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38년 가까이 대한민국 영공을 지킨 전투 조종사이자 공군 장성이 군복을 벗고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묻는다. 신보현 작가의 『어느 노병의 긍정의 삶』은 화려한 별과 무공훈장 뒤에 가려진 한 인간의 바보스러울 만치 정직하고 뜨거웠던 생의 기록이다. 인생은 그저 덧없는 것이라 자조하는 시대에, 저자는 스스로 증명해 낸 ‘사람다운 삶’의 궤적을 펼쳐 보이며 “오늘이라는 선물을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에 대한 묵직한 해답을 건넨다. 오늘도 각자의 연병장에서 치열한 삶의 전투를 치르며 흔들리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인생의 높은 고도에서 세상을 내려다본 베테랑 노병의 흔들림 없는 긍정과 헌신의 철학을 단단한 이정표로 권한다.
책 속에서
모든 일은 결국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나에게 선물로 주어진 오늘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한 답도 분명해진다. 젊은 사람이든 나이 든 사람이든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이든 모두 마찬가지이다. 시간이 지나서도 후회하지 않을 오늘을 살아야 한다. 그렇다면 나는 오늘을 어떻게 살아야 미래에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 p. 4
불과는 지금도 생각한다. 당시 스스로 자신을 돕는 자신이 선택했던 긍정의 삶이 그러한 좋은 결실을 가져왔다고. 자신에게 내려졌던 불공정한 인사 조치까지도 수용하고, 주어진 일에 정성을 다했던 긍정의 삶이 결국 오늘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인생은 빛 쪽에 서서 최선을 다할 때,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불과의 좌우명과 같은 신념이다.
- p. 28
아내와 두 딸까지 더한 단란한 가정생활, 지금 생각해 보면 부족한 것도 참 많았다. 그렇지만 그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들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그렇다. 행복이란 소유나 능력, 타인의 평가에서 기인하지 않는다. 내 마음속에 근심이나 걱정, 불만족이 없는 편안한 상태, 아니 다소 있다고 해도 마음속으로 현재에 감사한 마음을 느끼는 상태, 그것이 바로 행복일 것이다.
- p. 75
불과는 1984년 11월 중순 전산실에 파견되어 연구를 수행했고, 다음 해 3월 말 「전시 병력/조종사 손실계수」 산출 결과를 국방부에 보고한 후 그의 원래 위치로 되돌아왔다. 불과의 당시 직위는 체계분석과장 대행이었다. 그러나 복귀한 뒤 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여유나 휴식이 아니었다. 공군의 숙원사업 중 하나였던 「비행단 내 출입 통제구역 설정 및 필요시설 구축 방안」 수립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 p. 108
“누가 보아도 나는 지난 3년 가까이 혼신의 정성과 노력을 다했다. 학위를 취득하지 못해 임무 완수가 성공하지 못했다고 할지라도 최선을 다했으면 됐지, 무엇을 더 바란단 말인가? 그동안 박사과정에 입과해서 정말 열심히 미래 군 복귀를 준비했는데, 꼭 학위증서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 않는가? 학위증서만 없을 뿐 나는 여전히 변함없는 신불과가 아닌가?”
- p. 127
이순(耳順)의 나이에 접어든 이후, 불과는 거의 매일 아침 스스로에게 이렇게 다짐한다. “사람이 나이가 들어서 자신보다 어린 사람에게 거짓이 탄로 나는 일보다 더 부끄러운 일이 있을까?” 군 생활 중 부하 장병들을 위한 정신교육 교안을 작성하며 깨우친 사실이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부끄럽거나 추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면 거짓 없이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 p. 179
후배가 자신의 사업 회생을 위해 도와달라고 애원하자, 불과는 오히려 자신을 도와달라고 간곡하게 말했다. 불과가 살아오는 동안 경험한 몇 번 안 되는 난감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불과에게는 대의를 우선하는 분명한 인생관이 있었기에, 부드러우면서도 담대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 불과는 그런 사람들의 속성을 잘 안다. 불과는 어렵사리 말하고 선배로서 진심으로 미안해했다. 그 후배는 막무가내로 도와달라고 하다가 결국 원망 어린 표정으로 돌아갔다. 그 후 지금까지 그 후배와는 연락이 끊겼다.
- p. 277
기무사 조사에서 불과는 뼈저리게 깨달았다. 기억에 의존한 설명은 어떠한 경우에도 증거로 인정이 되지 않는 것을. 그래서 그는 하루의 시작과 끝을 빠짐없이 기록했다. 몇 시에 출근했고, 무슨 일을 했으며, 누구를 무슨 일로 어디서 만났고, 주요한 대화 내용은 무엇이고 등을 포함해 주요 전화 통화 내용까지 상세하게 기록했다. 이러한 기록 습관은 현직 시절에는 물론, 예비역이 된 이후에도 계속 이어졌다. 이제는 사무실에 출근해서 일지를 작성하지 않으면 불편함을 느낄 정도이다.
- p. 305
그렇게 모든 일에 강하고 담대하며 당당하게 살아온 불과였건만, 자식의 죽음 앞에서는 자신의 무능함과 나약함을 느끼며 오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삶의 허무함과 함께 오늘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서도 회의를 느끼게 되었다. 불과가 전역하면서 다짐한 생각, 즉 ‘일은 곧 생명이며, 죽는 날까지 사회에 공헌하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겠다.’는 자신의 다짐, 오늘을 살아가는 삶에 자신이 부여한 가치에 대해 자꾸 의문이 일어났다. “무엇을 위해서? 어찌할 건데? 꼭 그렇게 해야 해?”
- p. 350
제게는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책에도 썼지만, 프랑스 피로시험소에서 금요일 오후 3시 반, 마지막 결과를 기다리던 그 순간이 지금도 생생해요. 긴장이 됐던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면 하늘이 감동한다고 믿었어요.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처럼, 정성을 들이면 하늘도 도와준다는 그 마음이 저를 버티게 한 겁니다. 지금도 그 믿음은 변함이 없어요.
- 작가 인터뷰
울타리와 진리는 다릅니다. ‘정직해야 한다, 부모를 공경해야 한다.’ 이런 것들은 울타리가 아니에요. 나를 지켜주는 도리이죠. 울타리는 내 언행을 나 스스로 가두는 것입니다. 그 차이를 아는 게 중요해요. 책을 놓으면 그 울타리가 점점 두꺼워집니다. 옛날 얘기만 하고, 요즘 것들은 어쩌니 저쩌니 하면서 자기 틀 안에 갇혀버리는 거예요. 저는 대화를 하다가 상대가 아집에 싸여 있다 싶으면 더 이상 설득하려 하지 않습니다. 공자가 예순은 이순(耳順)이라 했잖아요. 남의 말이 귀에 거슬리지 않는 경지. 저는 그 나이를 훨씬 지났으니, 그런 것에 열 낼 이유가 없습니다.
- 작가 인터뷰
농부들에게는 은퇴라는 말이 없어요.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봄이 되면 씨를 심어야 하거든요. 땅을 가져 본 사람은 압니다. 직장에서 나왔으면 그다음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면 됩니다. 봉사도 있고, 글을 쓰는 일도 있고, 방법은 얼마든지 있어요. 골프채 들고 비행기 타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복잡합니다. 한국인의 그 열정만큼은 욕할 수 없어요. 하지만 그 열정을 노는 데 쓰는 건 아깝습니다. 우리는 필요에 의해 태어난 사람들이에요. 이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일을 찾아서 하는 것, 그게 나이 들어서도 에너지를 유지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 작가 인터뷰