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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재고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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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Prologue. 아름답게 시들기 위하여

Part 1. 힘내라는 말조차도 무거울까 봐
눈 딱 감고 낙하 · 자연스레 녹는 얼음 · 변화 · 밧줄 · 그저 다르게 불리는 것들 · 무시 · 다녀왔습니다 · 마지막을 위해 · 마음 쌓기 · 자취 · 타인의 삶 · 타이밍 · 땅에서 발을 떼는 용기 · 신념 · 현재 · 비탈 위 나무 · 길 · 낭비하지 않는 이기적임 · 지혜 · 불 · 늘어진 문제 · 선택 · 고문 · 고찰 · 오르는 길 · 착각 · 태양 · 책 · 수련 · 美 · 하나 · 주인 · 행보 · 기억 상실증 · 동행 · 한 끼 거르기 · 징검다리 · 자격 · 빗질 · 재생 · 본능 · 주의해 주세요 · 흔적 · 삶의 지도 · 밝다, 밝히다

Part 2. 내가 삶을 너무나 사랑해서
잘 지내? · 증명 · 처음 · 거리 · 의미 · 인정 · 모르면 사라질 상처 · 비움 · 가진 건 아무것도 없음을 · 아무도 알 수 없는 것 · 냇물 · 휴게소 · 선물 상자 · 쓴 것 · 필연 · 삶 · 담담(淡淡) · 숨 · 생각 · 보답 · 어디로 흐르는지 모를 · 한결같음 · 물 머금은 꽃 · 조화로움 · 유치 · 편백나무 · 솔직함의 거리 그리고 명분 · 기적이라 불리는 시간 · 눈 뜨면 사라지는 꿈 · 옥수수 · 글의 힘 · 완벽 · 기준 · 빛을 향해 · 궁핍 · 방어 · 다리 · 넓음 · 키움 · 돌봄 · 처방 · 삶의 무게 · 그릇 · 예측 불허 · 선망 · 대가 · 발걸음

Part 3. 아스라이 멀어지는 이름에게
붓 · 말이 안 되는 것 · 공생 관계 · 불가능 · 도착지 · 소홀함 · 깊이의 쓸쓸함 · 사랑 · 사치 · 넝쿨 · 편지 · 그늘에 앉아 · 그냥 · 사랑의 농부 · 내 방 · 흥부의 베풂 · 옷에 깃든 것 · 꽃다발 · 갈대 · 멈출 수 없는 영화 · 시선의 풍요 · 나의 모습 · 걸음 · 온기 · 굳은살 · 파랑새 · 한 컵 · 그림 · 반복 · 거리 · 얼어붙은 것 · 되새기는 것 · 무소식 · 두려워 말라 · 동시 · 기다림, 그리움 · 소화 · 모든 것은 · 아름답게 여기는 것들 · 망각 · 기억 · 이별까지 사랑 · 빈 몸 · 부화

Part 4. 우리가 아름답던 찰나에
찰나 · 존부 · 서툰 말 · 고립 · 안식처 · 자연 · 호수 · 다를 것 없는 · 연잎 · 사연 · 민들레 씨 · 수확 · 여유의 계절 · 비행 · 청춘 · 이면 · 들꽃 · 늪 · 빛 · 크리스마스 캐럴 · 안부 · 삶의 방패 · 꽃잔디 · 고독 · 꿈 · 사탕 · 혼잣말 · 의식 · 찻잔 · 慾 (욕심 욕) · 반성 · 작은 공 · 이름 · 아이스크림 · 비슷한 삶 · 주관 · 굽은 선 · 낙 · 초대받지 않은 손님 · 환기 · 천천히 식히기 · 오래달리기 · 잠자리 · 한 모금 · 장마 · 짐 · 겨울 · 이다음

