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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04

제1부 새벽을 달리는 마음

새벽을 달리는 마음 12
서툰 정원사의 고백 18
과유불급 23
부끄러운 선입견 27
이제 한 번쯤은 31
지나가는 바람인 것을 36
자연의 소리 39
나는 무엇을 기다리는가 43
발이 묶였다 47
여행, 그 자유로움에 대하여 50
추억 속 춤꾼들은 무얼 하고 있을까? 53

제2부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할미도 꿈이 있단다 60
꿈은 이루어진다 65
나는 의지의 한국인이다 69
밤하늘에 별이 쏟아지고 있었다 77
늙는다는 것은 82
유년의 골목길 85
아버지가 보고 싶다 89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95
일흔. 활 시위를 당기다 99
나는 언제부터 노인이었을까 104

제3부 이 모양 이대로도, 충분히 좋은

참을 인忍 자가 셋이면 살인을 피할 수 있다 110
목줄 매고 싶지 않은 이유 114
어두운 터널의 끝 118
오늘이 마지막인 듯 122
네 꿈을 펼쳐라 126
한강을 그리며 129
욕심을 부려도 될까 133
이 모양 이대로도, 충분히 좋은 137
제비 날다 142
인생 황금기 147
다시 듣고 싶은 웃음소리 151

제4부 아름다운 마지막 말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158
다시 현장으로 163
물러날 때를 아는 것 168
무릎으로 배운 겸손 173
삶의 축제가 끝난 자리 177
삶의 무게를 흔들며 181
삶과 죽음은 함께 있다 186
아름다운 마지막 말 191
손톱 밑 가시 195
라스트 콘서트 200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204
크리스마스 섬에 홍게가 살고 있다 209
저자 소개
저자 : 김영숙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유아교육과 졸업
한국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 전공
현재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재학 중

여주세종문학회 회원
여주문인협회 회원
2023년 제11회 문향 전국여성문학 공모전 수필부문 동상
2024년 《제3의 문학》 가을호 수필부문 신인상
2025년 제29회 경기문학상 수필부문 신인상
2026년 예술인복지재단 주관
예술활동준비금 지원사업에 선정

《여주문학》, 《여주세종문학》 1, 2집, 수필집 《쉼》,
《다시 걷기》 2. 3. 4집 외 동인지 다수 참여
브런치 작가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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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책 속으로

마당에 있는 벤치에 누워 밤하늘의 별을 볼 때마다 문득문득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내 친구는 수녀님이다. 우리는 20대에 성당에서 만났다. 산을 좋아하는 친구와 시간이 날 때마다 망월산, 소요산을 누비고 다녔다. 땀을 식히며 빵과 커피로 점심을 해결하고, 바위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기도 하고, 그늘에 앉아 책을 읽고 신앙을 이야기하며 수도자의 길을 꿈꾸며 우정을 나누었다. 우리의 젊은 날은 빠르게 흘러갔다, 친구가 수녀원에 들어가던 날, 무거운 가방을 끌고 언덕길을 힘겹게 올라가던 뒷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 후 친구는 외국으로 선교를 나간다고 했다. 선교 나간 수녀님들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자신은 입맛이 촌스러워 선교는 못 나가겠다고 하던 친구였는데, 결국 아일랜드, 영국, 로마로 임지를 옮겨 다녔다. 가끔 휴가를 나오면 을왕리 바닷가 소나무숲에 돗자리를 펴고 앉아, 지는 해를 바라보며 그동안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마지막 휴가 때 친구는 속이 불편하다며 좋아하던 회를 먹지 못했다. 유난히 살도 빠져 보여 걱정스레 물으니, 시차 적응 때문이라며 안심시켰지만 걱정스런 마음을 떨칠 수 없었다.

