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시간관리 책은 많다. 그런데 왜 우리는 여전히 시간에 쫓기는가.
서점의 자기계발 코너는 시간관리 기술로 넘쳐난다. 새벽 5시에 일어나라, 하루를 목표로 시작하라, 낭비를 줄여라. 이 책의 주인공 명현도 처음엔 그렇게 시작한다. '아침형 인간'이 되기로 결심하고, 백만장자의 성공 원칙을 책상에 꽂아둔다. 그러나 시간을 아끼려 할수록 마음은 더 바빠지고, 시간은 더 부족해진다. 무언가 근본적으로 잘못됐다.
이 책의 통찰은 여기서 출발한다. 문제는 시간을 '관리'하는 기술이 아니라, 시간을 '무엇으로 여기는가'라는 태도에 있다. 표지의 문장처럼, 시간을 소비한다는 것은 자신의 생명을 나누어 주는 것이다. 시간은 생명처럼 한번 사라지고 나면 되돌릴 수 없는 불가역성을 가진다. 하루만큼의 시간이 곧 하루만큼의 생명이다. 이 명제를 진짜로 받아들일 때, 시간은 비로소 '관리의 대상'에서 '삶의 무기'로 바뀐다.
저자는 이 묵직한 철학을 강의가 아니라 소설로 전한다. 이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차별점이다. 크로노스와 카이로스, 황금의 시간과 생명의 시간이라는 시간 개념도, 산업혁명이 노동시간과 시계로 인간을 지배하기 시작한 역사도, 세네카가 2천 년 전에 던진 질문도, 모두 명현과 은비 팀장과 김명식 대표가 나누는 생생한 대화 속에 녹아 있다. 독자는 지식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따라가며 스스로 깨닫는다.
특히 이 책은 시간을 개인의 문제로만 다루지 않는다. 전태일이 자신의 죽음으로 폭로하고 고발했던 시간, 서른 즈음의 김광석이 노래에 담은 시간, 산업화 시대 '1분 막국수'를 삼켜야 했던 노동자들의 시간까지―이 책의 시간은 한 사회가 무엇을 소중히 여겨왔는가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시간관리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주제가 어느새 공동체와 세대, 그리고 삶과 죽음의 문제로 확장되는 것이 이 책의 미덕이다.
책은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에서 끝을 맺는다. 반가사유상 앞에서 명현은 깨닫는다. 인생은 끊임없이 자신의 시간을 내어주는 과정이며, 그 잃어버린 시간의 끝에 남는 것이 결국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나를 잃은 시간'이 '당신을 찾은 시간'이 되는 이 역설이야말로, 이 책이 독자에게 건네고 싶은 마지막 문장이다.
20대 첫 직장인부터 은퇴를 앞둔 신중년까지, 시간에 쫓기며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이 책은 잠시 멈추어 물을 시간을 선사한다. 당신은 지금, 당신의 생명을 무엇과 바꾸고 있는가.
책 속에서
"항상 시간이 모자란다고 불평하면서 마치 시간이 무한정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구나." (2화)
"시간을 아끼고, 또 아껴도 시간이 부족한 이유가 뭘까?” (3화)
“‘시간 이동’은 ‘소극적인 미래’가 되지만, ‘자아 이동’은 ‘적극적인 미래’가 되는 거야.” (6화)
“시간이 오히려 죽음으로부터 흘러나온다고 말해야 하겠군요.” (12화)
“인생은 30년, 60년만 삶이 아니라, 모든 ‘순간’이 삶이거든요.” (13화)
“글쎄..., 하지만 확실한 건 하나 있어. ‘모모 아저씨’, 그 이름 정말 잘 어울린다는 거.” (16화)
“이 노래는 사랑 이야기도 아니고, 이별 이야기도 아니에요. 시간 이야기예요.” (17화)
“어떻게 하면 우리가 진정 시간의 주인으로 살 수 있는 걸까요?” (18화)
“시간의 양자역학이네요. ‘황금의 시간’은 입자이고, ‘생명의 시간’은 파동이라....” (19화)
"시간을 멈추는 힘, 그 힘으로 우리는 미래로 갑니다." (24화)
“나는 너를... 인생을 낭비한 죄로 기소한다!” (27화)
명식은 있는 힘껏 뱀의 머리를 물어 버리고는 벌떡 일어났다. (32화)
"나를 잃어버린 시간이… 당신을 찾아가는 시간이었군요." (34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