Epilogue. 서로에게 잊히며, 그리고 기억하며
저자 소개
저자 : 황지현
지친 몸이 누워 쉴 수 있는 집이 존재하듯,
정처 없이 방황하는 내 마음이 쉴 수 있는 안식처가 필요했다.
그래서 글을 쓴다.
글을 쓰는 순간, 내가 있던 곳은 안식처가 된다.
이 책은 내 마음이 편히 쉬는 집과 같다.
나의 글을 읽는 누군가의 마음도 이곳을 편안한 집으로 삼길 바란다.
마음이 쉴 곳 없을 때 이 책에 잠시 기대어 쉬었다 가기를.
지은 책으로는
<지우개 같은 사람들이 나를 지우려 할 때>
<그저 내 곁에 머문 것이었음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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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누군가의 인생도 피고 진다. 우리 또한 잠깐의 생명력을 지닌 존재다. 그래서 너무나도 소중하고, 아름답고 또 고귀하다. 그러니 벚꽃 대하듯, 찰나의 아름다움을 지닌 우리의 삶을 더욱 열망하자. - 찰나 中, 본문 200쪽 -

일상 속 깊은 사유를 사랑하며 성실하게 기록해 온 황지현 작가의 세 번째 산문집이 출간되었다. 내면에 울려 퍼지는 낭만적이고 구슬픈, 그러나 한 줄기 햇볕처럼 따스한 문장을 퍼 올리듯 써 내려간 원고다. 작가는 계속해서 시간은 흘러만 가는 이 세상이 고통으로 가득 찬 것처럼 느껴질 때는 작고 아름다운 꽃을 보라고 말한다. 고고한 자태로 환하게 피어난 그 생명은 시나브로 고개를 숙이고, 잎을 하나둘 떨어뜨리면서 시들어 가는 걸 몸소 보여 주며 우리에게 생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자세를 가르쳐 주고 있다고.

“나는 나를 잃을 것 같았지만
완전히 잃은 적은 없었다.”

한 해가 갈 때마다 청춘이라는 생생하고 다채로운 시절로부터 아득해지는 기분이다. 내 삶은 여전히 빨갛게 익어 가는 성장 과정에 놓인 연둣빛 사과 같으면서도, 한 번도 제대로 물오르지 못한 채 서서히 저물어 버릴까 봐 공허하고 불안할 때가 있다. 어떻게 해야 나를 갉아 먹는 이러한 괴리감을 올바르게 해소할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하다. 그 어떤 위로도 와닿지 않을 때, 오히려 있는 그대로를 일깨워 주는 말은 도움이 된다. 앞으로 무수한 날들이 남았으니 넌 아직 한창이야, 라는 안개 같은 말보다는 ‘시들어 버리는 것까지 꽃’이라는 마땅한 발상의 전환이 하루하루 애쓴 날들에 더 또렷한 응원이 된다.

책 속에서

어린 새들은 엄마 새가 절벽에서 밀어 떨어트리면 그 떨어지는 순간에 나는 법을 배운다고 한다. 낙하의 두려움이 날갯짓을 하게 만들어, 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새로움 앞에 두려워하고 있다면 오히려 아무 생각하지 말고 내 온몸을 던져 보는 건 어떨까. 그대로 바닥에 떨어지는 게 두려워 살려고 발버둥 치는 나의 날갯짓이 용(勇)을 힘입어 훨훨 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니까. --- p.14

흰 종이에 연필로 점을 콕 찍어 보자. 이 점은 그림을 그리기 위한 시작점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점을 천 배 확대하면 동그란 원이 된다. 같은 방식으로 그 원 안에 점을 찍어 천 배 확대하면 또 원이 생긴다. 세상에 시작점은 없다. 우리는 점처럼 보이는 동그란 원 안에 살고 있으며, 그 세상은 무한하게 확대된다. 시작을 찾아 탓하고 싶었던 마음. 그것은 그저 핑계 대고 싶었던 마음 아닐까. --- p.85

그때 알았다. 부정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고통의 여운도 오래 남는다는 걸. 쓴 것도 끝내 삼켜야만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단 것도 쓴 것도, 행복도 아픔도 모두 내가 삼켜야만 하는 것들이었다. 그 어느 것 하나 내가 뱉어 낼 수 있는 건 없었다. 나는 알게 되었다. 어른들은 쓴 걸 좋아하는 것도, 잘 먹는 것도 아니었다. 고통을 오래 머무르게 하고 싶지 않아 어떻게 해서든 조금 더 빨리 삼킬 줄 아는 것뿐. 그것뿐이었다. --- p.102