그렇게 걱정을 안기고 떠난 친구가 어느 날 밤, 건강에 이상이 생긴 것 같다며 전화를 걸어왔다. 불길한 예감이 들어 가족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로마로 날아갔다. 급한 마음에 달려가 만난 친구의 얼굴은 병색이 짙었다. 그나마 챙겨 간 김치가 입맛을 돋운다며 허겁지겁 먹고는 “이제 좀 살 것 같다”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우리는 수녀원 옥상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국으로 돌아가자는 내 말을 그녀는 귀담아듣지 않았다. 계속 고집부리면 수녀원에 알려 강제로라도 불러들이겠다는 협박에도 꿈쩍하지 않았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많은 사람에게 폐를 끼치게 된다는 것이 이유였다. 자신이 원하는 선교지에서 죽게 해 달라고 부탁하는 친구의 간곡함에 나는 손을 맞잡고 울 수밖에 없었다. 그날 밤, 수녀원 옥상에 누워 바라본 하늘에는 별이 쏟아지고 있었다. 슬프도록 아름다운 별들이었다.

다음 날 우리는 추억 여행을 하기로 했다. 수녀원 입회하고 25주년이 되면 유럽 일주를 하자고 약속했었는데, 그 여행을 앞당기기로 했다. 이탈리아 구석구석을 작은 차를 몰고 돌아다녔다. 예정된 시간이 흘러 우리의 슬픈 여행은 끝났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집에 돌아와서도 마음은 여전히 로마에 가 있었다. 그러던 어느 늦은 밤, 총회가 있어 로마에 간 책임자 수녀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친구가 일주일을 넘기기 어려울 것 같으니, 한 번 와 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전언이었다. 총회에 참석한 수녀님들을 위해 운전하던 친구가 쓰러졌고, 병원에 실려 가니 이미 손을 쓸 수 없을 만큼 암이 전신으로 퍼졌다는 것이었다. 나는 다음 날 다시 로마로 날아갔다.

로마 근교 그로타 작은 방에 친구는 손잡을 기운도, 웃을 여력도 없이 누워 있었다. 침대 밑에는 뒷굽이 다 닳은 신발이 주인을 기다리듯 놓여 있었다. 새 신발을 사 준다 해도 고집부리며 신고 다닌 신발 뒤축이 심하게 닳아 있었다. 창문 밖에는 친구가 운전하며 로마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니던 작은 차가 외로이 서 있었다. 다시는 그 신발을 신을 수 없고, 정든 차도 운전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일주일을 그곳에 머물면서 함께 시간을 보냈다.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같은 공간에서 눈이 마주치면 웃고, 그저 손잡고 있는 것으로 충분했다. 친구가 잠들면 묻히기를 원했던 빈 무덤가에 앉아 시간을 보냈다. 일주일이 지나고 돌아와야 하는 날,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작별을 했다.
몇 달을 더 버텨 준 어느 날 밤이었다. 친구를 돌보고 있던 후배 수녀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수녀님이 정말 마지막인 것 같아요. 개인 소지품들을 정리하고 싶어하세요.”

수녀님은 내가 오기를 원한다는 말과 함께 이제는 장례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는 소식을 전했다.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내가 가서 친구를 땅에다 꽝꽝 묻어 버리고 올게”라는 말을 남기고 다시 로마로 갔다. 마지막 순간을 외국 땅에서 홀로 외로이 눈감게 하고 싶지 않았다.

공항에 마중 나온 후배 수녀님은 통증이 점점 심해져 진통제로도 조절이 안 된다며 친구의 근황을 알려 주었다. 전해 받은 친구의 유품은 오래 사용하여 손때묻은 묵주, 직접 만든 작은 묵주들, 작은 성물과 사진들이었다. 사진 속 친구는 건강한 모습으로 웃고 있는데, 눈앞의 친구는 쇠약한 모습으로 누워 통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통증은 하루가 다르게 친구를 괴롭혔다. 통증이 시작되면 침대 모서리를 붙잡고 고통스러워했다. 소리라도 지르라며 손을 잡는 내게 친구는 기도를 부탁하며 고통을 이겨 냈다. 온몸으로 고통을 견디는 친구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처음 로마에 왔을 때 수녀원에 알려 한국으로 데려와 치료를 시작했더라면 고통을 덜 겪었을 거라는 후회가 나를 괴롭혔다. 울면서 자책하는 내게 친구는 오히려 나를 위로했다.

