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컨셉 따위 없이도, 끝내주는 감각을 보여주겠다
87MM은 센세이셔널한 브랜드다. 하이엔드 패션과 스트리트 브랜드 사이의 새로운 포지션을 선점하며 출발했고, 자체 기획한 자유롭게 실험적인 컬렉션을 다채롭게 선보여 왔다. 특히 강렬한 타이포그래피와 그래픽을 사용하고, ‘비정상Abnormal’, ‘너드Nerd’, ‘피곤한Tired’, ‘사기Fraud’ 등 과감하고 마이너한 주제를 적극적으로 브랜딩과 컬렉션에 도입하면서 강한 인상을 남겨 왔다. 특히 컬렉션이 지닌 진지한 위계와 예술지상주의적 선입견을 적극적으로 공격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대중을 위한 일상복을 만들고 직접 여러 예술가와 협업하는 변화무쌍한 브랜드이기도 하다.
어떤 성장담 - 빈티지 샵에서 브랜드로, 디자인 스튜디오로
그러나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87MM은 옷을 좋아하는 1987년생 동갑내기 세 명이 의기투합해서 만든 빈티지 쇼핑몰로 시작했다. 빈티지 패션의 어떤 ‘유니크함’을 좋아하던 세 명은, 동묘 시장을 돌며 옷을 사서 온라인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물론 거기서 멈추었더라면 이런 두꺼운 책도, 긴 이야기도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온전한 ‘우리’의 것을 만들고 싶어했다. 직접 디자인한 로고를 비니와 스냅백, 옷에 부착해 팔던 그들은, 결국 자신들이 좋아하는 옷을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어 보려 했다. 그러나 패션 디자인은 만만치 않았다. 소매를 반대로 달기도 하고 옷의 시접을 잘못 봉제하며 좌충우돌하던 그들은, 시행착오를 통해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결국 자신들의 정식 브랜드를 런칭하게 된다.
이후의 이야기는 운과 능력을 함께 지닌 이들의 거침없는 질주처럼 보이기도 한다. 예기치 않았던 해외 바이어들의 큰 호응, 우연히 참여한 프랑스 파리 컬렉션의 쇼룸 비즈니스, 여러 차례의 성공적인 서울 패션 위크 컬렉션, 무엇보다도 기존의 권위적인 컬렉션이 지닌 진지함을 비꼬고 뒤엎는 독자적인 컬렉션에 이르기까지. 그렇다면 10년이 지난 지금의 87MM은, 동묘 시장의 세 친구들이 있던 자리로부터 얼마나 멀리 여행해온 것일까.
거침없이 우정과 일상을 이야기하기
지난 10년의 시간을 빼곡하게 담은 이 책은, 자신들의 모든 작업이 일상에 대한 관심과 함께하는 이들에 대한 애정에서 시작했다는 글로 마무리된다. 그들의 여정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사진과 디자인 작업물, 스케치들 사이에 중간중간에 삽입된 짧은 글들은 그들이 느꼈던 변화에 대한 두려움과 그럼에도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고 싶은 욕망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이 책은 매 순간 함께했던 동료들과 선후배들, 스태프들, 그리고 같이 작업한 모델과 포토그래퍼, 스타일리스트, 헤어와 메이크업 아티스트, 그리고 그들이 만든 옷을 사 주었던 수많은 이들에 대한 깊은 감사와 애정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즉 권위적인 것들에 대한 그들의 도전과 실험은, 동료들과 함께한 일상의 시간과 우정의 소중함을 거침없이 말하는 것으로부터 힘을 얻는다. 이것이 10년 전에 여행을 시작한 동갑내기 친구들이 이 책을 보는 또다른 친구들에게 전하고 싶어하는 말인 듯하다.
책 속에서
382쪽
87MM은 옷을 좋아하는 1987년생 동갑내기 패션모델 김원중, 김찬, 박지운이 2011년 의기투합해 만든 빈티지 쇼핑몰에서 시작했다. 빈티지의 유니크함을 좋아하던 세 사람은 동묘시장을 돌며 자신들이 입을 것 같은 유니크한 빈티지 의류를 찾아 온라인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빈티지 의류 유통에서 시작했지만, 이내 온전한 ‘우리’의 것을 만들고 싶은 마음에 직접 디자인한 ‘WE 와펜 로고’를 비니와 스냅백, 옷에 부착해 판매하며 2012년부터 사업을 키워나갔다.
382쪽
패션 디자인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실수로 소매를 반대로 달아보고 옷의 시접을 잘못 봉제하기도 하는 등 좌충우돌을 거치면서도, 티셔츠를 시작으로 셔츠, 바지 등 카테고리를 점점 늘려가며 좋아하는 옷, 입고싶은 옷을 만들기 시작했다. (중략) 하이엔드 시장에서 꽤나 젊은 감각의 스트리트 감성 패션에 호응을 보내준 해외 바이어들 덕분에 이후 브랜드를 이어갈 수 있는 힘을 얻었다
384쪽
15FW에서는 ‘NERD’를 주제로 잡고, 진지해야만 했던 ‘컬렉션’이라는 무게를 떨치고, 유쾌하고 위트 있는 초창기의 마인드로 돌아가고자 했다. (중략) 마이너한 감성의 영화나 스토리텔링이 컬렉션과 함께 한다는 것 자체가 이색적이었다. 아트피스와 캐주얼, 턱시도 수트와 같은 남성복 컬렉션을 아우르며, 인상적인 컬렉션으로 호평을 받았다.
386쪽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를 든 모델들은 일정 시간이 지날 때마다 지정된 자리로 동시에 움직였고, 그에 따라 모델들이 들고 있던 카세트테이프에서 흘러나오는 ‘It’s not for everyone, it’s for everyone’이라는 음성도 움직이며, 배경의 빌 에반스 음악들과 묘하게 어우러져 전시의 임팩트를 더했다. (중략) 프리젠테이션은 87MM의 모든 비주얼 작업을 함께해준 사진가 곽기곤의 라이팅 아트로 꾸몄다.
388쪽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국내외 다양한 브랜드와 창작자들과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했을 뿐 아니라 패션 브랜드로서는 이례적으로 전용서체를 만드는 등 문화적인 스펙트럼을 다각도로 펼쳐나간 해이기도 하다. (중략) 앞으로도 뛰어난 아티스트를 대중들에게 소개하고 그들과의 협업을 통해 창작 활동을 장려하며 다양한 협업 프로젝트를 이어갈 예정이다.
389쪽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의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 있는지, 서로의 존재가 얼마나 귀한지를 잘 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