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청소년시’라는 세계를 탐험하는 두 번째 여행기
한국 시단을 이끄는 20명의 시인이 비추는 청소년의 시간
‘창비청소년시선’ 10주년 및 50번째 시집을 기념했던 첫 번째 앤솔러지 「도넛을 나누는 기분」의 뜨거운 호응에 힘입어 두 번째 청소년시 앤솔러지 「다가올 시간에 윙크 윙크」가 출간되었다. 이번 시집은 고선경, 심보선, 안희연, 유선혜, 이제니 등 동시대 한국 시단을 이끄는 스무 명의 시인이 참여했다. “각자 그려 내는 청소년시의 모양과 색깔과 넓이가 청소년시의 미래가 되기를 바라는 소망”(오연경, 「발문」)을 품고 이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았다. 시인들은 각 3편씩, 모두 60편의 새로운 청소년시를 선보이며, 여기에 “몸에 맞지 않는 우주복을 입고 뒤뚱거리느라 매일이 서러웠”(안희연, 「시작 노트」)던 자신들의 청소년기를 떠올리며 창작의 배경을 들려주는 ‘시작 노트’를 함께 수록했다. 이는 창작자와 한층 더 가까워지는 계기이자 시 읽는 즐거움을 더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도넛을 나누는 기분」이 청소년시의 새로운 가능성과 확장성을 보여 주었다면, 「다가올 시간에 윙크 윙크」는 청소년들의 내면에 좀 더 깊숙이 들어가 오늘을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삶을 더욱 다채롭게 펼쳐 보이며 청소년의 시절이 시 감상의 적기임을 느끼게 해 준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집은 청소년기를 지나고 있거나 지나온 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우리 모두의 시집이라 할 수 있다.
“나는 기필코 웃음을 기다리는 사람”
‘시간’이라는 운명을 맞이할 용기를 건네는 시집
시인들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지금도 유효한 과거의 시간을 톺아본다. 현재의 불안과 미래의 기대 속에서 살아가는 청소년 독자들에게 길어 올린 사랑과 위로, 공감과 응원이 담긴 신호를 보낸다. 그 신호는 고요하지만 힘 있는 ‘윙크’로 정의된다. 시집 제목으로 변용된 “지나간 시간이/다가올 시간에게 전하는/윙크 윙크”(안희연, 「콕콕」)처럼 ‘윙크’는 “모르는 척 살짝 알아주는 배려”이자 “시치미 뚝 떼고 던지는 유머”와 “마음을 직통으로 전달하는 생기”(오연경, 「발문」)를 상징한다. 여기에는 “양팔을 쭉/그다음 후우우─//까치발로 서 보자”(김보나, 「나랑 기지개 켤 사람」)며 손을 내미는 다정한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혼자냐고/아무도 안 물어”(마윤지, 「진짜 조금」)보던 고립의 시간을 “농담을 모으면서 견뎌 볼게”(윤은성, 「농담과 깃털과 수풀과」)라고 말하는 긍정의 마음이 있다. “내가 내가 되려고/뒤척인 시간”(안희연, 「콕콕」)을 선명하게 기억하며 이를 “존중한다는 느낌을 담아”(임유영, 「시작 노트」) 지금의 ‘너’와 ‘나’에게 따스한 손길을 내민다.
“여기까지 오길 잘한 것 같아.”
지난한 일상으로 쌓아 올린 알록달록 ‘나’의 세계
시인들은 청소년을 그저 불완전하고 미성숙한 존재가 아니라, 끊임없이 질문을 품으며 예민하게 세계를 감각하는 존재로 바라본다. 그리고 우리 안에 여전히 그 시기의 흔적들이 남아 있음을 고백한다. “내게 정말 어두운 일들밖에 없었나?”(윤은성, 「시작 노트」) 돌이켜보다 “이 시들은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심보선, 「시작 노트」)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래서 이 시집에는 기성세대로서의 훈계나 교훈보다 오늘을 살아가는 청소년들도 공명할 수 있는 생생한 경험과 복잡한 감정이 솔직하게 드러난다. “아픈데도 아프다고 말하면/거짓말을 하는 기분”(남현지, 「거기서는 꼭 웃으면서 끝나」)이 들고, “가끔 절벽 끝에 매달려 있는 기분”이 들면 “내가 나라는 사실을 견뎌 낼 힘이 필요하다”(주민현, 「두바이 초콜릿」)는 것을 느낀다. “쨍쨍한 햇빛 아래 오래 서 있다 보면 울 것 같은 기분”(고선경, 「파파야 기분」)이 들기도 하고, 먼 훗날 “우리가 아는 어떤 어른보다도” “너와 내가 비정하거나 가엾은 모습일까 두려워”(신이인, 「졸업」)지기도 한다. 이렇게 일상에서 휘몰아치는 감정의 결을 포착하는 시들은 청소년 독자들에게 자신의 마음을 비춰 볼 수 있는 거울이 되어 준다. 마침내 “슬픔과 절망이 발목을 잡고 끌어내”리는 시간 끝에서 “깊어지고 넓어”(오연경, 「발문」)진 자신의 세계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끝없이 멀리멀리 나아가 주지 않을래?”
기쁨과 두려움의 시절에 들려주는 연대의 목소리
문학평론가 오연경은 “모름에 깊이 안겨 모름과 씨름하는” 청소년기는 “시의 시절”이라고 정의한다. 자신도 미래도 완전히 알 수 없는 혼돈의 시간이기에 “우리를 더 깊은 모름으로 초대”하는 시와 청소년은 필연적으로 가까운 사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즐겁게 즐겁게 “마음에 걸림 없는 시”(김복희, 「마음에 걸림 없는 시」)를 읽기를 권한다. 시집을 읽는 동안은 이해할 수 없는 시간의 연속일 수 있다. 반대로 자신의 일기장을 엿본 기분일 수 있다. 그러나 “한참의 시간이 지난 뒤”에 우연한 순간 “이해할 수 있는 세계”(오연경, 「발문」)가 넓어졌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시의 힘은 개인에게만 머물지 않는다. 시는 “혼자 견디는 아픈 마음들 곁에서 기꺼이 함께 울어 주는”(이제니, 「낚시 코끼리 소년」) 연대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다가올 시간을 향해 명랑하게 눈인사를 건네는 이 풍성한 시적 향연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은 어느새 ‘나’의 경계를 넘어 ‘우리’라는 이름의 넓은 세계와 만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발견이 각자의 미래를 건너는 든든한 동행이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