“나 때문에 후회하거나 괴로워하지 마. 이제는 안심하고 가도 되겠어. 내가 무서워서 못 가고 있었나 봐.”
그리고 내 손을 잡고 작은 목소리로 마지막 말을 건넸다.
“고맙고 고마워. 네가 친구여서 고마웠어. 행복하게 잘 살아야 해. 내가 죽어서도 널 위해 기도할게.”
친구는 마지막 유언 같은 말을 남기고 잠이 들었다. 임종을 지켜 보고 장례까지 치르고 오려 했지만 돌아와야만 했다. 로마를 떠나는 마지막 날, 우리는 부둥켜안고 작별 인사를 했다.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나자.”

울며 돌아서는 발걸음이 천근만근 무거웠다.

돌아오고 사흘 뒤 친구가 떠났다는 전화를 받았다. 며칠 더 있었더라면 친구의 마지막을 함께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후회가 밀려왔지만, 편안하게 눈을 감았다는 후배 수녀님의 말이 위안이 되었다.

나는 친구가 보고 싶을 때면 마당에 누워 하늘의 별을 바라본다. 살면서 외롭고 힘들 때, 기도가 필요할 때마다 날 위해 기도하고 있을 친구를 떠올리며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그때 좀 더 적극적으로 그녀를 한국에 불러들였더라면, 지금도 친구의 얼굴과 목소리를 들으며 함께 나란히 앉아 지는 해를 바라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때늦은 후회를 한다. 오늘 밤은 유난히 그 친구가 보고 싶다.
---「밤하늘에 별이 쏟아지고 있었다」 중에서

드디어 고대하던 시상식이 끝났다. 나이 칠십에 신인상이라니, 그것도 글을 쓰기 시작한 지 4년 만에 맞이한 순간이었다. 나에게 이런 날이 올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나 스스로 생각해도 기적 같은 일이다. 어디 감히 꿈이나 꿀 수 있었던 일인가? 긴장과 설레는 마음으로 무대에 올라 시상식장을 가득 채운 군중을 보니 비로소 실감이 났다.
시상대에 오르는 순간, 문득 아버지 생각이 났다.

“저 녀석은 만주 벌판에 던져 놓아도 살아남을 녀석입니다.”

오래전 아버지가 큰아버지께 하신 말씀이었다. 그 넓은 만주 벌판에서 살아남다니, 왜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그때는 알 수 없었다. 세월이 오래 지난 뒤에야, 그것이 어떤 절망과 환경적 결핍 속에서도 끝내 포기하지 않고 일어서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말씀은 마치 마지막 유언처럼 내 삶의 뿌리가 되어, 수없이 포기하고 주저앉아 버리고 싶을 때마다 나를 일으켜 세우는 힘이 되었다. 아버지 말씀대로 나는 어떤 환경에 던져 놓아도 살아남을 자신이 있었고, 마침내 살아남아 이 자리까지 왔다.

이 무모한 도전의 시작은 어린 시절의 결핍에서 비롯되었다. 중학교 1학년 때, 아버지의 사업이 실패하면서 집안은 급격히 기울었다. 어머니는 충격으로 생을 달리하셨고, 나는 중학교를 겨우 졸업하고 진학을 포기해야 했다. 학교에 있어야 할 시간에 거리를 돌아다니는 나를 바라보는 이웃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대문 밖 출입을 할 수 없었다. 신음 소리 한 번 내지 못한 채, 집 안에서 3년을 보내고 세상 밖으로 나왔지만 눈부신 햇살은 내 몫이 아니었다.

한창 사춘기 어린 나이의 나는 아무런 희망도 꿈도 꿀 수 없었고, 여전히 어두운 동굴 속에서 헤매고 있었다. ‘만주 벌판에서도 살아남을 사람이지’라고 하셨던 아버지 말씀이 무색하게, 세상 모든 고민을 혼자 안고 사는 사람처럼 다른 이들과 담을 쌓고 지내던 어느 날, 우연히 방송통신고등학교 모집 공고를 봤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나그네의 심정이 그랬을까? 마치 공부에 목마른 나를 위한 공고인 것 같았다. 다시 공부를 할 수 있다는 희망은, 어둡고 긴 터널을 비추는 한 줄기 햇살처럼 다가왔다.

