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텍스트형 인간은 이렇게 기타를 즐긴다
평생 책만 만들다가 우연히 취미로 기타를 배우게 된 이야기와 다니던 출판사를 그만두고, 저자가 1인 출판사를 만들고 고군분투하는 이야기가 함께한다. 1,2부에는 기타를 배우는 일상과 환갑 버스킹의 꿈이 3,4부에는 책을 만드는 편집자의 이야기가 교차로 이어진다. 더불어 편집자의 안목으로 고른 음악에 관한 책도 추천한다. 기타를 배우며 그동안 몰랐던 소리의 세계를 알아가고, 밴드 음악을 더 유심히 듣게 되는 하루, 연습을 해도 늘지 않는 기타 실력에 스스로가 얼마나 바보 같은지, 한심해하는 에피소드들도 종종 등장한다. 그러나 책을 만들며 열 받고 지쳐가던 머리를 기타 연습으로 환기시키고, 음악에 관한 책을 읽으며 리듬의 세계를 알아가니 기타 레슨에는 장점이 더 많은 것 같다.
기타를 배우며 저자는 알아간다. 하루아침에 실력이 느는 일이란 없고, 연습을 해도 안 되는 일이 있다는 것, 또한 실력이 늘지 않아도 기타가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 취미로 배우는 일이라도 좀 잘하고 싶은 욕망이 있다는 걸, 이런 마음들은 기타를 배우지 않았다면 결코 몰랐을 마음들이다. 죽도록 연습을 하는 건 아니지만, 매일 기타 연습을 하는 것, 기타 연습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오히려 책 만드는 일정을 조정하고 하루를 부지런히 살아내는 일, 기타가 아니었다면 1인 출판사를 운영하며 스케줄 관리도 쉽지 않았을 거라고 그는 조심스레 기타 사랑을 고백한다. 기타라는 취미 덕분에 하루의 균형을 맞추어 간다. 기타를 잘 못해도 뭐라도 뚱땅거리고 싶은 마음을 편집자의 시선에서 풀어낸다.
편집자는 악보를 볼 때 기타 코드가 아니라 텍스트를 제일 먼저 본다. 가사가 좋아서 연주하고 싶은 곡들, 소리의 과학이 궁금해지면 다짜고짜 책부터 찾아보는 일 등, 이 이야기에는 편집자가 기타를 대하는 특이점들이 재밌게 펼쳐진다(기타 선생님은 저자의 행동에 갸우뚱하지만 말이다). 리듬형 인간인 기타 선생님은 절대 이해하지 못할 텍스트형 제자가 음악을 알아가는 에피소드가 유쾌함을 선사한다.
환갑 버스킹에 독자를 초대하기 위한 연습은 오늘도 계속된다
기타로 먹고살 것도 아니고 대회에 나갈 것도 아니면서 기타가 늘지 않는다고 저자는 짜증을 내고 툴툴거린다. 기타 좀 못 치면 어떠냐고 반문하는 기타 선생님에게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못 쳐도 잘 치고 싶은걸요."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늘지 않는 기타를 뚱땅거리며 알게 된 새로운 사실 - 음악은 삶에 활력을 주고, 무언가를 배운다는 건 새로운 자신의 모습을 계속해서 알아가는 일이라는 것. 그래서 그는 레슨 시간마다 선생님에게 박치라는 구박을 받으면서도 룰루랄라 즐거운 마음으로 연습실에 간다. 그전까지 몰랐던 자신의 모습을 알아가며, 음악을 즐기며 일과 취미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의 꿈인 환갑 버스킹 그리고 펭수와의 듀엣 공연을 다 같이 기다려보자.
매일 F코드에 막혀 좌절하면서도 손에서 기타를 놓지 않는 선배 편집자(저자)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만들었다. 취미도 없이 책 만드는 일에만 파묻혀서, 책이 좋다가도 싫다가도 하는 수많은 편집자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책 속에서
북에디터 종특 하나, 추진력. 일단 일을 시작하기까지 시간이 좀(때론 많이) 걸릴지언정 ‘하겠다’ 하면 불도저처럼 밀어붙인다. 바로 저자에게 연락. “기타를 배우고 싶은데 말이죠. 학원이 좋을까요? 개인 레슨이 좋을까요?” 톡 전송 버튼을 누르며 기타를 멋드러지게 연주하는 내 모습을 상상했다. “당연히 개인 레슨이 좋죠. 선생님 좀 알아봐 드릴까요?”
20여 분 후 알게 된 선생님의 이름을 듣고서 ‘허걱’했다.
