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책 속에서
한 기업은 ‘제공 가치의 최대화’라는 기업 이념이 조직 전반에 충분히 스며들지 않는다는 문제를 안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연수 과정에서 대화를 나누어 보니, 관리자와 현장 직원이 기업 이념을 서로 다르게 이해하고 있었다는 점이 드러났습니다. 관리자는 이를 ‘고객이 원하는 모습을 고객과 함께 그려가며 그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이해한 반면, 현장에서는 단순히 ‘고객의 요구에 응하는 것’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요컨대, ‘제공 가치의 최대화’라는 말 자체의 의미가 충분히 공유되지 않은 것입니다.
이러한 간극은 말하기나 듣기 기술만으로는 해소되지 않습니다. 핵심은 ‘말의 의미와 이미지를 어떤 식으로 조직 안에서 공유하는가?’입니다. 즉, ‘어떻게 같은 의미와 이미지로 통하는 공통언어를 만들어갈 것인가?’에 조직의 미래가 걸려 있습니다. 이러한 공통언어를 만들어가는 작업인 ‘공통언어화’야말로 조직의 미래를 바꿀 열쇠입니다.
머리말 〈일터의 언어 장벽을 뛰어넘다〉 9~10쪽
공통언어를 구축하는 유효한 수단으로 최근 ‘철학적 대화’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철학적 대화란 참가자들이 철학적 사고와 대화를 통해 공통으로 대상을 탐구하는 소통 방식입니다. 여기서 ‘철학적 사고’란 ‘기존의 전제를 의심하고 새로운 관점이나 해석을 추구하는 사고’를 뜻하며, ‘대화’란 ‘물음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하며 탐구하는 것’을 말합니다. 철학적 사고와 대화를 조합한 철학적 대화는 각 참가자의 사고방식이나 가치관을 깊이 이해하고, 기존의 전제를 다시 바라보며, 새로운 인식과 개념을 함께 창조해 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제1장 〈오해를 이해로 바꾸는 새로운 소통법〉 30쪽
이 책은 ‘궁극적으로는 모두가 합의 가능한 지점이 있을지도 모른다’라는 믿음을 가지고, ‘사람은 제각각’이라고 결론 내는 일 없이 대화를 이어가며 참가자들 사이에 ‘잠정적인 답’을 구축하려는 자세를 추구합니다. 이를 ‘오류가능주의’라고 부릅니다. 이는 어떤 지식도 최종적인 진리로 고정하지 않고, 언제든 수정될 수 있음을 전제로 삼는 관점입니다. (중략) 공통언어가 지향하는 바도 이처럼 잠정적이고 가변적인 인식입니다. 변화와 오류의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보편성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자세를 지향하며 대화를 이어가는 것, 이것이 ‘공통언어를 형성한다는 것입니다.
제2장 〈공통언어는 어떻게 만드는가〉 58~59쪽
다양성과 포용을 실현하는 대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자리를 공유하는 전원이 함께 철학적 물음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그 자리에서 나온 말 한마디 한마디는 결코 그냥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정성껏 다뤄져야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대화의 결론 자체는 어디까지나 부차적입니다. 대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업무나 타자를 깊이 이해하고 조직 분위기가 개선되는 것, 이로써 조직이나 팀에 대한 애착과 관심이 커지는 것 자체가 철학적 대화가 불러오는 커다란 성과입니다. (중략)
‘어떤 의미에서 자신이 공헌할 수 있다’, ‘조금이라도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다’, ‘참여할 여지가 있다’와 같은 감각이야말로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다’,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싶다’라는 생각의 본질입니다. 최근 들어 더욱 자주 접하는 개념인 ‘자기주도성’도 이런 본질에서 비롯되어야 할 것입니다. 외부에서 아무리 “주도적으로!”라고 주문처럼 외워댄들 그 바탕에 깔린 본질을 외면한 채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이런 조건에 적합한 접근법이 ‘철학적으로 대화하기’입니다. “애초에 ~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으로 참여할 여지가 만들어지고, 미리 답을 가진 사람이 없으므로 자기 의견을 내고 타인에게서 경청과 물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것이 철학적 물음이나 대화가 조직과 팀에 대한 애착과 몰입을 자연스럽게 만들어가는 심리적 메커니즘입니다.
제4장 〈진정한 소통이 가능해지는 ‘대화’의 기술〉 166~167쪽
이 책에서 제시한 ‘철학적 대화’와 ‘공통언어 만들기’에 특별한 조건이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누구나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습니다. 가정, 직장, 학교, 지역 사회…. 어디서든 ‘애초에 ~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서 시작해, 그 물음을 둘러싼 대화를 거듭하는 과정에서 공통언어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다양한 문제와 분열을 극복하는 데 필요한 것은 원대한 국가적 프로젝트나 혁명적인 혁신만이 아닙니다. 일상에서 당연하게 여겨지는 ‘전제’에 물음을 던지는 용기를 가지고 ‘대화’의 장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공통언어 만들기’라는 작은 실천이 쌓이고 쌓여, 이윽고 커다란 사회적 변화로 이어지리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맺음말 〈일을 넘어 삶을 바꾸는 공통언어의 힘〉 23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