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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글그림 : 이림
어릴 적부터 끄적끄적 그리고 만드는 걸 좋아했습니다. 어른이 되어 다른 사람이 요청한 그림만 그리다가 제 이야기를 그리고 싶어서 그림책 작가가 되었습니다. 앞으로 소소하지만 재미있는 이야기로 마음에 따뜻한 위로를 전하는 그림책을 만들고 싶습니다. 『빨래가 마르는 동안』은 쓰고 그린 첫 번째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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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감추고만 싶었던 부끄러운 손에
봉숭아 꽃물이 예쁘게 스며드는 밤

누구에게나 남들 앞에 선뜻 내보이기 어려운 부분이 하나쯤 있다. 송이에게는 뭉툭한 손톱이 그랬다. 송이는 속상하거나 마음이 불안해지면 자기도 모르게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이 있다. 그런 송이에게 엄마가 함께 봉숭아 꽃물을 들이자고 제안한다. 빨간 봉숭아가 가득 핀 화단에서 엄마를 따라 꽃잎을 따던 송이는 문득 봉숭아 꽃잎에 손끝을 살짝 대어 본다. 송이의 손톱은 뭉툭하게 닳아 있고, 옆에는 피딱지와 거스러미도 보인다. 송이는 슬며시 옷소매를 내려 손을 감춘다. 엄마는 절구에 꽃잎을 넣어 콩콩 찧고, 으깬 꽃잎을 송이의 손톱 위에 얹어 비닐로 감싼다. 송이는 열 손가락이 모두 답답했지만, 예쁘게 물들 손톱을 기대하며 꾹 참는다.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 속에는, 말로 다 꺼내지 못한 송이의 감정이 담겨 있다. 친구들의 놀림에 속상할 때도, 까닭 모를 불안이 마음을 간지럽힐 때도, 송이는 그 마음을 어떻게 꺼내야 할지 몰라 자꾸만 손톱을 깨문다. 갈 곳을 잃은 마음이 손끝으로만 향하는 것이다. 그런 송이에게 엄마는 버릇을 고치라고 다그치는 대신, 곁에 앉아 함께 봉숭아 꽃물을 들인다. 답답한 비닐을 손가락에 감싸고 잠자리에 든 송이의 마음에는 부끄러움 대신 작은 설렘이 스며든다. 부끄럽기만 했던 송이의 손톱은 어떻게 달라질까?

꿈속에서 만난 친구들의 아픔에
공감하는 아이의 순수한 마음

봉숭아 꽃잎으로 예쁘게 물들 손톱을 기대하며 잠자리에 누운 송이는 이리저리 뒤척인다. 자다가 실이 모두 풀려서 봉숭아 꽃잎이 사라질까 걱정이 된 송이는 밤을 새우기로 마음먹는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눈이 스르르 감겨 오고, 송이는 결국 잠들어 버리고 만다. 눈을 번쩍 뜬 송이는 재빨리 손부터 살펴본다. 어느새 봉숭아 꽃물이 빨갛게 든 손톱이 보인다. 그런데 어디선가 작은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주위를 둘러보니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한 흰 무당벌레가 울고 있었다. 송이는 자신을 놀리던 친구들이 떠올라 무당벌레의 등을 살며시 토닥인다. 그러자 무당벌레의 하얀 등이 빨갛게 물들기 시작한다. 무당벌레는 환하게 웃으며 친구들에게 돌아간다. 까맣게 시들어 있는 장미의 뺨을 어루만지자 탐스러운 빨간 장미로 다시 피어나고, 담장 위의 흰 잠자리도 빨간 꽃물을 나누어 받고 기쁨의 춤을 추며 하늘로 날아오른다.

송이가 꿈속에서 만난 친구들에게 선뜻 손을 내밀 수 있었던 것은, 송이도 같은 아픔을 알기 때문이다. 색이 다르다고 따돌림을 당한 무당벌레에게서 송이는 손톱을 놀림받던 자신을 본다. 그 마음이 얼마나 아픈지 알기에, 송이는 친구들의 아픔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송이가 건넨 것은 단순한 봉숭아 꽃물이 아니다. 외로웠던 무당벌레에게는 용기가 되고, 시들어 가던 장미에게는 다시 피어날 힘이 되어 준다. 누군가를 돕는 일은 거창한 데서 시작되지 않는다. 송이처럼 그 아픔을 가만히 알아차리고 손을 내미는 것으로 충분하다. 부끄러워 감추기만 하던 손이, 이제는 친구들을 도와줄 수 있는 예쁘고 자랑스러운 손이 된다.

“송이 손에 꽃이 활짝 피었구나!”
함께 나누는 마음에서 피어난 따스한 온기

꿈속의 친구들에게 봉숭아 꽃물을 나누어 주던 송이는 문득 자신의 손톱을 들여다보고 깜짝 놀란다. 손톱에 봉숭아 꽃물이 조금밖에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 하늘에서 송이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린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빨간색이 없는 무지개가 떠 있었다. 무지개는 송이에게 빨간 꽃물을 나누어 줄 수 있는지 묻는다. 송이는 봉숭아 꽃물을 모두 나누어 주면, 다시 예쁘지 않은 손으로 돌아갈까 봐 망설인다. 하지만 그럼에도 송이는 무지개를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두 손을 모아 입바람을 불자, 손끝에서 붉은 꽃잎들이 퍼져 나와 무지개를 빨갛게 물들인다.

이제 송이의 손톱에는 봉숭아 꽃물이 조금도 남지 않았다. 하지만 송이의 마음은 점점 따스한 붉은빛으로 물들어 간다. 완벽하고 많이 가진 사람만이 베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부족한 줄 알면서도 선뜻 내어 주는 마음, 작은 것이라도 함께 나누려는 마음이 더 소중하다. 그리고 바로 그 마음이 송이의 손을 가장 빛나고 자랑스럽게 만들어 준다. 봉숭아 꽃물은 시간이 지나면 흐려지고 언젠가 사라지겠지만, 송이가 느꼈던 따스한 온기는 오래오래 남을 것이다. 어쩌면 우리 마음속에도 송이처럼 누군가를 위해 기꺼이 나누고 싶은 마음이 있을지 모른다. 자신의 마음을 나누는 일이 얼마나 빛나는 일인지, 송이의 손끝에 핀 꽃을 보며 함께 느껴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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