“아니… 그게… 그분이 괜찮으실까요?”
그렇게 나는 저자 찬스로 북에디터가 아니라면 쉬이 만나지 못했을 선생님께 기타를 배우게 되었다.
〈기타를 배우는 일이 편집자에게 미친 영향〉 중에서
나름의 노력 덕분인지, 아니면 뛰어난 메서드 연기(?) 덕분인지 출판계에서 ‘바보’라는 말은 듣지 않고 살아왔다. 그런데 왜…! 유독 기타 레슨만 가면 바보가 될까.
기타를 배운 지 6개월이 다 되었지만 가장 쉬운 E코드 외에 다른 코드를 잡아보라고 하면 순간 정지 상태가 된다. 그렇게 코드를 아예 잡지 못하고 멍하니 있기를 수십 번. 수업 광경은 늘 비슷하다. 버벅거릴 때마다 선생님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내가 어렵게 설명하는 건가. 검지를 축으로 이렇게 손가락을 한번에 옮겨가면 되는데, 이해가 안 돼요? 음… 손가락을 이렇게 따로따로, 힘을 균등하게 줘야 하는데… 어떻게 힘을 써야 할지 모르는 거 같아요.”
난 되묻는다. “왜 그럴까요?”
〈기타 레슨만 가면 왜 바보가 되는가〉 중에서
이제는 이런저런 용어를 말할 때도 좀 자연스러워졌다. 기타가 많이 편해졌는지 기타 넥을 잡고 자리를 이동하거나 연습하다 자세를 바꾸거나 할 때 기타 몸통 끝을 테이블에 부딪히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미안해!”라고 외치며 흠집이 생긴 곳을 쓰다듬어준다.
잘 외워지지 않아 고생했던 코드는 지금도 기타 선생님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사고 회로가 정지되는 일이 많다. 하지만 힌트와 시간이 주어지면 어느 정도는 짚어낸다. 미숙한 코드 체인지나 현저히 부족한 리듬감도 가뭄에 콩 나듯 “그렇죠, 이거죠”라는 선생님의 피드백을 받는 걸 보면 조금씩 나아지는 듯하다.
굳은살이 꽤 잡혔음에도 손가락 힘이 약해서 안타깝게도 좋은 소리가 나지 않는다. 지난 레슨 때는 선생님이 또 작정을 하셨는지 하드 트레이닝이 이어졌다. 그렇게 젖 먹던 힘까지 내다가 손등과 팔뚝이 터져나갈 것 같은 고통을 느꼈다. 힘이 현저히 부족한 데다 힘쓰는 방법까지 모르니 레슨 중 자주 겪는 일이다.
〈기타가 마음을 알아주는 날〉 중에서
기타를 잘 치고 싶다는 마음이 너무 큰 나머지 중요한 걸 또 하나 잊고 있었다. 애초에 기타를 배우기로 한 목적이다. 남은 평생 좀 더 즐겁게 살기 위해 취미로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다. 여기서도 방점은 ‘즐겁게 살기 위해’이다. 그런데 자꾸 이 사실을 까먹고 스스로 들들 볶고 있었다. 1인 출판사를 하는 입장도 그렇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좀 더 자유롭고 즐겁게 일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SNS를 통한 책 홍보 때문에 스트레스가 크다. 원체 SNS와 친하지 않은데 적어도 일주일에 두 번은 뭐라도 올려야 한다는 의무감이 큰 나머지 정작 중요한 일, 곧 책으로 나올 원고에 집중하지 못하는 일이 잦았다. SNS 홍보는 중요하지만 게시물 하나 올릴 때도 조마조마하며 많은 시간을 쓰는 탓에 업무 효율도 떨어지고 괴롭다면, 문제다.
〈뚱땅거리고 싶은 마음〉 중에서
인간이 항상 쓸데 있는 짓만 하고 살 수 있을까? 우선 난 그럴 수가 없는 사람이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이 보면 책을 만드는 나는, 말 그대로 세상 쓸데없는 일을 하는 사람이겠다. 애초에 그 ‘쓸데없는’이라는 말의 정의도 사람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
북에디터 일이라는 게 ‘결과적으로’ 쓸데없는 일인 경우가 많다. 하는 일은 많지만, 당장 명확하게 보이는 결과물은 나오지 않는다. 여차저차 기획 아이디어가 어느 정도 구체화되어 한참 신나게 정리하다 보니 이미 비슷한 책이 나와 있는 경우도 많다. 역시 하늘 아래 완전히 새로운 건 없는 법이다.
〈쓸모없음의 쓸모〉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