세기 한국의 텍스트힙까지
읽는 여성들이 거쳐온 당당하고 불온한 시간의 기록

책이라는 멋지고 아름다운 세계의 주인공이 되기까지, 여성 독자들이 거쳐온 당당하고 불온한 시간을 탐구한 책 『읽는 여성의 역사』가 출간되었다. 여성 중심으로 역사를 서술하는 책이나, 독서의 역사에서 몇몇 유명한 여성 인물을 언급한 책은 있었지만 동양과 서양, 고대와 현대를 아우르며 여성 독자를 전면에 주인공으로 내세운 책은 국내에서 만나보기 어려웠다는 점에서 이 책의 출간이 더욱 의미 있다.
저자 최현미는 일간지 문화부 기자로 30여 년 일해온 베테랑 언론인이다. 문학 담당, 출판 담당, 북 리뷰 팀장을 거치며 문학과 출판의 최전선에서 여성 작가들의 폭발적인 활약을 지켜보던 저자는 그 너머에 있는 여성 독자의 힘에 주목했다. 한국의 여성 독자들은 1998년 국민 독서율 조사에서 역대 처음으로 남성 독서율을 넘어섰고, 2000년대 중반 이후 굳건하게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들은 오늘날 디지털과 영상과 게임이 모두의 주의를 빼앗아 가는 중에도 책의 세계를 지키고, 수십 년 전 출간된 여성 작가 작품을 발굴해 다시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리며, 전 세계가 한국 여성 작가의 작품을 읽을 수 있게 만든 가장 강력한 지지자이다. 2026년 한국 문학·출판계의 가장 큰 화제였던 ‘이상문학상 수상자 전원 여성’의 배경에는 이처럼 여성 독자들의 활약이 자리하고 있다.
여성들은 언제부터 읽기 시작해 어떤 시간을 거쳐 지금 여기까지 왔을까. 저자는 이 궁금증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읽는 여성의 역사』를 썼다. 문서를 읽고 기록한 바빌로니아 신전의 여성 서기관, 배움을 위해 은둔을 택한 중세 독서광 수녀들, 여성의 읽기를 두려워한 엘리트 남성들에게 죽임당한 ‘마녀’들, 뛰어난 능력을 펼치지 못한 채 죽어서야 이름을 남긴 조선의 여성 학자들, 익명을 벗고 마침내 자신의 이름으로 독자들을 열광시킨 19세기 여성 작가, 일제강점기의 여성 독서회, 자기 서사에 대한 갈망이 불러온 ‘메모아’ 열풍까지. 동양과 서양, 고대와 현대를 오가며 끊임없이 읽어온 여성 독자들이 이 책의 주인공이다. “당당하게 불온했던 여성 독자 열전”이라는 이다혜 작가의 추천사처럼, 읽으면서 역사를 만들어간 여성들의 이야기가 역동적인 서사시로 펼쳐진다.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
지적 여성에 대한 공포를 드러낸 지식인들과
막아서는 역사를 넘어 금기를 깬 여성들