나는 습하고 거친 동굴 바닥을 짚고 일어섰다. 그게 시작이었다. 출발선에서 신호를 기다리다 뛰어나가는 육상 선수처럼, 그때부터 한 맺힌 공부를 시작했다. 친구들이 대학교를 졸업할 나이에 나는 고등학교 졸업장을 손에 쥐었다. 그것은 우연이 아니라 오랜 시간 마음속에 쌓여 온 결핍과 불안이 밀어 올린 결과였다. 내 안에서 아주 작은 자존감이 살아나고 있었지만, 배움에 대한 허기와 갈증은 여전히 채워지지 않았다. 아주 잠깐 ‘꿈’이라는 걸, ‘희망’이라는 걸 가져 볼까 했다.

그러나 현실은 내게 가혹했다. 허기와 갈증을 채우기도 전,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다시 거리로 내몰렸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던 젊은 날, 작은 몸 하나 누울 곳이 없어 밤거리를 헤매야 했다. 현실에 맞서 싸우기보다 도망치는 일이 더 쉬워 보였다. 유일한 탈출구는 죽음뿐이라는 극단적인 생각이 들어 찾아간 한강은, 들끓는 내 마음과 달리 너무 평온해 보였다. 지나치리만큼 평온한 강물에 알 수 없는 배신감을 느끼고 뒷걸음질쳤다. 훗날 생각해 보니 그때의 감정은 죽음에 대한 갈망이 아니라, 살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었던 것 같다,
결국 다시 딛고 일어서야 한다는 오기가 생겼다. 그리고 어딘가 바늘구멍만 한 희망이 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나를 건져 내 줄 것 같았던, 실오라기 같은 끈으로 여기고 붙잡은 결혼 생활 역시 순탄하지 않았다. 온갖 수모와 모멸감을 느끼며 가출을 감행하기도 하고 밤거리를 배회하기도 했지만, 어디에도 내가 쉴 만한 곳은 없었다. 그래도 나는 버텨 내야 했다, 아니 살아내야만 했다.

그때 유일한 탈출구는 시내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이었다. 스산한 바람이 부는 가을밤, 버스 종점에 내려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리던 중이었다. 문득 ‘만주 벌판에서도 살아남을 사람’이라는 아버지 말씀이 번쩍이는 섬광같이 머릿속을 꿰뚫고 지나갔다. 마치 생전에 아버지 음성이 들리는 듯했다. 그 말씀은 지쳐 쓰러진 자리에서 다시 한번 땅을 짚고 일어서게 하는 마법과도 같아, 끙끙거리며 무거운 몸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 아이들이 크고 사회 활동을 하면서 부족한 학력은 늘 나를 구석으로 숨어들게 했다. 그런 내 모습이 싫었다. 문득 제자리에 주저앉아 환경을 탓하며 지낼 수는 없다는 생각과,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부모가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꿈도 야무지게 유아교육과를 졸업해서 어린이집을 차려 사랑으로 아이들을 키워 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방통대 유아교육과에 입학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공부는 어려웠다. 밥 먹듯 포기하고 살았던 습성이 몸에 배어 있는 내게 아버지 말씀은 매번 나를 일으켜 세웠다. 또 포기할 수 없다는 각오로 읽고 또 읽고 끝장을 보자는 심정으로 공부했다. 좌충우돌 실수를 거듭하며 정신없이 4년을 공부해 졸업장과 자격증을 손에 쥐고 나니, 바닥에 떨어져 있던 자존감이 조금씩 꿈틀거리며 일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때부터 내 인생의 전환점이 시작됐다. 움츠렸던 가슴을 활짝 펴고 어깨를 쫙 펴고 허리를 곧추세우며 남들 앞에 당당하게 나설 수 있었다. 누군가 전공을 물어보면 ‘방통대 유아교육과 졸업생’이라고 대답할 수 있었다. 뒤돌아보면 치열하게 살아온 시간이었다. 후회 없이 공부하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 누구라도 그랬겠지만, 적어도 나는 도망치지 않았다.

그리고 활발하게 시회생활에 뛰어들었다. 심리학 공부를 하며 불우한 청소년들과 가정 폭력에 시달리는 주부들을 위한 상담실을 운영했다. 병원, 경찰서, 소년원, 시장 등 도움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라도 마다하지 않고 달려갔다. 그러면서도 다시 사이버대학에서 사회복지 공부를 했다. 고령화 시대에 작은 요양 시설을 차려 어르신들과 함께 생활하는 꿈을 꾸었지만, 그 꿈을 이룰 수는 없었다.

