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인생에 한 번은
《어린 왕자》 필사하기
‘이렇게 살아가는 게 맞는가?’ 하는 의문이 고개를 들 때가 있다.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며 살고 있지만 불현듯 소중한 가치나 사람에게서 멀어지고 어긋나고 있다는 감각이 느껴지는 것이다. 《어린 왕자》 는 그러한 감각에서 오는 슬픔을 다독인다.
어린 시절에 읽었을 때는 눈에 들어오지 않던 인물들의 관계와 말들이 어른이 되어버린 우리에게 새롭게 와 닿 는다. 어린 왕자의 슬픔을 알아주는 조종사, 양에게 부리망을 씌워서 꽃을 책임지려고 하는 어린 왕자, 자신을 길들인 어린 왕자가 떠나려 하자 슬퍼하면서도 비밀을 알려주는 여우. 그들의 이야기를 한 자 한 자 종이에 써 내려가다 보면 ‘사랑’은 상대의 슬픔을 알아차리고 지켜봐 주는 일 같다.
“그래. 이제 비밀을 알려줄게. 아주 단순한 비밀이야.
사람은 오직 마음으로 볼 때만 제대로 볼 수 있다는 거야.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책에는 오리지널 삽화가 수록되어 있고, 따라 그릴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필사와 더불어 삽화까지 그 려보면 진한 여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서른다섯 개의 질문과 함께하는
‘사유의 시간’
《어린 왕자》는 27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에는 장이 끝나면 ‘사유의 시간’이라는 이름을 단 질문이 나온다. 총 서른다섯 개로 해당 장과 이어지는 질문을 편집부에서 만들었다. 조용히 혼자 답을 채워나가도 좋고 독서 모 임에서 활용하거나 가족이나 친구와 대화할 때 주제로 삼아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다.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오십삼 분이 있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나를 길들이고, 내가 길들였던 이와는 어떤 추 억이 남았는지’ ‘그들은 내 인생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등에 대해 적어나가다 보면 좀 더 뚜렷하게 나 자신을 알게 될 것이다.
당신은 혹시 잘못된 서랍 속에 〈어린 왕자〉를 넣어두지 않았는가.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라는 서랍에 이 책을 넣어둔다면, 우리는 이 책이 담고 있는 싱그러운 감동의 별빛을 영원히 잃어버리게 된다. 얼른 ‘잘못된 서랍’에서 이 책을 꺼내, ‘꿈을 깜빡 잊어버린 어른들을 위한 책들의 서랍’ 속에 넣어두 자. 어떤 책은 눈으로 읽고, 어떤 책은 마음으로 읽는다. 그러나 이 필사책은 손끝으로 읽는 책이다. 펜을 쥐는 순간, 당신은 이미 어린 왕자의 별빛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다. 어린 왕자는 여전히 우 리를 기다리고 있다. 보아뱀 속에 코끼리가 들어 있음을 알아보는 눈을 가진 사람을, 양을 그려달라 는 느닷없는 부탁에 빈 상자를 그려줄 줄 아는 멋진 어른을.
문장을 필사하는 일은 단순한 베껴 쓰기가 아니다. 한 글자씩 손으로 옮겨 쓰는 동안, 우리는 그 문장의 향기를 온전히 들이마시게 된다. 바쁜 발걸음으로는 결코 볼 수 없었던 것들, 오후 세 시의 햇살이 밀밭 위에 기울어지는 각도, 여우가 굴 밖으로 나오기 전에 느끼는 그 설레는 기다림, 상자 속 양이 잠들어 있다고 믿는 마음의 위력 같은 것들이 비로소 보이기 시작한다.
사각사각, 종이 위에 펜이 닿는 소리를 내며 필사를 할 때마다, 책은 조용히 우리에게 묻는다. 어른 들이 모자라고 착각한 그림을, 당신도 한때 누군가에게 보여준 적이 있지 않은가. 당신의 오천 송이 장미 속에서 단 한 송이로 빛나는 존재는 누구인가. 당신이 이 책을 펴고 펜을 드는 그 시간이, 바로 지금 오늘이 어제와 다른 날로 변신하는 찬란한 순간이다. 보아뱀 속 코끼리를 알아보는 당신, 아직 꿈을 포기하지 않았던 당신. 당신 안의 소행성 B612는 아직 거기 있다. 이 책은 그 별로 돌아가기 위한 눈부신 나침반이다. 손끝에 별 하나를 올려놓고 싶은 밤에, 이 아름다운 책을 당신에게 선물하고 싶다.
책 속에서
너는 나에게 말했다. “언젠가는 노을을 마흔네 번이나 본 적도 있어!” 그리고 잠시 후에 이어서 말했 다. “있잖아, 아주 슬플 때는 해 지는 풍경을 좋아하게 돼….” “그러면 노을을 마흔네 번 보았던 날,
그렇게나 슬펐던 거니?” 어린 왕자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82쪽
내가 아는 어떤 행성에는 얼굴이 뻘건 아저씨 한 명이 살고 있어. 그 아저씨는 단 한 번도 꽃향기를 맡아본 적이 없지. 별을 바라본 적도 없고. 그 누구도 사랑해 본 적이 없어. 평생 한 일이라고는 숫 자를 더하는 일뿐이었어. 그리고 아저씨처럼 하루 종일 이렇게 말해. ‘나는 중요한 일로 바쁘다!’
러면서 스스로 대단한 사람인 양 우쭐해하지. 하지만 그건 사람이 아니야, 버섯이지!” 92쪽
‘나는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꽃을 가지고 있는 부자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내가 가진 건 그저 평범한 장미꽃 한 송이에 불과했구나. 평범한 장미꽃 한 송이와 내 무릎 높이밖에 되지 않는 화산 세 개. 그 중 하나는 어쩌면 영원히 꺼져버렸을지도 모르고. 이 정도로는 내가 대단한 왕자라고 할 수 없잖아
….” 224쪽
“지금 너는 나에게 수많은 다른 아이와 다를 바 없는 한 아이에 불과해. 그래서 나는 네가 별로 필요하지 않아. 너 역시 내가 필요하지 않고. 나도 너에게 수많은 다른 여우와 다를 게 없는 한 여우일 뿐이니까.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 필요하게 돼. 나에게 너는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존재가 될 거고, 너에게도 나는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가 될 거야….” 232쪽
“그래. 이제 비밀을 알려줄게. 아주 단순한 비밀이야. 사람은 오직 마음으로 볼 때만 제대로 볼 수 있다는 거야.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여우가 말했다.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어린 왕자가 잘 기억해 두기 위해 되뇌었다. 246쪽
“아이들만이 자기가 찾는 게 뭔지 알아.” 어린 왕자가 말했다. “아이들은 헝겊 인형 하나만 가지고도 시간을 보 내고, 그러면 그 인형은 아주 중요한 존재가 돼. 그래서 그 인형을 빼앗기면 아이들이 우는 거야….” “아이들은 참 운이 좋구나.” 철도원이 말했다. 254쪽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우물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야….” 나는 모래가 신비롭게 빛을 발하는 이유를 갑
자기 이해하게 되어 놀랐다. 268쪽
“알잖아. 내 양에게 씌울 부리망… 나는 내 꽃에 대해 책임이 있어….” 282쪽
하지만 한 가지 걱정되는 일이 있다. 내가 어린 왕자를 위해 그려준 부리망에 가죽 끈을 달아주는 것을 잊어버 린 것이다. 그러면 양에게 부리망을 씌울 수 없을 텐데. 나는 지금도 계속 궁금하다. 그의 행성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31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