사랑 한 폭 그려내기 위해 제일 먼저 택한 일은 나를 온전히 버리는 일. 네 안으로 완전히 뛰어드는 일. 흠뻑 젖은 채로 열심히 춤을 추던 붓은 그렇게 사랑 한 점을 끝낸다. 나는 이제 맑은 물통으로 들어가 온몸에 묻은 흔적을 열심히 씻어 내 본다. 그러나 맑은 물에 아무리 빨아도 이미 깊게 스며들어 염색되어 버린 것들은 벗겨질 기미가 안 보인다. 이것은 사랑의 작품이다. 나는 그렇게 사랑에게 쥐어져 매번 조종당하는 것이다. --- p.148

사랑은 있는 그대로의 형태를 온전히 지켜 주는 것에서 시작된다. 서로 닮고 싶다면 부드러운 마음을 가지면 된다. 부드럽고 유연하게 스스로 변화하며 바뀌는 것이다. 각기 다른 발걸음을 맞추는 일은 서로의 발목에 줄을 묶어 같이 걷는 게 아니라, 나와 닮은 걸음걸이를 한 사람을 찾거나, 조금 다른 보폭이지만 한 발씩 물러나 간격을 맞추며 걸어 나가는 일이다. 우리가 다른 걸음걸이를 맞추려고 노력하는 일은 모두 사랑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는 의미다. --- p.172

계속되는 물살에 결국 내 옆으로 비껴가면 나는 다시 벌거벗은 몸이 될 것을 알면서도. 내게 멈추어진 것들은 시간의 물살을 버티지 못하고 나를 비껴서 가던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결국 나는 빈손이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빈 몸이다. 모든 것은 내게 남지 않는다. 그런데도 나에게는 무언가 많이 남겨져 있는 듯하다. 나를 거쳐 간 것들이 내게 무언가를 주고 떠난 듯하다. 행복한 맨몸뚱이다. --- p.195

겨울은 어차피 지나갈 거라고. 비록 지금은 눈물 나게 춥지만 두 달 뒤면 괜찮아질 테니까. 지속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되뇐다. 지금을 견디기만 한다면 따뜻함이 나를 맞이할 거라는 믿음을 크게 키운다. 그러다 보면 이 추위가 지나는 게 살짝 아쉬워지기도 한다. 세상의 모든 것은 맞닿아 있다. 추운 겨울은 따뜻한 봄과, 만남은 이별과, 빛은 어두움과 맞닿아 있다. 영영 지속되는 것은 없다. 그래서 나는 믿는다. 그 힘듦도 슬픔도 쓰라린 추움도 꼭 지나가고 말 것이라고. --- p.259


먼 훗날 우리는 서로를 잊을 것이다. 어떠한 시절은 그 안에 내가 있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나에게서 멀어질 것이다. 소중한 것들은 안타까울 새도 없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지만, 자꾸만 그리워지는 것들을 쓸쓸한 표정으로 바라보지는 말자. 그것이 남긴 단상은 시간을 초월해서 누구도 허물 수 없는 추억으로 가슴 깊은 곳에 켜켜이 축적되어 있다. 그래서 꽃의 고개는 만개한 후로 자꾸 무거워지는 것이다.

양지바른 곳에 피어난 제비꽃 한 송이가 그 봉오리를 피워 내기 위해
그간 얼마나 고단한 노력을 해 왔을지 제가 다 알 수는 없지만,
그 꽃이 오래도록 아름답게 발하기를 바라는 마음만은 온전합니다.

아직 도래하지 않은, 저무는 계절이 두렵다면 이 책을 읽어 보자. 존재 자체의 경이로움에 아낌없는 찬사와 격려를 보내는 작가의 문장을 통해 막연한 불안감에서 벗어나, 아름답게 시들기 위해 더욱 열렬하게 만개하는 꽃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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