봉사와 공부하는 일에 세월 가는 줄 모르고 살다 보니 어느새 ‘어르신’ 소리를 듣는 나이가 되어 있었다. 꿈꾸었던 귀촌을 해 모든 일을 놓고 한 걸음 물러서고 나니, 그제야 나 자신이 보이기 시작했다. 몸은 편해졌지만, 마음은 그렇지 못했다.

할 일 없이 남아도는 시간을 견디기가 힘들었다. 갯벌에 빠져 허우적대는 아낙네처럼 우울의 늪에 빠져 헤어날 수 없었다. 빠져 나오려 발버둥치면 칠수록 더 깊게 빠져들었다. 점점 삶의 의미를 잊은 채 시간을 보냈다. 더 이상 내려갈 곳 없는 바닥임을 깨닫는 데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신경과 약을 먹어야겠다고 느꼈던 날, 문득 ‘만주 벌판에서 살아남을 사람’이라는 아버지 말씀이 생각났다. 그리고 다시 소일거리를 찾아 이리저리 헤매다 우연히 글쓰기 공부를 시작했다.

글을 쓰면서 비로소 내가 무엇을 하고 싶어 했는지, 무엇에 소질이 있는지 발견했다. 내 나이 칠십이었다. 글쓰기 공부를 하면서 지나온 내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내 젊은 날은 비참했고,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던 삶이었다. 그 삶을 글로 풀어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억누르고 참아 온 상처들로 눈물 흘리는 날도 많았다. 글이 상처를 치유하는 힘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그때 깨달았다.

나는 본디 단순한 사람이다. 내 삶 역시 단순한 생활이다. 그러니 내가 풀어내는 글 역시 단순할 수밖에 없다. 유려한 미사여구를 구사할 줄도 모르고 부족한 어휘력 때문에 매번 글 쓰는 것이 조심스럽고 망설여졌다. ‘차라리 글쓰기를 그만두는 것이 낫지 않을까?’ 고민도 여러 번 했다. 아무도 내게 글을 쓰라고 강요하지도, 글을 써 달라는 부탁도 없지만 책상 앞에 앉아 고민하고 끙끙거린다. 글을 쓰고 또 써 봐도 성에 차지 않고 늘 부족함을 느꼈다. 매번 실망하며 쓰고 지우고 반복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애면글면하다 우연히 공모전에 당선되어 작가 소리를 듣지만, 여전히 채워지지 않는 배움에 대한 허기로 헐떡거리다 깨달았다. 결국 기초가 부족한 것이 원인이었다. 이리저리 궁리하다 기초부터 공부하고 싶은 생각에 내린 결론이 방통대 편입이었다.

주변에서는 “왜 또 사서 고생하느냐. 이제 편히 살아라.”
혹자는 “인생 뭐 있느냐, 남은 인생 즐기며 살아라” 한다.

사람마다 인생을 즐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지만, 공부를 손에서 놓아 보지 않은 내게 인생을 즐기는 방법은 책상 앞에 앉아 공부하는 것이었다.
다시 공부를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을 때 ‘괜한 짓을 하는 건 아닌지’ 한참 생각하고 고민했다. ‘과연 내가 해낼 수 있을까? 머리와 몸은 따라주지 않는데, 이 나이에 너무 늦은 것은 아닐까?’

“다 늙어 무슨 공부냐?”

걱정 어린 충고를 하는 지인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대책 없이 근거 없는 자신감이 스멀스멀 기어나와 결국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합격을 확인하고 마음 변하기 전 등록금을 내고, 글씨가 빼곡한 교재를 받아 보니 눈앞이 캄캄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왕 시작한 일, 젊은 친구들이 한 번 읽으면 될 것을 열 번 스무 번이라도 될 때까지 책상 앞에 앉아 있겠다는 각오로 시작한 일이다. 어차피 저지른 일, 일단 해 보기로 했다. 허송세월해도 시간은 가고 도전하는 것은 멋진 일이니까. 할 수 있을 때까지 해 보자. 하다 하다 정 힘들면 그때 그만두면 되지. 시작도 하기 전에 포기하는 것은 나답지 않다며 스스로 최면을 걸었다.