1400년대 초, 폴란드 영주의 딸 나보이카는 어느 날 친오빠가 세상을 떠나자 자신의 운명을 바꾸기로 결심한다. 여성 입학이 금지된 대학에 들어가기로 한 것이다. 그는 집을 나와 남장을 하고 오빠 이름인 ‘야큐브’로 크라쿠프 대학교에 들어간다. 중성적 외모로 별다른 의심 없이 남학생들 사이에 섞여 들어간 나보이카는 모든 과목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학문을 익히고 원 없이 책을 읽었다.
하지만 남장이 들통날까봐 사람들을 멀리하며 두려움과 외로움, 고독에 시달리던 나보이카는 결국 병을 얻었고, 여성임이 드러나 교회 재판정에 서게 되었다. 왜 이런 일을 저질렀느냐는 판사의 물음에 나보이카는 이렇게 대답했다. “학문을 사랑했기 때문입니다.”(96쪽, 〈읽기 위해 남자로 살다〉)
저자는 “읽는 여성의 역사는 두 개의 커다란 물줄기가 교차해온 역사”라고 말한다. 글을 읽고 쓰며 세상을 이해하고 더 넓은 세계로 발을 디디는 ‘나아가는 역사’와, 여성의 독서를 금기시하고 위험하게 여긴 ‘막아서는 역사’가 그것이다. ‘책 읽는 여성은 위험하다’는 통념은 고대 로마와 계몽의 유럽, 빅토리아 시대 영국과 가부장 조선이 다르지 않았다. 동서양 할 것 없이 지식인들은 여성 문제, 특히 여성 독서에 대해 철저하게 보수적이었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덕무는 “여성은 경서, 사서, 논어, 시경, 소학, 여사 등을 대강 읽어 뜻을 통하고, 가문의 계보와 성현의 이름 등을 알면 족하다. 함부로 시를 지어 밖으로 퍼뜨려서는 안 된다”며 여성의 독서에 대한 편견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159쪽, 〈내 글이 장독대 덮개로 쓰일 바에야〉) 정약용 역시 여성들의 한글소설 열풍을 비판하며, 특히 부녀자가 이런 패관잡서에 빠지면 ‘길쌈하는 일을 끝내 그만두게 된다’며 다 모아 불태워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216쪽, 〈비녀를 팔아 읽은 소설〉)
지적 여성에 대한 남성 엘리트들의 공포를 가장 극단적으로 드러낸 사건은 15~18세기 유럽을 휩쓴 마녀사냥이다. 여성은 지적으로 열등하고 도덕적으로 나약해 악마의 유혹에 쉽게 빠진다고 여겼고, 여성의 지식은 ‘악마와의 결탁’으로 얻은 것이라며 마녀로 몰아 화형을 하거나 교수형에 처했다. 여성들이 일상에서 경험을 통해 쌓은 지식은 고스란히 마법으로 몰렸다.(124쪽, 〈마녀의 비밀 독서〉)
여성들은 이 같은 금지와 경계, 비판과 조롱과 위협 속에서도 매 순간 열심히 읽으며 ‘나아가는 역사’를 만들었다. 이런 면에서 ‘읽는 여성의 역사’는 여성 권리 투쟁사라고 할 수 있다. 소설가 구병모는 이 책을 두고 “금지 구역의 선을 월경하는 여성들의 역사”이며 “한계 앞에서 꿈꾸기를 멈추지 않고 그곳이 어디가 됐든 기꺼이 난입하며 돌파한 여성들의 지적·정서적 질주”라고 표현했다.

시간 기도서에서 북 클럽까지,
읽기를 대물림하며 세상에 균열을 일으킨 여성들

중세 후기 최고급 결혼 선물이었던 ‘시간 기도서(시도서)’는 여성들의 읽기에 드라마틱한 변화를 가져왔다. 매일 하루 8번, 일정한 시간에 시도서를 반복해 읽는 사이 여성들의 문해력이 향상되었다. 무엇보다도 개인 시도서는 여성들에게 ‘혼자 읽기’라는 새로운 경험을 안겨주었다. 그전까지 독서는 한 사람이 소리 내어 읽고 주변 사람들이 듣는 형태였는데, 가정에서는 대부분 가장인 아버지가 읽을 책을 결정해, 여성들은 ‘듣는 독자’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것이 시도서를 갖게 되면서 다른 사람의 의견에 좌우되지 않고 자신만의 속도로, 내면의 울림에 따라 읽는 사적 독서의 시간이 열리게 된 것이다.
이러한 여성 개인의 책 읽기는 중세 사회에 균열을 일으켰다. 당시 여성은 감정에 치우치고 유혹에 쉽게 넘어가기 때문에 남성 성직자의 가르침과 감독 아래 신앙생활을 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런데 홀로 시도서를 읽고 기도하면서 성직자 개입 없이 여성이 직접 성서를 해석하게 되자 논란이 된 것이다. 또한 여성들은 남성형 라틴어를 여성형으로 바꾸거나, 라틴어 기도문 위에 자국어로 된 기도문을 덧쓰기도 했다. 기도서의 여백에 가족의 중요한 일정을 기록하거나 민간요법을 적는 등 주어진 텍스트를 주체적으로 고치고 덧쓰고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보탰다. 책이 귀하고 비싸던 시대, 개인이 고치고 기록한 시도서는 가문의 후손에게로, 혹은 결혼이나 후원으로 맺어진 다음 세대 여성에게 전해지며 ‘텍스트 상속’이 이루어졌다.
여성들의 적극적인 독서 행위는 북 클럽의 역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17~18세기 프랑스에서 성행한 ‘살롱’은 공식적인 교육에서 배제된 여성들이 당대 지식인들과 함께 고전, 철학, 시, 소설을 읽고 토론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이곳에서 여성들은 비평적 독자로 성장했고, 지적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이러한 전통은 19세기 미국과 영국에서 여성 북 클럽 탄생으로 이어졌다. 북 클럽은 교육의 기회가 부족한 여성들이 책을 읽고 발표하고 토론하면서 교양을 쌓는 비공식 학교의 역할을 했다.
여성 북 클럽은 이에 그치지 않고 여성참정권, 공공도서관, 교육 문제 같은 사회적 의제를 적극적으로 제안하는 시민운동의 인프라로 성장했다. 대표적 사례인 ‘소로시스’는 찰스 디킨스 초청 만찬에 여성이라는 이유로 참가를 거부당한 여기자 제인 커닝엄 크롤리가 만든 단체로, 이후 폭넓은 여성 네트워크로 성장하며 다른 여성 북 클럽의 출현을 불러왔다. 휴스턴에서 시작된 ‘레이디스 리딩 클럽’은 휴스턴 공립도서관 개관의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 책에서는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책으로 배우고 연결되며 더 나은 삶, 더 나은 세상을 모색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오늘날 유행하는 교환 독서와 북 클럽, 북 토크가 이미 읽는 여성의 역사에 새겨져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여성이 읽기를 멈추는 순간, 책은 죽을 것이다.”
읽는 사람에서 쓰는 사람으로, 독자에서 작가로
세상에 필요한 이야기를 읽고 쓰며
책이라는 우주를 떠받치는 아틀라스가 되다