하루 일을 마치면 도서관으로 달려가 책에 묻혀 지내고 있다. 낮에 출근해서 일하고 밤에 공부하는 주경야독의 생활이 나를 살아 움직이 게 한다. 문득 매슬로의 5단계 중 마지막 단계를 위해 전력 질주하고 있는 것 같아 스스로 대견하다고 셀프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나이 칠십넷에 백발의 여대생이 되었다며, 만나는 사람들에게 자랑이 늘어진다. 다 늙어 대학생이 되는 일이 어디 쉬운 일이냐며 자화자찬을 늘어놓는다. 그렇게 끊임없이 공부하고 정신없이 달려오니, 어느새 신인상을 타게 되었다. 무대에 오르는 시간은 짧았지만, 그 짧은 순간을 위해 쌓아 올린 시간은 결코 짧지 않았다.

의지는 누군가의 도움으로 주어지는 것아 아니다. 포기하지 않겠다는 마음이 스스로 끌어올리는 힘이고, 지쳐 쓰러진 자리에서 다시 땅을 짚고 일어서는 마음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그 모진 세월을 버티고 견디며 무수히 다시 시작해 여기까지 왔다.

이 자리가 내 인생의 종착점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조금 남아 있지만, 살아 숨 쉬는 동안 도전의 끈을 놓지 않으리라는 결의를 다져본다. 또 하나 간절한 소망이 생겼다. 공부가 끝나고 나면 지금보다 조금 더 글을 잘 쓰는 작가가 되고 싶다.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글쟁이가 되고 싶다는 욕심에 오늘도 나는 책상 앞에 앉는다. 더 잘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주저앉지 않기 위해서. 이것이 내가 선택한 삶의 방식이다.

누가 뭐래도 나는 의지의 한국인이다. 열 번 넘어뜨리면 열한 번 일어설 준비가 되어 있는, 만주 벌판에서 살아남은 의지의 한국인이다.
---「나는 의지의 한국인이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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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송 중 책이 손상되지 않도록 포장을 해주신 후, 포장 겉면에 “반품도서”라고 기재해주시기 바랍니다. 회수된 상품은 요청해주신 환불방법에 따라 적립 또는 환불 진행해드립니다.

(특히 팝업북 등은 조그만 충격에도 책이 손상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 반품이 불가한 경우
  • 1. 고객에게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띠지 또는 더스트커버 포함)이 멸실 또는 훼손된 경우
  • 2. CD 나 소프트웨어 포함, 포장이 되어 있는 모든 상품의 포장 개봉
  • 3. 만화책 및 단시간 내에 완독이 가능한 잡지
  • 4. 상품과 함께 발송된 추가사은품이 분실되거나 훼손된 경우
  • 5. 고객의 사용 또는 일부 소비에 의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6. 명시된 반품가능 기한이 지난 경우
  • 7. 세트상품중 일부 반품
교환안내

파본도서 혹은 오배송으로인한 교환은 도서주문일로부터 15일 이내에 신청하셔야 하며 이 경우 배송비는 웬디북에서 부담합니다.

(단, 팝업북과 CD가 세트인 책은 책의 특성상 7일 이내에 해주셔야 합니다.)

교환절차는 고객센터의 반품교환신청 페이지에서 신청을 해주시면 웬디북에서 새 책을 보내드리고 새 책을 받으실 때 교환도서와 맞교환 하시면 됩니다.

교환은 동일도서에 한하며, 다른 도서로 교환은 불가합니다.

운송도중 책이 손상되지 않도록 포장을 해주신 후, 포장 겉면에 “반품도서”라고 기재해주시기 바랍니다.

(특히 팝업북 등은 조그만 충격에도 책이 손상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 교환이 불가한 경우
  • 1. 고객에게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이 멸실 또는 훼손된 경우
  • 2. 포장 상품의 포장을 해체한 경우
  • 3. 고객의 사용 또는 일부 소비에 의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4. 물품 수령 후, 15일이 경과한 경우
  • 5. 동일상품으로 교환하신 후, 다시 교환하시고자 할 경우 (이 경우에는 환불처리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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