여성 독자의 증가는 여성 저자의 본격적인 등장을 불러왔다. 특히 유럽에서는 18세기에 여성 소설가들이 여성 독자를 겨냥해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소설이 쏟아지면서 여성 작가-여성 주인공-여성 독자라는 ‘3W 시대’를 열었다. 제인 오스틴, 브론테 자매 등 이 시대 대표 작가들의 소설 속 주인공들은 욕망과 규범 사이에서 ‘자기 삶의 주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인지를 적극적으로 고민하며 독자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었다. 이 소설 속의 주인공들은 책을 읽었다. 『제인 에어』의 제인은 책에서 얻은 지식을 현실의 폭력과 불의에 맞서는 무기로 삼았고, 『작은 아씨들』의 조 마치와 『키다리 아저씨』의 주디 애벗은 열정적인 독서가를 넘어 작가를 꿈꿨다. 책 읽는 여성 주인공들은 현실의 독자들이 작가로 나서게 하는 동력이 되었다.
읽는 사람에서 쓰는 사람이 된 여성 작가들은 자신의 이야기가 곧 세상에 필요한 이야기임을 알았다. 일상에 자리 잡은 구조적 차별, 여성이 느끼는 우울과 불안과 좌절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구조의 문제임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오늘날 독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문학상을 휩쓰는 여성 작가들의 성취는,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시대적 의제들을 적극적으로 꺼내어 발언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이 책의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영국 소설가 이언 매큐언의 에피소드를 인용한다. 소설책 30권을 들고 공원에서 무료로 나누었더니, 여성들은 기꺼이 책을 받아 간 반면 남성은 딱 한 명만 책을 받아 간 것이다. 이날의 에피소드를 담은 이언 매큐언의 〈가디언〉 칼럼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여성이 독서를 멈추는 순간, 소설은 죽게 될 것이다.” 여기서 ‘소설’은 곧 ‘책’으로 치환할 수 있다. 읽는 여성과 쓰는 여성들은 “오늘날 책의 우주를 떠받치는 아틀라스”(320쪽)가 되어 경고등이 켜진 독서의 세계를 지탱하고 있다. 디지털과 인공지능이 ‘가로막는 역사’를, 지금껏 그래왔듯 ‘나아가는 역사’로 만드는 중이다.
풍부한 읽을거리와 흥미로운 서사가 결합한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여성이 독자이자 저자로 전면에 나서는 순간 책의 세계는 어떻게 바뀌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며, 책과 읽기의 미래는 어떻게 만들어질지 가늠하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수천 년 동안 모든 순간, 어떤 순간에도 읽어온 책의 수호자, 여성 독자에게 보내는 경의다. 소설가 구병모의 추천사처럼, “이 책을 덮은 당신은 무엇이든 더 깊이 읽고 싶어질 것이며 어떻게든 더 잘 쓰고 싶어질 것이다. 이제 당신의 이야기를, 당신의 역사를 이어쓰기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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